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정의 지수귀문도

2020. 11. 18. 16:27성리학(선비들)

 

최석정은 1646년(인조 24년)에 태어나서 1715년(숙종 4년)에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1671년에 문과에 급제했으며, 숙종 때 우의정과 영의정을 지냈습니다. 조선 후기 노론과 소론의 당쟁 속에서 소론의 지도자로서 많은 파란을 겪기도 했지만 뛰어난 학식과 인품으로 영의정에 여덟 번이나 임명됐습니다. 문인으로서 많은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성리학과 양명학, 음문학, 수학 등을 연구하였고 관직에 나가서는 서문관의 최고 책임자인 서문관영사를 맡아서 조선의 천문학연구를 관장하였습니다.

그는 유학자라면 마땅히 수학을 알아야한다고 생각하였고, 그 결과로 주역철학과 수학을 결합한 독특한 수리철학을 정립하였습니다. "수는 진리에 이르는 길이며, 세상의 수학적인 질서를 보면 이치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한국 최초의 수학자라는 칭호를 얻게 된 저술서로 구수략을 꼽을 수 있는데, "예기류편"에 소개된 지수귀문도는 마방진의 일종으로 1부터 30까지의 수를 각각 한 번씩 사용하여 육강형 둘레에 있는 여섯 개 수들의 합이 모두 같아지도록 만든 것입니다. (지수귀문도라는 이름은 거북의 등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구수략에 마방진, 직교 라틴방진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른쪽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지수귀문도는 육각형 둘레에 있는 수들의 합이 모두 93이 되는 교묘한 배열을 가지고 있습니다. 외국어 수학자들은 합이 90이 되는 경우와 92가 되는 경우도 발견하였는데, 현재까지 최석정의 지수귀문도가 가장 안정적이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1부터 30까지의 수 중에서 여섯개의 수를 골랐을 때, 수학적 계산에 의한 기댓값이 93으로 나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10여 년 전 한국 기초과학연구소에 근무하는 이지원 연구원이 귀문도를 완성하는 일반적인 방법을 고안해 냈는데, 그의 방법대로 숫자의 배열을 바꿀 경우 육각형 둘레의 합은 89, 91, 95, 97 등 다양한 결과로 나타낼 수 있다고 합니다. 마방진과 마찬가지로 지수귀문도 역시 합이 같다고 하더라도 그 배열은 여러 가지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최석정의 지수귀문도

최석정이 만든 지수귀문도와 더불어 유명한 마방진은 직교 라틴방진을 이용한 9차 그리스-라틴방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라틴방진이란 가로와 세로줄에 같은 수나 문자가 오지 않고 모든 칸을 채우는 방진을 말하고, 서로 다른 라틴방진 두 개를 직교하여 만든 것이 그리스-라틴방진이빈다. 스위스의 세계적인 수학자 오일러가 하나의 라틴방진에는 그리스 문자를, 또 하나의 라틴방진에는 라틴어를 쓴 후 두 개의 방진을 직교하여 새로운 마방진을 만들었는데 이를 그리스-라틴방진, 그레코-라틴방진, 직교 라틴 방진등으로 부르고 오일러의 업적을 기려 오일러방진이라고도 부릅니다.

최근 헝가리 수학자의 논문을 통해 최석정이 만든 9차 그리스-라틴방진의 존재가 밝혀지면서 수학계의 이목을 끌었는데 이는 오일러의 방진보다 무려 60여년이나 앞선 것으로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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