羣玉所記

2021. 10. 15. 15:40성리학(선비들)

군옥소기(羣玉所記)

淸陰 金尙憲

淸陰居士有章數十枚。欹劂次玉。纍纍滿函。燦然爛然。巾之襲之。閣之于金臺之山石室之內。命曰群玉之所。居士性樸拙。平生無玩好。無藏畜。獨於此嗜之。若淫者之好好色。雖有他好。不與易也。每章隨質異形。隨形異篆。隨篆異勢。異有不異。同有不同。方以盡矩。員以盡規。長者欲其狹而細。大者欲其莊而儼。瘦不失之疏。豐不失之密。曲而不畔於直。奇而不害於正。皆法也。依形肖貌。各有題品。疵美具著瑕瑜不掩。常遇晴檐暖日。掃席拂几。陳列左右。摩挲手弄。眞藝苑之淸玩。文房之祕珍也。其一曰某印者。居士姓名也。厥形方。厥篆錯。厥畫陽。四字之中三字大一字細。而狀類之玄。有地道變盈流謙之象。次曰叔度者。居士字也。厥形同上。厥書大篆。厥畫陰。古而不華。如董江都學問非不純正而少精采。曰淸陰者。居士號也。方形也。玉筯也。陽畫也。其象如二童子綴耦。間植玉戚。周庠舞勺。幼儀可觀。曰兩朝經筵近臣者。其形方而袤與上同。篆也陽也。資狀端正。如霍子孟進止有常。不失尺寸。曰明哲保身者。變倒薤法也。方也陽也。幽姿帶露。如鮫女泣別。點點成珠。曰萬頃陂水者。蚪蚪也錯也方也陽也。首尾相衘。橫亘不斷。如河出崑崙。貫中國而入于海。曰太白山人者。形方也篆上方也。畫陰畫也。陰體豐而極肥。陽界微而僅辨。宛然素質。如楊子雲閉門草玄。終歸尙白。曰住世道人者。變小篆也。陽也。形與上同。疏爽正直。如骨鯁之士。惡圓喜方。曰閑居有味者。大篆也。陽畫也。形與上同。體胖色腴。如道德和順。充實而有光輝之美。曰正坐看書者。陽之極。細爲碧落者也。一循古法。不雜新奇。如孟子論王道。世俗謂之迂闊。曰翠庭者。鳥跡而陽者也。綽約姸媚。而鋒鋩凜然。如孫夫人帳下。茜裙雪鍔。曰松柏堂者。重陽成畫。是謂刻符者也。其外則滿。其中則空。如老氏之役。虛心而實腹者。曰一釣舟者。兩儀體也。陰變欲陽。陽變欲陰。若有若無。如雷音設敎。似空非空。曰白鷗沙者。雜體也。陽也。恢奇卓詭。迥拔常倫。如曾點氣象。鳳翔千仞。曰江山之助者。陽也。形小者也。字字豪爽。如李供奉長不滿七尺。而仙風道骨。有凌霄漢出宇宙之氣。曰一塵不到處者。形與上六者同。方而以大間小。錯也陽也。旁四字極細密。中一字奇崛非常。如海賈鐵網中。七尺珊瑚樹。曰無俗軒竹映琴書者。形一圜字七陽。圜爲乾象。七爲斗數。如北斗懸空。斟酌元氣。曰岳北道人雲壑裏者。形外天內地。字陽包陰。出奇破體。如謝幼輿縱意適情。不拘繩檢。曰淸風滿室左右竹林者。書同也。錯同也。形方而長。尊陽嫐於卑陰。如謝太傅雙携婉娩。淸標雅操。不嫌風流。曰再鳴以文。賜暇東湖者。一體分形。上陽下陰。長之類也。天先於地。柔承乎剛。如子都,少君共一鹿車。淸苦之節。溫和之容。見者悅慕。曰有恒齋。曰風雅遺音。曰自是一王法。曰隔千里共明月。如此者凡八九枚。字皆瘦。形皆長。如錢樞密廷諍獨立不去。又有一古器。不知何名。上安博山。山下有臺。臺有雙股垂而人立。窽識曰焚香默坐。蓋比之盤孟之有銘。而書愈密畫愈細。如衛武公之自脩。如切如磋。治之已精而益求其精者也。茲其表表可述者。此外若干枚。箇箇精好。如入王,謝家。階庭所見。無非芝蘭玉樹。不可殫狀。嗚呼。非盡圖書之妙者。其孰能與論於此乎。聊記之。與同好者共之。

청음거사(淸陰居士)에게는 인장(印章)이 수십 개가 있다. 옥에 아로새긴 것이 차곡차곡 함 속에 가득하여 찬란한데, 그것들을 여러 겹으로 잘 싸서 금대산(金臺山)에 있는 석실 안에 보관한 다음, 옥들을 보관하는 곳이라는 뜻인 ‘군옥지소(羣玉之所)’라고 이름 붙였다. 거사는 천성이 질박하고 솔직하여 평소 취미를 가지고 수집하는 것이 없지만, 유독 이것만은 아주 좋아하여 바람둥이가 미녀를 좋아하듯 아무리 다른 좋은 것이 있더라도 바꾸려고 하지 않았다.

각 인장마다 재질에 따라 형태가 다르고, 형태에 따라 새긴 전서(篆書)의 서체가 다르며, 전서의 서체에 따라 필세(筆勢)가 다르지만, 다른 가운데 다르지 않은 것이 있고, 같은 가운데도 같지 않은 점이 있었다. 방형으로 된 것은 곱자의 제도를 다하였고 원형으로 된 것은 걸음쇠의 제도를 다하였다. 긴 것은 날렵하고 가늘게 하고자 하였고, 큰 것은 장중하고 근엄하게 하고자 하였다. 마르면서도 엉성한 잘못이 없게 하고자 하였고, 풍만하면서도 밀집된 잘못이 없게 하고자 하였다. 굽어 있으면서도 곧음과 어긋나지 않게 하고자 하였고, 기이하면서도 바름을 해치지 않게 하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모두 법도에 맞게 하였다.

형태와 모양에 따라 각자 등급을 나누었는데, 흠과 아름다움을 모두 드러내고, 잡티와 색채를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는 항상 맑은 날 처마에 따스한 햇빛이 비추면 자리를 쓸고 책상의 먼지를 턴 다음 그것들을 좌우에 진열하여 놓고 요리조리 손으로 어루만져 보았는데, 참으로 예원(藝苑)의 청완(淸玩)이요 문방(文房)의 비보(秘寶)들이었다.

‘김상헌인(金尙憲印)’이라고 새긴 것은 거사의 성명을 새긴 것이다. 그 형태는 방형이고 그 전서는 착(錯)이며 그 획은 양각이다. 네 글자 가운데 세 글자는 크고 한 글자는 작다. 그러나 형상의 미묘함은 지도(地道)가 변화해 가득 차서 겸(謙)으로 흐르는 상이 있다.

‘숙도(叔度)’라고 새긴 것은 거사의 자(字)를 새긴 것이다. 그 형태는 위와 같이 방형이고 그 서체는 대전(大篆)이며, 그 획은 음각이다. 고풍스러우면서 화려하지 않아 마치 동 강도(董江都)의 학문이 순정(純正)하면서도 정채(精彩)로움이 적은 것과 비슷하다.

‘청음(淸陰)’이라고 새긴 것은 거사의 호를 새긴 것이다. 방형이며, 옥저(玉筯)이며, 양획(陽劃)이다. 그 형상은 마치 두 어린아이가 짝을 지어 옥척(玉戚)을 세워 두고 주상(周庠)에서 작(勺)에 맞추어 춤을 추는데 그 앳된 모습이 볼만한 것과 비슷하다.

‘양조경연근신(兩朝經筵近臣)’이라고 새긴 것은 그 형태는 방형이며, 길이는 위의 것과 같다. 전서(篆書)이며 양각이다. 바탕과 모양이 단정하여 마치 곽자맹(郭子孟)이 나아가고 물러남에 있어서 일정함이 있어 한 치의 실수도 없는 것과 비슷하다.

‘명철보신(明哲保身)’이라고 새긴 것은 변형된 도해법(倒薤法)이며, 방형이고 양각이다. 은은한 자태에 이슬을 머금고 있는 것이 마치 교녀(鮫女)가 이별의 눈물을 흘릴 때 눈물방울이 알알이 진주가 되는 것과 비슷하다.

‘만경피수(萬頃陂水)’라고 새긴 것은 과두체(蝌蚪體)이며, 착이며, 방형이며, 양각이다. 시작과 끝이 서로 연결되어 끊임없이 뻗어 나가는 것이 마치 황하(黃河)가 곤륜산(崑崙山)에서 나와 중원(中原)을 관통해 흘러서 바다로 들어가는 것과 비슷하다.

‘태백산인(太白山人)’이라고 새긴 것은 형태는 방형이고 전서는 상방(上方)이며, 획은 음각이다. 음각한 글자의 모양이 풍만하여 아주 살지고, 양각의 계선(界線)은 희미하여서 겨우 분간할 수가 있다. 부드러우면서 꾸밈이 없는 것이 마치 양자운(楊子雲)이 문을 닫아걸고 《태현경(太玄經)》을 쓰다가 마침내 그대로 백색으로 돌아간 것과 비슷하다.

‘주세도인(住世道人)’이라고 새긴 것은 변형된 소전체(小篆體)이며, 양각이다. 형태는 위의 것과 같다. 시원스럽고 상쾌하며 바르고 곧은 것이 마치 꼿꼿하고 굳센 선비가 애매모호하여 둥글둥글한 것을 싫어하고 반듯하여 분명한 것을 좋아하는 것과 비슷하다.

‘한거유미(閑居有味)’라고 새긴 것은 대전이고, 양각이며, 형태는 위의 것과 같다. 글자의 체는 풍만하고 색깔은 윤이 나 아름다운 것이 마치 도덕과 화순함이 가득 차서 아름다운 빛이 나는 것과 비슷하다.

‘정좌간서(正坐看書)’라고 새긴 것은 양각의 극치이며, 가늘어서 벽락전(碧落篆)을 새겨 놓은 것이다. 한결같이 옛 법도를 따르고 새롭거나 기이한 것을 뒤섞지 않아 마치 맹자(孟子)가 왕도(王道)를 논함에 세속에서 오활하여 비현실적이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취정(翠庭)’이라고 새긴 것은 조적체(鳥跡體)이며 양각이다. 가냘프고 맵시가 있어 아름다우면서도 획의 끝이 날카로워 서늘한 것이 마치 손 부인(孫婦人)이 장막 아래에서 진홍색 치마를 입고서 눈처럼 하얀 칼날을 드러내 놓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송백당(松栢堂)’이라고 새긴 것은 중양(重陽)으로 획을 이루었는데, 이것이 이른바 각부(刻符)라고 하는 것이다. 그 바깥쪽은 가득 차 있고 그 중앙 부분은 비어 있어, 마치 노씨(老氏)가 마음을 비우고 배를 채우게 하는 것과 비슷하다.

‘일조주(一釣舟)’라고 새긴 것은 양의체(兩儀體)로 새긴 것이다. 음이 변하여 양이 되려 하고, 양이 변하여 음이 되려 하여 있는 듯 없는 듯함이 마치 뇌음(雷音)이 공(空)한 듯하나 공하지 않은 것과 비슷하다.

‘백구사(白鷗沙)’라고 새긴 것은 잡체(雜體)로 새겼으며, 양각이다. 기괴하고 매우 비정상적인 것이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 있어, 마치 증점(曾點)의 기상이 천길 허공 위에서 봉황이 날개 짓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강산지조(江山之助)’라고 새긴 것은 양각으로 새겼으며, 크기가 작은 것이다. 글자 하나하나가 호방하고 시원스러워, 마치 이 공봉(李供奉)이 키는 일곱 자도 안 되지만 선풍도골(仙風道骨)은 은하수를 건너 우주를 벗어나는 기상이 있는 것과 비슷하다.

‘일진부도처(一塵不到處)’라고 새긴 것은 형태가 위의 여섯 개 인장과 같다. 방형이면서 대자(大字)가 소자(少字) 사이에 끼어 있으며, 착이고 양각이다. 바깥쪽의 네 글자는 아주 세밀하며, 가운데 있는 한 글자는 기굴(奇崛)함이 유별나다. 이에 마치 ‘바다 상인〔海賈〕’의 철망 안에 담겨 있는 일곱 자 크기의 산호수(珊瑚樹)와 비슷하다.

‘무속헌죽영금서(無俗軒竹映琴書)’라고 새긴 것은 형태는 하나의 원형이고 글자는 일곱 개의 양각이다. 원형은 하늘의 상이며, 일곱 글자는 북두칠성(北斗七星)의 숫자이다. 이에 마치 북두칠성이 허공에 매달려 있으면서 원기를 따르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악북도인운학리(岳北道人雲壑裡)’라고 새긴 것은 형태는 바깥쪽은 하늘처럼 둥글고 안쪽은 땅처럼 모가 났다. 글자의 체는 양이 음을 감싸고 있는 특이한 파체(破體)이다. 이에 마치 사유여(謝幼輿)가 뜻 내키는 대로 행동하면서 일반적인 법도에 구애받지 않는 것과 같다.

‘청풍만실좌우죽림(淸風滿室左右竹林)’이라고 새긴 것은 글자가 모두 동일한 서체이며, 모두 착이다. 형태는 방형이면서 길다. 존귀한 양(陽)이 비천한 음(陰)을 희롱하고 있다. 이에 마치 사 태부(謝太傅)가 양쪽에 아름다운 기녀를 데리고 다니면서도 청아한 풍도와 아취 있는 지조를 지니고 있어 풍류를 혐의쩍어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재명이문사가동호(再鳴以文賜暇東湖)’라고 새긴 것은 하나의 인장을 형태를 나누어서 위는 양이고 아래는 음으로 만든 것으로, 긴 쪽에 속한다. 하늘이 땅보다 앞서고 부드러움이 강함을 받드는 것이 마치 자도(子都)와 소군(少君)이 함께 한 대의 녹거(鹿車)를 타고 다닐 때 맑고 매서운 절개와 따뜻하고 부드러운 용모를 가지고 있어 바라보는 이들이 기뻐하고 부러워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 이외에 ‘유항재(有恒齋)’니 ‘풍아유음(風雅遺音)’이니, ‘자시일왕법(自是一王法)’이니, ‘격천리공명월(隔千里共明月)’이니 하는 등의 글자를 새긴 것이 모두 여덟아홉 개인데, 글자가 모두 수척하고 형태가 모두 길쭉하여 마치 전 추밀(錢樞密)이 조정에서 간쟁하면서 홀로 서서 물러나지 않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또 하나의 고기(古器)가 있는데, 무어라고 이름해야 할지 모르겠다. 위는 박산(博山)을 안치하였으며, 산 아래에는 떠받치고 있는 대(臺)가 있으며, 대에는 두 개의 기둥이 드리워 있고 사람이 서 있다. 관지(款識)에는 ‘분향묵좌(焚香默坐)’라고 새겨져 있다. 반우(盤盂)에 있는 명(銘)에 비해 글씨가 더 촘촘하고 획이 더 세밀한 것이 마치 위 무공(衛武公)이 자신의 몸을 수양하기를 옥이나 뿔을 자르고 쪼아 잘 다듬듯이 하여 이미 정밀한데도 더욱 그 정밀함을 추구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상에서 말한 것들은 보관되어 있는 것들 가운데에서 언급해도 좋을 만큼 뛰어난 것들이며, 이 밖에 몇몇 것들도 하나하나 정밀하고 좋아, 마치 왕씨(王氏)와 사씨(謝氏)의 집에 들어가면 정원에 보이는 것이 모두 지란(芝蘭)과 옥수(玉樹)가 아닌 것이 없는 것과 비슷하여 이루 다 말할 수가 없다. 아, 도서(圖書)의 오묘함을 남김없이 아는 자가 아니면, 그 누가 이에 대해서 더불어 함께 논할 수가 있겠는가. 애오라지 이를 기록하여 동호인들과 함께 하는 바이다.

[주1]청완(淸玩) : 청아한 아취를 가진 노리개란 뜻으로, 서화(書畵)나 금석(金石), 고기(古器) 등 완상할 만한 사물을 가리킨다.

[주2]김상헌인(金尙憲印)이라고……있다 : 착(錯)은 전각을 새기는 장법(章法) 가운데 하나로, 반착(盤錯)이라고 한다. 착은 교차한다는 의미로서 인문(印文)이 한 덩어리로 뒤섞여 나타나도록 필획을 구부리거나 서로 교차시켜 생동감을 불어넣는 기법을 말한다. 양각(陽刻)은 글자가 도드라지게 새긴 것이다. 지도(地道)는 땅의 도로서, 《주역(周易)》〈겸괘(謙卦) 단(彖)〉에, “하늘의 도는 가득 찬 것을 이지러지게 하고 겸손(謙巽)한 것을 더해 주며, 땅의 도는 가득 찬 것을 변하게 하고 겸손한 데로 흐르며, 귀신은 가득 찬 것을 해치고 겸손한 것에 복을 준다.〔天道 虧盈而益謙 地道 變盈而流謙 鬼神 害盈而福謙〕” 하였다.

[주3]숙도(叔度)라고……비슷하다 : 숙도는 청음의 자이다. 대전(大篆)은 서체의 하나로, 주(周)나라 선왕(宣王) 때 사주(史籒)가 만들었다고 한다. 동 강도(董江都)는 한(漢)나라 무제(武帝) 때 강도 상(江都相)을 지낸 동중서(董仲舒)를 가리킨다. 한나라 무제가 즉위하여서 현량(賢良)과 문학(文學)의 선비를 많이 등용하였는데, 동중서는 현량으로 뽑혔다. 동중서는 하늘과 사람은 서로 감응한다는 요지로 대책을 올리면서 육예(六藝)의 과(科)와 공자(孔子)의 학술을 배우지 않은 자는 등용하지 말라고 건의하자, 무제가 동중서를 강도 상으로 임명하였다.

[주4]청음(淸陰)이라고……비슷하다 : 옥저(玉筯)는 소전체(小篆體)의 하나로, 옥저(玉箸)라고도 한다. 글자의 형태가 대칭성이 강하며, 양쪽으로 내리는 필획을 길게 하기 때문에 마치 나란히 놓인 젓가락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옥척(玉戚)은 옥으로 만든 도끼를 말한다. 작(勺)은 주공(周公)이 만들었다고 하는 악곡(樂曲)의 이름이다.

[주5]양조경연근신(兩朝經筵近臣)이라고……비슷하다 : 양조경연근신은 두 조정의 경연에서 모신 근신이라는 뜻이다. 곽자맹(霍子孟)은 한(漢)나라 때 곽광(霍光)으로, 자맹은 그의 자(字)이다. 한나라 소제(昭帝)가 죽은 뒤에 후사(後嗣)가 없었으므로 곽광이 무제(武帝)의 손자인 창읍왕(昌邑王) 유하(劉賀)를 맞이해 와 황제의 자리에 오르게 하였는데, 유하는 몹시 황음무도(荒淫無道)하였다. 이에 창읍왕을 즉위시킨 지 27일 만에 폐위시키고서 다시 무제의 증손인 유순(劉詢)을 맞이해 와 즉위시켰는데, 이 사람이 바로 선제(宣帝)이다. 곽광은 정권을 쥐고서 금위(禁闈)에 20여 년 동안 출입하였는데, 한 번도 법도를 어긴 적이 없었다고 한다.

[주6]명철보신(明哲保身)이라고……비슷하다 : 명철보신은 지혜가 뛰어나고 이치에 따라 일을 처리하여 몸을 온전하게 보전한다는 뜻이다. 도해법(倒薤法)은 전서체(篆書體) 가운데 하나이다. 교녀(鮫女)는 바다에 사는 여인을 말하는데, 이별하면서 울면 그 눈물이 구슬이 된다고 한다.

[주7]만경피수(萬頃陂水)라고……비슷하다 : 만경피수는 만 이랑의 드넓은 물이란 뜻이며, 과두문(蝌蚪文)은 황제(黃帝) 때 창힐(倉頡)이 지었다고 하는 고대 문자로, 글자의 모양이 마치 올챙이와 같이 생겨 획의 머리 부분은 굵고 끝 부분은 가는 글씨를 말한다.

[주8]태백산인(太白山人)이라고……비슷하다 : 계(界)는 글자와 글자 사이를 가르는 선으로, 계격(界格)이라고도 한다. 양자운은 한(漢)나라 성제(成帝) 때 사람인 양웅(揚雄)으로, 자운(子雲)은 그의 자이며, 성도(成都)에 살았다. 사람됨이 소탈하였고, 젊어서부터 문장을 잘하여 이름을 떨쳤으며, 학문을 좋아하여 《양자법언(揚子法言)》, 《태현경(太玄經)》 등 많은 저서를 남겼는데, 글 뜻이 아주 심오하였다. 양웅이 애제(哀帝) 때 승진할 생각은 하지 않고 《태현경》을 지으면서 담박한 생활을 즐기자,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들은 모두 고관이 되었는데 당신은 겨우 급사황문(給事黃門)으로 있다. 그리고는 흑색을 물들이려고 하면서도 아직도 이루지 못해 백색 그대로이다.” 하면서 조롱하였다.

[주9]정좌간서(靜坐看書)라고……비슷하다 : 정좌간서는 조용히 앉아서 서책을 본다는 뜻이다. 벽락전(碧落篆)은 전서체의 일종이다.

[주10]취정(翠庭)이라고……비슷하다 : 조적체(鳥跡體)는 중국 고대에 창힐(倉頡)이 새의 발자국을 보고 만든 문자나 또는 서체이다. 손 부인(孫夫人)은 손권(孫權)의 누이동생으로, 유비(劉備)가 형주(荊州)에 있을 때 아내로 삼은 사람인데, 사람됨이 재주가 있고 사내다워 시비들까지도 모두 칼을 차고 시립하게 하여 불시의 변에 대비하였다.

[주11]송백당(松栢堂)이라고……비슷하다 : 각부(刻符)는 진서(秦書)의 팔체(八體) 가운데 하나로, 부절(符節) 위에다 새기는 글자체이다. 노씨(老氏)는 노자(老子)를 가리킨다. 노자가 말하기를, “성인의 다스림은 그 마음을 비게 하고 배를 채우게 한다.” 하였다. 《道德經 第3章》

[주12]일조주(一釣舟)라고……비슷하다 : 양의체(兩儀體)는 음각과 양각이 함께 있는 것이며, 뇌음(雷音)은 불교에서 쓰는 말로, 부처가 설법하는 소리가 마치 뇌성이 치는 소리와 같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주13]백구사(白鷗沙)라고……비슷하다 : 잡체는 두 가지 이상의 서체를 섞어서 새긴 것이다. 증점(曾點)의 기상은, 공자(孔子)가 제자들과 함께 있다가 각자의 뜻을 묻자, 증점이 타던 비파를 놓고 일어서 “늦봄에 봄옷이 다 지어지면 대여섯 명의 어른과 예닐곱 명의 아이들과 함께 기수(沂水)에서 목욕하고 무우(舞雩)에서 바람을 쐬고 노래하면서 돌아오겠습니다.” 하니, 공자가 감탄한 것을 말한다. 《論語 先進》

[주14]강산지조(江山之助)라고……비슷하다 : 강산지조는 강산의 경치를 돕는다는 뜻이다. 이 공봉(李供奉)은 당나라의 시인인 이백(李白)을 가리킨다. 이백이 일찍이 하지장(賀知章) 등의 추천을 받아 한림 공봉(翰林供奉)에 임명된 적이 있다.

[주15]사유여(謝幼輿)가……것 : 사유여는 진(晉)나라 죽림 칠현(竹林七賢)의 한 사람인 사곤(謝鯤)으로, 유여는 그의 자이다.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과 《주역》을 특히 좋아하였으며, 노래에 능하고 금슬을 잘 탔다. 일찍이 이웃집 여인을 꾀어내려고 하다가 여인이 베틀의 북을 던지는 바람에 앞니가 부러졌는데, 당시 사람들이 “제멋대로 놀다가 유여의 앞니가 부러졌다.” 하였다. 벼슬길에 나오라고 하자, 병들었다고 핑계 대고는 나가지 않은 채 탁필(卓畢)이나 완방(阮放) 등과 어울려 술에 취해 노닐었다. 《晉書 卷49 謝鯤列傳》

[주16]청풍만실좌우죽림(淸風滿室左右竹林)이라고……비슷하다 : 청풍만실좌우죽림은 맑은 바람은 방 안에 가득하고 좌우에는 대나무 숲이 있다는 뜻이다. 사 태부(謝太傅)는 진(晉)나라 때 태부 벼슬을 지낸 사안(謝安)을 가리킨다. 사안은 여러 차례 조정의 부름을 받았으나 벼슬길에 나가지 않은 채 절강성(浙江省) 상우현(上虞縣) 서남(西南)에 있는 동산(東山)에 거주하면서 기녀를 데리고 놀았다고 한다.

[주17]재명이문사가동호(再鳴以文賜暇東湖)라고……비슷하다 : 재명이문사가동호는 재차 문으로써 이름을 드날려서 동호에서 사가독서하였다는 뜻이다. 자도(子都)는 한(漢)나라의 명사였던 포선(鮑宣)의 자이고, 소군(少君)은 그의 아내인 환씨(桓氏)의 자이다. 녹거(鹿車)는 좁고 작은 수레이다. 포선이 스승의 딸인 소군과 결혼하게 되었는데, 소군의 집은 본디 부유하여 가지고 오는 물품이 아주 성대하였다. 이에 포선이 자신의 집은 본디 부유하지 못해 그런 것들을 감당할 수 없다고 하자, 소군이 종과 물품을 모두 버려두고 짧은 베로 만든 치마 하나만을 입은 채 함께 녹거를 끌고 포선의 집으로 가서 시어머니를 뵙고 난 뒤 곧바로 물동이를 이고 물을 길으러 갔으며, 그 뒤에 부덕을 잘 닦으니, 향당 사람들이 모두 칭찬하였다고 한다. 《後漢書 卷84 列女傳 鮑宣妻》

[주18]이 이외에……비슷하다 : 자시일왕법(自是一王法)은 저절로 이는 똑같은 왕법이라는 뜻이고, 격천리공명월(隔千里共明月)은 천리를 격해 있으면서도 밝은 달을 같이 본다는 뜻이다. 전 추밀(錢樞密)은 송(宋)나라 때 사람으로 추밀원부사(樞密院副使)를 지낸 전약수(錢若水)를 말한다.

[주19]또 하나의……비슷하다 : 박산(博山)은 옛날의 향로인 박산로(博山爐)로, 화로의 덮개 위에 전설상의 산인 박산의 모양을 조형(造形)한 것을 말한다. 관지(款識)는 종정(鍾鼎)이나 금석(金石)에 새긴 명문(銘文)을 말하는데, 음각(陰刻)으로 새긴 것을 관(款)이라 하고, 양각(陽刻)으로 새긴 것을 지(識)라고 한다. 분향묵좌(焚香默坐)는 향을 피우고 묵묵히 앉아 있다는 뜻이다. 반우(盤盂)는 둥글거나 네모진 그릇으로, 옛날 사람들은 여기에다가 공을 기록하거나 좌우명(座右銘)을 새겨 두고서 항시 이를 보면서 자신을 가다듬었다. 위 무공(衛武公)은 95세의 나이가 되어서도 억계시(抑戒詩)를 지어 스스로를 경계하였을 정도로 자신의 몸을 잘 수양하였다.

[주20]이 밖에 몇몇 것들 : 청음이 소장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지는 인장은 이상에서 말한 것 이외에도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주21]왕씨(王氏)와……것 : 하나같이 모두 다 뛰어나다는 뜻이다. 왕씨는 육조(六朝) 시대의 망족(望族)으로, 후대에는 고문세족(高門世族)을 뜻하는 말로 쓰였다. 유우석(劉禹錫)의 〈오의항(烏衣巷)〉 시에, “옛날에 왕씨 사씨 집 앞 살던 제비가, 날아와서 심상한 백성 집에 들어가네.〔舊時王謝堂前燕 飛入尋常百姓家〕” 하였다. 사씨 집안은 진(晉)나라 때 태부(太傅)를 지낸 사안(謝安)의 집안을 말하는데, 이 집안에는 자질이 우수한 자제들이 많았다고 한다.

[출처] 군옥소기(羣玉所記) |작성자 이택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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