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地玄黃

2019. 4. 10. 09:49世說新語

天地玄黃

“천지현황(天地玄黃)”은 《천자문》의 첫 구절로, 《주역》 〈곤괘〉의 “하늘은 아득하여 가물가물하고 땅은 누렇다.[天玄而地黃]”는 구절에서 왔다.

《천자문》은 양나라의 주흥사가 하룻밤사이에 얼마나 고심하여 지었던지 머리가 하얗게 세었다고 하여 ‘백수문(白首文)’이라고도 부른다. 간혹 이 구절의 현(玄)자를 원(元)으로 쓰기도 하는데, 이는 청나라 4대 황제의 이름인 현엽(玄燁)의 글자와 중복되어 백성들이 함부로 황제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못하게 고안한 ‘피휘법(避諱法)’이다. 그래서 조선시대 임금들도 이름을 지을 때 대부분 외자로 썼다.
이러한 예는 오늘날까지 남아 부모님의 이름을 남에게 ‘○자, ○자’라고 부르는 것도 그 한 예다. 또한 대구광역시의 ‘구(邱)’자 역시 공자 이름인 구(丘)를 피하기 위해 오른쪽에 부(阝)를 넣어 원래 모양을 바꾸는 방법을 취하여 성인의 이름을 피했다.


천(天)은 팔을 한껏 벌리고 서 있는 사람[大]과 그 머리 위[一]에 자리하고 있는 존재인 하늘을 뜻한다.

 

지(地)는 흙[土]으로 구성된 땅과 자궁의 모양을 본뜬 야(也)로 구성되어, 세상 모든 생명의 모태가 되는 장소임을 나타냈다. 그래서 평지에서 움푹 들어 간 연못[池]이나 젊은 여자[她]를 이르는 글자에도 공통적으로 야(也)자가 들어간 것 역시 우연은 아니다.

 

현(玄)은 끝이 가물가물한 실꼬투리의 모양[]을 본뜬 글자다. 흔히 ‘검다’는 black의 뜻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사실 ‘가물가물하다’는 의미인 dark에 훨씬 가깝다. 그래서 현(玄)은 ‘검을 현’이 아닌 ‘가물 현’이 맞는 표현이다.

황(黃)은 가슴에 누른 옥을 찬 권력자의 모습을 본떠 ‘누렇다’는 색깔을 나타낸다. 오행(五行)에서 황색인 토(土)는 중앙에 해당한다. 그래서 중국 천자는 제후국을 봉할 때 오행설에 따라 중앙과 황제를 상징하는 황색을 중심으로 제후국 방향에 해당하는 색깔의 흙을 띠풀에 싸주었는데 이를 ‘모토(茅土)’라고 했다. 조선은 중국의 동쪽에 속한 나라로 푸른색 흙을 받았다.

 

박상수(朴相水)는 민족문화추진회(현 한국고전번역원), 국사편찬위원회, 온지서당 등에서 한문과 고문서, 초서를 공부했고, 단국대학교에서 한문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소 전문위원, 단국대학교 강사, 한국한문학회 출판 이사, 고전문화연구회 상임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지금은 고전문화연구회와 대동한문고전번역원 한문번역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한문 번역과 탈초, 강의에 전념하고 있다.
번역서와 탈초 자료, 논문으로는 ≪고시문집(古詩文集)≫, ≪붓 끝에 담긴 향기(香氣)≫, ≪동작금석문집(銅雀金石文集)≫, ≪사상세고(沙上世稿)≫, ≪미국 와이즈만 미술관 소장 한국 문화재 도록≫, ≪다천유고(茶泉遺稿)≫, ≪탈초 국역 초간독(草簡牘)≫, ≪간찰, 선비의 일상≫, ≪사문수간(師門手簡)≫, ≪습재집(習齋集)≫, <초간독 연구>, <간찰소고>, <설문해자와 육서심원의 부수 비교 연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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