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 17. 15:41ㆍ책과논문
동파체(東坡体)ㆍ파자(破字)와의비교를 통해 본 일본근세 한자문자유희
- 난지(難字)ㆍ이루이 이묘(異類異名)를 중심으로 -
금 영 진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대학 강사)
국문초록
동파체 및 파자와의 비교를 통해 본 일본근세의 문자유희방식, 특히 난지 및
이루이 이묘의 한자변형방식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난지 및 이루이 이묘에 보이는 한자변형방식 중에서 글자의 장단
이나 대소를 이용한 방식은 동파체의 그것과 유사함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글
자의 농담이나 글자의 속을 하얗게 비우는 블록체(가고지)가 동파체에서는 흔히
보이는 반면, 난지 및 이루이 이묘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는 점은 양국 문자유희
의 상이점이라 하겠다.
두 번째로, 글자를 180도 뒤집거나, 90도 옆으로 뉘는 방식이 보인다는 점에
서는 동파체와 유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난지 및 이루이 이묘에
서는 45도 기울기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과 더불어, 글자를 뉘거나 기울
이는 방향이 동파체에서는 작자마다 제각각인 반면, 난지 및 이루이 이묘에서는
대개 누인 방향이 오른쪽이라는 점도 흥미로운 차이점이라 할 수 있겠다.
동파체와 난지 및 이루이 이묘의 모든 용례에서 문자의 방향성을 의식한 작자
의 고려가 있었을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동쪽과 서쪽, 혹은 오른쪽과
왼쪽이라는 방향성을 작자들이 나름 의식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왜냐하면, 소동파의 ‘장정’시에 보이는 목 ‘수(首)’자의 반전과
산바의 ‘남녀(男女)’ 글자의 180도 좌우 반전은 그러한 방향성과 회전성을 작자
가 충분히 의식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파자 방식 중의 하나인 부분결여 방식이 난지 및 이루이 이묘, 그
리고 동파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남을 알 수 있었다. 또한 한자를 둘로 쪼개어
그 사이에 다른 한자를 집어넣는, 파자의 분리법과 증보법을 복합시킨 방식이
동파체에서 발달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방식은 일본에서 주로 에도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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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3단 수수께끼나 그림 수수께끼방식인 한지에(判じ絵)에서 이용되었는데, 이
는 동파체와 파자의 한자변형방식이 일본근세의 문자유희뿐만 아니라 수수께끼
에도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하겠다.
주제어 : 문자유희(文字遊戯), 동파체(東坡体), 파자(破字), 난지(難字), 이루이
이묘(異類異名)
[그림 1]
Ⅰ. 서론
먼저 ‘난지(難字)’ 및 ‘이루이 이묘(異類異名)’에 대해 개관하자면 다음과
같다. 본고에서 말하는 ‘난지(難字)’란,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한자의 획수가
많거나 읽기 어려운 글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서는 그야말로 일반
적인 한자에 약간의 변형을 가하여 수수께끼처럼 해독을 해야만 읽을 수 있
는 문자유희성을 갖춘 글자를 말한다. 예를 들어 ‘백(白)’을 ‘구십 구(九十
九)’로 읽는 것이 이에 해당하는데, ‘백(百)’에서 ‘일(一)’을 뺐으니 당연히
99가 된다.
또, ‘이루이 이묘(異類異名)’는 이러한 방
식이 적용된 읽기 어려운 성씨나 이름을 말
하는데, 만들어진지 100년이나 된 물건에
붙는 정령인 쓰쿠모가미(付喪神)를 구십 구
세로 보아 ‘백(白)’을 ‘쓰쿠모(つくも-付喪)’
라고 읽는 것이나, ‘칠오삼(七五三)’이라는
숫자로 된 성씨를 ‘시메(しめ)’ 또는 ‘시메
카케(しめかけ)’라고 읽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그림 1])1)
결국 난지와 이루이 이묘는 서로 같은 부류라 할 수 있는데, 이들은 크게
1) 일본의 신사(神社)에는 시메나와(注連縄)라는 가로로 매단 두꺼운 새끼줄이 있는데,
거기에 세로로 매달아 늘어뜨리는 작은 새끼줄을 시메카케(七五三掛)라고 한다.
오늘날은 3개가 기본이지만, 예전에는, 3개, 5개, 7개를 매달았기에 칠오삼(七五
三)을 ‘시메’ 또는 ‘시메카케’로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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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아,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가짜 한자를 만들어 내어 읽는 문자유희인
우소지(譃字, 혹은 嘘字)에 속한다. 우소지는, 특히 에도시대의 게사쿠(戯
作) 작가인 시키테이 산바(式亭三馬)의 ?오노가 바카무라 우소지 즈쿠시(小
野(⺮+愚)譃字尽)?(이하, 본고에서는 ?우소지 즈쿠시?라 약칭함)의 우소지
즈쿠시(譃字尽くし)부 열다섯 장 분량에 집중적으로 소개되어 있는데, 예를
들어 눈 ‘목(目)’자가 3개면 ‘괴물’이라고 읽는 식이다.2) 물론 세상에 이런
한자는 없다. 그리고 ?우소지 즈쿠시?의 ‘난지 와케카이(難字和解)’부 여섯
장 분량 및 ‘이루이 이묘 즈쿠시(異類異名尽くし)’부 석장 분량에는 각각
난지 15개와 이루이 이묘 24개의 용례가 보이는데, 필자는 이들을 우소지로
분류하여 그 특징을 고찰한 바 있다.3)
그런데 그 후, 필자는 난지 및 이루이 이묘에 보이는 한자변형방식들이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일찍이 향수되었던 동파체(東坡体)의 그것과 여러 모
로 유사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며, 그와 동시에 동파체가 파자(破字)와
도 깊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즉, 난지 및 이루이 이묘는
우소지에서 후대의 돈지(鈍字)로 전개되는 일본근세 한자문자유희의 중간
단계를 보여준다는 점과, 동파체에 보이는 한자변형방식이 다수 보인다는
점 등에서, 파자의 전통적인 기법이 상대적으로 많이 보이는 우소지와는 다
소 구별되는 특징을 보인다.
이에 본고에서는 동파체의 용례 및 동아시아에서 공유된 파자 수수께끼
의 주요 방식과의 비교를 통해, 난지 및 이7루이 이묘의 한자변형방식이 동
파체 및 파자의 그것과도 깊은 연관성을 지니는 문자유희라는 점을 밝힘과
동시에, 양자의 방식의 차이에 대해서도 고찰하고자 한다.
2) 여기에 대해서는 금 영진 「우소지(嘘字)를 통해 본 일본근세 한자문자유희-시키
테이 산바(式亭三馬)의 ?우소지즈쿠시(嘘字尽くし)?를 중심으로-」, 한국일어일문
학회, ?일어일문학연구? 96(2), 2016.02, pp.21~38 및 小野恭靖 「嘘字ㆍ鈍字の世界」, ?大阪教育大学紀要I?, 人文科学 50(1), 2001.8, pp.57-65를 참조 바람. 원래는 ‘우
소지(譃字)’이나 ‘우소지(嘘字)’로 현대어 표기함.
3) 금 영진 상게 논문에서는 우소지, 난지, 이루이 이묘의 특징으로 암호성 및 연상
연결성, 확장성, 회전성 및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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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동파체(東坡体) 및 파자(破字)
1. 동파체에 대하여
먼저 본고에서 다루려는 ‘동파체’에 대하여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신영주씨에 의하면, 명나라 때까지는 이를 주로 ‘신지체 탁자시(神智體
拆字詩)’라 불렀고, 청나라 때에는 ‘신지격(神智格) 동파체’, ‘동파 신지체’
등으로 불렀으며, 한국에서는 주로 동파체라 부른다고 한다.4) 그리고 그것
은 물론 소동파(蘇東坡)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이로펀(衣若芬)씨의 선행연구에서는, “동파체는 ‘신지체(神智體)’라고도
하는데, 문자의 분해와 재조합, 필획의 생략과 추가 등의 방법을 사용해 적
은 수의 ‘자도(字圖)’로 더 많은 ‘자의(字意)’를 담는 작시 형식”이라고 소개
하고 있다.5) 따라서, 본고에서 말하는 동파체는, 소동파의 독자적인 풍격을
갖춘, 기세가 호방하며 기교 있고 영리한 해자음(諧字音)시 전체를 의미하
는 광의의 그것과는 다소 차이가 난다.6)
4) 신영주, 「拆字詩를 활용한 한자놀이 수업 방안에 관한 제언-柳根과 朱之蕃의 東
坡體 拆字詩를 활용하여-」, ?漢文敎育硏究? (48), 한국한문교육학회, 2017.06,
pp.164-165. 신영주는 탁자시를, 탁자의 방법으로 창작한 시 형식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그 예로서, ?후한서(後漢書)?에 보이는, 국정을 농단하는 동탁(董卓)의 운
명이 열흘을 넘기지 못할 것임을 노래한, “천리의 풀이 어찌 푸르고 푸르리오. 점
을 치니 십일을 살 수 없다고 하네. (千里草, 何青青, 十日卜, 不得生.)”를 들고
있다. 여기에서 ‘千里草’는 ‘동(董)’을 파자한 것이고, ‘十日卜’은 ‘탁(卓)’을 파자
한 것이다. 신영주, 상게논문, p.169. 한편, 박갑수에 의하면, 점술법으로서의 파자
는 중국에서는 破字 아닌, 測字, 또는 柝(坼)字라 한다고 한다. (이는 점술가가 問
卜者에게 점술서의 문자를 짚게 하거나, 글자를 쓰게 하고 그 한자를 통해 운명을
판단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버지의 병에 대해서 묻는 사람에게 글자를 짚으라
하여 “한 일(一)”자를 짚었을 때, “일(一)자는 생(生)자의 끝이고, 사(死)자의 처음
(一字生之盡 死字之初也)”이라 그 아버지가 일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는 따위
가 그것이다.)
5) 이로펀(衣若芬) 「동파체(東坡體): 명한(中韓) 시부외교(詩賦外交)의 희작(戱作)과
경기(競技)」, ?淵民學志? 20輯, 2013.08, p.143.
6) 이로펀에 의하면, 광의의 동파체는 소동파의 호방한 기상이 드러나거나, 일부러 틀
린 글자를 써서 시를 읊는 오자음시(呉字音詩)도 포함한다고 한다. 그 설명을 인용
하자면 다음과 같다.(‘意’와 동음인 ‘憶’을, ‘棋’와 동음인 ‘期’를, ‘絲’와 동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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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먼저 문자유희로서의 동파체에 대해 살펴보자. 이로펀씨의 선행
연구에 의하면, 북송의 신종(神宗) 희녕(熙寧) 년간(1068-1077)에 북쪽 오랑
캐(요나라)의 사신이 왔는데 매번 시 잘 짓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며 이것으
로 송나라 학자들을 공격하였다고 한다. 이에 황제의 명을 받은 소동파가
응대하게 되어 12자의 변형된 가짜 한자로 이루어진 「만조(晚眺)」라는 탁
자시([그림 2])를 지어 보이자 사신은 해석을 못해 당황하였고, 그 후, 다시
는 시를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장정(長亭)’이라는 제목으로 후대에 더 알
려진 이 12자의 신지체 탁자시(이하, 본고에서는 동파체라 칭함)를 원래의
7언 절구로 풀이하자면 다음과 같다.
긴 정자 짧은 볕은 사람 없는 그림인데
장정단경무인화(長亭短景無人畵)
늙은이 마른 대지팡이 옆으로 당겨보네
노대황타수죽공(老大横拖痩竹笻)
돌아보면 끊긴 구름 하루해도 저무나니
‘思’를, ‘匙’와 동음인 ‘時’를 의식하고, 헤어져도 서로 잊지 말자(意棋絲匙)고 읊
은 시는 그 좋은 예이다. 소동파는, 연밥에는 ‘연밥[薏]’(臆)이 있고 바둑이 끝나
면 ‘바둑[棋]’(期)이 없으며, 옷깃이 떨어지면 다시 ‘꿰매야[縫]’(逢) 하고 밥을 먹
을 때에는 ‘숟가락[匙]’(時) 쓰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읊은 것이다. 네 개의
오음자(諧音字)가 표현 하는 것은 이별할 때 다시 만날 기약이 없음을 탄식하며
오직 벗을 항상 그리워하며 어느 때고 잊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는 뜻이다. 소동파
의 <代人贈別>은 아쉬운 이별의 마음을 표하고 있으면서 오히려 기교와 총명을
드러내려는 의도를 품고 있다.) 이로펀 상게 논문 pp.147-149. 그리고 필자가 찾
아 본 바로는, 우리나라의 ?송계만록 하(松溪漫錄 下)?에도 오음자를 이용한 비
슷한 예가 다음과 같이 보인다. (○옛날, 문경 현감(聞慶縣監)이 통인(通引)을 보
고 말하기를, “오늘은 매우 한가하니 연구(聯句)나 지어볼까?”하였다. 통인이 원
[倅]에게 먼저 짓게 사양하였다. 원이 먼저 읊기를, 주흘산 앞에 곰이 론론한다
(主屹山前能論論)하였다. 능(能)은 웅(熊)과 통해 썼으며, 론론(論論)은 곰이 노는
모양을 형용한 것이다. 말이 떨어지자 통인이, 막 동문 밖에 개가 몽몽 짖는다.(莫
同門外大蒙蒙)하였다. 대(大)는 견(犬)과 통용한 것이고, 몽몽(蒙蒙)은 개 짖는 소
리인 것이다. 원이 말하기를, “어떻게 개 견(犬)자를 큰 대 자로 할 수 있는가?”하
니, 대답하기를, “사또께서는 곰의 네 발을 끊어 쓰셨는데, 소인이 어찌 개의 귀
하나쯤 뗄 수 없겠습니까?”하니, 듣는 사람이 이가 시리도록 입을 벌리고 웃었
다.) 한국고전번역원 데이터베이스 고전번역서에서 인용. http://db.itkc.or.kr/
검색어: 論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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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회수단운사일모(回首斷雲斜日暮)
곡강엔 산 그림자 거꾸로 비쳐 있다
곡강도잠측산봉(曲江倒蘸側山峯)7)
첫 번째 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亭)’
자를 길게 쓰고 ‘장정(長亭)’이라 읽으며,
‘경(景)’자를 짧게 쓰고 ‘단경(短景)’이라 읽
고, ‘화(畵)’자의 아랫부분에서 ‘인(人)의 두
획’을 빼고 ‘무인화(無人畵)’라고 읽으면, 단
3자만으로도 7언 절구의 한 구 7자의 의미
가 완성되는 식이다.
이처럼 동파체를 이용할 경우, 서너 개의 한자를 변형시키는 것만으로도
그 2배 분량의 한자의 의미를 나타낼 수 있기에, 7언 절구를 짓는데 굳이
28자(7字×4句)를 다 쓸 필요가 없다. 동파체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향수
되었는데, 그 점은 ?골계총서(滑稽叢書)?에 보이는 다음 이야기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한 고을의 원님이 해박한 첩과 동산 정자에서 봄놀이를 하고 있는데 문
객이 심부름 하는 아이 편으로 해독할 수 없는 네 글자로 된 글을 전해 올렸
다. ([그림 3]) 첫 글자는 ‘길쭉하게 쓴 날 일(日)자’, 두 번째는 ‘점이 빠져
있는 마음 심(心)자’, 세 번째는 ‘작게 쓴 사람 인(人)자’, 그리고 네 번째는
‘가운데 한 획이 빠져 있는 배 복(腹)자’였다. 원님이 그 의미를 알 수 없어
난감해 하자 첩이 풀기를, “‘일(日)’자가 매우 기니 이는 ‘장일(長日)’이요,
‘심(心)’자에 점 하나가 없으니 바로 ‘무점심(無點心)’이지요. 또, ‘인(人)’자
를 조그맣게 썼으니 ‘소인(小人)’이구요. ‘복(腹)’자 안에 획을 비웠으니 ‘복
중공(腹中空)’입니다. 그러니까 ‘날은 긴데 점심이 없으니, 소인의 뱃속이
비었습니다(장일무점심(長日無點心)/소인복중공(小人腹中空))’라는 말입니
7) 이로펀, 상게 논문, p.151에서, “육유(陸游: 1125-1210)의 외 조카인 상세창(桑世
昌)이 편집한 ?회문유취(回文類聚)? 권3에는, 소식의 <晚眺> 시(“長亭短景無人畫/大橫拖瘦竹筇/回首斷雲斜日暮/曲江倒蘸側山峰.”)가 있는데 시 제목 아래 주석
에 ‘칠언구. 이 수는 신지체이다.[七絕 此首神智體]’라고 되어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동파체(東坡体)ㆍ파자(破字)와의 비교를 통해 본 일본근세 한자문자유희 199
[그림 3]
다.”라고 풀이했다. 이 말을 들은 원님은 한바탕 크게 웃고는 한 상 잘 차려
보냈다고 한다.8)
그리고 명대(明代) 문신(文臣)들이 조선
에 출사(出使)하여 조선 문인들과 창화한
시문을 수록한 ?황화집(皇華集)?에 한중
양국의 이러한 동파체시가 많이 실려 있다
고 한다.9) 이에 본고에서는 신영주씨 논문
의 말미에 수록된 참고자료 「柳根과 朱之蕃이 수창한 東坡體 拆字詩 24수」
및 이로펀 논문에 소개된 ?황화집(皇華集)?의 동파체 시를 비교검토의 대상
으로 살펴보았다.
그러면 이어서 동파체와 파자의 관계에 대하여 살펴보자.
2. 파자(破字) 탁자시ㆍ파자 수수께끼와의 관계
신영주씨는 파자와 동파체를, 같은 탁자시의 범주로 분류하였는데, 조선
시대의 한문소화집인 서거정의 ?동국골계전(東国滑稽伝)? 제123화에 보이
는 다음의 연구(聯句)도 파자를 이용한 탁자시라 할 수 있다.
여자(女)가 두 남자(二男)를 만나니 요(嬲)자를 이루어 가는구나.
여우이남성요거(女遇二男成❶嬲去)
노새(盧)가 말(馬)을 만나니 당나귀(驢)가 되어 오는 도다.
노봉일마작려래(盧逢一馬作❷驢來)
내(我) 앞에 밥(食)이 있으니 배고프다고(餓) 말하지 말라.
아변식재휴칭아(我辺食在休称❸餓)
8) 정민 ?한시미학산책?, 휴머니스트 출판그룹, 2010.10, p.382.
9) 50권. 목판본. 명나라 사신이 처음으로 조선에 온 1450년(세종 32)부터 1633년(인
조 11)까지 180여 년간 24차례에 걸쳐 양측이 주고받은 시를 모아 편집하였다.
그 뒤 개별적으로 전해 오던 것을 1773년(영조 49)에 영조의 명으로 다시 수집ㆍ
정리해 간행하였다. 그리고 이로펀에 의하면, 이 작품집에는, 공용경(龔用卿), 화
찰(華察), 주지번(朱之蕃)이 각각 1537년, 1539년, 1606년에 조선에 출사했을 때
조선의 접반사와 주고받은 중국과 한국의 동파체 35수(중국 측 19수, 조선 측 16
수)가 보인다고 한다.
200 비교문화연구 제48집(2017.9)
산(山) 옆으로 사람(人)이 오면 합쳐서 신선(仙)이 된다.
산반인래합작선(山畔人來合作❹仙)
산(山)이 겹쳐 두 산(二山)이 되면 응당 나오는 것을(出) 보리라.
산첩양산의출조(山疊両山宜❺出眺)
달(月)이 이월(二月)을 맞으면 가히 벗(朋)과 놀만 하도다.
월당이월가붕유(月当二月可❻朋遊)
스님(僧)은 일찍이(曾) 사람(人)이었지만, 부처(佛)는 사람(人)이 아니로다(弗).
승증인야불불인(❼僧曾人也❽佛弗人)10)
각각, ❶요(嬲=男+女+男), ❷려(驢=馬+盧), ❸아(餓=食+我), ❹선(仙
=人+山), ❺출(出=山+山), ❻붕(朋=月+月), ❼승(僧=曾+人), ❽불(佛=人
+弗)을 파자하고 다시 합자하였음을 알 수 있다. 김삿갓의 시에서도 ❹‘선
(仙)’과 ❽‘불(佛)’의 파자를 이용한 비슷한 예가 보이고, 일본최초의 시가집
인 ?만요슈(万葉集)?巻九 1787번 노래인 가사노 가나무라(笠金村)의 장가
(長歌)에도 ❺‘출(出)’을 ‘산상복유산(山上復有山)’으로 파자한 예가 보이는
것으로 보아, 이러한 파자 탁자시 형태는 동아시아에서 일찍이 공유되었다
고 볼 수 있다.11)
한편 파자는 탁자시 뿐만 아니라 수수께끼의 형태로도 나타나는데, ‘람
(嵐)’자를, ‘산(山)바람(風)에 남기(嵐)가 절로 피네(山風嵐̇自起)’로 파자한 남
송 유일지(劉一止)의 시는 파자가 탁자시의 형태로 나타난 경우라 할 수 있
으며,12) 일본근세초기에 간행된 ?사무가와 뉴도 힛키(寒川入道筆記)?에 보
10) 박경신, ?대교 역주 태평한화골계전? 제1권, 국학자료원, 1998.08, pp.570-572.
11) 김삿갓의 시에, 「신선(仙)은 산 사람(山人)이나 부처(佛)는 사람(人)이 아니요
(弗). (仙是山人佛弗人)/기러기(鴻)는 강 새(江鳥)지만 닭(鷄)이 어찌 새이리오(奚
鳥)(鴻惟江鳥鷄奚鳥)/얼음(氷)이 한 점 녹으면 도로 물(水)이 되고(氷消一點還爲
水)/두 나무(兩木) 마주서니 문득 숲(林)을 이루네(兩木相對便成林)」라고 보인다.
또, 만요슈에는 「볼 때마다 사랑의 마음은 넘쳐나지만, 겉으로 드러나면(出) 남
이 알지나 않을까.(毎見恋者雖益色二山上復有山者一可知美 見るごとに/恋はま
されど/色にいで(出)ば/人知りぬべみ)」라고 보인다.
12) (해[日]와 달[月]이 아침 어둠을 밝히고[明](日月明̇朝昏)/산[山] 바람[風]에 남기
[嵐]가 절로 피네(山風嵐̇自起)/돌[石]은 껍질[皮] 깨져도[破] 여전히 강하고(石皮
破̇仍堅)/오래된[古] 나무[木]는 말라도[枯] 죽지 않아(古木枯̇不死)) 신영주, 전게
논문, p.170.
동파체(東坡体)ㆍ파자(破字)와의 비교를 통해 본 일본근세 한자문자유희 201
이는, ‘산(山)과 산(山)에 바람(風)이 들어갔다. 뭘까? /아라시야마(嵐山)’13)
는 파자가 수수께끼의 형태로 나타난 경우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서 한 가지 유의할 점은, 파자는 필연적으로 합자를 수반하
며, 이는 파자 수수께끼가 플러스(+)와 마이너스(-), 즉, 분리와 조합이라는
연결순환구조를 갖는다는 사실이다. 근세 요미혼(読本) 작가인 바킨(馬琴)
이 ?난소사토미핫켄덴(南総里見八犬伝)?에서, 8마리의 개를 낳은 공주의
이름을 ‘후세히메(伏姫)’, 즉, 사람 인(⺅)변+개 견(犬)=후세(伏)라 짓고, 팔
견사(八犬士)를 불러 모은 스님의 이름을 ‘주다이 법사(ヽ大法師)’, 즉 주
(ヽ)+다이(大)=개 견(犬)이라고 명명한 것도 결국은 파자와 합자, 분리와 조
합의 연속선상에서 파악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송연창(宋連昌)의 ?한자미어(漢字謎語)?에 소개된 중국의 파자
수수께끼 12분류방식을 보면, 파자의 방식이 동파체의 그것과 상당히 유사
함을 알 수 있다. 그 내용을 발췌하여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1) 象形法: 記念碑/且-한자의 모양에서 기념비를 연상시킴.
(2) 会意法: 大樹/柜-큰(巨)+나무(木)의 의미를 복합시킴.
(3) 別解法: 兄弟合作/捉-형제는 수족(手足)과 같으니까 각각 형(扌)과
동생(足)으로 달리 해석하여 합치면 잡을 ‘착(捉)’이 됨. 2차 비밀번
호를 한 단계 더 집어넣은 것과 같음.
(4) 仮借法: 龍年得千金/娠-용 해(龍年)는 ‘진(辰)’이고, 천금(千金)은 ‘딸
(女)’이니까 女+辰=‘임신(娠)’이 됨. 별해법과 큰 차이 없음.
(5) 換算法: 三週間/昔-3주는 환산하면 二十一日이니까 廿+一+日=옛날
(昔)이 됨.
(6) 切断法: 十二点(十二時)/斗-‘십(十)’과 이점(二点)을 절단함.
(7) 合成法: 十月十日/朝-十+月+十+日로 합성함.
(8) 分離法: 果断/田,木-글자를 반으로 쪼갬.
(9) 離合法: 喜上眉梢/声-희(喜)자의 위(士)와 미(眉)자의 끝(⼫)을 각각
떼어낸 뒤 합침.
(10) 増補法: 一斤多点/斥-‘근(斤)’에 점을 추가하면 물리칠 ‘척(斥)’이
됨. 절단법과 유사.
13) (山山ニ風ガ入タ。 何ソ。 /嵐山) 武藤貞夫, ?噺本大系? 第一巻, 東京堂出版, p.27.
202 비교문화연구 제48집(2017.9)
(11) 減損法: 夫人莫入/二-‘부(夫)’에 ‘인(人)’이 들어가지 않으면 ‘이(二)’
가 됨.
(12) 移位法: 一挙而成/血-‘이(而)’에서 ‘일(一)’을 들어 아래로 옮기면
‘혈(血)’이 됨.14)
(3)의 별해법과 (4)의 가차법, 그리고 (6)의 절단법과 (10)의 증보법은 사
실상 그리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중복으로 볼 수 있으며, 따라서 굳이 이렇
게까지 세분할 필요가 있을까도 싶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파자나 동
파체의 방식 중 상당수가 이 중 어딘가에 속한다는 점에서 볼 때, 이러한
분류 시도는 분명 의미가 있다 하겠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일본 근세초기의 하나시본인 ?햐쿠모노가타리(百
物語)?上巻 제49화에 보이는 중국의 파자관련 이야기는 파자 탁자시와 파
자 수수께끼, 그리고 동파체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여기 맛있는 술이 있으니 때를 봐서 오시오.”라는 의미의 ‘시정래차유미
주(時程来此有美酒)’ 7자를 파자한 내용이 그것이다.(❶일변유사(日辺有寺
「日+寺=時」)❷천팔구왕(千八口王 「千+八+口+王=程」)❸양인상목(両人上木
「人+人+木=來」)❹칠산상쌍(七山相双 「七+七=此」)❺시월반사(十月半斜 「ナ
+月=有」)❻화소양와(火焼羊瓦 「羊+火=美」)❼수변유주(水辺有酉 「氵+酉=
酒」))15)
동파체 같았으면 12자만으로도 7언 절구 28자의 의미를 나타냈겠지만,
여기에서는 거꾸로, 파자한 28자로 7자의 의미를 나타내었다. 파자는 필연
적으로 분해된 글자들을 다시 합치는 합자(合字)과정을 수반하지만, 효율성
면으로만 따진다면 아무래도 동파체가 파자보다는 훨씬 경제적이라 할 수
14) 甲斐勝二, 「新中国語文教学の周辺其1言葉遊びを巡って 宋連昌 《漢字謎語》 前
言 翻訳」, ?福岡大学人文論叢? 第39巻2号, 1991.10, pp.499-516.
15) (もろこしには、 風流なる事あり。 ある酒屋の門にくれなゐの吹ぬきに、 日本のな
ぞなぞのやうなる事をかきつけて、 人さとりてゆく時、 酒をふるまふとなり。 そ
の詩にいはく、 時程來此有美酒といふ句を、 一字をわけて、 詩の一句となして、 彼
のぼりに書つけて門に出してをくとなり。 其詩にいはく、 日辺有寺(時の字也)/千
八口王(程の字也)/両人上木(來の字也)/七山相双(此の字也)/十月半斜(有の字
也)/火焼羊瓦(美の字也)/水辺有酉(酒の字也)) 武藤貞夫, 상게서, pp.233-234.
동파체(東坡体)ㆍ파자(破字)와의 비교를 통해 본 일본근세 한자문자유희 203
있을 것이다.
또한, 파자는 동파체와 방식상의 유사점이 많이 보이는데, 실제로, ❸‘두
사람이 나무 위에 올랐다(來)’나, ❺‘시월이 반 기울었다(有)’, 그리고 ❻‘양
(羊) 부조 기와를 불로 구웠다(美)’에서는 파자가 동파체로 전개되어가는 발
전단계를 어느 정도 엿볼 수가 있다. 특히 ❺에서는 ‘십(十)’자를 반(45도)
정도 기울이면 ‘ナ’의 형태가 된다고 표현했는데, 글자의 전부가 아닌 일부
만 기울이는 이 같은 방식은 소동파가 요나라 사신을 당황시킨 장정(長亭)
시의 제3구에 보이는 저물 ‘모(暮)’자 아래의 날 ‘일(日)’자만을 오른쪽으로
45도 기울인 예에서도 또한 확인된다.([그림 2]) 한편 신영주씨의 전게 논문
에서는 파자와 동파체의 차이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파자는 대체로 한자를 구성하고 있는 偏旁의 성분을 온전하게 離合하
거나 점획을 加減하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하지만 동파체는 성분 단위에
얽매이지 않고서 임의로 분리하거나 점과 획을 가감한다. 또한 글자의 방
향을 고의로 회전시켜 상하 좌우를 뒤바꾸기도 하고, 행간에 놓인 글자의
위치를 상하나 좌우 한쪽으로 치우친 곳에 두기도 하고, 획의 굵기, 길이,
색깔 등을 상대적으로 다르게 변화시키기도 한다. 상상력을 발휘하여 자
유롭게 한자를 변형시켜 전하고자 하는 의사를 표현한 후에 상대에게 이
를 맞추게 하는 것이 곧 동파체를 활용한 놀이의 방식이다.16)
그리고 필자는, 동파체와 파자의 한자변형방식의 차이를 이렇게 부연 설
명하고 싶다. 즉, 여러 개의 레고 조각(머리, 몸통, 팔, 다리)으로 만든 로봇을
각각 분리시킨 뒤, 다시 원래대로 조립하는 것은 파자와 합자의 방식이다.
반면, 로봇의 머리나 다리, 혹은 팔의 일부분만을 살짝 빼거나 반대로 더하
면 동파체 방식이 된다. 가령, 로봇의 머리를 빼어 목 없는 귀신 로봇을 만들
거나, 로봇의 다리 여러 개를 직렬 혹은 병렬형태로 연결하여 문어나 오징어
로봇, 혹은 키다리 로봇을 만들면 이것은 동파체 방식이 되는 것이다.
또, 파자방식에서는 기본적으로 온전한 하나의 글자를 분리하고 조합한
다고 한다면, 동파체 방식에서는 여러 개의 글자를 결합시키기도 한다. 바
16) 신영주, 전게논문, pp.167-168.
204 비교문화연구 제48집(2017.9)
[그림 4] [그림 5]
꿔 말하자면, 한 개의 로봇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파자방식이라면, 여러 개
의 로봇을 합체시키는 것이 동파체 방식인 셈이다.
따라서 동파체는 어떤 때에는 하나의 온전한 한자를 부분적으로 결여시
키고, 또 어떤 때에는 여러 개의 한자를 레고처럼 합체시킨 뒤 각각의 글자
를 하나씩 따로 따로 읽는다는 점에서 파자에서 한층 업그레이든 된 한자문
자유희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점에서 보자면, 일본의 난지 및 이루
이 이묘는 파자에서 동파체로 이행되어 가는 중간단계쯤으로 설명할 수 있
다. 본고에서 난지 및 이루이 이묘에 보이는 일본근세 한자문자유희의 방법
적 특징을 파악함에 있어서, 동파체 뿐만 파자도 동시에 다루려는 이유 또
한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Ⅲ. 난지(難字)ㆍ이루이 이묘(異類異名)의 한자변형방식
1. 장단(長短)ㆍ대소(大小)를 이용한 방식
그러면 먼저, 동파체 및 파자와의 비교의 관점
에서 본 난지 및 이루이 이묘의 한자변형방식에
대해 살펴보자. 첫 번째로는 한자를 길거나 짧게
(長短), 혹은 크거나 작게(大小)나타내는 방식의
유사성이다.
예를 들어, 난지 와케카이에는 ‘근조(芹藻-‘미
나리’와 ‘마름 풀’ 의 두 글자를 길게 쓰고서 ‘오
모나가(芹藻長-‘미나리(오)’와 ‘마름 풀(모)’은 길다(나가)’)’라고 읽는 예가
보인다.([그림 4]) 그리고, 비슷한 예가 이루이 이묘 즈쿠시에도 보이는데,
‘야마자에몬(山左衛門)’의 네 글자를 위아래로 길쭉하게 늘여 쓰고서는 ‘나
가야마 초자에몬(長山長左衛門)’이라고 읽은 예(장(長)은 ‘나가(なが)’, 또는
‘초(ちょう)’의 두 가지로 읽는다)가 그것이다. 또 인명에 흔히 쓰이는 ‘베에
이(兵衛)’를 짧고 납작하게 쓰고는 ‘단베에이(短兵衛)’라고 읽은 예가 보이
는데, 이 역시 글자의 장단을 의식한 경우라 할 수 있다.([그림 5])
동파체(東坡体)ㆍ파자(破字)와의 비교를 통해 본 일본근세 한자문자유희 205
[그림 6]
[그림 7] [그림 8]
[그림 9]
그리고 이와 비슷한 방식이 동파체에서도 보인다. 칼 ‘검(劍)’
자를 길게 쓰고서 ‘장검(長劍)’으로 읽거나, 퉁소 ‘소(簫)’자를 짧
게, 피리 ‘적(笛)’자를 길게 쓰고서 ‘짧은 퉁소 긴 피리(短簫長
笛)’로 읽은 예가 그것이다.([그림 6])17)
한편 동파체에는 버드나무 ‘류(柳)’자 전체를 길게 쓰는 것이
아니라, ‘묘(卯)’의 내림 획 2개만을 길게 쓰고는 ‘늘어진 버들
(垂柳)’이라고 한 예가 보이는데([그림 7])18), 이는 글자의 장단
을 이용한 방식을 부분적으로 변용시킨 경우라 하
겠다. ‘하(河)’자의 ‘삼수변(氵)’의 마지막 세 번째
획만 아래로 길게 늘이고서 ‘강이 흐른다(河流)’로
읽거나)19), 낚싯줄 ‘륜(綸)’자의 ‘책(冊)’의 한 획만
길게 늘여 ‘가느다란 낚싯줄 길게 드리워져(纖綸)’
로 읽는 경우 또한 마찬가지이다.20) 이러한 방식은
난지 및 이루이 이묘에는 보이지 않지만, 오늘날 일본의 장어
집 등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글자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하겠다.([그림 8])
그러면 이어서 글자의 대소를 이용한 경우를 살펴보자. 먼
저, 난지 와케카이에서는 ‘북 고(鼓-쓰즈미(つづみ)라고 읽
음.)자’를 크게 쓰고서 ‘오쓰즈미(大鼓-큰 북)’, 작게 쓰고서
‘고쓰즈미(小鼓-작은 북)’라고 읽는 예가 보인다.([그림 9]) 또, 이루이 이묘
즈쿠시에는 ‘림(林-하야시)’자를 작게, ‘육(六-로쿠)’자를 크게 쓰고서 ‘고바
야시 다이로쿠(小林大六)’라고 읽은 예가 보이는데, 그 이유는 일본어로 작
은 숲이 ‘고바야시(こばやし)’이고, 큰 육이 ‘다이로쿠(だいろく)’이기 때문
17) 유근의 5번째 시(긴 검으로 파도 갈라 큰 고래를 베네.(長劍開波斬巨鯨)) 신영주,
전게논문, p.194 및 유근의 3번째 시(짧은 퉁소 긴 피리 부는 이 없고(短簫長笛
無人管)) 신영주, 전게논문, p.193.
18) 유근의 2번째 시(작은 다리에 늘어진 버들 문을 감싸네.(橋垂柳拂重門)) 신영주,
전게논문, p.192.
19) 유근의 6번째 시(강물은 흘러 흰 모래로 침범하고(江水成流浸白沙)) 신영주, 전
게논문, p.194.
20) 유근의 9번째 시(가느다란 낚싯대로 흰 갈매기 건드릴 뿐(裊裊纖綸拂白鷗)) 신
영주, 전게논문, p.196.
206 비교문화연구 제48집(2017.9)
[그림 10] [그림 11]
[그림 12]
이다.
또, 달 ‘월(月)’자를 크게 쓰고서 ‘오사카(大坂)’로 읽는 경우가 보이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에도시대 남성들의 헤어스타일은 일반적으로 이마
가 훤히 보일 정도로 머리를 빡빡 밀어 올린 ‘사카야키(月代)’이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달 ‘월(月)’자를 ‘사카’로 읽는다. 그리고 크다는 일본어 표현은
‘다이(だい)’ 말고도 ‘오(おお)’가 또 있는데, ‘사카(月)’자를 크게 썼으니
‘오사카(大月)’가 된다. 그리고 ‘오사카(大月)’는 ‘오사카(大坂)’와 동음이다.
그리고 이는, 파자 수수께끼의 방식이 이용된 복합 형태라 할 수 있다.
한편 동파체에서도 비슷한 예가 보이는데, 배 ‘주(舟)’자를 작게 쓰고서
‘작은 배(小舟)’로 읽은 것이 그렇다. 또, 언덕 ‘안
(岸)’자를 크고 넓적하게 쓰고서 ‘너른 둑(闊岸)’
이라고 읽은 경우는 짧게 쓴 글자와 차별성을 둔
또 다른 변용이라 할 수 있다.([그림 10])21)
그런데 글자를 굵고 진하게, 혹은 가늘고 흐리
게 쓰는 방식은 동파체에서만 주로 보인다. 구름 ‘운(雲)’자를
굵고 진하게 쓰고서 ‘먹구름(雲似墨)’이라고 읽거나, 나무 ‘수
(樹)’자의 ‘목(木)’ 변만 진하게 쓰고서 ‘수목이 진하고(樹木
濃)’라고 읽은 예가 그러하다.([그림 11])22) 구름 ‘운(雲)’자를
흐리게, 비 ‘우(雨)’자를 작고 흐리게 쓰고서 ‘옅은 구름에 가
는 비(淡雲微雨)’라고 읽거나, 연기 ‘연(烟)’자와 안개 ‘무(霧)’
자를 역시 가늘고 흐리게 쓰고서 ‘가벼운 연기 옅은 안개(輕
烟薄霧)’이라고 읽은 예도 마찬가지이다.([그림 12])23)
난지 및 이루이 이묘에서는 동파체의 이러한 한자변형방식의 용례가 보
21) 주지번의 5번째 시(곳곳에서 작은 배로 흥을 내니(到處舟可乘)) 신영주 전게논
문 p.194. 및 주지번의 8번째 시(너른 둑에 들쭉날쭉 화초가 숨어 있네(闊岸參差
隱草花)) 신영주, 전게논문, p.196.
22) 유근의 4번째 시(큰 들녘 하늘에 맞닿아 먹구름 덮는데(大野連天雲似墨)) 신영
주, 전게논문, p.193. 및 유근의 1번째 시(꽃 지는 늦은 봄에 수목이 진하고(花落
春殘樹木濃)) 신영주, 전게논문, p.192.
23) 유근 12번째 시(옅은 구름에 가는 비가 가볍게 날리네(淡雲微雨正輕輕)) 신영주,
전게논문, p.197 및 주지번 2번째 시(가벼운 연기 옅은 안개 하늘로 사라지니(輕
烟薄霧空中盡)) 신영주, 전게논문, p.192.
동파체(東坡体)ㆍ파자(破字)와의 비교를 통해 본 일본근세 한자문자유희 207
[그림 13] [그림 14]
[그림 15]
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본문화에서 이와 유사한 예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라쿠고(落語) 공연장인 요세(寄
席) 등에서 볼 수 있는 굵고 진한 글자체
인 ‘요세모지(寄席文字)’와([그림 13]),
글자를 가늘고 흐리게 쓰는 부의금 봉투
글자체는 그 좋은 예이다.([그림 14])
물론 그 의미는 문자유희의 원래의 그
것과는 차이가 난다. 즉, 여백이 별로 남지 않도록 획과 획 사이를 채워 쓰는
요세 모지는, 손님이 빈틈없이 꽉꽉 들어차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으로,
엄밀이 말하자면 ‘짙은’ 글자 라기 보다는 ‘굵은’ 글자에 가깝다. 또, 부의금
봉투의 글자를 가늘고 흐리게 쓰는 이유는 망인의 죽음을 슬퍼하여 흘린 눈
물 때문에 글자(먹물)가 흐려졌다는 애도의 뜻을 나타내기 위함이다.
일본에서 요세모지와 같은 굵은 글자가 활발하게 이용된 이유를 한 마디
로 특정하기는 곤란하지만, 인감에 이용되는 가쿠지(角字)를 비롯하여, 보
탄모지(牡丹文字), 가고지(籠字)로 대표되는 에도모지(江戸文字)의, 여백을
별로 두지 않는 굵은 글자체의 전통을 떠올려 볼 때, 문자유희보다는 서체
의 영역에서 이러한 방식들이 일본에서 나름 발전해 오지 않았을까 유추해
볼 수 있다.
또, 문상시에 쓰는 흐린 글자체 방식이 어디에서 유래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일본인 특유의 진함과 흐림에 대한 감각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
다. 왜냐하면, 고대 일본의 관복체계에서는 모자의 색깔을 자청적황백흑(紫
青赤黄白黒)의 여섯 가지 색으로 나누고, 각 색깔을 다시 짙은 색과 옅은
색의 12종류로 나누었기 때문이다.
한편 동파체에는 이 말고도 독특한 방식이 또 있다. 글자 안을 하얗게 비
우는 ‘블록체’가 바로 그것이다. 즉, 뫼 ‘산(山)’자, 날 ‘일(日)’자, 달 ‘월(月)’
자, 꽃 ‘화(花)’자, 모래 ‘사(沙)’자, 두루미 ‘로(鷺)’자, 갈매기
‘구(鷗)’자를 각각 블록체로 나타내고서 글자 안에 하얀 공간
을 만들어, ‘빈산(空山)’, 한 낮(白日), 하얀 달(白月), ‘하얀 꽃
(白花)’, ‘하얀 모래(白沙)’, ‘백로(白鷺)’, 흰 갈매기(白鷗)로
읽는 것이다.([그림 15])
중국의 동파체에서 이러한 방식이 발달하게 된 배경으로는, 광화문의 현
208 비교문화연구 제48집(2017.9)
[그림 16]
판 글씨가 하얀 바탕에 검은 글자였는지, 검은 바탕에 하얀 글자였는지 화
제가 되었던 일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간다. 오늘날에는 대개 화이트보드
에 검은 마카로 글자를 쓰지만 과거에는 흑판에 하얀 분필로 판서를 했던
것을 떠올리면 이러한 문자유희방식이 한자문자유희인 동파체에 나타난 것
은 전혀 이상하지가 않은 것이다.
한편, 난지 와케카이 및 이루이 이묘 즈쿠시에서는 동파체
의 이러한 방식을 이용한 예가 보이지 않지만, ?우소지 즈쿠
시?의 삽화에 ‘바카무라(竹+愚)’라는 우소지를 블록체로 나
타낸 비슷한 예가 보인다.([그림 16])
이 글자체는 ‘가고지(籠字-소코(双鉤)라고도 함)’라고 해서
에도모지(江戸文字)의 일종인데, 글자의 윤곽 안을 하얗게 비워 놓는다는
점에서 동파체와 유사하다 하겠다. 다만, 동파체에서는 이러한 글자체가 주
로 공백(空白)이나 백색(白色)을 의미하지만, ?우소지 즈쿠시?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색의 기체로서의 방귀를 표현하는데 이용되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하겠다.
2. 거꾸로 뒤집기ㆍ옆으로 뉘기를 이용한 방식
그러면 두 번째로, 한자를 180도 뒤집거나 90도 옆으로 뉘는 한자변형
방식을 살펴보자. 뒤집기와 뉘기에 대해서는 우소지, 난지, 이루이 이묘의
용례들에 보이는 회전성 및 방향성에 대해 선행연구에서 이미 언급된 바
있지만, 본고에서는 동파체와의 방식의 유사성 및 오른쪽과 왼쪽에 대한
방향성 인식의 차이, 그리고 읽기방식의 특징에 주목하여 다시 고찰해 보
았다.
먼저, 난지 와케카이에는 대합, 즉 ‘하마구리(蛤)’를 거꾸로 180도 뒤집고
서 ‘구리하마(ぐりはま)’라고 읽은 예가 보인다.([그림 17]) 우리 같으면 대
합을 의미하는 일본어인 ‘하마구리(はまぐり)’를 거꾸로 읽으면 ‘리구마하
(りぐまは)’가 되었겠지만 일본어에서는 ‘하마’와 ‘구리’의 둘로 쪼갠 뒤, 앞
뒤 순서를 바꾸어 읽었음을 알 수 있다. 즉, 한국인은 ‘대한민국’을 거꾸로
읽으라고 하면 대개가 ‘국민한대’로 읽겠지만, 일본인들은 ‘민국/대한’으로
둘로 쪼개고 순서를 바꾸어 읽기 때문에 이러한 읽기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
동파체(東坡体)ㆍ파자(破字)와의 비교를 통해 본 일본근세 한자문자유희 209
[그림 17]
[그림 18]
[그림 19]
이다.24)
또, 야채를 의미하는 ‘나(菜)’자를 거꾸로 180도 뒤집고서
‘사카나(逆菜-さかな)’로 읽었는데, 여기에서 ‘사카나’는 ‘안
주(肴-さかな)’를 나타낸다. ‘거꾸로’가 일본어로 ‘사카(さ
か)’이기 때문에 ‘나(な)’를 거꾸로 쓰면 ‘사카나(さかな)’가
되는 것이다. 또, ‘무시(虫)’를 거꾸로 쓰고 ‘시무(臣)’라고 읽
었는데, 이는, ‘시무(しむ)’를 고어에서는 ‘신(しん-臣)’으로
읽었기 때문이다.
한편, 이루이 이묘 즈쿠시에서는 ‘우에몬(右衛門)’을 거꾸
로 쓰고서 ‘미나사카 갸쿠우에몬(皆坂逆右衛門-모두 거꾸로
역으로 우에몬)’이라고 읽은 예가 보이는데,([그림 18]) 그 이
유는 ‘거꾸로’를 의미하는 ‘역(逆)’자는 ‘사카(さか)’와 ‘캬쿠
(ぎゃく)’의 두 가지로 읽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180도 뒤집기는 ‘복(福)’자를 거꾸로 뒤집
어서(倒) 집 대문에 붙여 집에 복이 오길(到福-쏟아지길) 바
라는 화교들의 풍습에서도 알 수 있듯이 중국에서 일찍이
발달하였으며 동파체에서도 이러한 방식은 보인다. 예를 들
어, 그림자 ‘영(影)’자를 거꾸로 뒤집고서는(倒) ‘물에 비친
모습(倒影)’으로 읽는다거나, ‘차(此)’자를 뒤집어서 ‘이젠(到此)’이라고 읽
는 것, 또는 곳 ‘처(處)’자를 뒤집어서는 ‘도처에서(到處-도(倒)와 도(到)는
동음)’라고 읽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그림 19])25)
그러면 다음으로 한자를 90도 옆으로 뉘는 방식을 보자.
이루이 이묘 즈쿠시에는 이십(二十)을 나타내는 한자 ‘이십(廿)’을 옆으
로 보면 가타카나(カタカナ)의 ‘키(キ)’자처럼 보인다는 점에 착안한 ‘요코
24) 금영진 선행연구에서는 일본 수수께끼의 분리 재조합의 3패턴으로 ‘끼워 넣기’와
‘떼어 내기’, 그리고 ‘뒤집기’를 들고 있다. 금영진, 「수수께끼의 방식 한일비교」, ?외국학 연구? 제33집, 중앙대학교 외국학연구소, 2015a, pp.217-222.
25) 주지번 9번째 시(물에 비춘 사방의 산 빛깔 속에(倒影四圍山色裏))신영주 전게
논문p.196과 주지번 5번째 시(곳곳에서 작은 배로 흥을 내니(到處舟可乘)) 신영
주, 전게논문, p.192. 그리고 주지번 2번째 시(이젠 술동이에 술 채움이 몹시 좋
겠네(到此偏宜酒滿罇)) 신영주, 전게논문, p.192.
210 비교문화연구 제48집(2017.9)
[그림 20]
[그림 21]
키 니주로(横木仁十郎-키(木)와 키(キ)는 동음)’라는 글자가
보이는데, 이도 이 같은 방식의 활용이라 할 수 있다.([그림
20]) ‘십(十)’자를 ‘다테요코 주다(縦横十太-세로든 가로든
십이다.)’로 읽은 경우 역시 그 연장선이라 할 수 있는데,
‘십’자는 가로 세로 어느 방향으로 보든 역시 같게 보인다는
점을 표현한 것이다.
그리 이러한 발상은, 한자부수 그물 ‘망(罒)’자를 현대의
일본인들이 ‘요코메(横目-옆으로 된 눈 ‘목(目)’자)’라고 읽는 것에서도 또
한 엿볼 수 있다. 한자를 90도 뉘여서 옆으로 보았을 때 다른 글자처럼 보인
다는 점을 의식한 이러한 발상은, ‘천(川)’자를 90도 회전시켜 옆으로 보면
‘삼(三)’자로 보인다는 점을 의식한 중국의 옛 소화내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 역사가 오래다.26)
그리고 글자를 거꾸로 뒤집거나 옆으로 뉘는 이 같은 방식이, 글자를 아
는 지식인의 지적인 유희뿐만 아니라, 글자를 모르는 사람의 무지에서도 발
생할 수 있다는 양면성은 시대와 국경을 초월한다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투수가 삼진을 잡았을 때는 ‘K’로 표시하지만, 삼진을 당한 타자에 대해서
는 ‘K’를 거꾸로 뒤집어서 표시하는 미국 메이저리그의
방식이나, ‘곰’을 만나면 뒤집어서(‘문’) 통과하면 된다
는 우리나라 수수께끼는 전자에 해당한다. 반면,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들이 ‘너구리’라는 한글을 거꾸로 보았을
때 마치 알파벳의 ‘RtA’([그림 21]) 처럼 보이기 때문에
한국의 너구리 라면이 미국에서는 ‘RtA’라면으로 통하
26) ?소부? 권2, 「천 자(川字)」에서는 ‘천(川)’자와 ‘삼(三)’자를 착각하는 엉터리 선
생을 비웃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보인다. (어느 선생이 ‘내 천(川)자’하나만 유
일하게 알고 있었다. 제자로부터 편지가 왔기에 그 안에서 ‘내 천(川)’을 찾아내
남에게 가르쳐 주려고 생각하고는 몇 장이나 넘겨봐도 나오질 않는다. 겨우 ‘석
삼(三)’자를 발견하고는,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욕을 했다. “여기저기 찾아도 없더
니만, 요 놈, 이런 데서 쳐 자빠져 자고 있었네.”(一蒙師止識一川字、 見弟子呈書、
欲尋川字教之連掲数葉無有也、 忽見三字、 乃指而罵曰、 「我着處尋你不見你到睡在
這裡」)) 인용은 일본국립 공문서관 소장본 ?笑府?(13권 4책)에 의함.) 금영진, 「한
중 소화속의 비유표현과 일본소화 속의 미타테 기법의 비교고찰」, ?비교문
화연구?, 경희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2015b, p.29.
동파체(東坡体)ㆍ파자(破字)와의 비교를 통해 본 일본근세 한자문자유희 211
[그림 22]
[그림 23]
[그림 24]
[그림 25]
는 것은 후자에 해당한다 하겠다.
한편 동파체에서는 비 ‘우(雨)’자와 이를 ‘운(云)’자로 이분
시킨 구름 ‘운(雲)’자를 옆으로 90도 뉘여서는 ‘조각구름 걸
치고(斷雲橫)’로 읽거나([그림 22]), 배 ‘주(舟)’자의 오른쪽
방에 가할 ‘가(可)’자를 조합시켜 옆으로 90도 뉘고는 ‘배를
세우고(可橫舟)’라 읽은 예가 보인다.27) 그런데 여기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동파체에서는 대개 글자를 왼쪽으로
뉘였지만, 이루이 이묘의 용례에서는 글자를 오른쪽으로 뉘
였다는 점이다. ‘스카(須賀)’를 옆(横-요코)으로 90도 뉘여 쓰
고서 ‘요코스카(横須賀)’라고 읽는 예가 그것이다.([그림 23])
이에 우소지의 용례를 추가로 찾아보았는데, ‘집어 던진
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우소지에서도 발 ‘족(足)’자를 오른쪽
으로 90도 뉘인 예를 역시 확인할 수 있었다.([그림 24]) 그리고, 여관이나
찻집의 빈 방이 부족하여 한 방에 병풍을 치고 두 커플을 받는 ‘와리도코(わ
りどこ)’를 의식해서 만든 ‘남녀(男女)’자 위에 ‘남녀(男女)’
자를 쓴 우소지의 용례를 보아도 역시 위쪽의 ‘남녀(男女)’자
를 오른쪽으로 90도 뉘였음을 알 수 있다.([그림 25]) 만약에
위쪽의 ‘남녀(男女)’자를 왼쪽으로 90도 돌렸다면 반대로 남
자가 아래쪽으로 왔을 것이다.
한편, 동파체에서는 글자를 오른쪽으로 90도 뉘인 방향이
일본의 그것과는 정반대인 경우가 여럿 보인다. 즉, 좁은 길
‘경(徑)’자 3개를 삼첩자처럼 쓴 동파체의 예를 보면, 아래쪽
의 2자를 왼쪽으로 뉘여 쓰고, 위쪽의 1자는 정상적으로 세
웠다.([그림 26])28) 이 글자는 ‘은자의 뜰 안 세 갈래 길 종횡
으로(三徑蹤橫)’라고 읽는데, 글자를 오른쪽이 아닌 왼쪽으로 90도 뉘였음
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앞에서 소개한 소동파의 장정(長亭)시에서는 ‘타(拖)’
27) 주지번 9번째 시(배를 세우고 낚시 강물에 드리웠는데(垂鉤入水可橫舟)) 신영주,
전게논문, p.196 및 주지번 5번째 시(바다 끝 붉은 해에 조각구름 걸치고(海偏紅
日斷雲橫)) 신영주, 전게논문, p.194.
28) 유근 3번째 시(三徑蹤橫細草平(고향 동산에 가는 잡초 두루 우거졌겠지)) 신영
주, 전게논문, p.193.
212 비교문화연구 제48집(2017.9)
[그림 27]
[그림 30]
[그림 28]
[그림 26]
[그림 29]
자가 오른쪽으로 90도 뉘여 있다.([그림 2]) 일본근세 한자문
자유희에서 보이는, 글자를 오른쪽으로 90도 누인다는 방향
성과 더불어, 동파체 내에서의 이러한 통일성의 결여는 분명
흥미로운 차이점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상이는
글자를 45도 기울인 동파체에서도 역시 나타나는데, 소동파
의 장정(長亭)시 제3구에 보이는, ‘모(暮)’자 속의 오른쪽으로
45도 기울인 ‘일(日)’자가 그러하다.([그림 2])
하지만, 정자 ‘정(亭)’자의 덮을 ‘멱(⼍)’자를 왼쪽으로 45
도 기울이고는 ‘우뚝 솟은 정자(危亭)’로 읽거나([그림 27]),
베개 ‘침(枕)’자를 왼쪽으로 역시 45도 기울이고 ‘베개에 기
대어(欹枕)’로 읽는 경우, 또, ‘양(陽)’자를 왼쪽으로 45도 기
울이고는 ‘저문 해(斜陽)’라 읽은 예에서 보듯, 동파체의 용
례들에서는 통일성이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그 이유도 설명
이 되지가 않는다.([그림 28])29)
해를 뜻하는 ‘양(陽)’자를 왼쪽으로 기울인 데에 무슨 특별
한 이유가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에도시대의 하이쿠(俳句)
시인인 바쇼(芭蕉)가 지은, ‘유채꽃이여/ 달은 동쪽에 뜨고/
해는 서쪽에(菜の花や/月は東に/日は西に)’라는 하이쿠를 떠
올리면, 저문 해를 왼쪽, 즉 서쪽으로 45도 기울인 것은 나름
의미가 있을 수도 있다. 날 ‘일(日)’자를 ‘서(西)’자의 왼편에
놓고 ‘해는 서편으로 지네(日墜西)’라고 읽은 주지번의 4번째
시는, 오른쪽과 왼쪽을 의식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이
며([그림 29])30), ‘시(時)’자의 ‘일(日)’을 왼쪽으로 45도 기울
이고 빨간 색으로 칠한 소세양의 차운시(紅日斜時)도 그러한
29) 주지번 7번째 시(작은 산꼭대기 우뚝한 정자 높이 솟아(危亭高出山頭)) 신영주,
전게 논문, p.195와, 주지번 10번째 시(베개에 기대어 긴 생각에 흰머리 늘 뿐
(欹枕長懷親白首)) 신영주, 전게 논문, p.196. 그리고 유근 1번째 시(비취 허공에
기운 해 높은 산에 걸렸네(斜陽空翠接高峯))와 주지번 1번째 시(해 기울어 작은
우리에 반쯤 걸렸네(斜陽半出山峯)) 신영주, 전게 논문, p.192.
30) 주지번 4번째 시(연한 향 연기에 해는 서편으로 지네.(寶篆香微日墜西)) 신영주,
전게논문, p.193.
동파체(東坡体)ㆍ파자(破字)와의 비교를 통해 본 일본근세 한자문자유희 213
[그림 31]
[그림 32]
[그림 33]
[그림 34]
가능성을 말해 준다.([그림 30])31)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정자나 베개가 왼쪽으로 기울어진
이유까지는 설명되지 않으며, 공용경의 효동파체 제1수에서
는 ‘양(陽)’자가 오른쪽으로 45도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그
림 31])32) 작자에 따라 기울기의 방향을 의식했을 수도, 반
대로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한편, 작자가 글자를 특정 방향으로 의식적으로 기울여
나름 의미를 전달하려 했다고 여겨지는 예로서, 글자를 오
른쪽으로 45도 기울여 기러기가 서쪽으로 날아가는 형상을
표현한 경우와([그림 32]),33) 역시 글자를 오른쪽으로 45도
기울여 바람이 물결을 일으키는(들어 올리는) 것을 표현한
유근의 동파체 시를 들 수가 있다.([그림 33])34)
이 문제는 다음 장에서도 계속해서 나오는 관계로 그때 또
다루고자 한다.
한편, 글자 자체는 기울어지지 않았지만, 앞 글자 보다 반
걸음 오른쪽 뒤로 처지게 다음 글자를 배열함으로써 결과적
으로 글자의 행이 비스듬히 기울어진 것과 같은 효과를 보이
는 예가 이루이 이묘 즈쿠시에는 보인다.([그림 34]) ‘센지로
(千次郎)’라는 이름을 세로쓰기 할 때, 앞 글자 보다 약간 뒤
쪽으로 반걸음 처져 그 다음 글자가 오게 하고는 ‘아토노(뒤
쪽의) 센지로(後の千次郎)’라고 읽는 방식이 그것이다.
3. 부분 결여방식
그러면 이어서 난지 및 이루이 이묘에 보이는 부분 결여 방식에 대해 살
31) 이로펀, 전게논문, p.169.
32) 이로펀, 전게논문, p.149.
33) 유근의 6번째 시(하늘 끝 낙조 사이로 기러기 날아가네.(落照天涯鴈字斜.)) 신영주,
전게논문, p.194.
34) 유근의 9번째 시(강물은 바람 불어 기름처럼 반짝이네.(斜風過水水如油)) 신영주,
전게논문, p.196.
214 비교문화연구 제48집(2017.9)
[그림 35]
[그림 36]
[그림 37]
펴보자.
앞에서 소개한 파자 수수께끼의 분류방식에 따르자면, 근세 중기에 간행
된 에도 하나시본 ?히토구치 바나시(一口ばなし)?에 보이는, ‘우물(井) 가운
데에 돌(丶)이 끼었다./돈부리(丼)’와 같은 수수께끼는 파자 수수께끼의 증
보법(増補法)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또, ‘백(百)’에서 ‘일(一)’을 뺀 99세를
‘백수(白寿)’라고 읽는 것은 감손법(減損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또,
‘윤(尹)’씨 성을 소 ‘축(丑)’자에 ‘꼬리(ノ)’가 있고, 임금 ‘군(君)’자에 ‘입
(口)’이 없다고 달리 표현한 춘향가의 파자 수수께끼는 한 글자에 이 두 가
지 방식을 각각 이용한 경우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난지 및 이루이 이묘의
경우, 기존의 온전한 한자를 부분적으로 결여시킨다는 측면
에서 파자 수수께끼의 감손법과 그 방식이 유사하다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난지 와케카이에는 ‘나사케(情)’의 부수 심방
변(忄)에서 점을 하나 빼고, 오른쪽 방의 푸를 ‘청(青)’자에서
도 윗부분의 일부를 뺀 글자가 보인다.([그림 35]) 전체적으로
는 원래 글자의 절반 정도가 결여되었는데, 이 글자는 ‘나사
케’의 ‘나’를 빼고서 ‘사케(酒)’라고 읽는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 결여 방식은 동파체에서도 역시 보인
다. 꽃 ‘화(花)’자의 ‘초두머리(⺿)’부수에서 오른쪽의 반 획을
빼고는 ‘꽃 지는(花落)’으로 읽거나, 봄 ‘춘(春)’자의 오른쪽
두 획을 빼고는 늦은 봄(春殘)으로 읽고, ([그림 36]), 앉을 ‘좌
(坐)’자에서 오른 쪽의 사람 ‘인(人)’자를 하나 빼고서 ‘홀로
앉은(獨坐)’으로 읽은 주지번과 유근의 시가 그러하다.([그림
37])35)
오른쪽과 왼쪽의 어느 쪽을 뺄 것인가에 대해서는 조선접반사 유근과 명
나라 사신 주지번은 오른쪽으로 통일을 본 듯하다. 꽃이 지고 봄이 간다고
35) 유근 1번째 시(꽃 지는 늦은 에 수목이 진하고(花落春殘樹木濃)) 신영주, 전게논
문, p.192와 주지번 1번째 시(홀로 앉은 시내 머리 가는 풀 무성하네(獨坐谿頭細
草茸)) 신영주, 전게논문, p.192, 그리고 유근 7번째 시(아무도 없어 백발로 홀로
앉았는데(無人獨坐白成頭)) 신영주, 전게논문, p.195.
동파체(東坡体)ㆍ파자(破字)와의 비교를 통해 본 일본근세 한자문자유희 215
[그림 38]
했을 때, 서도(書道)에서의 글자의 진행 방향이 오른쪽에서 왼쪽이라고 한
다면, 당연히 일찍 핀 조춘(早春)의 꽃잎(초두머리 부수의 오른쪽)이 먼저
지는 것이 맞다. 왜냐하면 봄은 청춘(青春)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본적으로 동청룡(東清龍)의 방위인 동쪽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즉, 동쪽
은 봄을, 서쪽은 가을을 각각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때, 시간의 흐
름은 오른쪽에서 왼쪽방향이 된다.
또 ‘좌(坐)’자에서 오른쪽의 사람(人)을 뺐다는 것은 자신은 왼쪽에 앉았
다는 의미가 된다. 찾아 온 손님을 동쪽에 앉히고 자신은 서쪽에 앉는다는
예법이 있을 법도 하지만 현재로서는 확인이 되지 않는다.
다만, 필자가 선행논문에서 우소지의 회전성 및 방향성에
대해 검토해 본 관점에서 보자면, 전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산바와 동파체 작자들 중 일부(주지번, 유근)가 문자의 좌우
방향성을 의식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 보인다.36) 사내
‘남(男)’자와 계집 ‘녀(女)’자가 왼쪽을 향하고 있다고 보고
글자를 반전시킨 산바의 우소지 용례는 그 좋은 예이다. ([그
림 38])
한편, 한자의 일부분을 결여시킨다는 측면은 청나라 옹정
제(雍正帝)시절, 내각학사(内閣学士)였던 사사정(査嗣庭)이 과거 시험문제
로 출제했던 ‘유민소지(維民所止-이는 백성이 있는바)’라는 네 글자가, ‘유
(維)’자는 옹정제의 ‘옹(雍)’자의 목을 치고, ‘지(止)’자는 옹정제의 ‘정(正)’
자의 목을 쳤다고 해서 일어난 필화사건에서도 보듯, 파자에서 그 전통을
찾아 볼 수 있다.
또, ?춘향전?에서 한 총각이 자신의 나이를 소개할 때, “목 부러진 일천
‘천(千)’, 두 단이 없는 또 ‘역(亦)’자요”라 하여 십 육세(十六歳)를 나타낸
것도 비슷한 경우라 할 수 있다. 목 부러진 일천 천(千)이 열 ‘십(十)’자를
나타내는 것은, ‘천(千)’자의 삐친 획(ノ)이 목을 나타내기 때문으로, ‘목
(ノ)’이 부러지니 ‘십(十)’만 남게 된다. 또, ‘역(亦)’자의 아래 획을 짚단 같
은 것이 넷 있는 것으로 보고, 그 가운데 꼿꼿이 세워놓은 중앙의 두 단이
없다고 함으로써 여섯 ‘육(六)’자가 되는데, 이러한 방식 역시 파자 수수께
36) 금영진(2016), 전게논문, pp.32-35.
216 비교문화연구 제48집(2017.9)
[그림 39] [그림 40]
끼의 감손법(減損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또, 이루이 이묘 즈쿠시에서도 이와 유사한 방
식이 보이는데, ‘단(丹)’자의 양 옆으로 비집고
나온 가로획 부분을 없애어 마치 ‘원(円)’자처럼
보이게 쓰고서는 ‘요코에 덴탄(横江傳丹-옆으로
나오지 않은 단-横へ出ん丹)’이라고 읽은 경우와
([그림 39]), ‘칠(七)’자의 윗부분을 지우고서 ‘우
에에 덴시치(上江傳七-위로 나오지 않은 칠-上へ
出ん七)’라고 읽은 경우가 그것이다.([그림 40])
꿈에 양(羊)의 ‘뿔(‘羊’자의 윗부분 두 획)’과 ‘꼬리(‘羊’자의 아랫부분 내
린 획)’를 잡아당겼더니 ‘몸뚱이(王)’만 남았더라는 이성계나 한고조(漢高
祖)의 해몽 이야기나, ?동국골계전?제269화에 보이는, 말이 머리를 움츠리
면 ‘오(午)’자이고 뽑으면 ‘우(牛)’자가 되기 때문에 말 대신 소를 타야 출세
한다는 이야기,37) 그리고 마구간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있는 말(午)을 보고
요시쓰네(義経)가 소(牛)라고 말해 부하인 벤케이(弁慶)가 의아해 하자 그러
한 이유를 설명했다는 ������리쿠쓰 모노가타리(理屈物語)? 권2 제11화의 내용
도 모두 같은 방식이라 할 수 있다.38)
한편, 동파체에서는 발달하였지만 난지 및 이루이 이묘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문자유희방식으로 ‘쪼개기’가 있다. 예를 들어, 꽃 ‘화(花)’자를 수직으
37) (馬者午也. 縮頭為午, 出頭為牛, 此吾出頭象也) 박경신, 전게서 제2권, pp.433-434.
38) (十一 牛午の差別の事 むかし、 源九郎義経、 摂津の国難波の里を通り給ふ時、 百
姓の家に、 むまやより午首を出して居ければ、 義経弁慶をめして、 この牛を見け
るにや、 とおゝせければ、 弁慶よく見れども、 さらに牛にてハなかりしかバ、 こ
れハ午にてこそ候へといへば、 義経聞召れて、 さればこそ午の首を出したるハ牛
にあらずや、 との給へば、 弁慶げにもとかんしけると也。 まことに文字のうへに
ておゝせられしを、 弁慶さとらざりけると也。) 武藤貞夫전게서 第一巻 p.233. 참
고로, ?동국골계전? 제124화에도 궁예왕 때 말 머리(午)에 뿔이 났다는 이야기
가 보인다. 박경신, 전게서 제1권, pp.573-576. 고려가 망할 당시 돌 위에 좀이
먹는다는 석두충(石頭蟲), 말머리에 뿔이 난다는 마두각(馬頭角), 까마귀 머리가
희게 된다는 오두백(烏頭白)이라는 세 가지 유언비어가 파해평사현(坡害平史縣)
고을, 즉, 임진강변 언덕의 고려 궁터가 있는 눌노천이 흐르는 하류 파평면 금파
리 지역에서 나돌았다고 한다. 이것은 아마도 중국의 오두백마두각(烏頭白馬頭
角)고사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추정된다.
동파체(東坡体)ㆍ파자(破字)와의 비교를 통해 본 일본근세 한자문자유희 217
[그림 41] [그림 42]
로 둘로 쪼개어 그 사이의 빈 공간에 마을 ‘촌(村)’자를 작게 써 넣고는 ‘꽃
핀 외진 마을(花裡孤村)’이라고 읽거나([그림 41]), 수풀 ‘림(林)’자를 역시
반으로 쪼개고 가운데 빈 공간에 닭 ‘계(雞)’자를
집어넣어 ‘숲 속의 닭(林雞)’이라고 읽는 경우가
그것인데([그림 42]), 이는 앞에서 소개한 파자
수수께끼 방식의 분리법(分離法)39)과 증보법(増
補法)을 복합시킨 형태라 할 수 있다.
한편, 이러한 방식은 현대 일본의 수수께끼에서도 볼 수 있는데, 에도시
대의 수수께끼 및 한지에(判じ絵)에서 이러한 파자방식이 특히 발달하였다.
여기에 대해서는 필자의 선행연구를 참조 바란다.40)
Ⅳ. 결론
이상, 동파체 및 파자와의 비교를 통해 본 일본근세 문자유희방식의 특징
을 살펴보았다. 중국의 한자문자유희가 파자에서 동파체로 발전해 나갔다
고 한다면, 일본의 경우는 우소지에서 돈지로 발전해 나갔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난지 및 이루이 이묘는 우소지에서 돈지로 전개되어 가는 일본근
세 문자유희의 중간 단계뿐만 아니라, 중국의 파자 및 동파체의 주요 방식
들이 일본의 문자유희에서는 각각 어떤 식으로 나타났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하겠다. 동파체 및 파자와의 비교를 통해 본 일본근세의
문자유희방식, 특히 난지 및 이루이 이묘의 한자변형방식을 소개하자면 다
39) 소동파의 장정 시 제3구에 보이는 ‘단운(斷雲)’, 즉 ‘구름(雲)’을 비 ‘우(雨)’자와
이를 ‘운(云)’자로 분리시킨 예나, 기쁠 ‘희(喜)’자를 이분하여 만든 ‘희(囍)’자,
또는 우리나라의 ?겸암비결?에 보이는 ‘반사(半士)’, 즉 ‘사(士)’자를 세로로 쪼
개어 오른쪽 절반을 ‘칠(七)’로 읽는 파자 방식이 분리법에 해당한다 하겠다. 참
고로, 도요토미 히데요리(豊臣秀頼)가 재건한 방광사 대불(方広寺大仏)의 종(鐘)
의 명문(銘文)에, 이에야스(家康)의 이름을 반으로 분할한 ‘국가안강(国家安康)’
이라는 글자가 문제가 되어 결국 오사카성(大坂城) 공격의 빌미가 된 종명 사건
또한 두 글자를 분단시켰다는 측면에서는 이러한 파자의 분리법과 유사하다 할
수 있는 것이다.
40) 금영진(2015a), 전게논문, pp.205-234.
218 비교문화연구 제48집(2017.9)
음과 같다.
첫 번째로, 난지 및 이루이 이묘에 보이는 한자변형방식 중에서 글자의
장단이나 대소를 이용한 방식은 동파체의 그것과 유사함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글자의 농담이나 글자의 속을 하얗게 비우는 블록체(가고지)가 동파
체에서는 흔히 보이는 반면, 난지 및 이루이 이묘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는
점은 양국 문자유희의 상이점이라 하겠다.
두 번째로, 글자를 180도 뒤집거나, 90도 옆으로 뉘는 방식이 보인다는
점에서는 동파체와 유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난지 및 이루
이 이묘에서는 45도 기울기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과 더불어, 글자를
뉘거나 기울이는 방향이 동파체에서는 작자마다 제각각인 반면, 난지 및 이
루이 이묘에서는 대개 누인 방향이 오른쪽이라는 점도 흥미로운 차이점이
라 할 수 있겠다.
동파체와 난지 및 이루이 이묘의 모든 용례에서 문자의 방향성을 의식한
작자의 고려가 있었을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동쪽과 서쪽, 혹은
오른쪽과 왼쪽이라는 방향성을 작자들이 나름 의식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왜냐하면, 소동파의 ‘장정’시에 보이는 목
‘수(首)’자의 반전과 산바의 ‘남녀(男女)’ 글자의 180도 좌우 반전은 그러한
방향성과 회전성을 작자가 충분히 의식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파자 방식 중의 하나인 부분결여 방식이 난지 및 이루이 이묘,
그리고 동파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남을 알 수 있었다. 또한 한자를 둘로
쪼개어 그 사이에 다른 한자를 집어넣는, 파자의 분리법과 증보법을 복합시
킨 방식이 동파체에서 발달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방식은 일본에서
주로 에도시대의 3단 수수께끼나 그림 수수께끼방식인 한지에(判じ絵)에서
이용되었는데, 이는 동파체와 파자의 한자변형방식이 일본근세의 문자유희
뿐만 아니라 수수께끼에도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하겠다.
이상으로, 난지 및 이루이 이묘에 보이는 한자변형방식이 동파체 및 파자
의 그것과 여러 면에서 유사함을 알 수 있었다. 즉, 난지 및 이루이 이묘를
통해 본 일본 근세의 한자문자유희방식은 글자의 장단, 대소, 180도 옆으로
뒤집기, 90도 옆으로 뉘기 등의 변형방식에 있어서는 동파체에 가깝고, 부
분 결여 방식에 있어서는 파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또, 글자의 농담과
블록체(하얗게 속 비우기), 45도 기울이기와 쪼개기 방식은 난지 및 이루이
동파체(東坡体)ㆍ파자(破字)와의 비교를 통해 본 일본근세 한자문자유희 219
이묘보다는 중국의 동파체에서 상대적으로 더 발달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난지 및 이루이 이묘에서 보이는 한자변형방식 중 상당수가 중국의 동파
체 및 파자의 방식과 흡사하다는 사실과 더불어, 파자의 한자 변형방식이
일찍이 일본에 유입된 이후, 파자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동파체 방식
이 일본에 새로 유입되었을 가능성을 이상에서 유추할 수 있다 하겠다. 동
파체 및 파자에 보이는 한자 변형방식들 중 상당수가 난지 및 이루이 이묘
의 용례에도 보인다는 점은 그러한 가능성을 여실히 증명한다.
220 비교문화연구 제48집(2017.9)
참고문헌
<국문문헌>
금영진, 「수수께끼의 방식 한일비교」, ?외국학 연구? 제33집, 중앙대학교
외국학연구소, 2015a.
, 「한중 소화속의 비유표현과 일본소화 속의 미타테 기법의 비교고찰」,
?비교문화연구?, 경희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2015b.
, 「우소지(譃字)를 통해 본 일본근세 한자문자유희-시키테이 산바(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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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파체(東坡体)ㆍ파자(破字)와의 비교를 통해 본 일본근세 한자문자유희 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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