寒山子詩

2022. 10. 20. 17:41工夫

한산자시寒山子詩[201-300]-> ⊡⊡



201  尋思少年日,游獵向平陵。國使職非願,神仙未足稱。

202  聯翩騎白馬,喝兔放蒼鷹。不覺大流落,皤皤誰見矜。



[심사소년일尋思少年日] 내 젊은 날 곰곰 생각해보네

[유렵향평릉遊獵向平陵] 드넓은 언덕을 넘나들며 사냥하던 일

[국사직비원國使職非願] 나라에서 시키는 일 바라는 바 아니었고

[신선미족칭神仙未足稱] 신선의 칭호조차 맘에 차지 않았네



[연편기백마聯翩騎白馬] 흰 말 위에 올라 끝없이 달리고

[갈토방창응喝兎放蒼鷹] 호통 치며 토끼 쫓고 매를 풀어놓았네

[불각대류락不覺大流落] 어떻게 알았으랴 오늘의 내 모습

[파파수견긍皤皤誰見矜] 하얗게 센 머리 그 누가 볼만하다 하리





▸尋思(심사): 마음을 가라앉혀 깊이 사색함

▸聯翩騎(연편기): 끊이지 않고 이어서 말을 탐. 곧 말을 달림



▸ 放蒼鷹(방창응): 사냥을 위해 매를 날려보냄. 사실 한산자는 젊은 시절에 이미 “聯翩騎白馬, 喝兎放蒼鷹(소매를 펄럭이며 백마를 타고, 토끼를 쫓으며 매를 풀어놓다)” 위풍당당하고 질풍노도와 같은 시절을 보냈다. 그는 문무를 겸비한 인물로 당태종과 같은 성군의 시대를 만났으나 정치적으로는 인연이 없어 이룬 공이 없었다. “東守文不賞, 西征武不勛(동쪽에서는 글을 써먹었으나 내세울 게 없었고, 서쪽으로 나선 정벌에서도 무공을 세우지 못했다)”고 한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나중에 집을 떠나(함양咸陽 일대가 고향) 장강長江과 회하淮河 유역, 월越 땅을 돌아다니다가 천태산에 이르러서 산세와 풍광에 마음이 끌려 은거하여 생을 마치기로 결정하였다. “一往寒山萬事休, 更無雜念掛心頭. 閑居石壁題詩句 任運還同不繫舟(한산에 한번 간 뒤로 온갖 일을 쉬었고, 잡념이 마음에 생기지 않았다. 한가로이 지내며 석벽에 시구를 적었고, 나아가는데 걸림이 없어 배처럼 묶이는 일이 없었다)”라고 한 데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이로부터 한산寒山을 호로 삼았으며 은거 이후로 원래의 이름은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皤皤(파파): 허옇게 센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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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  偃息深林下,從生是農夫。立身既質直,出語無諂諛。

204  保我不鑒璧,信君方得珠。焉能同泛灩,極目波上鳧。



[언식심림하偃息深林下] 깊은 숲에 편히 누워 쉬고 있자니

[종생시농부從生是農夫] 이 몸 천상 날 때부터 농부인지라

[입신기질직立身旣質直] 세상살이 그 바탕이 처음부터 곧았고

[출어무첨유出語無諂諛] 말하면서 지금까지 아첨한 적 없었네



[보아불감벽保我不鑒璧] 보물을 멀리하여 몸을 지키고

[신군방득주信君方得珠] 성실하게 살아서 보배를 얻네

[언능동범염焉能同泛灩] 세속의 부침 따라 함께 살고서야

[극목파상부極目波上鳧] 어떻게 파도 타는 오리를 볼 수 있겠나



▸偃息(언식): 걱정 없이 편안하게 누워서 쉼

▸諂諛(첨유): 알랑거리며 아첨하는 것



▸鑒璧(감벽): 값비싼 보배. 《장자莊子》「산목山木」편에 나오는 ‘임회기벽林回棄璧’에 관한 고사를 인용한 것이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信君(신군): 《좌전左傳》「소공이십년昭公二十年」에 나오는 성실한 군주에 관한 이야기를 인용



▸汎灩(범염): 널리 떠다님

▸極目(극목): 시력을 먼 데까지 다함. 눈으로 볼 수 있는 한계까지 끝없이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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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  不須攻人惡,何用伐己善。行之則可行,卷之則可卷。

206  祿厚憂積大,言深慮交淺。聞茲若念茲,小子當自見。



[不須攻人惡 불수공인악] 구태여 남의 잘못 책망할 일 무엇이며

[何用伐己善 하용벌기선] 자기가 잘났다고 자랑할 게 무엇인가

[行之則可行 행지즉가행] 해야 할 일 있거든 하면 되는 것이고

[卷之則可卷 권지즉가권] 거둬야 할 일이라면 거두면 되는 것을



[祿厚憂積大 녹후우적대] 봉록이 많아지면 쌓일 것을 걱정하고

[言深慮交淺 언심려교천] 말이 깊어지면 얕아질 사귐을 염려하네

[聞茲若念茲 문자약념자] 이 말을 듣고 나서 깊이 생각해본다면

[小子當自見 소자당자견] 어린애라 하더라도 깨닫는 게 있으리라



▸攻人惡(공인악): 《공자가어孔子家語》에 나오는

“言人之惡, 非所以美己; 言人之枉, 非所以正己. 故君子攻其惡, 無攻人惡

(사람의 나쁜 점을 말하는 것은 자기에게 좋은 일이 아니다. 사람의 비뚤어진 것을 말하는 것은 자기에게 바른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군자는 그 나쁜 것을 말할 뿐 사람 나쁜 것을 책망하지 않는다).”는 구절을 인용한 것이다.  



아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 안달하는 이,

자기 아는 것으로 세상의 모든 일을 설명할 수 있다고 굳게 믿는 이,

그리하여 어느 것에고 끼어들어 자기 앎을 드러내고 마는 이,

그는 앎의 독에 중독된 사람이다.

앎의 독이 묽어져 약이 된 사람,

그래서 아는 것을 감춰둘 줄 아는 사람,

감춰두고서도 조바심 없이 한가로울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야말로 드러나지 않은 지혜로운 사람이다.

부도시비不道是非, 불양인악不揚人惡이니

옳고 그름을 말하지 않고 사람 나쁜 것을 알리지 않으며

현자불현顯者不賢, 불현자현不顯者賢이니

드러난 자가 현인이 아니라 드러나지 않은 이 그가 현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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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富兒會高堂,華燈何煒煌。此時無燭者,心願處其傍。

208  不意遭排遣,還歸暗處藏。益人明詎損,頓訝惜餘光。



[富兒會高堂 부아회고당] 부잣집 사람들 대청에 모였는데

[華燈何煒煌 화등하위황] 꽃 같은 등불 어찌 그리 밝은지

[此時無燭者 차시무촉자] 이런 때 등불 갖지 못한 이들은

[心願處其傍 심원처기방] 그 곁에서 함께 지내고팠네



[不意遭排遣 불의조배견] 맘과 달리 그이들 등불을 돌려버려

[還歸暗處藏 환귀암처장] 등 없는 이 또 다시 어둠 속에 있네

[益人明詎損 익인명거손] 남 돕는 불빛에 어찌 손해 있으리

[頓訝惜餘光 돈아석여광] 이상도 해라 남은 빛을 아끼다니  



▸排遣(배견): 전환하다. 없애다. 일소하다



▸이 시는 유향劉向의 《열녀전列女傳》 권6 변통전辯通傳의 제녀서오齊女徐吾(제나라 여인 서오) 이야기를 인용한 듯하다. 그 내용은 이렇다. 齊나라에 서오徐吾라는 이름을 가진 여인이 살았다. 이웃에 사는 이오李吾라는 부인은 사람들을 불러 모아 함께 불을 켜고 모여서 길쌈을 했다. 서오는 집안이 가난하여 불을 켜는 무리에 들 수 없었다. 이오가 그 무리들에게 “서오는 불을 밝힐 수 없으니 함께 밤을 보낼 수 없게 합시다.” 라고 했다. 서오가 말했다. “무슨 말씀인가요? 저는 집안이 가난하여 불을 켤 수 없어서 아침이면 언제나 일찍 일어나고 언제나 남보다 나중에 쉬었으며 청소하고 정리해놓고 사람들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알아서 앞에 나서지 않고 언제나 낮은 자리에 앉았습니다. 모두가 불을 밝힐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설사 방 안에 한 사람이 늘어도 불빛은 어두워지지 않고 사람이 하나 줄어도 불빛은 밝아지지 않는 것인데 어찌하여 남은 빛을 그리 아깝게 생각하십니까? 오랫동안 제가 힘들여 일한 것을 인정하셔서 지금까지 제게 은혜를 베푸신 것 아닌가요?” 이오는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하고 서오와 함께 밤을 지냈다. 그러나 종내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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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  世有聰明士,勤苦探幽文。三端自孤立,六藝越諸君。

210  神氣卓然異,精彩超眾群。不識個中意,逐境亂紛紛。



[세유총명사世有聰明士] 이 세상에 똑똑한 선비들 있어

[근고탐유문勤苦探幽文] 깊은 뜻 알기 위해 힘든 것도 마다 않네

[삼단자고립三端自孤立] 붓과 창과 혀 세 가지 솜씨 홀로 우뚝하고

[육예월제군六藝越諸君] 여섯 가지 재주 또한 사람들을 앞서네



[신기탁연이神氣卓然異] 신령스런 기운도 남과 달라 뛰어나고

[정채초중군精彩超衆群] 솜씨 멋진 것도 뭇사람 중에 빼어나네

[불식개중의不識個中意] 그런데도 한 가지 불성을 못 봐

[축경난분분逐境亂紛紛] 경계 따라 어지러이 흩날리고 있네



▸三端(3단): 《한시외전漢詩外傳》에 나오는 “君子避三端: 避文士之筆端, 避武士之鋒端, 避辯士之舌端(군자는 세 가지 날카로운 것을 피해야 한다. 문사의 붓끝을 피해야 하고, 무사의 창끝을 피해야 하고, 변사의 혀끝을 피해야 한다).”는 구절의 내용을 인용한 것이다.



▸六藝(육예): 예악사어서수禮樂射御書數 여섯 가지 재주를 말한다.

▸中意(중의): 자성自性

  

▸<교외별전>

총명한 것만으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이른바 도의 깊은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

그것은 듣거나 읽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말과 글 밖에 있는 그 어떤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실천궁행實踐躬行,

제 몸으로 직접 실행해봄으로써 비로소 알아낼 수 있는 것이다.

총명하면서도 지극해야 하고

지극하면서도 무던해야 하며

무던하면서도 따뜻하지 않으면 그 경지에 이를 수 없다.

머리 하나만 있는 것은

몸 하나 있는 것과 하등 다를 게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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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  層層山水秀,煙霞鎖翠微。嵐拂紗巾濕,露沾蓑草衣。

212  足躡游方履,手執古藤枝。更觀塵世外,夢境復何為。



[층층산수수層層山水秀] 거듭되는 산과 물 저마다 빼어나고

[연하쇄취미煙霞鎖翠微] 안개와 노을 짙푸른 산허리를 둘렀네

[람불사건습嵐拂紗巾濕] 산바람은 땀에 젖은 두건을 스쳐가고

[노점사초의露沾蓑草衣] 이슬은 몸에 걸친 도롱이를 적시네



[족섭유방리足躡遊方履] 발로는 걸어서 널리 세상을 떠돌고

[수집고등지手執古籐枝] 손에는 꼬부라진 등나무 지팡이 들었네

[경관진세외更觀塵世外] 바깥세상 티끌 같은 일 돌아보고서

[몽경부하위夢境復何爲] 꿈과 같은 경계를 다시 말해 무엇 하리



▸翠微(취미): 산허리, 산중턱, 먼 산에 어른어른 보이는 푸른 빛

▸煙霞(연하): 안개와 노을, 고요한 산수의 경치

▸嵐(람): 산바람, 산 속에 생기는 아지랑이 같은 기운

▸絲巾(사건): 가는 명주실로 만든 두건  

▸蓑(사): 도롱이(짚, 띠 따위로 엮어 허리나 어깨에 걸쳐 두르는 비옷)

▸方(방): 두루, 널리

▸  

인도인들은 고대로부터 아르타(artha), 까마(kama), 다르마(dharma), 목샤(moksa) 등 네 가지로부터 삶의 가치를 추구했고,

이것들의 구현을 위해 삶을 네 단계로 나누어 살려고 노력했다.

아르타는 물건이나 질료를 뜻하는 말이고,

까마는 좁게는 쾌락, 넓게는 예술적인 삶을 통해 느끼는 즐거움을 의미하는 말이며,

다르마는 종교적 또는 도덕적 의무를 나타내는 말이다.

그리고 목샤는 해탈, 즉 세속의 그 어떤 제약에도 구애되지 않는 절대 자유의 경지를 획득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인도인들은 이를 바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일생을 네 단계로 나누어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첫 번째 단계 학생기學生期는 유아기와 소년기를 거쳐 성년기에 이를 때까지 다르마를 배우고 익히는 시기다.

두 번째 단계는 가주기家住期로 결혼과 육아, 사회적 활동 등을 해나가는 시기이며 현실세계에서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분투노력하는 시기이다.

세 번째 단계는 임서기林棲期로 숲으로 들어가거나 집에서 머물더라도 혼자 지내는 시간을 늘려 경전을 공부하고 사는 동안 몸에익은 욕망을 덜어내는 연습을 하는 시기이다.

네 번째로 마지막 단계인 유행기遊行期는 수행에 전념하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는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영적 수련에 집중하여 해탈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가족과 떨어져 지낼 것도 적극적으로 권장된다. 이렇게 영적 수련에 집중하며 사는 것을 산야스라 하고, 이렇게 사는 사람을 산야신(sanyasin)이라고 한다. 삶을 통해 얻은 지혜로 충만한 이들은 교육자로 활동하기도 하는데 사회적으로도 이들은 영적인 스승으로 존경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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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滿卷才子詩,溢壺聖人酒。行愛觀牛犢,坐不離左右。

214  霜露入茅簷,月華明甕牖。此時吸兩甌,吟詩五百首。



[만권재자시滿卷才子詩] 책 속에는 뛰어난 시인들의 시가 가득하고

[일호성인주溢壺聖人酒] 항아리에는 잘 빚어낸 맑은 술이 넘쳐나네

[행애관우독行愛觀牛犢] 밖에 나가면 소들을 사랑스레 바라보고

[좌불리좌우坐不離左右] 앉아서는 시와 술 항상 옆에 두고 사네



[상로입모첨霜露入茅簷] 띠로 엮은 처마에 서리와 이슬 맺히고

[월화명옹유月華明甕牖] 푸른 달빛은 가난한 집의 창을 밝히네

[차시흡양구此時吸兩甌] 이런 때면 두어 사발 술이나 마시면서

[음시오백수吟詩五百首] 아무 것이나 읊조려보는 시 500수이네



▸聖人酒(성인주): 조조曹操가 한때 금주령을 내렸을 때 사람들이 청주淸酒를 성인聖人의 술로,  탁주濁酒를 현인賢人의 술로 부르기 시작함



▸甕牖(옹유): ‘옹유승추甕牖繩樞(깨잔 항아리로 창을 내고, 새끼로 문을 단다는 뜻)’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가난한 집을 형용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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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施家有兩兒,以藝干齊楚。文武各自備,托身為得所。

216  孟公問其術,我子親教汝。秦衛兩不成,失時成齟齬。



[시가유양아施家有兩兒] 시씨施氏에게 아들 둘이 있었는데

[이예간제초以藝干齊楚] 제나라와 초나라에서 벼슬을 구할 적에

[문무각자비文武各自備] 문과 무를 저마다 스스로 갖춰

[탁신위득소托身爲得所] 몸 맡겨 의탁할 자리를 얻었네



[맹공문기술孟公問其術] 맹공이 시씨에게 그에 대해 묻고서

[아자친교여我子親敎汝] 내 아들을 그대가 가르쳐달라고 했으나

[진위양불성秦衛兩不成] 진나라와 위나라에서 모두 뜻 못 이루고

[실시성저어失時成齟齬] 때를 놓쳐 아무것도 이룰 수 없었네



▸施家시가와 孟公맹공: 《열자列子》「설부說符」편에 나오는 시씨와 맹씨 두 집안의 자제들의 이야기를 인용한 것이다.



▸齟齬(저어): 틀어져서 어긋남. 원래는 아랫니와 윗니가 서로 맞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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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止宿鴛鴦鳥,一雄兼一雌。銜花相共食,刷羽每相隨。

218  戲入煙霄裏,宿歸沙岸湄。自憐生處樂,不奪鳳凰池。



[지숙원앙조止宿鴛鴦鳥] 나란히 앉아 쉬는 다정한 원앙새

[일웅겸일자一雄兼一雌] 수컷 한 마리에 암컷도 한 마리

[함화상공식銜花相共食] 서로 꽃을 물어다 함께 나눠먹고

[쇄우매상수刷羽每相隨] 깃을 비비며 언제나 함께 다니네



[희입연소리戲入煙霄裡] 하늘에선 희롱하며 구름 속을 날고

[숙귀사안미宿歸沙岸湄] 돌아오면 맑은 물가 모래밭에 자네

[자련생처락自憐生處樂] 스스로 저 난 곳의 즐거움을 사랑하여

[불탈봉황지不奪鳳凰池] 봉황이 깃든 곳 빼앗으려 하지 않네





▸止宿(지숙): 어떤 곳에 머물러 묵음



▸鴛鴦(원앙): 중국 고대 문학작품과 신화,  전설에서 자주 나오는 새로 원鴛은 수컷을, 앙鴦은 암컷을 가리킨다.  원앙이라는 이름 말고 오인합흠烏仁哈欽, 관압官鴨, 필조匹鳥, 등목조鄧木鳥 등의 다른 이름으로도 불린다. 영문 표기는 Mandarin Duck(中國官鴨)이다.



▸銜花(함화): 꽃을 머금음. 즉 꽃을 땀

▸烟霄裏(연소리): 하늘 속의 연기. 즉 구름을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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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  或有衒行人,才藝過周孔。見罷頭兀兀,看時身侗侗。

220  繩牽未肯行,錐刺猶不動。恰似羊公鶴,可憐生氃氋。



[혹유현행인或有衒行人] 수행을 자랑 삼아 말하는 이들

[재예과주공才藝過周孔] 자기 기량이 성현들보다 낫다고 하네

[견파두올올見罷頭兀兀] 처음 볼 땐 우뚝해 보이더니만

[간시신동동看時身侗侗] 다시 보니 경박해 보이는구나



[승견미긍행繩牽未肯行] 밧줄로 끌어줘도 따라 나설 생각 않고

[추자유부동錐刺猶不動] 송곳으로 찔러봐도 꼼짝달싹 않는구나

[흡사양공학恰似羊公鶴] 그 모양이 양숙자 자랑하던 학을 닮아서

[가련생동몽可憐生氃氋] 춤 못 추고 털만 터는 게 가련하구나



▸周孔(주공): 주공周公과 공자孔子

▸兀兀(올올): 우뚝한 모양, 마음을 한 곳에 집중하여 움직이지 않는 모양

▸侗侗(동동): 무지한 모양



▸羊公鶴(양공학): 남조 송宋의 유의경劉義慶(403~444)이 후한 말부터 동진까지의 명사들의 일화를 기초로 쓴 《세설신어世說新語 배조排調》에  양숙자羊叔子의 춤추는 학에 관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昔羊叔子有  鶴善舞, 嘗向客稱之, 客試使驅來, 氃氋不肯舞

(옛날 양숙자라는 사람에게 춤을 잘 추는 학이 있었는데 사람들에게 그 자랑을 많이 했다. 사람들이 보는 데서 춤을 추게 해보라고 했으나 학은 털만 털어낼 뿐 춤을 추지 않았다).”라는 것인데,

이로부터 실제 모양이 이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비유할 때 쓰는

‘불무지학不舞之鶴’이라는 사자성어가 생겨났다.  



▸氃氋(동몽): 털이 흩어지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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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  少小帶經鋤,本將兄共居。緣遭他輩責,剩被自妻疏。

222  拋絕紅塵境,常游好閱書。誰能借鬥水,活取轍中魚。



[소소대경서少小帶經鋤] 젊었을 때부터 책 끼고 밭 갈았고

[본장형공거本將兄共居] 형과는 원래부터 함께 살았네

[연조타배책緣遭他輩責] 다른 사람들에게는 책망 들었고

[잉피자처소剩被自妻疏] 게다가 아내와는 멀어지고 말았네



[포절홍진경抛絶紅塵境] 티끌 같은 세상일 멀리 떠나서

[상유호열서常游好閱書] 여유롭게 노닐고 즐겨 책을 읽었네

[수능차두수誰能借斗水] 누가 능히 물 한 말을 빌려와

[활취철중어活取轍中魚] 바퀴자국 속 물고기를 살려낼 건가



▸帶經鋤(대경서): 《삼국지三國志 상림전常林傳》에 전하는 이야기를 인용한 것이다. 상림은 어려서부터 집안이 가난했으나 자력으로 취한 것 외에 남의 것을 받지 않았고, 밭을 갈면서도 항상 책을 몸에서 떼어놓지 않았으며, 그의 아내는 그런 남편을 잘 받들어 산 속에 살면서도 서로 공경하기를 마치 손님을 대하듯 했다고 한다. 집이 가난하여 일을 하면서도 열심히 독서한 이들의 이야기로는 한漢나라의 예관倪寬, 진晉나라의 황보밀皇甫謐 등이 있고, 이들의 이야기에서 유래한 것이 ‘대경이서帶經而鋤(= 회서이경懷書而耕)’라는 고사성어다.

  

▸被自妻疎(피자처소): 전한前漢의 주매신朱買臣은 글읽기를 좋아했으나 집이 가난하여 나무를 팔아 생계를 유지해야 했으므로 이를 부끄럽게 생각한 아내와 헤어져야 했다. 후에 회계태수會稽太守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와서 헤어진 옛 아내와 그 남편을 도와주려고 했으나 전처가 이를 부끄러워하여 자살했다고 한다. 어사대부가 된 뒤로 장탕張湯의 비리를 파헤쳐 그를 자살하게 한 일로 무제의 미움을 사 죽임을 당했다.



▸轍中魚(철중어): 『장자』「외물(外物)」편에 나오는 이야기로 수레바퀴 자국의 작은 물속에 사는 붕어에게는 양자강의 물보다 당장 한 말의 물이 더 요긴하다는 뜻으로 인용됨



▸주매신朱買臣과 마전발수馬前潑水(=마전복수馬前覆水)

한漢나라 때 회계군會稽郡에 주매신朱買臣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부부가 가난한 동네에서 어렵게 살았다. 남편은 나무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책 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의 처는 가난하게 사는 것을 부끄러워하여 남편을 떠나려고 했다. 매신은 자기가 오십 살이 되면 부귀한 남자가 될 것이니 그때 잘해주겠다고 했지만 부인은 듣지 않았다. 매신이 오십 살이 되었을 때 한무제가 나라 안의 현인을 구하는 구현령求賢令을 발하여 매신을 회계태수로 임명했다.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 것을 후회한 매신의 전처는 재결합을 요구하며 비첩이 되어도 괜찮다고 했다. 매신이 물 한 통을 가져오게 하더니 계단 밑으로 물을 부었다. 그러고는 전처에게 물을 다시 거둘 수 있으면 재결합하겠다고 했다. 엎어진 물을 거둘 수 없다는 말은 재결합할 의사가 없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매신은 옛정을 생각해서 전처 부부에게 공터를 주어 살림에 보탬이 되도록 했다. 전처가 이를 심히 부끄럽게 여겨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매신은 전처의 남편에게 돈을 주어 장사를 치르도록 했다.

漢朝。會稽郡人氏姓朱。買臣。夫妻住于陋巷蓬門。家道貧苦。行歌誦書。砍柴賣錢 度日。賣柴憑人估値。其妻嫌他貧苦。離他而去。買臣曰。吾年五十當富貴。即時自可報汝。其妻不聽。適田夫後。五十歲時。漢武帝求賢。拜爲會稽太守。其妻自悔有眼無珠。要求再合。愿降爲婢妾。伏侍終身。買臣命取水一桶。潑于階下曰。若水可收。則可復合。覆水難收示不能再合。念結髮之情。買臣呼車載其夫婦。判後園隙地與妻及其夫耕種自食。其妻遂投河而死。與夫錢以葬之。  



▸莊子장자 雜篇잡편 外物외물 第二十六제이십육

장자가 집안이 궁핍하여 감하후監河侯(= 위문후魏文侯)에게 식량을 얻으러 갔다.

장자의 사정을 듣고 감하후가 말했다.

"알겠소. 세금을 다 걷은 후에 삼백 금을 주면 되겠소?"

장자가 얼굴빛을 달리하며 말했다.

"내가 어제 길을 가다가 나를 부르는 소리를 듣고 길바닥을 보았더니 마차바퀴가 지나간 곳에 붕어 한 마리가 있었소. 내가 물었소. ‘붕어 아니냐? 네가 여기 웬 일이냐?’ 붕어가 대답했소. ‘나는 동해의 파신波臣이오. 그대가 한 말의 물로 나를 살려줄 수 있겠소?’ 내가 말했소. ‘좋다. 내가 지금 남쪽으로 오나라와 월나라 땅으로 놀러 가는데 가면서 서강의 물을 크게 일으켜 너를 살리면 되겠느냐?’ 그랬더니 붕어가 화를 내며 말했소. ‘나는 물이 없으면 살지 못하오. 한 말의 물만 있으면 살 수 있는 내게 그대가 지금 그런 말을 하니 나중에 나를 만나려거든 건어물 가게나 가보시오.’ 그 말을 듣고 나서 내 기분이 어떠했겠소?"

莊周家貧, 故往貸粟於監河侯. 監河侯曰: 「諾, 我將得邑金, 將貸予三百金, 可乎?」 莊周忿然作色曰: 「周昨來, 有中道而呼者, 周顧視車轍中, 有鮒魚焉. 周問之曰: 『鮒魚來, 子何爲者耶?』 對曰: 『我, 東海之波臣也. 君豈有斗升之水而活我哉!』 周曰: 『諾, 我且南游吳楚之土, 激西江之水而迎子, 可乎?』 鮒魚忿然作色曰: 『吾失我常與, 我無所處. 我得斗升之水然活耳. 君乃言此, 曾不如早索我於枯魚之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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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變化計無窮,生死竟不止。三途鳥雀身,五岳龍魚已。

224  世濁作fh羺時清為騄耳。前回是富兒,今度成貧士。



[변화계무궁變化計無窮] 변해서 되는 것에 끝이 없으니

[생사경부지生死竟不止] 나고 죽는 일은 끝내 그치지 않으리라

[삼도조작신三途鳥雀身] 삼악도에 빠져 새로 태어나기도 하고

[오악용어기五嶽龍魚己] 이름난 산의 용이나 물고기 몸도 받아보았네



[세탁작⊡누世濁作⊡羺] 세상이 혼탁할 때는 오랑캐 양으로도 살았고

[시청위록이時淸爲騄耳] 시류가 맑을 때는 준마로도 지내보았네

[전회시부아前回是富兒] 지난번에는 허랑방탕 부잣집 아들이었는데

[금도성빈사今度成貧士] 이번에는 맑고 가난한 선비 되었네



▸三途(3도): 살아서 지은 악업으로 인하여 죽은 뒤에 간다는 지옥, 아귀, 축생의 세 가지 나쁜 길(3악도三惡道)



▸五嶽(5악): 중국에서 나라의 진산鎭山으로 받들어 천자가 제사를 지내던 다섯 곳의 명산.

동쪽의  태산泰山,  

서쪽의 화산華山,

남쪽의 형산衡山,

북쪽의 항산恒山,

중앙은 숭산嵩山인데

이들은  

태산여좌泰山如坐,

화산여립華山如立,

형산여비衡山如飛,

항산여행恒山如行,

숭산여와嵩山如臥 등과 같은 특징을 갖고 있다.



▸羺(누): 오랑캐의 양



▸騄耳(녹이): 준마의 이름이다.

주周나라 목왕穆王이 천하를 순시할 때 탔다는 준마 여덟 마리(八駿馬) 중 하나인데,

《목천자전穆天子傳》에 기록된 말 이름은

‘적기赤驥, 도려盜驪, 백의白義,  유륜踰輪,  산자山子, 거황渠黃, 화류華騮, 녹이綠耳’ 등이다. 나중에는 명마의 뜻으로 쓰였다.  



업業에 내포된 가장 강력한 암시는 현재성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꾸만 뒤돌아보고 멀리 내다보려고 한다.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지 못한 사람일수록 더욱 그렇다.

좋게 말하면 희망을 보고자 함일 것이요,

나쁘게 말하자면 핑계거리를 찾아내고 싶어 그러는 것이다.

삶의 형태에 대한 부러움은 누구에게나 있다.

내가 살고 있는 것을 들여다 안 보고

남 사는 모습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이는 남의 좋은 것을 배우고

어떤 이는 내 잘못을 한탄한다.

답은 언제나 오늘에 있다.

어제가 궁금해도 오늘을 보고

내일이 알고 싶어도 오늘을 보면 된다.

인과因果의 법칙은 엄정하다.

엄정한 인과를 안 두려워하는 그런 인과를 바로 보는 것이

제대로 아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인과불매因果不昧’의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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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  書判全非弱,嫌身不得官。銓曹被拗折,洗垢覓瘡瘢。

226  必也關天命,今冬更試看。盲兒射雀目,偶中亦非難。



[서판전비약書判全非弱] 글과 글씨는 모자라지 않았는데

[혐신부득관嫌身不得官] 생긴 것 변변찮아 벼슬 얻지 못했구려

[전조피유절銓曹被拗折] 꼼꼼한 관리 만나 뜻 꺾이고 말았는데

[세구멱창반洗垢覓瘡瘢] 묵은 때 씻어내듯 흉터를 찾아냈다네



[필야관천명必也關天命] 이는 필시 하늘의 뜻이었을 테지만

[금동갱시간今冬更試看] 올 겨울에 시험 다시 치러보게나

[맹아사작목盲兒射雀目] 눈 먼 아이 참새 눈에 활을 쏘아서

[우중역비난偶中亦非難] 우연히 맞는 수가 없지는 않을 테니

▸  

▸銓曹(전조): 고급 관리의 인선을 관장하는 기구. 구체적으로는 이부吏部를 가리킴

▸拗折(요절): 꺾임. 즉 시험에 떨어짐

▸瘡瘢(창반): 흉터, 상처, 백성들의 고통스러운 삶



시험의 주요 목적을 머리에 든 기량만을 겨뤄보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는 고대의 인재 선발 기준에 비춰보더라도

외모와 언변 또한 채용의 중요한 기준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산의 시가 천 년 넘는 옛 시절의 이야기인 것 같지만

당시의 기준이 여전히 오늘날의 인재선발기준의 일각을 차지하고 있다.

인재채용과 관련하여 당대에 회자되던 말이 있었다.

바로 ‘인고마대人高馬大’와 ‘상모당당相貌堂堂’이었는데

체중이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에도 선발에서 제외되었다고 하니

그때도 지금처럼

키 크고 체구 당당한 것이 인물 됨을 결정하는 중요 요소였음이 분명하다.

턱없는 꿈을 꾸었던 것도 아니고

상당한 기량을 갖추고도 외모 때문에 꿈이 꺾였다면

당사자에게 해줄 수 있는 한마디 말은 자명하다.

실패는 성공을 키우는 자양분이다. 꿈은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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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  貧驢欠一尺,富狗剩三寸。若分貧不平,中半富與困。

228  始取驢飽足,卻令狗饑頓。為汝熟思量,令我也愁悶。



[빈려결일척貧驢欠一尺] 가난한 집 나귀는 한 자가 모자라고

[부구잉삼촌富狗剩三寸] 넉넉한 집 개는 세 치가 남아도네

[약분빈반평若分貧不平] 가난을 돕는 게 고르지 못하다니

[중반부여곤中半富與困] 부자 살림 반은 잘라 가난한 집에 주면



[시취려포족始取驢飽足] 배고픈 나귀 비로소 배부르다 하겠지만

[각령구기돈卻令狗饑頓] 개는 오히려 배가 고파 쓰러진다 하겠지

[위여숙사량爲汝熟思量] 그대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야 할 일이듯

[영아야수민令我也愁悶] 내게도 시름과 고민 쌓이는 일이라오



▸分(분): 주다, 베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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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  柳郎八十二,藍嫂一十八。夫妻共百年,相憐情狡猾。

230  弄璋字烏cY,擲瓦名婠妠。屢見枯楊荑,常遭青女殺。



[유랑팔십이柳郞八十二] 유가 신랑은 여든에서 두 살을 더 먹었고

[남수일십팔藍嫂一十八] 남가 신부는 이제 겨우 열여덟 살이라네

[부처공백년夫妻共百年] 이들이 부부 되어 백 년 함께 살기로 하고

[상련정교활相憐情狡猾] 서로를 사랑하기 여우처럼 약삭빨랐다네



[농장자오⊡弄璋字烏⊡] 아들을 낳았을 땐 오머시기라 이름 짓고

[척와명완납擲瓦名婠妠] 딸을 보았을 땐 이름을 포동이라 지었네

[누견고양제屢見枯楊荑] 아쉽게도 마른 버들 새싹을 여러 차례 보았지만

[상조청녀살常遭靑女殺] 언제나 서리를 만나면 죽고 말았다네



▸弄璋(농장)~擲瓦(척와): 고대 중국에서 아들을 낳으면 구슬(璋) 장난감을 주고, 딸이 태어나면 실패(瓦) 장난감을 준 고사를 인용한 것임



▸婠妠(완납): 어린아이가 통통하게 살이 올라 예쁜 모양



▸枯楊(고양): 마른 버들. 여기서는 80세를 넘긴 신랑을 가리킴



▸靑女(청녀): 서리, 또는 서리를 관장하는 여신을 말하지만

                      여기서는 18세의 어린 신부를 가리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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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  大有饑寒客,生將獸魚殊。長存磨石下,時哭路邊隅。

232  累日空思飯,經冬不識襦。唯齎一束草,並帶五升麩。



[대유기한객大有饑寒客] 춥고 배고픈 사람들이 아주 많네

[생장수어수生將獸魚殊] 사냥하고 낚시해서 사는 이들이네

[장존마석하長存磨石下] 오랫동안 바위 아래서 어렵게 지내다가

[시곡로변우時哭路邊隅] 때때로 길모퉁이에서 소리 내서 우네



[누일공사반累日空思飯] 밥 먹지 못하는 날 늘어만 가고

[경동불식유經冬不識襦] 속옷도 모른 채 겨울을 나네

[유계일속초唯繼一束草] 물려받은 건 오로지 풀 한 묶음뿐

[병대오승부並帶五升麩] 한 가지 더 있다면 밀기울 두 되

▸  

▸襦(유): 속옷



▸一束草(일속초): 한 묶음의 풀.  《통전通典∙관직전官職傳》에 ‘孫晨爲功曹十月, 有槁一束 暮臥其中(손신이란 사람이 공조 벼슬을 한 열 달 동안 마른 짚 한 다발로 살았는데 밤에는 그것을 덮고 잤다).’는 기록이 있다.  《통전通典》은 당나라의  재상 두우杜佑가 중국의 상고시대부터 중당대에 이르기까지 제도사를 정리한 것이고,  공조功曹는 관원을 관리하고 제사,  예악, 학교, 선거, 표소表疏, 의술과 점술, 고과, 장례 등에 관한 업무를 관장하는 벼슬이다.



▸麩(부): 밀을 빻아 밀가루를 얻고 남은 찌꺼기인 밀기울



가난을 부끄럽게 여기는 이들이 부자가 될 마음을 낸다.

가진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이들 또한 가난한 살림을 꿈꾼다.

부자 되기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닌 것처럼

가난도 결코 아무나 즐길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둘 중에 누가 더 자유로울까?

답을 궁금해하는 사람은 아직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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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  赫赫誰壚肆,其酒甚濃厚。可憐高幡幟,極目平升斗。

234  何意訝不售,其家多猛狗。童子欲來沽,狗咬便是走。



[혁혁수로사赫赫誰壚肆] 훌륭하다 이곳이 누구네 술집인가

[기주심농후其酒甚濃厚] 이 집 술은 진하고 맛도 좋다지

[가련고번치可憐高幡幟] 높이 내건 깃발 사랑스럽고

[극목평승두極目平升斗] 암만 봐도 되나 말 속이지 않네



[하의아부수何意訝不售] 그런데 어쩐 일로 손님이 없나

[기가다맹구其家多猛狗] 그 집에 사나운 개가 있어서

[동자욕래고童子欲來沽] 아이가 술 사러 오고 싶어도

[구교편시주狗齩便是走] 개한테 물릴까 봐 도망간다네





▸壚肆(노사): 술 파는 집(=노저壚邸, 노두壚頭)

▸壚는 罏(고대에 술집에서 술독을 놓아두던 흙으로 만든 탁자)와 통함



▸幡幟(번치): 깃발  



▸《한비자 韓非子 외저설우상 外儲說右上》에 나오는 이야기를 인용한 것이다. 춘추시대 송나라에 술을 파는 사람이 있었다. 되나 말을 속이지 않고 정성껏 손님을 맞았으며 맛 좋은 술을 빚어놓고 멀리서도 볼 수 있게 깃발을 높이 내걸었다. 손님들의 평도 좋아서 장사가 잘 되었다. 주인은 술 빚는 양을 많이 늘렸다. 그리고 가게를 지키기 위해 사나운 개 한 마리를 데려왔다. 그런데 어느 때부턴가 가게를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결국에는 제 날짜에 팔리지 못한 술이 신맛을 내면서 변해버렸다. 이상하게 여긴 주인이 마을 어른인 양천楊倩을 찾아가 까닭을 물었다. 양천이 “그 집에 사나운 개가 있는가?” 라고 물었고 주인이 그렇다고 하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그 개를 무서워하기 때문이네. 어떤 사람이 아이를 시켜 술을 사오게 했는데 그 아이가 개에게 물려 혼이 났고, 그것이 소문이 나서 다른 사람들이 술집에 가지 않게 되었겠지. 그래서 술맛이 시어버린 것일 테고.” 한비자는 이 이야기를 빗대 나라 안에도 술집의 개처럼 나랏일을 그르치는 벼슬아치들이 있는 것을 경계하게 했다. ‘구맹주산狗猛酒酸’이란 고사성어는 이 이야기에서 유래한 것이다.  

‘내가 곧 이곳의 얼굴’이라는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남에게 묻기 전에 내가 그렇게 살았는지 물어보면 솔직히 자신이 없다.

내게도 저 술집의 개처럼 산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의식적으로 위악을 지으며 살기도 했을 것이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말과 표정과 몸짓을 짓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내가 몸담았던 조직,

내가 어른이었던 집안에 멍이 들고 그늘이 생겼을 것이다.

그러고도 술 맛이 신 것을 남 탓이라 생각하며 살았을 것이다.

오늘 또 내게 묻는다.

“너는 지금도 무서운 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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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  籲嗟濁濫處,羅剎共賢人。謂是等流類,焉知道不親。

236  狐假師子勢,詐妄卻稱珍。鉛礦入爐冶,方知金不知。



[검색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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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차탁람처吁嗟濁濫處] 혼탁하고 막돼먹은 세상에서는

[나찰공현인羅刹共賢人] 어진이와 악귀가 섞여 사나니

[위시등류류謂是等流類] 하는 말로 그 둘이 다를 게 없다 하니

[언지도불친焉知道不親] 그 도가 서로 먼 걸 어찌 알겠나



[호가사자세狐假師子勢] 여우가 사자의 위세를 빌어

[사망각칭진詐妄卻稱珍] 망령되게 짐승들의 왕처럼 구네

[연광입로야鉛礦入爐冶] 납 든 돌은 용광로에 넣어보고서야

[방지금부진方知金不眞] 비로소 금 아닌 걸 알게 되느니  



▸吁嗟(우차): 감탄사(吁)와 발어사(嗟)



▸羅刹(나찰): 모든 악한 귀신의 총칭. 또는 푸른 눈, 검은 몸, 붉은 머리털을 하고서 사람을 잡아먹으며 지옥에서 사람을 못살게 군다는 귀신  



▸鉛礦(연광): 납이 든 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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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  田家避暑月,鬥酒共誰歡。雜雜排山果,疏疏圍酒樽。

238  蘆莦將代席,蕉葉且充盤。醉後支頤坐,須彌小彈丸。



[전가피서월田家避暑月] 더울 때를 피해 온 시골집에서

[두주공수환斗酒共誰歡] 한 말 술 누구와 함께 즐길까

[잡잡배산과雜雜排山果] 이런저런 산과실 늘어놓고서

[소소위주준疏疏圍酒樽] 듬성듬성 술독들 둘러놓고서



[노소장대석蘆莦將代席] 거친 갈대로 자리를 대신하고

[초엽차충반蕉葉且充盤] 술상 대신 파초 잎 펼쳐 놓았네

[취후지이좌醉後支頤坐] 술 취해 턱 괴고 앉아 있자니

[수미소탄환須彌小彈丸] 수미산이 총알보다 작아 보이네



▸酒樽(주준): 술독, 술항아리



▸須彌(수미): 수미산. 수미산은 고대 인도에서 세계의 한가운데에 높이 솟아 있다고 하는 산으로, 그 높이가 8만 유순(由旬: 1 유순은 4백리)이고 물 속으로도 8만 유순이며, 가로의 길이도 또한 이와 같다고 했다. 큰 물건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도 쓰인다.  



▸支(지): 지탱하다. 버티다. 괴다. ‘搘(지: 괴다)’로 쓴 자료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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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  個是何措大,時來省南院。年可三十餘,曾經四五選。

240  囊裏無青蚨,篋中有黃絹。行到食店前,不敢暫回面。



[개시하조대個是何措大] 행색 초라한 저 선비가 누구이길래

[시래성남원時來省南院] 때때로 남원에 와 인사방을 보는가

[연가삼십여年可三十餘] 나이는 삼십을 훌쩍 넘겼고

[증경사오선曾經四五選] 시험에 합격한 것도 벌써 네댓 차례



[낭리무청부囊裡無靑蚨] 주머니 속에는 땡전 한푼 없지만

[협중유황견篋中有黃絹] 상자 속엔 언제나 책이 들어있네

[행도식점전行到食店前] 길을 가다 음식점 앞을 지날 때면

[불감잠회면不敢暫回面] 잠시도 얼굴 돌려 다른 데를 못 보나니



▸羅刹(나찰): 모든 악한 귀신의 총칭. 또는 푸른 눈, 검은 몸, 붉은 머리털을 하고서 사람을 잡아먹으며 지옥에서 사람을 못살게 군다는 귀신    



▸措大(조대): 가난뱅이 서생(=초대醋大)을 가리키며

독서인이나 관원을 경멸하는 투로 일컫는 말로

나중에는 과거에는 합격했지만 벼슬을 얻지 못한 가난한 선비를 일컫는 말이 되었다.



명明의 사조절謝肇浙은 《오잡조五雜俎》에서

“今人以秀才爲措大, 措醋也, 蓋取寒酸之味

(오늘날 사람들이 수재를 조대라고 부르는데

‘조措’는 ‘초醋’를 말하는 것이니 궁색한 형편을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南院(남원): 관리의 이동 내용을 게시하던 곳



▸靑蚨(청부): 물벌레의 일종으로

그 피를 돈에 발라두면 그 돈이 도로 돌아온다는 데서

구리로 만든 돈을 이렇게 부르기도 했다.



▸黃絹(황견): 누런 비단. 여기서는 책의 뜻으로 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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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  為人常吃用,愛意須慳惜。老去不自由,漸被他推斥。

242  送向荒山頭,一生願虛擲。亡羊罷補牢,失意終無極。



[위인상흘용爲人常吃用] 언제나 남에게 먹히며 사는 사람

[애의수간석愛意須慳惜] 모름지기 스스로 아끼며 사랑하게

[노거부자유老去不自由] 늙고 나선 맘대로 되는 것 없고

[점피타추척漸被他推斥] 차츰차츰 사람들에게 버림받나니



[송향황산두送向荒山頭] 황산으로 한번 보내지고 나면

[일생원허척一生願虛擲] 평생의 소원도 헛것으로 내쳐지고

[망양파보뢰亡羊罷補牢] 소 잃고 외양간 고쳐보려 하지만

[실의종무극失意終無極] 실망과 낙담은 그 끝이 없으리니  



▸吃用(흘용): 먹히다

▸慳惜(간석): 아끼고 사랑하다

▸推斥(투척): 꺾이어 물러남

▸荒山(황산): 황폐한 산, 또는 아주 곤궁한 지경

▸虛擲(허척): 헛것으로 던져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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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  浪造凌霄閣,虛登百尺樓。養生仍夭命,誘讀詎封侯。

244  不用從黃口,何須厭白頭。未能端似箭,且莫曲如鉤。



[낭조릉소각浪造凌霄閣] 아까운 줄 모르고 능소각을 짓고

[허등백척루虛登百尺樓] 헛되게 백 척 높이 다락을 오르네

[양생잉요명養生仍夭命] 양생을 잘해도 결국에는 죽고 말고

[유독거봉후誘讀詎封侯] 책 읽는 누구나 벼슬하지는 못하네



[불용종황구不用從黃口] 어리석은 어린아이 따를 필요 없고

[하수염백두何須厭白頭] 머리 세고 늙는다고 싫어할 것 없네

[미능단사전未能端似箭] 화살처럼 곧게 살지는 못하더라도

[차막곡여구且莫曲如鉤] 그렇다고 낚시처럼 굽어서도 안되네  





▸ 浪(랑): 함부로, 마구



▸凌霄閣(능소각): 위魏나라 명제明帝 때 세운 누각의 이름.

그러나 특정한 누각을 지칭한 것으로 보지 않아도 무방하다.



《신수기搜神記》 권6卷六 「연소생응燕巢生鷹」

魏黃初元年, 未央宮中有鷹, 生燕巢中, 口爪俱赤. 至靑龍中, 明帝爲凌霄閣, 始構, 有鵲巢其上. 帝以問高堂隆, 對曰: 「詩云: 『惟鵲有巢, 惟鳩居之.』 今興起宮室, 而鵲來巢, 此宮室未成, 身不得居之象也.」

위문제魏文帝(조비曹丕) 황초黃初 원년에 미앙궁의 제비집에서 사는 매 한 마리가 있었는데 부리와 발톱이 모두 붉었다. 청룡靑龍 연간에 이르러 명제明帝(조예曹叡)가 능소각凌霄閣을 지으려고 서까래를 올렸는데 까치가 그 위에 집을 지었다. 명제가 천문을 보는 고당륭高堂隆에게 이에 대해 묻자 고당륭이 답했다. “시경(소남召南 작소鵲巢)에서 이르기를 ‘惟鵲有巢, 惟鳩居之(까치가 집을 지으니 비둘기가 와서 사네)’라고 했습니다. 지금 궁실을 짓는데 까치가 와서 둥지를 튼 것은 이 궁실이 완성되지 못하고 몸도 들어가 살지 못하리라는 것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명제가 이를 듣고 불쾌하게 여겼으나 공사는 곧 흐지부지되어버렸다)



▸詎(거): 어찌, 진실로, 적어도



▸黃口(황구): 《공자가어孔子家語》에서 유래한 것으로, 어린아이 또는 미숙한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孔子見羅雀者, 所得皆黃口小雀. 夫子問之曰: 「大雀獨不可得, 何也?」 羅者曰: 「大雀善驚而難得, 黃口貪食而易得. 黃口從大雀則不得, 大雀從黃口亦不得.」 孔子顧謂弟子曰: 「善驚以遠害, 利食而忘患, 自其心矣, 而以所從爲禍福, 故君子愼其所從. 以長者之慮, 則有全身之階; 隨小人之戆, 則有危亡之敗也.」

공자가 새 잡는 사람을 보니 잡은 것이 주둥이가 노란 어린 새끼뿐이었다. 그래서 그 까닭을 물었더니 새 잡는 사람이 “큰 새는 잘 놀라서 잡기 어렵고, 새끼들은 먹이를 탐하므로 잡기가 쉽다. 새끼라도 큰 새를 따라다닐 때는 잡기 어렵고, 큰 새가 새끼를 따라다닐 때도 역시 어렵다”고 대답했다. 공자가 제자를 돌아보며 말했다. “잘 놀라서 해로움에서 멀어지고 먹을 것을 탐하느라 환난을 잊는 것이니 그 마음을 따르는 것으로 화와 복이 결정되므로 군자는 그 따름에 신중해야 한다. 어른의 사려를 따르면 온몸에 안전함이 있을 것이요, 아이의 어리석음을 따르면 위태로운 패망에 이르게 된다.”

  



▸端似箭(단사전): 곧기가 화살과 같다.

《논어論語》 「위령공衛靈公」편에 나오는 “곧구나, 사어史魚여, 나라에 도道가 있어도 화살과 같고, 나라에 도가 없어도 화살과 같구나” 라는 대목을 인용한 것이다.

直裁史魚! 邦有道, 知矢; 邦無道, 知矢. 君子哉蘧白玉! 邦有道, 則仕; 邦無道, 則可卷而懷之.

자구로 보면 사어와 백옥은 같지 않았다. 사어는 나라에 도가 있을 때도 없을 때도 곧기가 한결같아 바른 말을 했지만, 백옥은 나라에 도가 바로 섰을 때 나아가 벼슬을 하고 나라 안에 도가 무너졌을 때는 자기 뜻을 가슴속에 감춰두었다. 그래서 공자가 사어는 화살 같다고 한 것이고 백옥은 군자라고 한 것이다.



▸曲如鉤(곡여구): 낚싯바늘과 같이 굽음. 후한後漢 순제順帝 때, 궁 밖 거리에서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 가사에 “直如弦死道邊, 曲如鉤反封侯(곧기가 악기의 줄 같으면 길가에서 죽고, 굽기가 낚시바늘 같으면 도리어 벼슬길로 나아간다)”라고 한 것을 인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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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  雲山疊疊連天碧,路僻林深無客游。遠望孤蟾明皎皎,近聞群鳥語啾啾。老夫獨坐棲青嶂,少室閑居任白頭。可嘆往年與今日,無心還似水東流。



[운산첩첩연천벽雲山疊疊連天碧] 구름 낀 산 겹겹이 푸른 하늘에 닿아있고

[노벽림심무객유路僻林深無客游] 깊은 숲 후미진 길에는 오가는 이도 없네

[원망고섬명교교遠望孤蟾明皎皎] 멀리로는 휘영청 밝은 달을 보고

[근문군조어추추近聞群鳥語啾啾] 가깝게는 귀 기울여 새들의 소리 듣네



[노부독좌서청장老夫獨坐棲靑嶂] 늙은이 혼자 푸른 산을 병풍 삼아 살고

[소실한거임백두少室閑居任白頭] 갖춘 것 드문 방에서 한가롭게 늙어가네

[가탄왕년여금일可嘆往年與今日] 가버린 세월과 오늘을 한탄할 수도 있으련만

[무심환사수동류無心還似水東流] 지을 것 없는 이 마음 바다로 가는 물과 같네



▸蟾(섬): 달, 달빛



▸東流水(동류수): 중국 땅의 강들은 대부분 동쪽으로 흘러(서출동류西出東流) 바다로 들어간다. 우리 세시풍속에도 ‘동류수’에 대한 기호가 남달라서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거나 그 물로 장을 담그면 좋다고 했다. 음양오행이라는 측면에서도 ‘동류수’는 서쪽을 상징하는 ‘금金’과 동쪽을 상징하는 ‘목木’ 사이에서 금생수金生水, 수생목水生木의 오행순행을 따를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산은 이런 것보다는 모든 물이 동쪽으로 흘러 바다로 들어가서 이루는 ‘大海一味(바닷물은 모두 한맛)’와 같은 분별없는 경지를 닮아보고자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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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  富貴疏親聚,只為多錢米。貧賤骨肉離,非關少兄弟。

247  急須歸去來,招賢閣未啟。浪行朱雀街,踏破皮鞋底。



[부귀소친취富貴疏親聚] 잘살고 귀히 되면 친척들이 다 모이니

[지위다전미只爲多錢米] 돈과 쌀이 창고에 가득해서 그렇고

[빈천골육리貧賤骨肉離] 못살고 하찮으면 골육들도 멀어지니

[비관소형제非關少兄弟] 형제가 꼭 적어서만 그런 것도 아니네



[급수귀거래急須歸去來] 서둘러 전원으로 돌아가게나

[초현각미계招賢閣未啟] 초현각은 열리지 않을 거라네

[낭행주작가浪行朱雀街] 헛되이 도성에서 명리를 좇다 보면

[답파피혜저踏破皮鞋底] 신고 다닌 가죽신 바닥이나 닳겠지



▸疎親(소친): 가까운 일가와 촌수가 먼 일가



▸招賢閣(초현각): 연燕나라 소왕昭王이 부국강병의 꿈을 이루기 위해

상국相國 곽위郭隗의 제안을 받아들여

역수易水 가에 초현대招賢臺를 높이 짓고

천하의 현사를 불러모았다는 고사를 인용한 것임



▸朱雀街(주작가): 당나라 수도 장안長安의 번화가로

명예와 이익을 추구하는 장소라는 것을 가리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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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  我見一癡漢,仍居三兩婦。養得八九兒,總是隨宜手。

249  丁防是新差,資財非舊有。黃蘗作驢鞦,始知苦在後。



[아견일치한我見一癡漢] 내가 본 어리석은 사내 하나는

[잉거삼량부仍居三兩婦] 여자 두셋과 살림을 차리고

[양득팔구아養得八九兒] 자식을 열 가까이 낳아 기르면서

[총시수의수總是隨宜手] 언제나 마음대로 자기 편하게 살았다



[정방시신차丁防是新差] 식솔들 나이가 차 새 살림을 낼 때도

[자재비구유資財非舊有] 재물과 살림살이 옛 것이 아니었다

[황벽작려추黃蘖作驢鞦] 황벽으로 마소 밀치 만든 격이라

[시지고재후始知苦在後] 나중 고초 있다는 것을 늦게야 아네



▸丁防(정방): 고대에 남자가 병역의 의무를 지게 되는 나이 열여섯에 이르는 것. ‘정호丁戶’라고 쓴 자료도 있음



▸黃蘗 (황벽): 나무 이름. 운향과의 낙엽 활엽 교목으로 나무껍질은 코르크를 만들거나 약재로 사용한다. 깊은 산의 비옥한 땅에서 자라고 한국과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驢鞦(여추): 말이나 당나귀의 안장이나 소의 길마에 걸고 꼬리 밑에 거는 좁다란 나무막대기로 이름은 밀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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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  新穀尚未熟,舊穀今已無。就貸一斗許,門外立踟躕。

251  夫出教問婦,婦出遣問夫。慳惜不救乏,財多為累愚。



[신곡상미숙新穀尙未熟] 햇곡식은 아직 익지 않았고

[구곡금이무舊穀今已無] 묵은 곡식은 벌써 바닥이 났네

[취대일두허就貸一斗許] 다만 한 말이라도 꾸어볼까 나섰지만

[문외립지주門外立踟躕] 남의 집 문 밖에서 망설이고 섰네



[부출교문부夫出敎問婦] 사내는 나와서 안식구한테 물어보라 하고

[부출견문부婦出遣問夫] 부인은 오더니 바깥양반에게 물어보라네

[간석불구핍慳惜不救乏] 아까운 줄만 알고 가난 구할 줄 모르니

[재다위루우財多爲累愚] 어리석은 이에게는 재물이 짐만 되도다



▸斗(두): 도량형 말. 당나라 때의 1斗(말)는 5.944리터



▸踟躕(지주): 주저함. 머뭇거림



▸累愚(루우): 어리석은 이의 근심과 짐.

《한서漢書》에 소광疏廣 부자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그 중에 “賢而多財, 則損其志; 愚而多財, 則益其過. 累, 猶負也. 累愚, 爲愚者之累也

(현명하면서 재물이 많으면 그 뜻을 해치게 되고, 어리석으면서 재물이 많으면 그 과실이 늘어난다. ‘누累(포개다, 쌓다)’는 오히려 짐이요 근심이다.



‘누우累愚’란 어리석은 이에게 근심과 짐이 되는 것을 말한다.”는 언급이 나온다.



漢宣帝元康三年(前六三年), 太子太傅疏廣對他的兒子疏受說: “吾聞 ‘知足不辱, 知止不殆’, 今仕宦至二千石, 官成名立, 如此不去, 懼有後悔.” 疏受當時任太子少傅, 父子皆爲親近大臣, 位高權重. 但是他們商量商量就上書皇帝求退休養病. 皇帝賞賜了許多黃金, 送歸鄕里養老. 疏廣父子歸鄕後, 叫家人賣掉黃金, 每天置辦酒宴, 請族人, 故舊相與娛樂. 有人勸疏廣拿黃金爲子孫置些産業, 疏廣說: “我難道老胡塗了不念及子孫嗎? 我家原有些舊田産, 子孫勤勞耕耘, 足以養家, 跟普通人一樣生活. 現在再增添田産就是多餘的了, 只會使子孫變懈怠懶惰而已.” 接著說道: “賢而多財, 則損其志; 愚而多財, 則益其過. 況且富人是衆人怨恨的對象, 我不想增加子孫的罪過又讓他們招怨. 我與大家一起快快樂樂地過晩年, 不也很好嗎?” 一席話說得人人心悅誠服.

한선제 원강 3년(B.C. 63),  태자대부 소광이 아들(실제로는 조카) 소수에게 말했다.  “내가 듣기로 ‘지자불욕하고 지지불태(知足不辱, 知止不殆: 만족한 것을 알면 욕됨이 없고 그칠 것을 알면 위태롭지 않다)’ 라고 했다. 지금 벼슬의 녹봉이 2천 석에 이르러 직위는 오를 만큼 오르고 이름도 세울 만큼 세웠다. 지금 이 같은데 물러나지 않으면 후회가 있을 게 두렵다.” 소수는 당시 태자소부를 맡아 부자가 모두 대신의 반열에 올라 자리는 높고 권세는 막중했다. 그들 부자는 협의한 뒤에 황제에게 병을 핑계로 물러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황제는 황금을 하사하며 이들이 고향으로 내려가 여생을 편안히 보낼 수 있게 했다. 소광 부자는 귀향 후에 식구들을 시켜 황금을 팔아 매일 주연을 베풀게 하고 친족들을 초청하여 즐겁게 지내도록 했다. 어떤 사람이 소광에게 그 황금은 자손들을 위해 써야 하지 않겠느냐고 권하자 소광이 말했다. “내가 설마 멍청해서 자손들을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겠지요? 우리 집에는 원래 전부터 땅이 조금 있었습니다. 자손들이 열심히 농사를 짓는다면 집안을 돌보고 보통사람들처럼 살 만큼은 됩니다. 지금 여기에 땅을 더 보탠다면 여유가 많아져서 단지 자손들을 게으르게 만들 뿐입니다.” 그러면서 이어서 말했다. “현명하면서 재산이 많으면 그 뜻을 해치게 되고, 어리석으면서 재물이 많으면 그 과실이 늘어날 뿐입니다. 하물며 부자들은 일반 백성들의 원한의 대상입니다. 나는 자손들의 죄과가 늘어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또 그들이 원한을 사게 되는 것도 원하지 않습니다. 나와 여러분이 함께 즐겁게 만 년을 보내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함께 자리하고 있던 사람들이 그 말에 크게 감동하여 마음으로 흡족하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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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  大有好笑事,略陳三五個。張公富奢華,孟子貧轗軻。

253  只取侏儒飽,不憐方朔餓。巴歌唱者多,白雪無人和。



[대유호소사大有好笑事] 세상에 가소로운 얘기 여럿 있지만

[약진삼오개略陳三五個] 그 가운데 몇 가지만 말해보려네

[장공부사화張公富奢華] 술도가 장공 글 몰라도 부자로서 호사했고

[맹자빈감가孟子貧轗軻] 세상을 가르친 맹자는 평생 동안 가난했네



[지취주유포只取侏儒飽] 배부른 주유의 웃음을 사주면서

[불련방삭아不憐方朔餓] 배고픈 방삭의 바른말은 흘려들었네

[파가창자다巴歌唱者多] 시중의 하리파인下里巴人 따라 부르는 이 많아도

[백설무인화白雪無人和] 고아한 양춘백설陽春白雪 화답하는 이 없네  



▸張公(장공): 전국시대 말기에 연횡책連衡策을 주장하여 진秦나라로부터 많은 봉록을 받은 장의張儀를 말한다. 장의는 위대한 사상은 없었지만 세치 혀로 부귀영화를 누렸다.  그러나 위대한 사상가였던 맹자는 부국강병정책을 원하는 시대에 왕도정치를 주장하여 제후들이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써 은거하며 제자를 길렀다.



▸轗軻(감가): 길이 험하여 수레가 잘 나아가지 못하는 것

또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아니하는 것을 가리킨다.

두보杜甫는 그의 「취시가醉時歌」 중에서 ‘德尊一代常坎軻/名垂萬古知何用

(덕을 따르는 이의 일생은 곤고하나니/만고에 이름 남겨 무엇 하겠소’라고 읊었다.



▸侏儒(주유)와 方朔(방삭): 주유는 진秦나라 궁중에서 우스개소리를 잘 하던 키가 아주 작은 예인 우전優旃을 말한다. 이에 반해 동방삭은 영웅적 기질을 타고났으나 끝내는 은둔의 삶을 살았다. 웃음을 팔아 잘살게 된 예인과 바른말을 함으로써 배척당한 경세가의 비교되는 풍자적으로 묘사한 것이다.



▸巴歌(파가)와 白雪(백설): 전국시대 송옥宋玉이 초楚나라 양왕襄王에게 한 말 중에 “파인의 노래는 저속하지만 그가 노래할 때 화답하는 사람이 수천 명이고,  백설의 거문고 곡조는 그 가락이 고상하지만 화답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한 것을 인용한 것이다.  「하리파인下里巴人」은 본래 전국시대 초나라의 민간에서 부르던 통속적인 가곡이었고,  이와 달리 「춘양백설春陽白雪」은 고아한 악곡이었다.



전국시대 초나라 송옥宋玉의 <대초왕문對楚王問>에는

초양왕과 송옥의 나눈 대화가 들어있다.



송옥宋玉의 《대초왕문對楚王問》

楚襄王問於宋玉曰 : “先生其有遺行與? 何士民衆庶不譽之甚也!” 宋玉對曰: “唯, 然, 有之. 願大王寬其罪, 使得畢其辭:  客有歌於郢中者, 其始曰 『下里巴人』, 國中屬而和者數千人; 其爲 『陽阿薤露』, 國中屬而和者數百人; 其爲 『陽春白雪』, 國中屬而和者不過數十人; 引商刻羽, 雜以流徵, 國中屬而和者不過數人而已. 是其曲彌高, 其和彌寡. 故鳥有鳳而魚有鯤. 鳳凰上擊九千里, 絶雲霓, 負蒼天, 翺翔乎杳冥之上; 夫蕃籬之鷃, 豈能與之料天地之高哉!  鯤魚朝發崑崙之墟, 暴鬐於碣石, 暮宿於孟諸; 夫尺澤之鯢, 豈能與之量江海之大哉! 故非獨鳥有鳳而魚有鯤也, 士亦有之. 夫聖人瑰意琦行, 超然獨處, 夫世俗之民, 又安知臣之所爲哉!”

초양왕이 송옥에게 물었다. “내 듣자니 선생에 관한 좋지 않은 말들이 많던데 이게 모두 그대의  언행이 단정하지 못한 데서 나온 것 아니겠소?” 송옥이 이에 대답해 말했다. “그럴 수 있겠습니다. 왕께서저의 죄를 관대히 여겨주신다면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외지 사람이 영도(郢都: 초나라 수도로 지금의 호북성湖北省 서쪽)에 와서 초나라 민요를 부르는데  그 노래가 「하리파인」이라 따라 부르는 초나라 사람이 수천 명이나 되었습니다.  노래를 바꿔 「하양해로」를 부르자 초나라 사람 중에 따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수백은 되었습니다. 그런데 「춘양백설」을 부르자 초나라 사람 중에 들을 수 있는 이가수십 명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다시 더 고아하고 조예가 깊은 악곡을 부르자 나라 안에 알아듣는 이가 겨우몇 명밖에 없었습니다. 곡의 수준이 높아서 따라 부를 수 있는 이가  드물었던 것입니다.  새 중에도 봉황이있고 물고기에도 곤이 있습니다.  봉황은 한번 날아 오르면 구천 리를 가는데 하늘을 지고 구름과 무지개를 건너며 아득한 하늘 위를 날아갑니다.  울타리에나 기대 사는  메추리  따위가 어찌 그 높은 하늘을 함께 날수 있겠습니까?  곤어는 아침에 곤륜산에 있는 터를 떠나면 갈석산에서 지느러미를 말리고 저녁이 되면 맹제에서 잡니다. 조그마한 못에 사는 잔고기들이 어떻게 강과 바다의 크기를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새 중에 봉황이 있고 물고기 중에 곤이 있는 것이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선비도 그렇습니다. 무릇 성인의 아름다운 행동은 우뚝함이 있습니다. 어떻게 세속의 무리들이 신이 하는 바를 알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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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  老翁娶少婦,發白婦不耐。老婆嫁少夫,面黃夫不愛。

255  老翁娶老婆,一一無棄背。少婦嫁少夫,兩兩相憐態。



[노옹취소부老翁娶少婦] 늙은 영감이 젊은 색시를 아내로 맞으니

[발백부불내發白婦不耐] 남편의 흰머리를 아내가 참아주지 않고

[노파가소부老婆嫁少夫] 나이든 할멈이 젊은 사내에게 시집가니

[면황부불애面黃夫不愛] 아내의 누런 얼굴 남편이 싫어했다네



[노옹취노파老翁娶老婆] 영감이 할멈을 아내로 맞자

[일일무기배一一無棄背] 무엇 하나 버리거나 등돌릴 일 없고

[소부가소부少婦嫁少夫] 젊은 처자가 젊은 사내에게 시집가니

[양양상련태兩兩相憐態] 둘이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사는구나



▸棄背(기배): 버리고 등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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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  雍容美少年,博覽諸經史。盡號曰先生,皆稱為學士。

257  未能得官職,不解秉耒耜。冬披破布衫,蓋是書誤己。



[옹용미소년雍容美少年] 기품 있고 온화하고 잘생긴 소년

[박람제경사博覽諸經史] 경전과 역사책을 두루 읽었네

[진호왈선생盡號曰先生] 하나같이 그 사람을 선생이라 부르고

[개칭위학사皆稱爲學士] 세상에선 그런 그를 학자라고 일컫네



[미능득관직未能得官職] 그런데도 관직 하나 얻지 못했고

[불해병뢰사不解秉耒耜] 밭 갈고 김매기도 할 줄 모르네

[동피파포삼冬披破布衫] 겨울에도 떨어진 베옷이나 입으니

[개시서오기蓋是書誤己] 모두 이게 책이 그르친 몸인 것이네

▸  

▸雍容(옹용): 의젓하고 점잖다. 온화하고 기품이 있다.

▸經史(경사): 경서 經書와 사기史記를 일컫는 말  

▸耒耜(뇌사): 쟁기와 보습. 혹은 밭 같고 김매는 것을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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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  鳥語情不堪,其時臥草庵。櫻桃紅爍爍,楊柳正毿毿。

259  旭日銜青嶂,晴雲洗淥潭。誰知出塵俗,馭上寒山南。



[조어정불감鳥語情不堪] 새소리에 우짖는 맘 바꿔먹고

[기시와초암其時臥草庵] 누워있다 일어나 암자에 보니

[앵도홍삭삭櫻桃紅爍爍] 앵두는 알알이 붉게 익었고

[양류정삼삼楊柳正毿毿] 버들은 긴 가지 늘어뜨렸네



[욱일함청장旭日銜靑嶂] 아침 해 햇살로 산들을 품고 햇살은 푸른 산들 잠을 깨우고

[청운세록담晴雲洗淥潭] 맑은 구름 못 물 받아 얼굴을 씻네

[수지출진속誰知出塵俗] 그 누가 알았으리 속세 떠나서

[어상한산남馭上寒山南] 말 몰아 올라와 살  한산 남쪽일줄



▸爍爍(삭삭): 번쩍번쩍 빛나는 모양

▸毿毿(삼삼): (모발이나 가지가) 가늘고 긴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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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  昨日何悠悠,場中可憐許。上為桃李徑,下作蘭蓀渚。

261  復有綺羅人,舍中翠毛羽。相逢欲相喚,脈脈不能語。



[작일하유유昨日何悠悠] 지나버린 날들은 얼마나 아득한가

[장중가련허場中可憐許] 생각하면 모두가 애틋한 일들이네

[상위도리경上爲桃李徑] 위에 가선 복사꽃 오얏꽃 사이로 길을 내고

[하작난손저下作蘭蓀渚] 아래로 와선 물가에 난초와 창포 심었지



[부유기라인復有綺羅人] 거기에 또 아름다운 여인이 있어

[사중취모우捨中翠毛羽] 집안에서 취모우 나부끼듯 했지

[상봉욕상환相逢欲相喚] 불러보고 싶은 맘 굴뚝같았지만

[맥맥불능어脈脈不能語] 애태워 바라볼 뿐 말 못하고 말았지  



▸蘭蓀渚(난손저): 난초꽃과 창포꽃이 핀 물가

▸綺羅人(기라인): 비단옷을 차려 입은 여인, 곧 아름다운 여인



▸翠毛羽(취모우): 원래는 물총새의 깃 또는 고운 털로 만든 귀중한 장식품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전구와 호응하여 역시 아름다운 여인을 가리킴



▸脈脈(맥맥): 눈빛으로 은근한 마음을 나타내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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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  丈夫莫守困,無錢須經紀。養得一牸牛,生得五犢子。

263  犢子又生兒,積數無窮已。寄語陶朱公,富與君相似。



[장부막수곤丈夫莫守困] 장부여, 곤궁함을 고집하지 말고

[무전수경기無錢須經紀] 돈 없어도 반드시 큰 뜻을 갖게

[양득일자우養得一牸牛] 암소 한 마리만 길러도

[생득오독자生得五犢子] 새끼 다섯 마리는 얻을 것이고



[독자우생아犢子又生兒] 새끼가 다시 새끼를 낳다 보면

[적수무궁이積數無窮已] 그 수가 자꾸 늘어 끝이 없으리

[기어도주공寄語陶朱公] 도주공 그대에게도 한마디 함세

[부여군상사富與君相似] 내 재산도 그대 것 못지 않다네  



▸經紀(경기): 어떤 포부를 갖고 일을 계획하고 처리함



▸陶朱公(도주공): 춘추시대 초나라 사람 범려范蠡(BC536~BC448)를 말한다. 자는 소백少伯이고 치이자피鴟夷子皮 혹은 도주공陶朱公 등의 다른 이름이 있다. 생졸 연도는 불확실하다. 역사상 이른 시기의 유명한 정치가이며 군사전략가이고 경제학자였다. 출신이 빈한했으나 총명하여 청년기에 이미 위로는 천문에서 아래로는 지리에 이르기까지 배움을 꿰뚫었고 문무겸비의 경륜을 갖췄다. 월왕越王 구천勾踐을 도와 오왕吳王을 격파하고 패업을 달성하게 한 후에는 이름과 성을 숨기고 다른 나라로 가버렸다. 월나라를 떠나 있던 범려는 월나라에서 함께 일한 대부 문종文種에게 서신을 보냈다. “하늘을 날던 새를 잡고 나면 활은 거둬 감춰지고, 토끼를 잡고 나면 사냥하던 개는 삶아져 먹히게 됩니다. 월왕은 목이 길고 입이 새의 부리를 닮았으며 매처럼 보고 이리처럼 걷습니다. 그런 사람과는 어려움은 함께 할 수 있어도 즐거움은 함께 할 수 없습니다. 그대가 물러나지 않는다면 장차 그대를 해하게 될 것입니다

(高鳥已散, 良弓將藏; 狡兔已盡, 良犬就烹. 夫越王為人, 長頸鳥喙, 鷹視狼步, 可與共患難而不可共處樂, 子若不去, 將害於子).” 애석하게도 문종은 범려가 서신에 적은 대로 따르지 않았고, 그는 결국 월왕의 의심을 사 목숨을 잃었다. 문종과 달리 세상 사는 이치에 밝았던 범려는 패업을 이룬 뒤에 권력의 주변에서 시비가 많이 생길 것을 예상하고 월나라를 떠났다. 전하는 이야기로는 바다로 나아가 제齊나라 땅에 도착한 범려는 그곳에서 경영과 농업과 상업으로 그때마다 큰 재산을 모았다. 그러나 ‘금전金錢’이라는 두 글자를 담백하게 여길 줄 아는 인물이었던 그는 세 차례 모두 일군 재산을 가난한 친구들과 소원한 친척들에게 나눠주었다. 최후로 큰 재산을 모은 범려는 도읍陶邑이란 곳에 거처를 정하고 스스로 도주공陶朱公이라고 칭하며 살았다. 그가 큰 부를 이뤘을 때, 노魯나라 사람 의돈猗頓이 그를 찾아와 부자가 되는 방법을 묻자 범려가 ‘암소 다섯 마리를 기르라’고 알려주었고, 이 말을 듣고 따른 의돈은 십 년 뒤에 큰 부자가 되었다. 이후로 사람들이 천하의 부자를 말할 때 도주陶朱 또는 의돈猗頓이라고 했다. 또 하나 다른 이야기에 따르면 그가 이름을 바꿀 때, 자기가 월나라에서 도망쳐 나온 것을 생각해서 성을 ‘도陶(逃)’라 했고, 높은 관직에 있을 때 항상 붉은 옷을 입었던 것을 생각해서 이름을 ‘주(朱)’라고 했으며, 벼슬이 공작에 이르렀으므로 도주공陶朱公이라고 했다는 것인데, 아무래도 억지스럽게 꾸며진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든다. 후대의 상인들이 범려의 상을 세우고 그의 공덕을 기리며 재신財神으로 받들어 모셨다. 한산의 시는 이 고사를 인용한 것이다.



탁발을 나간 붓다에게 한 브라흐민이 나무라듯 말했다.

자기는 밭을 갈고 씨를 뿌린 후에 먹는다는 것,

그러니 당신도 밭을 갈고 씨를 뿌려서 직접 챙겨 먹으라는 말이었다.

이 말에 대해 붓다는 아래와 같은 게송으로 답한다.

믿음은 씨앗이며 고행은 빗줄기이며

지혜는 나의 멍에와 쟁기이며

마음은 멍에의 끈이며 부끄러움은 막대기이며

마음을 챙기는 것은 보습과 소몰이 막대일세

몸을 단속하고 말을 조심하고 음식을 알맞게 먹네

진심은 나의 제초기이며 온화함은 멍에를 벗는 것이로세

정진은 짐을 진 나의 소이며

정진은 나를 속박으로부터 안온한 곳으로 이끌어가네

쉼 없는 정진으로 슬픔 없는 곳에 이르고

밭갈이를 마치면 불사의 열매를 거두어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나네

- 쌍윳따니까야: 7 브라흐마나 쌍윳따 2:1

일아스님, 「한 권으로 읽는 빠알리 경전」중에서, 1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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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  之子何惶惶,卜居須自審。南方瘴癘多,北地風霜甚。

265  荒陬不可居,毒川難可飲。魂兮歸去來,食我家園葚。



[之子何惶惶 지자하황황] 그대는 무엇 때문에 허둥대는가

[卜居須自審 복거수자심] 집터를 잡을 때는 잘 생각해야 하네

[南方瘴癘多 남방장려다] 남방은 풍토병이 많은 곳이고

[北地風霜甚 북지풍상심] 북쪽 땅은 바람서리 심한 곳이네



[荒陬不可居 황추불가거] 땅이 거칠면 살 수가 없고

[毒川難可飮 독천난가음] 물이 나쁘면 마실 수가 없네

[魂兮歸去來 혼혜귀거래] 혼이여, 이제 그만 돌아와

[食我家園葚 식아가원심] 우리 집 뽕밭에서 오디나 따 드시게



▸之子(지자): 이 사람(= 차인 此人)

▸獐癘(장려): 풍토나 기후가 나빠 생기는 병. 중국측 자료에서는 ‘瘴癘’라고 씀

▸葚(심): 오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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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  昨夜夢還家,見婦機中織。駐梭如有思,擎梭似無力。

267  呼之回面視,況復不相識。應是別多年,鬢毛非舊色。



[작야몽환가昨夜夢還家] 어젯밤 집에 가는 꿈을 꾸었네

[견부기중직見婦機中織] 아내는 베틀에서 배를 짜고 있었네

[주사여유사駐梭如有思] 북을 내려놓을 땐 생각에 잠기는 듯

[경사사무력擎梭似無力] 북을 들어 놀릴 때는 힘이 없는 듯



[호지회면시呼之回面視] 부르는 소리에 고개 돌려 날 보고도

[황부불상식況復不相識] 넋 나간 사람처럼 알아보지 못했네

[응시별다년應是別多年] 떨어져 지낸 날 너무 길어 그런가

[빈모비구색鬢毛非舊色] 아내도 귀밑머리 옛날 같지 않았네  



▸梭(사): 베를 짤 때 쓰는 북, 씨올의 실꾸리를 넣어두는 베틀의 기구

▸擎(경): 들다, 들어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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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  人生不滿百,常懷千載憂。自身病始可,又為子孫愁。

269  下視禾根土,上看桑樹頭。秤錘落東海,到底始知休。



[인생불만백人生不滿百] 기껏해야 백 년도 채 못 살면서

[상회천재우常懷千載憂] 언제나 천 년 근심 품고 지내네

[자신병시가自身病始可] 자기 몸에 난 병 다 낫지도 않아

[우위자손수又爲子孫愁] 더하여 자손 아플 걱정을 하네



[하시화근토下視禾根土] 아래로는 벼의 뿌리를 보고

[상간상수두上看桑樹頭] 위로는 뽕나무 우듬지를 보네

[칭추락동해秤錘落東海] 동쪽 바다에서 떨어트린 저울추가

[도저시지휴到底始知休] 바닥에 닿고서야 비로소 쉴 것을 아네

▸  

▸秤錘(칭추): 저울추, 분동(分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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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  世有一等流,悠悠似木頭。出語無知解,云我百不憂。

271  問道道不會,問佛佛不求。子細推尋著,茫然一場愁。



[세유일등류世有一等流] 세상에서 알아주는 일류라는 이가

[유유사목두悠悠似木頭] 생각 없이 지내는 게 나무토막 같네

[출어무지해出語無知解] 말 꺼내면 무지가 드러나는데

[운아백불우云我百不憂] 말로는 걱정 하나 없다고 하네



[문도도불회問道道不會] 도를 물으면 도에 대해 아는 게 없고

[문불불불구問佛佛不求] 부처를 물어도 부처에게서 구한 것이 없네

[자세추심착子細推尋著] 이리보고 저리보고 살펴보았더니

[망연일장수茫然一場愁] 멍청하기 한 무더기 근심덩어리네



▸悠悠(유유): 터무니없다

▸木頭(목두): 나무를 다듬을 때 목재의 끄트머리를 잘라낸 토막

▸茫然(망연): 아무 생각 없이 멍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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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  董郎年少時,出入帝京里。衫作嫩鵝黃,容儀畫相似。

273  常騎踏雪馬,拂拂紅塵起。觀者滿路傍,個是誰家子。



[동랑년소시董郞年少時] 동랑은 그 나이 어려서부터

[출입제경리出入帝京裡] 황제 사는 궁성을 드나들었네

[삼작눈아황衫作嫩鵝黃] 입은 옷은 새끼오리 털로 지었고

[용의화상사容儀畫相似] 얼굴까지 잘생겨 그림 같았네



[상기답설마常騎踏雪馬] 언제나 말굽 흰 답설마를 타고 다녀

[불불홍진기拂拂紅塵起] 그가 지나간 자리에는 먼지 일었네

[관자만로방觀者滿路傍] 구경하는 사람들 길 메우고 서서

[개시수가자個是誰家子] 뉘 집 아들이냐고 수군거렸다네



嫩鵝(눈아): 새끼 거위



▸踏雪馬(답설마): 네 발굽이 눈처럼 흰 말. 《이아爾雅》에 ‘四蹢皆白首, 俗呼爲踏雪(네 굽이 모두 흰 것을 ‘수首’라고 하는데 민간에서는 ‘답설마踏雪馬’라고 부른다).’는 구절이 있다.



▸董郞(동랑): 한漢나라 애제哀帝  때의 동현董賢(BC22~AD1)을 말한다.  자는 성경聖卿이고 운양雲陽(지금의 산시성陝西省 순화淳化) 사람이다. 어사 동공董恭의 아들로 대단한 미남이었다.  애제의 총애를 받아 22세 때 벼슬이 대사마에 올랐다. 친족과 처족들이 두루 벼슬을 살았고 집안 노복들도 황제의 상을 받을 정도로 국정 농단이 심했다.  애제 사후에 권세를 잃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세상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아 병 없이 죽었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그에 대한 사람들의 원망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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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4  個是誰家子,為人大被憎。癡心常憤憤,肉眼醉瞢瞢。

275  見佛不禮佛,逢僧不施僧。唯知打大臠,除此百無能。



[개시수가자個是誰家子] 저 아이가 누구네 자식이길래

[위인대피증爲人大被憎] 사람들이 볼 때마다 밉다 말할까

[치심상분분癡心常憤憤] 어리석은 마음에 언제나 화만 내고

[육안취몽몽肉眼醉瞢瞢] 두 눈은 술에 취해 흐리멍덩하네



[견불불례불見佛不禮佛] 부처를 보아도 절할 줄 모르고

[봉승불시승逢僧不施僧] 스님을 만나도 쌀 한 톨 시주 않네

[유지타대련唯知打大臠] 오로지 아는 것은 고기 많이 먹는 것

[제차백무능除此百無能] 그밖에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네



▸肉眼(육안): 눈, 대상의 겉모습만을 보는 보통사람들의 눈을 말한다.

불교에서 말하는 눈에는 육안에 이어 수행의 단계에 따라

천안天眼, 혜안慧眼, 법안法眼, 불안佛眼의 5안五眼으로 안목이 확대된다.

육안은 가시적인 물질인 색色만을 보고,

천안은 인연과 인과의 원리에 따라 이뤄진 현상적인 차별을 볼 뿐 실체를 못보고,  

혜안은 공空의 원리는 보지만  중생을 이롭게 하는 도리는 못보고,

법안은 다른 이를 깨달음에 이르게 할 수는 있지만

가행도加行道를 모르고,

불안 佛眼은 그 모든 것을 보고 모든 것을 다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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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  人以身為本,本以心為柄。本在心莫邪,心邪喪本命。

277  未能免此殃,何言懶照鏡。不念金剛經,卻令菩薩病。



[인이신위본人以身爲本] 사람은 몸을 그 근본으로 삼고

[본이심위병本以心爲柄] 근본은 마음을 자루로 삼네

[본재심막사本在心莫邪] 마음이 삿되지 않아야 근본이 살고

[심사상본명心邪喪本命] 마음이 삿되면 타고난 목숨을 잃네



[미능면차앙未能免此殃] 이 재앙을 피하지 못하고서야

[하언라조경何言懶照鏡] 거울 보는 걸 어떻게 게으르다 하랴

[불념금강경不念金剛經] 금강경 가르침을 떠올리지 않으면

[각령보살병卻令菩薩病] 급기야는 보살도 병이 나고 말지니



▸金剛經(금강경): 금강반야바라밀경金剛般若波羅密經을 줄여 부른 것이다.

반야, 곧 지혜의 본체는 금강석처럼 단단하여 어떤 번뇌도 깨트릴 수 있고

또한 어떤 선하지 못한 것들도 함부로 어지럽힐 수 없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나타냄  



마음 한번 잘 먹으면 있는 곳이 극락이고

반대로 한마음 잘못 먹으면 지옥으로 떨어진다.

지옥이 번뇌고 보리가 극락일 것이니

마음이 우리 삶의 급과 질을 결정하는 관건인 것이다.

화합된 모든 것이 공한 것인 바에

세월과 함께 몸 부실해지는 것이야 당연할 것인데

날마다 거울을 들여다 보면서 주름살 늘어가는 것을 한탄이나 하는 것은

그야말로 남원북철南轅北轍 같은 어리석은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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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8  城北仲家翁,渠家多酒肉。仲翁婦死時,吊客滿堂屋。

279  仲翁自身亡,能無一人哭。吃他杯臠者,何太冷心腹。



[성북중가옹城北仲家翁] 성 북쪽에 중씨 노인 살고 있었는데

[거가다주육渠家多酒肉] 그 집에는 언제나 술과 고기 많았네

[중옹부사시仲翁婦死時] 마나님이 먼저 세상 떠났을 때는

[조객만당옥弔客滿堂屋] 문상객이 온 집 안에 가득하더니



[중옹자신망仲翁自身亡] 중씨 노인 당신이 죽었을 때는

[능무일인곡能無一人哭] 슬피 울어주는 이 하나 없었네

[흘타배련자吃他杯臠者] 그에게서 술과 고기 얻어먹은 이들

[하태냉심복何太冷心腹] 어찌 그리 뱃속이 차기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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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  下愚讀我詩,不解卻嗤誚。中庸讀我詩,思量雲甚要。

281  上賢讀我詩,把著滿面笑。楊修見幼婦,一覽便知妙。



[하우독아시下愚讀我詩] 어리석은 사람들은 내 시를 읽고

[불해각치초不解卻嗤誚] 알지도 못하면서 욕하거나 웃을 것이고

[중용독아시中庸讀我詩] 글 깨나 아는 이는 내 시를 읽고

[사량운심요思量云甚要] 깊이 생각한 뒤에 요긴하다 말할 테지만



[상현독아시上賢讀我詩] 지혜로운 이들은 내 시를 읽고

[파착만면소把著滿面笑] 반가워서 얼굴 가득 웃음 번지리

[양수견우부楊修見幼婦] 그 옛적 양수는 유부幼婦라는 비문에서

[일람변지묘一覽便知妙] 단박에  한 글자 알아냈던 묘妙이 던가



▸嗤誚(치초): 웃고 꾸짖음. 즉 비웃음



▸楊脩見幼婦(양수견유부): 《세설신어世說新語》에서 전하는 조조와 양수에 관한 이야기에 이런 것이 있다. 한번은 조조가 양수와 함께 강남에서 효행의 상징이자 수신水神이 된 조아曹娥의 비석을 지나가다가 비석에 쓰인 ‘황견유부외손제구黃絹幼婦外孫韲臼’ 여덟 글자를 보고 양수에게 해석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양수가 해석할 수 있다고 하자 조조가 자기도 생각해보겠다고 말하지 못하게 했다. 그로부터 삼십 리를 더 걸어간 뒤에 조조가 이제야 알았다고 하면서 양수에게 그 뜻을 적어보라고 했다. 양견이 써준 내용은 이랬다. “黃絹色絲也, 於字爲絶. 幼婦少女也, 於字爲妙. 外孫女子也, 於字爲好. 韲臼受辛也, 於字爲辭. 所謂絶妙好辭也(황견은 색실을 말하는 것이니 글자로는 ‘절絶’이 되고, 유부는 어린 여자를 말하니 글자로는 ‘묘妙’가 되며, 외손은 딸의 아들을 말하니 글자로는 ‘호好’가 되고, 절구통은 고통(辛) 받는 것(受)을 말하니 글자로는 ‘사辭’가 됩니다. 그러니 이들을 모두 합하면 ‘절묘호사絶妙好辭’가 되는 것입니다).” 조조는 자기의 재주가 양수에 미치지 못함을 알았다. 한산은 이 같은 절묘호사의 고사를 인용하여 어진 이들이 자기 시에 담긴 뜻을 알아볼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양수楊脩와 조조曺操

동한東漢 말년에 양수 楊脩라는 문사가 있었다. 재사민첩하고 기지발랄한 인물로 조조 군중의 모사가 되어 조조를 대신해서 문서를 처리하는 일을 맡고 있었다. 한번은 조조가 처소 뒤편에 화원을 만들었는데 낙성식을 할 때 조조가 한번 둘러보고 난 다음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화원의 문 위 ‘활活’ 한 글자를 서놓았다. 공인들이 그 뜻을 몰라 양수에게 물었다. 양수가 공인들에게 말해주었다.

“문門 안에 활活 자를 더해놓았으니 ‘활闊’이 되는 것인데 승상께서 그대들에게 화원의 문을 더 크게 만들라는 말씀인 것 같소.”

공인들이 그때서야 알아듣고 돌아가서 새로 화원의 문을 크게 만들고, 완공하고 나서 조조에게 다시 봐줄 것을 청하자 조조가 둘러보고 물었다.

“누가 내 뜻을 알아차린 것인가?”

주위에 있던 이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양주부에게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조조가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으나 속으로는 싫은 마음이 생겼다.

또 한 번은 멀리 북쪽 변방에 사는 어떤 사람이 조조에게 술 한 통을 보내왔다. 맛을 본 조조가 자기 주위에 있는 문신과 무신들의 기지를 시험해볼 요량으로 술통 위에 ‘일합소一合酥’ 세 글자를 적어서 문무대신들에게 내려 보냈다. 대신들은 술통 앞에 모여 그 뜻을 알아내려고 하였으나 끝내 알아내지 못하고 양수를 불러 물어보았다. 양수가 와서 통 위의 글자를 보더니 여러 사람들에게 그릇을 나눠주고 먹어보게 했다. 사람들이 양수에게 물었다.

“우리가 어떻게 감히 위왕의 것을 먹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러자 양수가 말했다.

“위왕께서 우리에게 한 사람이 한 입씩 먹어보라고 하셨는데요?”

그곳에 있던 사람들 모두 양수의 총명함에 놀랐다. 나중에 조조가 그 연유를 묻자 양수가 말했다.

“통 위에 분명히 한 사람이 한 입씩 소를 맛보라고 적어두셨는데 어찌 감히 승상의 명령을 듣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조조가 얼굴로는 웃고 있었지만 역시 속으로는 질투하는 마음이 생겼다.

조조는 의심이 많아서 평소에도 주위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나는 꿈속에서도 자주 살인을 한다.

내가 잠들어 있을 때는 너희들도 절대 가까이 있지 말라.”

하루는 조조가 잠을 자다가 고의로 바닥에 떨어졌다. 옆에서 시위하던 환관이 깜짝 놀라서 조조를 바로 눕히려고 다가서자 조조가 벌떡 일어나더니 칼을 뽑아 그를 찌른 후에 다시 침대 위로 올라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잠을 잤다. 잠에서 깬 조조가 마치 꿈을 꾸기라도 한 것처럼 물었다.

“누가 오늘 근무하던 내시를 죽였는가?”

사람들이 본 대로 사실을 고하자 조조를 통곡을 하며 죽은 이의 장사를 후하게 치르도록 했다. 사람들이 모두 조조의 몽중살인을 정말인 것처럼 생각했으나 양수 한 사람만은 조조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장례식장에서 죽은 내시의 시체를 가리키며 말했다.

“승상이 꿈을 꾼 것이 아니라 그대가 꿈 속에 있었구려.”

조조가 이 말을 전해 듣고 더욱 양수를 미워하게 되었다.

조조가 한중의 유비를 공격하려고 출병했다가 사곡계 입구에서 마초가 지휘하는 부대의 강력한 수비에 막혀 나아가지 못하고 철군을 하려 해도 촉군蜀軍의 비웃음을 살까 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때마침 요리사가 닭으로 만든 탕을 올렸다. 조조가 손에 든 닭갈비(鷄肋)를 보고 있을 때 하후돈이 장막 안으로 들어와 야간구호를 무엇으로 정할지 물었다. 조조가 바로 말했다.

“계륵鷄肋으로 하라.”

행군의 주부를 보고 있던 양수가 이 말을 듣고 돌연 행군사에게 행장을 수습하여 돌아갈 준비를 하라고 했다. 하후돈이 크게 놀라 양수를 장막 안으로 불러 물었다.

“공은 무슨 일로 행장을 수습하는 것이오?”

양수가 말했다.

“오늘의 야간군호를 보니 위왕께서 조만간 철군하실 듯합니다. 계륵이란 먹으려 하면 먹을 것이 없지만 버리기에는 그 맛이 괜찮은 편입니다. 지금 군은 전투를 벌여 이기는 것도 없고 물러서려 해도 사람들의 비웃음을 살까 망설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로울 게 없을 때는 빨리 돌아감만 못합니다. 내일 필시 위왕께서 철군을 지시하실 것입니다. 그래서 바쁘지 않게 미리 행장을 준비해두는 것입니다.”

“공은 정말로 위왕의 폐부를 들여다보고 있구려.”

하후돈이 돌아가 행장을 수습하자 다른 장수들도 모두 돌아갈 준비를 했다. 조조가 이 같은 사정을 알고 양수를 불러 묻자 양수가 계륵의 뜻에 대해 말했다. 조조가 화를 내며 말했다.

“네가 감히 요언을 만들어 퍼뜨리다니 나와 군의 마음을 어지럽혔도다.”

그러고는 도부수를 불러 군문 밖에서 양수의 목을 치게 했다. 이같이 된 데는 양수의 어머니가 조조의 라이벌인 원술의 딸이라는 점과 양수가 조조의 아들들의 황위 계승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었던 것이 작용한 것으로 사가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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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  自有慳惜人,我非慳惜輩。衣單為舞穿,酒盡緣歌啐。

283  當取一腹飽,莫令兩腳儽。蓬蒿鉆髑髏,此日君應悔。



[자유간석인自有慳惜人] 욕심 많고 인색한 사람 있는데

[아비간석배我非慳惜輩] 자기는 쩨쩨한 사람 아니라고 하네

[의단위무천衣單爲舞穿] 남의 잔칫집에서 홑옷으로 춤추고

[주진연가쵀酒盡緣歌啐] 술이 바닥날 때까지 노래하며 마셔대네



[당취일복포當取一腹飽] 배터지게 먹을 만큼 먹고 나서는

[막령양각래莫令兩腳儽] 두 다리 피곤할까 춤도 안 추네

[봉호찬촉루蓬蒿鑽髑髏] 우부룩히 자란 쑥이 마른 해골 뒤덮고야

[차일군응회此日君應悔] 그대 응당 잘못 산 걸 후회하리라



▸儽(래): 피로하다, 고달프다.

▸蓬蒿(봉호): 쑥



▸髑髏(촉루): 죽은 사람의 두개골. 《장자莊子》 「지락편至樂篇」 첫머리에 ‘莊子之楚, 見空髑髏(장자가 초나라로 가던 중에 속이 비어있는 해골을 보았다)’는 구절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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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  我行經古墳,淚盡嗟存沒。塚破壓黃腸,棺穿露白骨。

285  欹斜有甕瓶,掁撥無簪笏。風至攬其中,灰塵亂ej々。



[아행경고분我行經古墳] 옛 사람 무덤을 지나가다가

[누진차존몰淚盡嗟存沒] 나고 죽는 것 탄식하며 눈물 흘렸네

[총파압행장塚破壓黃腸] 무덤이 무너져 겉 널을 누르고

[관천로백골棺穿露白骨] 속 널도 부서져 백골이 드러났네



[의사유옹병欹斜有甕甁] 병이며 옹기는 흩어져 있는데

[쟁발무잠홀掁撥無簪笏] 잠과 홀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네

[풍지람기중風至攬其中] 바람이 와 묘지 안을 휘젓고 가자

[회진난⊡⊡灰塵亂⊡⊡] 무상한 먼지 일어 어지러이 날리네



▸黃腸(황장): 황장제주 黃腸題湊, 즉 중국 춘추시대부터 한대 漢代에 이르기까지 귀족층에서 사용한 분묘의 형태. 옥의 玉衣, 재궁 梓宮, 편방 便房, 외장곽 外藏槨 등을 갖추고 있는데 사용자들은 황제와 그 처첩, 황실의 총신 및 제후국의 국왕 및 왕후, 그리고 특혜를 받은 훈신들이었다. ‘황장제주’ 중의 황장은 누런 심 心을 가지 ㄴ잣나무, 제 題는 나무의 뿌리부분에 가까운 곳, 주 湊는 안쪽을 향해 결합시켜 놓은 것을 말한다. 동한 東漢 때에는 황장석이 황장목으로 대체되고, 한대 이후에는 황장의 형식이 점차 사라졌다.



▸簪笏(잠홀): ‘잠簪’은 벼슬아치가 관冠에 꽂던 비녀 비슷한 것이며, ‘홀笏’은 손에 들던 것으로 직위에 따라 나무로 된 것과 상아로 된 것 등이 있다.



▸발발: 같은 글자가 반복되는 것으로 봄. ‘발 ’은 자형이 ‘土+孛’이며 옥편에 나오는 이 글자의 뜻은 ‘티끌(塵也)’ 또는 ‘티끌이 날리는 모양(塵土飛揚的樣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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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  夕陽赫西山,草木光曄曄。復有朦朧處,松蘿相連接

287  此中多伏虎,見我奮迅鬣。手中無寸刃,爭不懼懾懾。



[석양혁서산夕陽赫西山] 지는 해 서산을 붉게 물들이니

[초목광엽엽草木光曄曄] 초목들 한층 더 무성해 보이고

[부유몽롱처復有朦朧處] 빛발이 닿지 않는 으슥한 곳엔

[송라상연접松蘿相連接] 나무 감은 덩굴이 맞닿아 있네



[차중다복호此中多伏虎] 이곳에 호랑이 여러 마리 있어

[견아분신렵見我奮迅鬣] 나 보면 갈기 세워 달려들겠지

[수중무촌인手中無寸刃] 작은 칼 한 개도 든 게 없는데

[쟁불구섭섭爭不懼懾懾] 어떻게 두렵잖다 할 수 있으리



▸曄曄(엽엽): 시상이 뛰어나고 성盛함(= 엽연曄然)

▸奮迅(분신): 맹렬한 힘으로 떨쳐 일어남

▸ 鬣(엽): 머리털이 선 모양, 갈기를 세운 모양

▸懾懾(섭섭): 무서워하고 두려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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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  出身既擾擾,世事非一狀。未能舍流俗,所以相追訪

289  昨吊徐五死,今送劉三葬。終日不得閑,為此心淒愴。



[출신기요요出身旣擾擾] 어울리는 삶이 분주해지는 것은

[세사비일상世事非一狀] 세상 일 어느 것도 같지 않아서네

[미능사류속未能捨流俗] 사람들 하는 것을 버려두지 못하면

[소이상추방所以相追訪] 서로간에 오감이 생기고 마네



[작조서오사昨吊徐五死] 어제는 서오가 죽어 조문하고 왔고

[금송유삼장今送劉三葬] 오늘도 유삼이를 땅에 묻어 보냈네

[종일부득한日日不得閒] 어느 하루 한가한 때 낼 수 없으니

[위차심처창爲此心淒愴] 이 때문에 마음까지 슬퍼지고 마네

▸  

▸擾擾(요요): 소란스럽고 혼란한 모양



▸徐五(서5)와 劉三(유5):

구체적인 대상을 지칭한 것이라기보다는 ‘아무개’라는 부정칭으로 쓴 것임.

시를 쓸 때 운을 따져 그렇게 쓴 것일 수도 있음

(장3이4張三李四와 같은 용법으로 볼 수도 있음).



▸日日(일일): ‘종일終日’로 쓰는 자료도 있음

▸悽愴(처창): 처참하다. 비통하다. 몹시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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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  有樂且須樂,時哉不可失。雖雲一百年,豈滿三萬日。

291  寄世是須臾,論錢莫啾唧。孝經末後章,委曲陳情畢。



[유락차수요有樂且須樂] 즐거운 일 있거든 마땅히 즐겨야 하네

[시재불가실時哉不可失] 때라는 것은 잃어서는 안 되는 것이네

[수운일백년雖云一百年] 말로는 비록 백 년을 산다 해도

[기만삼만일豈滿三萬日] 어떻게 삼만 날을 채울 수가 있겠는가



[기세시수유寄世是須臾] 세상에 기대 사는 날 잠깐뿐이니

[논전막추즉論錢莫啾唧] 돈에 대해 이러니 저러니 말할 것 없네

[효경말후장孝經末後章] 효경의 맨 마지막 상친장喪親章에는

[위곡진정필委曲陳情畢] 죽은 뒤에 해야 할 일 다 말해두었네



▸時哉不可失(시재불가실): 《상서尙書》- 주서周書 – 태서泰誓 상편上篇에 나오는 말이다. 주周나라 무왕武王이 은殷의 주왕紂王을 토벌하기 전에 ‘時哉弗可失(천시와 민심이 함께 하는 때를 놓쳐서는 안 된다)’이라는 구절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원문보기 ☞)  



▸啾唧(추즉): 찌르륵. 짹짹. 찍찍(벌레나 새가 조그맣게 우는 소리)



▸孝經末後章(효경말후장): 《효경孝經》의 상친장喪親章을 말하며, 이곳에는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어떻게 상례를 치러야 하는지에 대한 상세한 기술이 있다. 그 장의 맨 마지막에는 “生事愛敬, 死事哀戚(살아 계실 때는 사랑과 공경으로 섬기고, 돌아가셨을 때는 슬픔과 설움으로 섬기라).”는 내용이 있다.



▸委曲(위곡): 전말, 자초지종, 속사정,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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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2  獨坐常忽忽,情懷何悠悠。山腰雲縵縵,穀口風颼颼。

293  猿來樹裊裊,鳥入林啾啾。時催鬢颯颯,歲盡老惆惆。



[독좌상총총獨坐常忽忽] 혼자 앉아있을 때도 언제나 허둥지둥

[정회하유유情懷何悠悠] 가슴 속에 품은 생각 어찌 그리 많은가

[산요운만만山腰雲漫漫] 산허리 두른 구름 느긋하게 흐르는데

[곡구풍수수谷口風颼颼] 골짜기 어귀에는 바람소리 바쁘네



[원래수요뇨猿來樹嫋嫋] 잔나비는 나무에 올라 깩깩거리고

[조입림추추鳥入林啾啾] 새들은 숲에 들어 짹짹거리네

[시최빈삽삽時催鬢颯颯] 시간에 쫓긴 머리칼은 색 바래가고

[세진로추추歲盡老惆惆] 세월 다한 얼굴에는 주름 깊어졌네



▸怱怱(총총): 몹시 급하고 바쁜 모양

▸悠悠(유유): 셀 수 없이 많은

▸漫漫(만만): 느긋하다. 여유 있다. 유유하다(縵縵으로 쓴 자료도 있음)

▸颼颼(수수): 휘잉(바람소리 또는 빗소리)

▸嫋嫋(요뇨): 소리가 가늘고 길게 이어지는 것을 말함(요뇨裊裊로 쓴 자료도 있음)

▸啾啾(추추): 찍찍. 짹짹(많은 새가 우짖는 소리)



▸颯颯(삽삽): 쏴쏴. 솨솨(바람소리, 여기서는 세월 따라 머리카락이 희끗희끗 변해가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말로 쓰임)



▸惆惆(추추): (얼굴에 주름이 생겨서) 실망하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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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  一人好頭肚,六藝盡皆通。南見驅歸北,西風趁向東。

295  長漂如泛萍,不息似飛蓬。問是何等色,姓貧名曰窮。



[일인호두두一人好頭肚] 재간이 뛰어난 한 사람 있어

[육예진개통六藝盡皆通] 여섯 가지 재주에 모두 능했네

[남견구귀북南見驅歸北] 남으로 가는가 하면 북쪽으로 내달리고

[서풍진향동西風趁向東] 서쪽 바람 따르다가 동쪽으로 향하네



[장표여범평長漂如泛萍] 오랫동안 떠돌기 물에 뜬 평초 같고

[불식사비봉不息似飛蓬] 쉼 없이 고단하기 날리는 봉초 같네

[문시하등색問是何等色] 묻나니 이 사람이 누구인가

[성빈명왈궁姓貧名曰窮] 성은 빈 이름은 궁, 빈궁貧窮이라 하네





▸頭肚(두두): 재능이나 도량, 또는 재간



▸六藝(6예): 고대 중국에서 말하던 여섯 가지 재주.  예절(禮), 음악(樂), 활쏘기(射), 말타기(御), 글씨(書), 셈하기(數)



▸泛萍(범평)과 飛蓬(비봉) 2구: 물에 뜬 부평초나 날리는 봉초처럼 안정되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것을 말함. ‘부평전봉浮萍轉蓬’은 살 도리가 없어서 정처 없이 떠다니는 낙오된 신세를 일컫는 사자성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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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6  他賢君即受,不賢君莫與。君賢他見容,不賢他亦拒。

297  嘉善矜不能,仁徒方得所。勸逐子張言,拋卻卜商語。



[타현군즉수他賢君卽受] 다른 사람이 어질면 받아들이고

[불현군막여不賢君莫與] 어질지 않거든 함께 하지 말게

[군현타견용君賢他見容] 그대가 어질면 그가 보고 용납하겠지만

[불현타역거不賢他亦拒] 어질지 않으면 그 역시 물리칠 것이네



[가선긍불능嘉善矜不能] 잘하는 이 칭찬하고 못하는 이 도와주면

[인도방득소仁徒方得所] 어진 이로서 얻는 바가 있을 것이네

[권축자장언勸逐子張言] 권하나니 자장이 했던 말을 따르고

[포각복상어抛卻卜商語] 자하가 했던 말은 버려버리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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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子張(자장): 춘추시대 진陳나라 사람으로 성은 복성인 전손顓孫이고 이름은 사師, 자는 자장子張이다. 공자의 제자이다. 한산의 저 시는 《논어論語》 자장편子張篇에 나오는 다음 내용을 인용한 것이다. “子夏之門人, 問交於子張. 子張曰: 子夏云何? 對曰: 子夏曰, 可者與之, 其不可者拒之. 子張曰: 異呼吾所聞. 尊賢而容衆, 嘉善而矜不能, 我之大賢與 於人何所不容 我之不賢與 人將拒我 如之何其拒人也(자하의 문인들이 자장에게 벗을 사귀는 것에 대하여 물었다. 자장이 그들에게 자하는 어떻게 말하더냐고 물었다. 자하의 문인들이 벗할만하면 함께 하고 벗할만하지 않거든 함께 하지 말라고 했다고 대답했다. 자장이 그 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가 들은 것과 다르구나. [군자는] 어진 이를 존경하고 대중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하며, 잘하는 이를 칭찬하고 못하는 이를 불쌍히 여길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니, 내가 크게 어질다면 사람을 대함에 용납하지 못할 것이 무엇이며, 내가 어질지 못하다면 사람들이 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니 내가 어떻게 사람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할 수 있겠는가).”



▸卜商(복상): 공자의 유명한 제자 자하子夏의 이름이다. 공자의 뛰어난 제자 10명을 이르는 공문십철孔門十哲(덕행德行의 안연顔淵, 민자건閔子騫, 염백우冉伯牛, 중궁仲弓, 언어言語의 재아宰我와 자공子貢, 정사政事의 염유冉有와 자로子路, 문학文學의 자유子游와 자하子夏) 중의 한 명이다.



▸유유공존類類共存, 모든 것은 서로 섞여 함께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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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  俗薄真成薄,人心個不同。殷翁笑柳老,柳老笑殷翁。

299  何故兩相笑,俱行譣詖中。裝車競嵽嵲,翻載各瀧涷。



[속박진성박俗薄眞成薄] 세상 인심 정말로 야박하구나

[인심개부동人心個不同] 사람 맘이 저마다 다르거니와

[은옹소유로殷翁笑柳老] 은씨네는 유씨네를 비웃고

[유로소은옹柳老笑殷翁] 유씨네는 은씨네를 조롱하는구나



[하고양상소何故兩相笑] 어째서 두 사람이 서로 비웃겠는가

[구행험피중俱行譣詖中] 둘 모두 비뚤어진 생각 가져 그렇네

[장거경체얼裝車競嵽嵲] 수레를 몰면서 거친 길에서 다투면

[번재각농동翻載各瀧涷] 실은 짐을 엎거나 함께 물에 빠진다네



▸譣詖(험피): 마음이 비뚤어지고 바르지 못함(= 불평정不平正)



▸嵽嵲(체얼): 높은 산 또는 산의 높은 곳을 말함. 두보杜甫의 시 『자경부봉선현영회오백자自京赴奉先縣詠懷五百字』에 ‘凌晨過驪山, 御榻在嵽嵲(이른 새벽에 여산을 지나니 / 폐하 계신 곳이 저 높은 곳이겠지)’라는 구절이 있음



▸瀧涷(농동): ‘물기에 축축하게 젖은 모양’이라는 뜻에서

‘나무나 풀이 바람에 불려 쓰러지거나

남의 권세에 눌려 여러 사람이 굴복하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확대되어 쓰이기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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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是我有錢日,恆為汝貸將。汝今既飽暖,見我不分張。



[시아유전일是我有錢日] 이전에 내게 돈이 있었을 때는

[항위여대장恆爲汝貸將] 네가 원하면 언제라도 꾸어주었지

[여금기포난汝今旣飽暖] 너 이제 배부르고 등 따뜻해졌는데

[견아불분장見我不分張] 나를 보고도 나눠줄 줄 모르는구나  



▸飽暖(포난): 배부르게 먹고 따뜻하게 입음  





보은報恩은 글자와 소리가 모두 곱다.

눈으로 읽을 때는 가슴이 젖고 입으로 읽으면 온기가 느껴진다.

그럴 수 있는 것은 이 말에 두 개의 아름다운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베푸는 마음이고 또 하나는 잊지 않고 갚는 마음이다.

같은 음소로 구성되었으면서도

배은背恩이란 말에서 느끼는 것과는 너무 다르다.



배은이란 말에도 두 개의 마음이 관련되어 있지만

하나는 사랑이 변해서 미워하는 마음이 되어버렸고

또 하나는 고마움을 잊어버리고도 미안해하지 않는 돌 같은 마음이다.

그래서 배은을 말할 때는 저절로 몸이 굳는다.

보은과 배은의 관계에서 한 가지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보은은 반드시 보은으로 갚아지지 않는 때가 있어도

배은은 언제고 예외 없이 배은으로 되갚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니 은혜를 베푼 이는 속이 편하고

은혜를 잊은 사람은 절대로 느긋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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