挂一漏萬

2022. 10. 5. 12:14水西散人

  "만가지를 괘념하느라, 정작 중요한 한 가지를 빠뜨렸다"라는 뜻인 "괘만루일"과 "한 가지 일에 열중하느라 만 가지 일을 놓쳤다"라는 뜻인 "괘일루만"! 이 둘 중에 어느 편을 택할까? 정작 문제는 핵심 역량의 우선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 라는 각자의 가치관 문제다.

   그렇다면 나는 아무래도 "괘일루만"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만 가지 것을 잊어버리고 열중할 만큼 골돌하게 전념했다면 여한이 없지 않겠는가?

   하기야 "괘만루일"도 알고보면 놓친 한 가지가 여태 관심 갖던 만가지보다 오히려 더 애석하다는 뜻이 담겨 있을 테니까 피장파장 아닐까.



   역시 "괘일루만"을 쓴 문헌이 더 많이 남아 전해오고 있다.

   1. "신은 오랜 병으로 정신이 어두어 말에 두서가 없습니다. 그러나 얼마간 나라를 근심하는 정성만큼은 -자리에 누어 죽어가는 중에도- 또렷합니다. 그래서 간신히 붓을 들었으나 '괘일루만'인지라 모두 채택할만 한 것은 못됩니다. 하지만 성지에 대해 느낌이 있기에 황공하옵게 감히 올리나이다."(유성룡).

   2. "신이 비록 평소 꾀가 어두우나 붉은 정성을 다하여 한가지라도 얻으려는 어리석음을 따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또 아뢰는 즈음에 정신이 산란하고 말이 어눌하여 '괘일루만'일까 염려되옵니다." (이황).

   3. "나머지는 인편이 바빠서 몹시 서두르는 통에 여기까지만 쓰니 '괘일루만' 올시다. 모두 말없이 살펴두시지요.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도 -만나지 않고는 다 말하기 어려운지라- 종이를 앞에 두고 서글퍼할 뿐이외다. "(조성기).



[출처] 2017.11.30  조선일보 A37쪽 정민의 세설신어[444] 괘일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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