四時讀書樂

2022. 10. 24. 21:37水西散人

四時讀書樂사시독서락
사계절 책 읽는 즐거움

翁森
옹삼


春춘

山光拂檻水繞廊 산광불함수요랑
舞雩歸咏春風香 무우귀영춘풍향
好鳥枝頭亦朋友 호조지두역붕우
落花水面皆文章 낙화수면개문장
蹉跎莫遣韶光老 차타막견소광로
人生唯有讀書好 인생유유독서호
讀書之樂樂何如 독서지락낙하여
綠滿窗前草不除 녹만창전초부제

산빛이 난간을 스치고 물은 회랑을 돌아가는데
비 빌고 오는 무녀 봄 향기를 노래하네
나무 위 고운 새도 나의 벗이요
물 위에 진 꽃잎들도 모두 문장이라
행여라도 젊은 날 허송하지 말 일이다
살면서 공부만큼 좋은 일이 있겠는가
책 읽는 그 즐거움 즐겁기가 어떠한가
창 앞에 자라는 풀 푸른 기운 같네


夏하
여름
修竹壓檐桑四圍 수죽압천상사위
小齋幽敞明朱暉 소재휴창명주휘
晝長吟罷蟬鳴樹 주장음파선명주
夜深燼落螢入幃 야심신락형입위
北窗高卧羲皇侶 북창고와희황려
只因素諗讀書趣 지인소심독서취
讀書之樂樂無窮 독서지락낙무궁
瑤琴一曲來薰風 요금일곡래훈풍

어린 대나무 처마 덮고 뽕나무 집 둘렀는데
고요하고 널찍한 서재 빛 들어 환하네
긴 낮에는 책 읽은 뒤 매미소리 들려오고
깊은 밤엔 등 꺼지면 반딧불이 날아드네
북창에 높이 누워 희황 때처럼 사는 것은
공부하기 좋아하여 알게 된 게 있어서네
여름철 책 읽는 즐거움 끝이 없는 게
거문고 한 곡조에 훈풍 불어오듯 하네


추秋
가을
昨夜前庭葉有聲 작야전정엽유성
籬豆花開蟋蟀鳴 이두화개실솔명
不覺商意滿林薄 불각상의만림박
蕭然萬籟涵虛清 소연만뢰함허청
近床賴有短檠在 근상뢰유단경재
對此讀書功更倍 대차독서공경배
讀書之樂樂陶陶 독서지락낙도도
起弄明月霜天高 기농명월상천고

어젯밤 앞뜰에서 잎 지는 소리 들리더니
울타리에 콩 꽃 피고 귀뚜라미 울어대네
풀과 나무 우거진 곳에 가을 온 줄 몰랐더니
소리들 쓸쓸하고 물에 비친 하늘 맑네
침상 가까이 작은 등 하나 밝혀두고서
책을 읽고 있자니 그 공이 더 커지네
독서하는 즐거움의 화락함이란
밤중에 일어나서 밝은 달을 보는 것 같네


冬동
겨울
木落水盡千巖枯 목락수진천암고
迥然吾亦見眞吾 형연오역견진오
坐對韋編燈動壁 좌대위편등동벽
高歌夜半雪壓廬 고가야반설압여
地爐茶鼎烹活火 지로다정팽활화
一淸足稱讀書者 일청족칭독서자
讀書之樂何處尋 독서지락하처심
數点梅花天地心 수점매화천지심

나뭇잎 지고 물 끊어져 산들이 메마르니
산을 보다 나까지 내 참모습 보게 되네
등불 옆으로 자리 옮겨 죽간을 앞에 두고
눈 내리는 밤중에 소리 높이 책을 읽네
화로 위에 솥 올려 차를 끓이고
차 한 잔에 흡족해하니 독서가라 부르네
책 읽는 즐거움을 어디에서 찾으랴
매화 몇 송이에도 천지의 마음이 담겨있네

▶ 舞雩(무우): 노魯나라에서 기우제를 지내던 제단으로 지금의 곡부현曲阜縣 동쪽에 있다. 기우제를 지낼 때는 무녀들이 춤을 추었으므로 ‘舞雩’라고 하였다. ‘우雩’는 비를 구하는 기우제의 뜻을 가진 글자이다.
▶ 蹉跎(차타): 시기를 놓치다. 미끄러져 넘어지다. 일을 이루지 못하고 나이를 더하다.
▶ 韶光(소광): 좋은 때. 봄을 가리킨다. 인생의 청춘기를 가리킨다.
▶ 修竹(수죽): 가늘고 긴 대나무. ‘新竹’으로 쓴 자료도 있다.
▶ 幽敞(유창): 고요하고 널찍하다.
▶ 暉(휘): 햇빛. ‘曦’로 쓴 자료도 있다.
▶ 北窗高卧羲皇侶(북창고와희황려): 도연명 陶淵明은 자신의 《여자엄등서與子儼等書》에서 “常言五六月中, 北窗下卧, 遇凉風暫至, 自謂是羲皇上人(언제나 오뉴월 중에 북창 아래 누워있으면, 서늘한 바람이 이따금씩 지나가곤 하는데, 그럴 때면 내가 희황 시대의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라고 했다. 羲皇은 복희씨伏羲氏를 말한다. 전설 속에서 인류의 시조로 나오는 사람이다.
▶ 諗(심): 알다.
▶ 瑤琴(요금): 옥으로 장식한 금琴
▶ 商意(상의): 가을기운
▶ 林薄(임박): 초목이 꽉 들어차 자라는 곳
▶ 蕭然(소연): 쓸쓸하다. 공적하다. 산뜻하다.
▶ 萬籟(만뢰): 자연계에서 일어나는 온갖 소리
▶ 涵虛淸(함허청): 물에 비친 하늘이 맑고 깨끗함. ‘涵虛’는 물에 비친 하늘을 가리킨다. 맹호연은 자신의 시 「망동정호증장승상望洞庭湖贈張丞相」에서 “八月湖水平, 涵虛混太淸(팔월의 호수는 물 불어 평평하고, 하늘과 호수가 하나로 섞이네).”라고 읊었다.
▶ 短檠(단경):  작은 등
▶ 陶陶(도도): 즐거움. 매우 화락한 모양.
▶ 巖(암): ‘애崖’로 슨 자료도 있다.
▶ 迥然(형연): 높고 먼 모양. 멀다. 멀리 떨어지다.
▶ 韋編(위편): 고적古籍, 즉 옛 서적을 가리킨다. 종이를 사용하기 이전에는 가죽으로 만든 끈으로 죽간을 엮어 글을 썼다.

◈ 옹삼翁森 [?~?]

자는 수경秀卿, 호는 일표一飄. 저쟝浙江 선거현仙居縣 쌍묘향雙廟鄕 하지촌下支村 사람이다. 생몰연대는 알려져 있지 않다. 남송南宋이 망하자 벼슬길에 나아가지 않기로 작정하고 은거하며 가르치는 것을 일로 삼았다. 원元나라 세조世祖 지원至元 연간(1264~1294)에 현 동남쪽 25리 되는 곳에 안주서원安洲書院을 세우고 주희朱熹의 백록동白鹿洞 가르침을 원훈院訓으로 삼아 마을 사람들을 교화하였다. 배우는 이가 많을 때는 800명을 헤아렸다. 지원 24년(1287), 도사 옹도전翁道全이 보진서원葆眞書院을 세울 때 옹삼이 그를 위해 글을 써준 《일표고一瓢稿》속에 ‘四時讀書樂’이 들어있었는데, 사람들이 그의 시를 즐겨 읽으면서 민국民國 초기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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