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蒙求'

2020. 11. 19. 14:03한문상식

중국 역사상 가장 널리, 가장 오랫동안 읽힌 책, '蒙求'

ㅇ 옮긴이의 말
- '천차문', '소학'처럼 구구절절이 다 맞지만 왠지 거북하기만 한 도덕책이 아님.
- 위의 책들처럼 단조로운 하나의 빛깔만 보여주는 책이 아니라,
이것이 옳은 삶이라 못박아 말하지 않고, 고대인들의 다양한 삶 그 자체를 아무 가식 없이 펼쳐 보여
읽는 이가 판단하도록 하는 책임.

ㅇ '몽구'가 뭐지?
- '어리석다, 어리다, 어둡다, 뒤집어쓰다, 입다, 덮다'라는 뜻의 蒙자와
'구하다, 찾다, 묻다, 빌리다, 나무라다'라는 뜻의 求자가 더해짐.
- '몽구'란 "어리석은 어린 사람이 스승에게 가르침을 구한다"라는 뜻
- 어리고 무지하지만 이제부터 세상을 배우고 싶어하는 어린 아이들이나 청년들의 목마른 요구에
답하기 위해 만든 책
- '몽구'는 어떤 입장을 따르라고 강요하지 않음. 다만 옛사람의 생생한 삶을 그대로 펼쳐 보여줄 뿐임.
어떤 삶이 올바른 삶인가를 정해 주는 책이 아니라, 저마다 적절한 삶이 무엇인가를 선택하게 해주는
임.
- 성리학이라는 엄격한 도덕주의로 중국 사회가 덧씌워지기 이전의 옛 중국인들의 삶의 세계임.

 


 

첫째 문, 사람을 부리는 지혜(혼자서 만인을 수고롭게 한 통치자 이야기)
은나라 성군인 탕왕의 세숫대야에 다음과 같은 말이 새겨져 있다.
"진실로 나날이 새로워지고, 하루하루 새로워지고, 또 날로 새로워질지어다."(苟日新, 日日新, 又日新)
이 장은 성군과 폭군의 이야기이다.

1. 인재를 대우하는 방법
- 연소축대(燕昭築臺) : 현인을 부르기 위해 궁전을 지은 연나라 소왕
* 연나라 소왕이 자신의 신하인 곽외를 우대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인재를 모으고 그의 목적을
달성
- 정장치역(鄭莊置驛) : 손님을 보시기 위해 길목마다 말을 배치한 정장
* 죽음을 넘나드는 어려움을 겪고나서 자기 주변의 사람들이 진정 내 사람인지 알 수 있다는 세상
인심에 대한 통력한 풍자를 응축

2. 여자보다 인재를 더 아낀 군주
- 조승사벽(趙勝謝躄) : 절름발이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조승
* 당시에는 모여든 식객들의 믿음을 어떻게 얻을 것인가에 모두 고심하고 노력했지만, 그러한 노력은 하찮은 일 때문에 수포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진시황제에 의해 중국이 하나로 통일되기 이전에는 제후과 신하 사이의 관계가 절대적인 관계가 아니라 일종의 계약 관계였다. 서로 뜻이 맞지 않으면 관계를 끊고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그런 상황이니 만큼 제후들은 앞다투어 인재를 끌어안기 위해 노력했고, 이러한 경쟁풍토는 제자백가시대라는 학문과 사상이 융성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주었다.(공자, 맹자 등)
- 초장절영(楚莊絶纓) : 갓끈을 끊어 신하의 잘못을 감춘 장왕

3. 아랫사람에게 겸손하기
- 주공악발(周公握髮) : 젖은 머리를 쥐고 손님을 맞은 주공
- 채옹도사(蔡邕倒屣) : 신발을 거꾸로 신고 뛰어나가 손님을 맞은 채옹
*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겸손한 태도로 사람을 대하는 일은 예전부터 강조되어 온 공직자의 미덕이지만 실천하기 매우 어렵다. 위의 두 이야기는 겸손함으로 인재를 끌어안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당시 인재를 선택하는 데는 그 나름의 기준과 경험이 필요했고, 그러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관상학이 필요했던 것이다.

4. 나약하고 어리석은 군주
- 유현괄석(劉玄刮席) : 자리를 문지르며 고개도 들지 못한 천자 유현
- 진혜문마(晉惠聞蟆) : 두꺼비 소리를 듣고 어리석은 빌문을 한 혜제
* 용케 능력 이상의 지위에 오른 경우라도 스스로 괴로울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큰 폐를 끼치는 경우가 있다. 여기에 예를 든 두 사람의 천자는 분수에 어울리지 않는 지위에 오른 전형적인 인물이다.

5. 잔혹한 황후와 천자의 이야기
- 남풍척잉(南風擲孕) : 임신한 후궁에게 창을 내던진 가황후
- 상수착섭(商受斮涉) : 강을 건너는 자의 정강이를 베어 버린 주왕
* 잔혹함 때문에 나라를 파멸시키고 자신도 죽음을 당한 두 남녀에 관한 이야기이다. 사회 지도층 인사에게 더 많은 도덕적 규제를 요구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 개인이 소유한 모든 것은 사회적 관계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더구나 그 위치가 높을수록 그 영향력은 큰 것이다.

6. 소심한 척 속 마음을 감춘 지도자
- 양유건괵() : 부인의 머리 장식을 적에게 보낸 제갈량
* 제갈량이 보낸 머리 장식을 받고 사마의가 상소문을 바쳤던 것은 부하 장병들이 자신을 겁쟁이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하려는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 비실비저(備失匕箸) : 젓가락을 떨어뜨려 자신의 야망을 위장한 유비
* 유비가 얼떨결에 젓가락을 떨어뜨린 것은 조조가 음모를 눈치챈 것은 아닌가 하고 두려워한 것이다. 다소 비굴하지만 젓가락을 떨어뜨리면서 자신을 어눌하고 나약한 사람으로 보이려는 노력에서 천하의 일을 도모하는데 조심하고 또 조심하며 준비하는 끈질긴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7. 배신한 신하와 충성하는 신하를 다루는 법

- 정공거륙(丁公遽戮) : 정공의 목을 베어 배신자의 본보기로 삼다
* 유방은 비록 위급한 순간을 정공의 도움으로 피하긴 하였지만 한 번 배신한 자는 두 번 배신할 수 있다는 것을 미리 경계하고 있다.
- 춘신주리(春申珠履) : 진주로 장식된 신을 신고 있는 춘신군의 손님



둘째 문, 아랫사람이 갖춰야 할 지혜(한 사람을 위해 만인을 수고롭게 한 벼슬아치 이야기)
옛날에 한 사람의 통치자 밑에서 만인을 다스린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을 군자 도는 선비라고 불렀다.
군주에 대한 충성이 최고의 덕목이었던 시대를 살다간 갖가지 벼슬살이의 모습을 보여준다.

1. 적재적소의 인재 활용술
- 왕융간요(王戎簡要) : 분명하고 똑 부러지는 왕융
* 왕융은 어떤 일이나 문제의 핵심을 잘 간추리고 대책을 세우는 인물로 평가했다. 아주 똑똑하고 예리한 판단력의 소유자인 것이다.
- 배해청통(裴楷淸通) : 청렴하고 분별력 있는 배해
* 배해는 청렴하면서도 분별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와 함께 융통성과 적절함을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인사권을 행사하는 자리에 배해가 뽑힌 것이다.

2. 모두가 사모하는 인품을 지닌 두 신하
- 진평다철(陳平多轍) : 사는 곳에 수레바퀴 자국이 깊게 패인 진평
- 이광성혜(李廣成蹊) : 깊은 골짜기 복숭아나무 밑에도 작은 길이 생긴다
* "복숭아나 자두는 스스로 나를 보러 오라고 말하지 않지만, 아무리 깊고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깊은 계곡에 있더라도 사람들이 헤치고 찾아오므로 나무 아래에는 저절로 작은 길이 생긴다." 이는 덕 있는 사람은 스스로 자랑하지 않아도 저절로 알아주는 사람이 생긴다는 큰 뜻을 품고 있다.

3. 자기 뜻을 굽히지 않는 신하
- 동선강항(董宣彊項) : 신념을 굽히지 않은 뻣뻣한 목을 가진 동선
- 적황직언(翟璜直言) : 곧은 말을 하는 신하 적황
* 절개를 알고 곧은 말을 할 줄 아는 삐딱한 신하들이 많고, 그 신하들의 말을 들어줄 줄 아는 천자가 있는 시대가 바로 치세이다. 바로 그러한 신하를 이전에 '선비'라고 불렀다. 이들은 군주의 잘잘못을 가리는 귀찮은 심판관들이었다. 이러한 선비들의 철학이 바로 유학이다. 잘못된 것을 보고 분노하는 꼬장꼬장하고 굽힐 줄 모르는 정신인 '의'(義)를 '인'(仁)과 짝하게 배치한 사람이 바로 맹자이다.

4. 자신을 깨끗하게 지키는 관리
- 진외사지() : 어떤 비밀이든 하늘과 귀신과 나와 상대방이 알고 있다고 한 양진
- 병거삼혹(秉去三惑) : 술과 여자와 재물, 이 세 가지로 마음을 어지럽히지 않은 양병
* 청렴한 관리로 최고의 벼슬인 태위 자리에까지 올랐던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이다. 아무리 속이려 해도 '하늘과 귀신과 나와 상대방이 안다'(四知)는 구절이나 '술과 여자와 재물의 세 가지에 마음을 흔들리지 않는다'(三不惑)는 구절은 오늘날의 공직자들에게도 변함없이 유효한 경구이다.

5. 난세의 덕 있는 두 대신
- 유하직도(柳下直道) : 곧은 도를 지킨 유하혜
- 숙오음덕(叔敖陰德) : 남 모르게 선행을 한 손숙오
* 춘추시대의 두 현인에 관한 이야기이다. "바른 도리를 지키면서 일을 하면 어느 나라에서도 쫓겨날 것이다"라고 말한 것을 보면 예나 지금이나 관리 노릇하기 어려움을 보여준다.

6. 돈에 대한 결벽증
- 학렴유전(郝廉留錢) : 우물물을 마시고도 동전을 남겨 둔 학자렴
- 뇌의송금(雷義送金) : 죽은 사람의 황금도 되돌려 준 뇌의

* 정도가 지나칠 정도로 금전에 대해 결백함을 보여주는 두 사람의 이야기이다. 서양의 중세시대 금욕주의는 교회의 부유함과 대조되는 서민들의 가난함을 합리화하는 것이었다면, 동양의 그것은 사대부의 부의 독점과 대조되는 농민들의 피폐함을 무마하려는 것이었다.

7. 동정보다는 떳떳한 삶을 산 청백리
- 공급온포(孔伋縕袍) : 누더기 옷을 입을 망정 동정을 받지 않은 공급
- 제준포피(祭遵布被) : 무명옷을 입으며 검소하게 산 제준

8. 신하된 자의 도리를 보여준 근엄한 신하
- 석경수마(石慶數馬) : 직접 손으로 짚어가며 말을 세어 보고한 석경
- 공광온수(孔光溫樹) : 궁정 뜰의 나무 종류도 밖에서 말하지 않은 공광
* 관리로서의 근엄함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9. 친구에 대한 배신과 군주에 대한 충성
- 역기매우(酈寄賣友) : 벗을 팔아 충성을 산 역기
- 기신사제(紀信詐帝) : 항우를 속여 유방을 구한 기신


10. 목숨을 걸고 바른 말을 하는 신하
- 주운절함(朱雲折檻) : 난간이 부러질 때까지 직언을 한 주운
- 신도단앙(申屠斷鞅) : 천자의 외출을 막기 위해 말의 안장을 끊은 신도강

11. 오만할 줄 아는 것도 신하의 도리
- 전방간오(田方簡傲) : 오만할 줄 아는 신하 전지방
* 신하의 입장에서 윗사람이 행해야 할 도리를 가르치고 있다. 즉 교만한 태도는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나 할 수 있는 것이지 윗자리에 있는 사람이 교만해서는 안된다고 훈계하고 있다.
- 주사악악(周舍惡惡) : 'NO'라고 말하는 참모 주사

12. 백성에게 잔혹한 관리
- 질도창응(郅都蒼鷹) : 큰 매보다 혹독한 관리 질도
- 영성유호(寗成乳虎) : 새끼를 가진 호랑이보다 무서운 영성
* 영성은 기세 등등한 성품이어서 말단의 관리로 있으면서 반드시 상사를 능멸했으며, 윗사람일 때는 아랫사람을 엄격하게 다루어 마치 젖은 장작을 다발로 묶으려는 것 같았다. "새끼 밴 호랑이를 만나도 영성의 노여움만 못할 것이다." 그는 그 정도로 난폭했다.
* 한나라가 성립하고 수십 년이 지나자, 천자에 대한 충성심이 희박하게 되고 구심력을 잃어 붕괴의 위험성까지 있게 되었다. 이러한 위기에 직면해서 천자의 의지에 따라 법률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신관료집단이 기용되고, 이러한 새로운 관료를 대표하는 자가 글 가운데 나온 질도와 영성 등 잔혹한 관리이다.

13. 군주의 여자에게 도전한 신하
- 원앙극좌(袁盎卻坐) : 황후와 첩의 자리를 바로잡은 원앙
* 원앙은 직언을 서슴지 않는 사람으로 널리 알려진 명신이었다.
- 위관무상(衛瓘撫牀) : 천자의 옥좌를 어루만지며 장래를 걱정한 위관
* 무제는 위관의 완곡한 발언을 받아들이지 않은 결과로 자신을 포함해 일족까지 죽고 왕조의 파멸로까지 이어졌다.

14. 두 사람의 참모
- 맹가낙모(孟嘉落帽) : 두건을 떨어뜨린 맹가
- 유개타책(庾凱墮幘) : 머리 싸개를 떨어뜨린 유개

15. 남보다 자신에게 더 엄격한 관리
- 자한사보(子罕辭寶) : 탐내지 않는 마음이 가장 귀한 보물이라는 자한
- 주가탈급(朱家脫急) : 몰래 한 선행이 드러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 주가
* 만족할 줄 아는 것이 가장 큰 부자라고 했다. 바를 정(正)자를 한 번 보자. 오직 욕심 없는 하나(一)의 마음에 멈춰서(止)는 것이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돈을 그 하나라고 생각했지만 자한은 그 하나가 바로 만족하는 마음, 탐내지 않는 마음이라고 본 것이다. 드러내지 않고 만족하면서 자신이 선행했다는 마음조차도 버릴 때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문, 경쟁에서 이기는 지혜(천하를 호령한 영웅 호걸 이야기)
칼을 들고 천하를 호령한 사람들, 용맹을 겨룬 사람들, 자신을 알아준 사람을 위해 목숨을 던진 협객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1. 천하를 움직인 영웅
- 공명와룡(孔明臥龍) : 누워 있는 용 제갈공명
- 여망비웅(呂望非熊) : 곰보다 큰 사냥감 태공망
* 삼국지의 제갈량과 병서인 '육도'로 유명한 태공망의 이야기이다. 이런 이야기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이 인물들을 만났을 때 상위자들의 태도다. 몸소 자신을 낮추고 당시 할 수 있는 최고의 예우를 다해 모시고 왔으며 그러한 예우는 자기 사람이 된 뒤에도 죽을 때까지 아니 그 다음 대를 맡길 때까지 이어졌다.

2. 천하의 협객과 시골의 부랑자
- 극맹일적(劇孟一敵) : 혼자 적군 전체와 대적할 만한 용서 극맹
- 주처삼해(周處三害) : 세 가지 해를 제거한 주처

3. 이민족에게 굴복하지 않은 남자
- 소무지절(蘇武持節) : 적지에서도 절개를 지킨 소무
- 정중불배(鄭衆不拜) : 오랑캐에게 허리 굽혀 절하지 않은 정중

4. 작은 은혜와 큰 보답
- 표모진식(漂母進食) : 빨래하는 노파가 먹여 살린 한신
- 손종설과(孫鍾設瓜) : 한 조각 오이를 다른 사람에게 베푼 손종

5. 실패한 두 자객
- 예양탄회(禮讓呑灰) : 재가루를 삼킨 예양
- 서예촉괴(鉏麑觸槐) : 홰나무에 목을 매달아 죽은 서예
* 두 자객의 이야기이다.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자를 위해 죽는다"고 했다.

6. 동물을 이용해 적을 무찌른 이야기
- 전단화우(田單火牛) : 꼬리에 불붙은 소를 이용한 전단
- 강유설계(江逌爇雞) : 닭의 다리에 불을 질러 적을 무찌른 강유
* 기묘한 계책을 써서 승리를 거둔 두 장수의 이야기이다.

7. 우수한 두 지휘관
- 구천투료(句踐投醪) : 탁주를 강에 흘려 보내 병사들이 마시게 한 구천
- 육항상약(陸抗嘗藥) : 적이 보낸 약을 의심 않고 마신 육항
* 군대를 이끈 지휘관의 태도

8. 과거의 잘못을 용서한 큰 그릇
- 염파부형(廉頗負荊) : 채찍을 등에 지고 가서 용서를 빈 염파
- 수가탁발(須賈擢髮) : 머리카락을 잘라 사죄한 수가

9. 굳은 약속과 강한 기상
- 계포일락(季布一諾) : 가장 굳은 약속, 계포의 한 번 승락
- 맹가양소(孟軻養素) : 대장부의 기상 호연지기를 기른 맹가


넷째 문, 거꾸로 바라보는 지혜(남다른 삶을 산 천재와 기인 이야기)
천재들과 기인들의 삶을 담아 보았다.

1. 헛된 말장난과 약삭빠른 처세
- 손초수석(孫楚漱石) : 돌로 입을 헹구고 흐르는 물을 베개로 삼는다는 손초
- 학륭쇄서(郝隆曬書) : 뱃 속의 책을 햇볕에 발린다는 학륭

2. 황금과 옥을 둘러싼 이야기
- 불의무금(不疑誣金) : 도둑질하지도 않은 돈을 갚은 불의
- 변화읍옥(卞和泣玉) : 자신의 돌이 옥임을 끝까지 증명한 화씨
* 주변의 중상모략에도 흔들림 없이 자신의 믿음을 지키려고 노력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3. 익살스런 사람들
- 저리지낭(樗里智囊) : 지혜 주머니 저리자
- 변소경사(邊韶經笥) : 걸어다니는 백과사전 변소
* 말 잘 하는 재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4.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
- 사광청이(師曠淸耳) : 아무리 작은 소리도 가려내는 귀 맑은 사광
- 이루명목(離婁明目) : 작은 터럭이라도 볼 수 있는 눈 밝은 이루
* 두 사람은 모두 고대의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는 인물로 많은 곳에서 비유되는 기인이다.

5. 자신의 미래를 굳게 믿은 사람
- 상여제주(相如題柱) : 다리 기둥에 자신의 맹세를 써 놓은 사마상여
- 종군기수(終軍棄繻) : 국경 문의 징표를 버린 종군
* 미래에 대해 확실한 믿음을 갖고 사는 사람은 매우 적다. 신념을 가지고 미래를 열어 가는 모습을 배울 필요가 있다.

6. 가난 이야기
- 손신고석(孫信藁席) : 짚을 깔고 잘 정도로 가난한 손신
- 원헌상추(原憲桑樞) : 뽕나무를 휘어 문을 만들 정도로 가난한 원헌

7. 돈도 명예도 다 싫다
- 단목사금(端木辭金) : 황금을 사양한 자공
- 종리위주(鍾離委珠) : 명분이 더러운 보물에 손대지 않은 종리의

8. 죽은 자와의 약속
- 계찰괘검(季札挂劍) : 무덤 가 나무에 보검을 걸어 준 계찰
- 서치치추(徐穉置芻) : 무덤에 생꼴 한 다발을 바친 서치
* 고결함으로 세속의 이해관계를 초월했던 두 인물에 관한 이야기이다.

9. 노련한 정치가와 신동의 지혜
- 관중수마(管仲隨馬) : 늙은 말을 따라가 길을 찾은 관중
- 창서칭상(倉舒秤象) : 코끼리의 무게를 잰 지혜로운 소년 창서
* 동물과 관련된 지혜를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노련한 정치가로서 경험을 기초로 한 지혜를 보여준다. 어떠한 사태에도 대처하는 능력은 언뜻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지식도 익숙하게 지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10. 양상군자를 깨우쳐 준 이야기
- 황향방주(黃向訪主) : 길에서 주운 금보따리 주인을 찾아 돌려 준 황향
- 진식유도(陳寔遺盜) : 대들보 위의 군자를 깨우쳐 준 진식

11. 미신에 단호했던 합리주의자
- 환담비참(桓譚非讖) : 참위 미신을 비판한 환담
- 왕상지와(王商止訛) : 유언비어를 막은 왕상
* 미신과 유언비어에 대해 단호하면서도 합리적으로 판단하고자 했던 두 인물에 관한 이야기이다.

12. 재치 있는 응답
- 황완대일(黃琬對日) : 일식에 대해 잘 묘사한 황완
- 진복론천(秦宓論天) : 하늘에 관해 논쟁한 진복
* 황완의 이야기는 신동임을 보여주는데 지나지 않지만, 진복의 이야기는 위ㆍ촉ㆍ오로 나뉘어져 싸우는 삼국시대의 긴장된 국제관계와 자국의 우위를 보이고자 하는 신하들의 두뇌싸움을 묘사하고 있어 재미있다.

13. 남자의 지조
- 안숙병촉(顔叔秉燭) : 등불을 손에 들고 지조를 지킨 안숙자
- 송홍불해(宋弘不諧) : 조강지처를 버리지 않은 송홍
* 송홍, "소신은 '일찍이 가난하고 비천했을 때의 친구를 잊지 말아야 하고, 술지게미와 겨를 먹으며 가난을 함께 나눈 처를 내쫗지 않는다'라고 들었습니다." 여기에서 '조강지처'라는 고사성어가 생겼다.
* 유가의 가르침은 가족관계의 윤리를 중심에 두고, 그것을 사회 전체로 확장시켜서 윤리세계를 만들려고 했다. 특히 남녀 사이의 구별에 관해서는 엄격하다. 그것은 인간관계의 기초를 부자와 부부로 이루어진 가족관계에 두기 떄문에 남녀 사이의 혼란은 사회의 근본을 뒤흔드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남자와 여자 사이에는 직접 물건을 받고 건네는 것도 금지됐을 정도였다.

14. 고주망태 이야기
- 현석침면(玄石沈湎) : 한 번 술을 마시면 천 일동안 취해 있는 유현석
- 유령해정(劉伶解酲) : 술을 깨기 위해 마신다는 유령
* 애주가로 소문난 두 사람의 유씨에 대한 이야기이다.

15. 재주 있는 사람의 운명
- 채염변금(蔡琰辨琴) : 거문고 소리를 듣고 끊어진 줄을 분간한 채염
- 왕찬복기(王粲復棋) : 헝클어진 바둑판을 원래대로 되돌려 놓은 왕찬


16. 미신을 타파한 관리
- 서문투무(西門投巫) : 무당을 강에 던져 버린 서문표
- 하겸분사(何謙焚祠) : 신당을 불태운 하겸
* 백성들의 미신적인 일에 대한 가차없는 행동이다. 고대인들이 모두 미신적이고 비합리적일 것이라는 우리들의 추측을 깨는 이야기들이다.

17.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
- 허소월단(許劭月旦) : 매월 초하루에 인물평을 하는 허소
- 우공고문(于公高門) : 자신의 덕이 후손의 성공으로 이어질 것을 예언한 우공


다섯째 문, 어버이와 벗을 섬기는 지혜(시대를 뛰어넘은 효심과 우정 이야기)
효심에 관한 이야기와 벗에 대한 우정의 이야기이다.

1. 부모를 위해 벼슬을 가리지 않은 사람
- 모의봉격() : 부모를 위해 벼슬하는 것을 기뻐한 모의
- 자로부미(子路負米) : 등짐으로 쌀을 날라 부모를 모신 자로
* 부모가 살아 있을 때는 마음에 내키지 않는 취직을 하거나, 육체적인 괴로움을 참고 효룰 다해야 한다고 말한다.

2. 청렴함과 효성심을 갖춘 사람
- 호위추겸(胡威推縑) : 비단을 양보한 호위
- 육적회귤(陸績懷橘) : 어머니를 위해 품속에 귤을 숨긴 육적

3. 계모도 감동시킨 효성
- 왕부백참(王裒柏慘) : 잣나무에 눈물을 뿌려 말라죽게 한 왕부
- 민손의단(閔損衣單) : 계모를 감동시킨 효심의 민자건
* 과거의 중심사상인 유학은 특히 피의 진하고 엷은 정도가 예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하는 차등주의적 입장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직접 피와 살을 이어받은 부모 자식 사이에 자연스럽게 끓어오르는 사랑과 존경심이 예의 기초라고 보았다. 부모에게 잘못하는 놈이 밖에 나가서 이웃 어른을 공경할 리가 없다는 생각이다. 위에서 제시된 이야기는 유학식 사고방식인 조강지처 제일주의와 혈연 중심주의를 반영한 이야기들이거나 이야기 속 주인공의 사람됨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등장한다.

4. 늙은 자식의 재롱
- 노래반의(老萊斑衣) : 색동옷을 입고 재롱을 피운 늙은 효자 노래자

- 황향선침(潢香扇枕) : 아버지의 베개에 부채질을 하여 시원하게 만든 황향
* 맹자의 이야기 가운데 군자의 세 가지 즐거움 중에 첫째가 부모 두 분이 모두 오래도록 살아 계시는 것이라고 한다. 늙은 자식의 재롱을 통해 효심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5. 하늘을 움직인 효심
- 왕상수내(王祥守柰) : 능금나무 열매를 지킨 왕상
- 채순분심(蔡順分椹) : 잘 익은 뽕나무 열매를 골라내어 어머니를 봉양한 채순

6. 한 평생, 한 친구
- 상수문적(向秀聞笛) : 무덤 가에 울려 퍼지는 젓대 소리를 들은 상수
- 백아절현(伯牙絶絃) : 지음이 죽자 거문고 줄을 끊은 백아
* 모두 음악과 우정이 연결된 이야기이다. 음악의 연주에는 반드시 연주자와 그것을 듣고 향유하는 감상자가 있기 마련이다. 최고의 우정을 이러한 연주의 두 상대자에 비유한 것이 참 인상적이다.

7. 효도와 우애를 함께 지킨 이야기
- 왕람우제(王覽友弟) : 어머니와 이복형을 함께 사랑한 왕람
- 범장계서(范張雞黍) : 범식의 약속을 믿고 닭과 기장밥을 준비해 기다린 장소



여섯째 문, 여자가 사람답게 살아가는 지혜(사람으로 대접받기 어려웠던 시절의 여인 이야기)
현명한 어머니, 악한 계모, 나라를 망친 미인, 모자란 아내,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린 여인들의 이야기이다.

1. 자식의 길을 열어 준 어머니의 사랑
- 능모복검(陵母伏劒() : 자살하여 자식의 길을 열어 준 왕릉의 어머니
- 가친단기(軻親斷機) : 자식을 격려하기 위해 베틀의 비단을 끊은 맹자의 어머니
* 왕릉의 어머니와 맹자의 어머니 어느 쪽이나 나들의 장래를 생각한 어머니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맹자의 어머니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화가 전한다. 첫째는 '맹모삼천'의 가르침으로, 조금이라도 좋은 환경에서 아이를 기르고 싶다고 하는 어느 시대에서 공통된 어머니의 바람을 묘사하고 있다. 두번 째로 공부를 게을리 하는 어린 아들을 꾸짖는 어머니의 모습도 가정교육의 표상으로 전해지고 있다.

2. 여자와 유행 따르기
- 서시봉심(西施捧心) : 가슴을 부여잡고 다닌 서시
- 손수절요(孫壽折腰) : 허리가 꺾일 듯 나긋나긋하게 걸은 손수

* 두 미인의 자태와 그것이 일으키는 결과를 묘사했다. 옛날부터 중국에는 미인이 많을 뿐만 아니라 그 미인의 정치적 영향력도 대단했다. 서시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이른바 '나라를 기울게 한 미인'이란 뜻의 경국지색(傾國之色)이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 패왕별희로 유명한 항우의 애인 우미인이나 당나라를 기울게 한 양귀비 등 수많은 예를 들 수 있다.

3. 어울리지 않는 두 부부
- 매처치초(買妻恥醮) : 땔나무 더미를 부끄러워 한 주매신의 처
- 택실범재(澤室犯齋) : 종묘의 재계 금기를 어긴 주택의 처
* 부부로 맺어져 함께 살기기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4. 남자 못지 않은 재주를 지닌 여인
- 제후파환(齊后破環) : 옥 목걸이를 깨서 난제를 푼 제나라 왕후
- 사녀해위(謝女解圍) : 논쟁으로 곤경을 해결해 준 사씨 부인
* 남성을 능가할 정도의 재능을 지니고 있는 두 사람의 여성에 관한 이야기

5. 소박함에 만족한 황후와 은둔자의 아내
- 마후대련(馬后太練) : 두꺼운 면옷을 입고 산 마황후
- 맹광형차(孟光荊釵) : 거친 옷을 입고 기꺼이 은둔한 맹광

* 한 사람은 황후이고 다른 한 사람은 은둔자의 아내라는 신분상의 큰 차이가 있지만, 모두 후한시대에 소박한 의복을 입고 살며 높은 평가를 받은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가난한 은든자의 삶을 이해하고 함께 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여준다.

6. 현명한 후궁의 처신
- 풍원당웅(馮媛當熊) : 곰 앞을 막아선 미인 풍씨
- 반녀사련(班女辭輦) : 천자와 함께 수레에 오르는 것을 사양한 반녀
* 전한시대 후궁으로 있던 두 여성에 관한 이야기이다.

7. 여자의 사랑과 남자의 운명
- 녹주추루(綠珠墜樓) : 누각에서 몸을 던진 녹주
- 문군당로(文君當壚) : 귀한 신분으로 주막에서 손님을 상대한 탁문군
* 두 사람의 여성과 그 상대가 된 남성의 이야기이다.


일곱째 문, 아름다운 삶을 위한 지혜(배움으로 만인을 이롭게 한 학자와 예술가 이야기)
학자와 예술가와 기술자의 이야기이다.

1. 고학 이야기
- 광형착벽(匡衡鑿壁) : 벽을 뚫어 옆집 불빛으로 공부한 광형
- 손경폐호(孫敬閉戶) : 문을 걸어 잠그고 공부한 손경
* 고학하며 공부에 힘쓴 두 사람의 이야기이다.

2. 형설지공, 그 넘치는 향학열
- 손강영설(孫康映雪) : 흰 눈에 책을 비추며 공부한 손강
- 차윤취형(車胤聚螢) : 반딧불을 붙잡아 책을 읽은 차윤
* 그 유명한 '반딧불과 흰 눈'(螢雪)의 고사이다.

3. 최초의 만가와 오언시
- 이릉초시(李陵初詩) : 처음 오언시를 지은 이릉
- 전횡감가(田橫感歌) : 최초의 만가의 주인공 전횡
* 문학 형식의 시초를 이야기하고 있다.

4. 붓과 종이의 발명
- 몽념제필(蒙恬製筆) : 붓을 만든 몽념
- 채륜조지(蔡倫造紙) : 종이를 창안한 채륜
* 붓과 종이의 발명에 관한 이야기이다.

5. 문학적 재능을 타고난 두 사람
- 만천삼동(曼倩三冬) : 겨울 동안 글 짓는 법을 다 익힌 동방삭
- 진사칠보(陳思七步) : 일곱 걸음에 시를 지은 조식


여덟째 문, 세상 밖의 지혜(세상을 등진 사람들과 신비한 세계 이야기)
한편으로는 현실의 패배자들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최소한의 지조를 지키며 권력과 타협하지 않은 은둔자, 그들이 꿈꾸었던 신비스런 이상향, 혼란스런 난세에 꿈꾸게 되는 신비스런 세계에 관한 이야기를 싣고 있다.

1. 난세의 벼슬길은 치욕의 길
- 간목부의(干木富義) : 도의를 닦으며 은거한 단간목
* 은둔한 사람의 인품이 자연스레 다른 사람을 감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 오릉사빙(於陵辭聘) : 난세에 벼슬하는 것을 부끄러워 한 오릉
* 결국 인간이 취할 수 있는 행복은 정말 작은 것이 지나지 않는데도 욕심을 부리다 화를 당할 수 있다는 말은 퍽 의미심장하다.

2.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의 이상향
- 무릉도원(武陵桃源) : 어지러운 세상의 이상향 무릉도원
- 유완천태(劉阮天台) : 힘없는 자들의 이상향 천태산

3. 신비스런 예언과 조짐
- 미축수자(糜竺收資) : 작은 선행으로 재산을 구축한 미축
- 환경등고(桓景登高) : 높은 곳에 올라가 재난을 모면한 환경


4. 공로의 사례를 거절하고 은둔한 사람
- 중련도해(仲連蹈海) : 무도한 세상이 된다면 바다에 들어가겠다는 노중련
- 범려범호(范蠡泛湖) : 공을 이루고 바다로 떠나간 범려
* 큰 공적을 세웠으면서도 그 보답을 바라지 않았던 두 사람의 이야기이다.

5. 하늘을 보수하고 땅을 축소한 이야기
- 여와보천(女媧補天) : 하늘을 보수하여 중국을 구한 여와
- 장방축지(長房縮地) : 대지를 줄이는 능력을 가진 비장망

6. 사람은 모두 똑같이 태어난다
- 묵자비사 양주읍기(墨子悲絲 楊朱泣岐) : 흰 비단을 보고 슬퍼한 묵자, 갈림길을 보고 눈물지은 양주
* 처음 태어났을 때 인간은 똑같이 아무 것도 쓰여지지 않은 백지상태이지만, 후천적인 교육과 환경적인 영향에 따라 달라진다는 이야기이다.

7. 빗대어 하는 첫 인사
- 명학일하 사룡운간(鳴鶴日下 士龍雲間) : 해 아래 우는 학 순은과 구름 사이의 용 육운의 말재간

8. '백미'와 '백안'
- 마량백미(馬良白眉) : 가장 훌륭한 사람, 흰 눈썹의 마량
- 완적청안(阮籍靑眼) : 남을 백안시한 완적
* '백미'(白眉)와 '백안'(白眼)은 아직도 관용적으로 쓰이는 말이다. 그 고사의 유래가 되는 이야기다. '마씨 형제 중 흰 눈썹이 제일 낫다'는 말에서 '백미'는 최고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울면서 마속을 처형했다'하는 뜻의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고사도 이 마량의 동생 마속의 이야기에서 유래하는 것이다.

9. 못생긴 두 남자
- 맹양척와(孟陽擲瓦) : 아이들이 기와를 던질 만큼 못생긴 장재
- 가씨여고(賈氏女皐) : 연못으로 가 사냥으로 부인을 웃게 한 가씨

10. 성질이 급한 사람
- 주자투화(邾子投火) : 불 속에 몸을 던진 주자
- 왕사노승(王思怒蠅) : 파리 때문에 화가 난 왕사
* 두 사람 모두 성질이 급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사람들이다. 이런 이야기는 타산지석의 의미로 몽구에 실렸다고 볼 수 있다.

11. 은둔자와 무골호인
- 자유심대(子猷尋戴) : 은둔자가 은둔자를 찾다
- 사마칭호(司馬稱好) : 이래도 좋소 저래도 좋소, 무골호인 사마휘

12. 몽구를 마치며
- 호호만고 불가비견 삼번척화 이조면전(浩浩萬古 不可備甄 芟煩摭華 爾曹勉旃) : 끝없이 아득한 과거를 모두 상세하게 밝힐 수 없어 번거로움을 없애고 정수만을 뽑았으니 너희는 열심히 공부해라
* (저자 이한)'사기'에서 진나라, 송나라시대까지 제자백가와 역사책은 천여 권에 가깝다. 더구나 '수신기'나 '열이전' 등 기이한 일을 적은 수많은 잡서에 이르면 그 때마다 다시 보거나 기억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그래서 이 책은 번거롭고 필요하지 않은 것은 없애고 정수만을 선택했다. 부디 너희들이 이 책을 펼쳐 탐구해 보면 어쩌면 조금이나마 이로움을 얻을 것이다.

* (옮긴이) 고대부터 이 책이 지어진 당나라 때까지만 해도 벌써 책의 양이 방대해서 훑어보는 데도 수십 년 남짓의 세월을 필요로 한다. 더구나 그 책에 기록되어 있는 고사를 기억한다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다. 그 노력을 줄이기 위해 가려 뽑은 좋은 고사를 입담 좋은 사자구의 운문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이한은 이 책이 길이 읽혀서 어린이들이 글을 깨우치는 동시에 과거의 인물들의 삶을 거울 삼아 살아가기를 바란 것이다.


※ '몽구'에 관하여

ㅇ 책 이름
- '어리석다, 어리다, 어둡다, 뒤집어쓰다'라는 뜻의 '몽'(蒙)자와 '구하다, 구걸하다, 빌리다'라는 뜻의 '구'(求)자로 이루어져 있다.
- 그렇다면 '몽구'는 '어리석은 어린 사람이 구한다'라는 뜻이 된다.
- '맹자', '순자', '노자', '장자'처럼 '자'(子)자가 붙은 책들은 '맹선생님의 저작', '순선생님의 저작'이란 뜻이고, 옛날부터 내려오는 경전의 유명한 구절 가운데 한 글자씩을 떼어 내서 합쳐 책 이름을 만드는 경우는 '전습록', '근사록', '곤지록', '일지록' 등이 있다.
- '몽구'는 후자의 경우에 해당되는 책으로 동양 학술과 문화의 원천인 '주역'의 '몽괘'(蒙卦)에서 유래한다. '몽괘'의 괘사(卦辭, 이 괘가 상징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글)는 다음과 같다.
'몽괘는 형통한 괘다. 내가 어리석은 어린 아이에게 가르침을 따를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어리석은 어린 아이가 나에게 가르침을 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처음에 진실하게 물어오면 잘 가르쳐 주고, 그런데도 두 번 세 번 의심해서 다시 물어보는 것은 선생을 모독하는 것이니, 모독하면 가르쳐 주지 않는다. 그러므로 자신의 마음가짐을 바르고 곧게 갖는 것이 이롭다.'
- 사람이 태어나 가장 유치하고 어리석을 때 교육은 시작되는 것이다. 어중간하게 배운 사람을 가르치기 어려운 것은 고집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백지상태일 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처럼 인간의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바로 이 백지상태에 있는 어린아이에게는 스승의 존재가 필요하다. 더불어 윤리 규범을 조중하여 스승의 존엄성을 확립하여 스승을 만나볼 수 없고, 물어보지 않으면 스승에게서 배울 수 없는 것이다. 이게 바로 '몽괘'가 담고 있는 뜻이다.
- 그러한 가르침의 관계를 엄숙히 할 것을 표현한 괘가 바로 몽괘이고, 여기서 "어리석고 어린 아이(蒙)가 스승에게 가르침을 구한다(求)"는 뜻의 '몽구'란 이름이 나온 것이다.
- 바로 '몽괘'란 이렇게 스승의 도리와 제자의 자세를 나타낸 것이다.
- 이 책은 이미 배움의 과정이 끝난 어른들을 위한 책이 아니다. 어리고 무지하지만 이제부터 세상의 것을 배우고 싶어하는 동몽(童蒙)의 목마른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만든 책이다. 이 책은 '천자문', '소학', '동몽선습'과 같은 아동 교육서로 전통적인 용어로 어린 아이를 깨우쳐 주는 책이라는 뜻의 훈몽서(訓蒙書)이다.

ㅇ 지은이
- 당나라 현종 때의 인물인 '이한'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 이한 이후에 실제로 '몽구'의 가치를 높여 준 또 한 사람은 송나라 때의 '서자광'이란 사람이다. 그는 '몽구' 본문을 원본들과 비교하고 의미를 분석하여 다시 주를 보충했다.
- 그 이후부터는 이한의 '고주몽구'(舊註蒙求)가 없어지고, 서자광의 '보주몽구'(補註蒙求)가 크게 유행했다. 이것이 바로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몽구'의 대본이다.

ㅇ 내 용
- '고대의 온갖 종류의 인간들의 삶'
- 등장인물들은 고전에서 연상할 수 있는 착하고 선하며 뛰어난 역량을 지닌 전형적인 주인공들이 아니고, 저마다 갖고 있는 진한 색깔과 냄새를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 마치 하나의 '인간 박물관'을 연상시킨다.
- 여기에는 교훈이 있고, 미담이 있고, 기담이 있고, 진담이 있고, 성공이 있고, 실패가 있고, 기지가 있고, 풍자가 있다.
- 요약하면 '몽구'는 하나의 장대한 '일화집'이고 '기담집'이다.
- '몽구'는 악에서 선을 배우고 추한 것에서 아름다움을 배우게 해준다.
- 중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애독하여 현재 이르고 있는 것에는 이렇게 다양한 인물의 삶이 주는 감동이 있기 때문이다.

ㅇ 구성체제
- 중국 고대에서 당나라시대까지 여러 철학책, 역사책, 설화집 등과 같은 옛사람의 저서에서 여러 방면에 걸쳐 교훈적이고 흥미로운 사실을 널리 뽑아 편찬했다.
- 그 각 이야기 하나씩을 한자 네 글자로 된 성어로 표현했는데 이것을 '표제'(標題)라고 한다. 그리고 이 '표제' 가운데 내용이 유사하거나 비교할 만한 것을 두 개씩 나열해서 어린이가 읽고 쉽게 암송할 수 있도록 했다.
- '표제'의 앞 두 글자는 그 이야기의 주인공 이름이고, 뒤의 두 글자는 그 사람의 행적이나 관련된 사건을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하나의 표제는 뒤의 표제와 대비되어 짝을 이루고 있다.
- 이들 두 개의 '표제'는 대구를 이루고 짝수 구절의 끝 글자가 '운'(韻)을 밟고 있다. 이는 학습받는 아이들이 입으로 외우기에 편리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 겨우 네 글자로 하나의 고사를 나타내고자 하면, 아무래도 상징적인 표현을 취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도 네 글자 가운데 위의 두 글자는 사람의 호칭이고, 그 호칭과 결부된 이야기는 남은 두 글자로 표시하지 않으면 단 된다. 그래서 고사를 정확하게 적은 주석이 필요하게 된다. 그 이야기의 출전을 분명히 알려주고 거기에 기초를 둔 올바른 지식을 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몽구'라고 하면 네 글자의 운문 뒤에 붙여진 주석이 생각나는 것이다.

ㅇ 본문의 구성
- 고사의 출전, 즉 어떤 책에서 뽑았는지가 밝혀져 있고, 등장하는 주인공의 자(子)와 출신 지역이 표시된다. 다음은 본격적인 이야기가 나온다.
- 이런 호칭들 중, 흔히 이름이라고 하는 '명'은 어린시절 부모나 집안의 어른이 붙여 준 호칭으로 어릴 때 불리는 이름이다. '자'는 성인이 되었다는 신고식인 관례를 치르고 나서 어린시절부터 부르던 이름 외에 다르게 붙이는 호칭이다. 일반적으로 공적인 관계에서 서로 부를 때 사용한다. 실명을 부르는 것을 피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경의를 표하는 생각 때문이다. '호'는 일정한 직위와 나이를 갖추고 나서 고향이나 자신에게 뜻 깊은 지역이나 서재 등과 같은 건물이름 또는 자기 성격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호칭으로 일종의 애칭 또는 별명인 셈이다. 주고 자신을 잘 아는 스승이나 선배가 지어 주었다. 재미있는 점은 호를 자기 성격의 반대 또는 보완적인 면을 살려서 짓는다는 점이다.

ㅇ 고사의 출전
- 출전이 된 책 종류는 매우 다양한데, 그 가운데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22권의 책은 다음과 같다. 괄호 안 숫자는 해당 책의 인용 횟수이다.
- '사기'(27), '전한서'(124), '후한서'(110), '삼국지'(43), '진서'(129), '논어'(3), '장자'(5), '열자'(4), '한비자'(2), '신자'(1), '전국책'(2), '여씨춘추'(2), '회남자'(8), '설원'(3), '육도'(1), '고열녀전'(8), '세설신어'(17), '고사전'(2), '박물지'(4), '신선전'(5), '유명록'(3), '속제해기'(3)

ㅇ '몽구'를 닮은 책들
- '몽구'가 널리 읽힌 이유는 옛 이야기를 네 글자의 실로 만들어 배열했다는 점에 있다. 그 발상이 꽤 매력적이었고 형식이 같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몽구'가 세상에 나온 이후에 '몽구'를 닮은 책들이 굉장히 많이 나왔다.

ㅇ 옛날의 어린이 교육
- 옛날에는 교육받는 사람들도 아주 적었으며 교육 받는다는 것 자체가 특권을 나타내는 징표였다.
- 가장 먼저 '천자문'을 배운다. '천자문'과 '몽구'의 다른 점은 표제만 있고 그에 대한 해설이 없다는 것이다.
- 그 다음에 배우는 책이 '추구'(推句)나 '계몽편'(啓蒙篇)이다. '추구'는 역사사아 유명한 문장 중에서 다섯 자가 대구를 이루는 문장만을 골라낸 '명언집'이다. '계몽편'은 산문체로 '하늘(天), 땅(地), 만물(物), 사람(人)'의 네 편으로 나누어져 편집되어 있다.
- 다음에 배운 책이 '사자소학'(四字小學)이다. 주희가 지은 '소학'은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의 윤리 교과서이다. 바로 '소학'을 어린이들이 배우기 쉽게 네 글자씩의 음률에 맞게 재편집한 책이 바로 '사자소학'으로 조선시대에는 많이 읽혔다.
- 그 다음에 우리나라의 경우는 '동몽선습'과 '격몽요결' 그리고 '명심보감'을 배우게 된다.
- 그리고 난 다음에는 본격적인 철학 수업을 받게 된다. '사서삼경'을 익히게 되며 과거시험을 볼 수 있게 된다.

ㅇ '몽구'의 가치
- '몽구'처럼 '주역'의 '몽괘'를 교육지표로 삼는 책들이 여럿 쓰여졌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어린이 교과서로 쓰인 '어린이가 먼저 익혀야 할 책'이라는 뜻의 '동몽선습'(童蒙先習)의 '동몽'이란 제목도 여기서 유래하고, '어리석음을 깨우쳐 주는 핵심'이라는 뜻의 '격몽요결'(擊蒙要訣)의 '몽'자 역시 여기에서 유래한다. 중요한 점은 이 두 작품이 모두 우리나라 사람의 저작이라는 것이다. '동몽선습'은 조선시대 박세무가, '격몽요결'은 율곡 이이가 지었다.
- 이에 반해 '몽구'는 저작 시기 자체가 중국에서 성리학이 나오기 이전이었으며, 그 안에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개성적인 모습들이 담겨져 있다. '몽구'가 성리학을 통치이념으로 하는 조선사회에서 교과서로서 별로 대접받지 못하고 잊혀져 간 이유는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특징 때문이다. 성리학에서 지향하고 있는 도덕적이고 이상적인 인간 모델에서 볼 때 '몽구'에 등장하는 인간들은 너무나 파격적이고 위험하고 저급하기까지 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계속해서 봉건시대 어린이 교과서로서 '몽구'가 애용되었다.
- 돌이켜 보면 '동몽선습'이나 '격몽요결'이 철저하게 성리학적 윤리의식의 고양만을 목적으로 저술되었다는 점에 비극이 숨어 있다. 우리 민족은 왜 그렇게 성리학 일색의 도덕 지상주의에 매몰돼 역동적인 현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을까?
- 그 동안 수많은 처세 서적이 우리 앞에 많은 지혜를 쏟아 놓으며 등장했다. 그 책들은 대부분 지나치게 도덕적이거나 아니면 절대적인 초월과 자유를 말하고 있다. 그러나 '몽구'는 어떤 입장을 강요하거나 주장하지 않는다. 다만 생생한 삶을 그대로 펼쳐 보여줄 뿐이다. 어떤 삶이 올바른 삶인가를 정해주는 책이 아니라 적절한 삶이 무엇인가를 각자 선택하도록 해주는 책이다. 윤리 도덕으로 덧칠되지 않은 동양인의 원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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