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최순우가 사랑한 전시품”에서 만나는 우리 문화재의 아름다움

2018. 6. 26. 17:02사람과사람들

 

    국립중앙박물관은 최순우(崔淳雨,1916.4.27.-1984.12.15.) 탄생 100주년을 맞아 기념 프로그램 최순우가 사랑한 전시품을 상설전시관 9개 전시실에서 진행하고 있다.(2016.4.26.-12.31) “최순우가 사랑한 전시품은 최순우가 아끼고 좋아했던 작품들을 그의 글과 함께 소개하여 우리 문화재에 대한 그의 생각과 애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기획한 것이다.

   최순우는 개성 출생으로 본명은 희순(熙淳), 호는 혜곡(兮谷)이다. 1945년 개성부립박물관을 시작으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문화재 수집과 조사, 연구, 전시, 교육 등에 노력을 기울였다. 최순우는 한국전쟁 중에 우리문화유산을 보존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엿고, 한일협정 당시 우리 문화재 반환을 위해 노력했으며 국내외 특별전을 개최하여 우리 문화재의 가치와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자 했다. 1974년에 제 4대 국립중앙박물관장으로 취임하여 1984년 세상을 떠나시기 전까지 도자기, 목공예, 회화 분야에서 많은 학문적 업적을 남겼다. 그가 저술한 글은 최순우 전집(5),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등으로 엮어졌다. 우리 문화재에 대한 최순우의 남다른 심미안과 탁월한 해석은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사진1] 혜곡 최순우 기념관(최순우 성북동 옛집) 등록문화재 제268

 

                            [사진2] 혜곡 최순우 선생님께서 사용하셨던 애장품

 

                                      

                               [사진2-1] 최순우가 사랑한 전시품 상설전시관 전시품 위치

 

  전시품과 함께 소개한 최순우의 글은 설명 카드문과는 달리 수사적 어휘나 문학적 비유 등으로 관람자의 상상력을 확장시켜 주고 있다. 예를 들면, 물가풍경 무늬 정병은 맵자하고(날씬하고 세련된 모양)” 인삼잎무늬 매병의 바탕색은 철채유의 깊은 맛이 마치 돌버섯과 이끼를 머금은 태고의 검은 바위 살결과도 같다고 멋스럽게 묘사하고 있다.

 

 

                           [사진3] 돌함과 뼈단지, 통일신라9세기 (국보 125)

 

                                  [사진4] 김홍도의 글씨첩, 조선 18-19세기 초

 

                                   [사진5] 김두량,긁는 개, 조선 18세기

 

                       [사진6] 1977년 신안해저문화재 국제학술대회 폐회사 육필 원고

 

 

  1층 통일신라실의 돌함과 뼈단지는 일제강점기에 약탈되었다가 1965년 한일협정을 계기로 우리나라로 돌아온 문화재이다. 한일협정 당시 문화재 조사를 담당했던 최순우는 이 뼈단지와 관련된 글을 쓰며 신라인이 가진 형과 선에 대한 감각을 높게 평가하였다. 그가 기대했던 대로 돌함과 뼈단지는 1967년 국보 125호로 지정되었다. 2층 서화관에서는 김홍도 서첩, 김두량의 긁는 개, 나전칠 봉황 꽃 새 소나무 무늬 빗접 등을 찾을 수 있다. 최순우는 김홍도 서첩을 조사하여 김홍도의 생목년을 새롭게 밝혔고, 서첩에 포함된 오수당(午睡堂)글자를 판간하여 자신의 사랑방 현판으로 만들었다. 서예실에는 김홍도 서첩과 함께 최순우의 1977년 신안해저 문화재 국제 학술대회 폐회사 육필 원고를 전시하고 있다.

 

 

                             [사진7] 반가사유상, 삼국 7세기 (국보 83)

 

 

                              [사진8] 철조불좌상, 고려 10세기 (국보 332)

 

 

              [사진9] 물가풍경무늬정병, 고려 12세기, 국보 92-덴마크에서 여행온 리센과 함께

 

                                                       [사진10] 석류모양 주자, 고려 12세기

 

 

  “최순우가 사랑한 전시품3층 조각·공예관으로도 계속 이어져 524일부터 개최되는 기획특별전 한일 국보 반가사유상의 만남에 출품되는 반가사유상, 철조불두, 물가풍경무늬정병, 석류모양 주자, 달항아리 등 15건의 전시품을 만날 수 있다. 최순우는 반가사유상(국보 83)의 미덕을 슬픈 얼굴인가 하고 보면 슬픈 것 같이 보이지 않고, 미소짓고 있어 무엇이라 형언할 수 없는 거룩함이라고 표현하였다. 이 반가사유상 최순우가 추진했던 한국일보 전시회”(1957-1958), “한국미술오천년”(1976-81) 등의 국외순회전에 출품되어 미국, 유럽, 일본 등에 한국 문화재의 우수성과 독창성을 널리 선양하였다.

 

 

                          [사진11] 모란무늬 항아리, 고려 12-13세기, 국보 98

 

                                  [사진12] 연꽃 물고기 무늬 병, 조선시대

 

 

   특히 우리 도자기에 대한 최순우의 심미안과 해석은 인상적이다. 그는 분청사기의 추상무늬와 물고기 무늬에서 기교를 부리지 않은 소박한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20세기 화가들의 소묘와 같은 근대적 감각을 읽어냈다.

국보 98호인 모란무늬 항아리를 문학과 미학의 관점에서 다음과 같이 아름답게 묘사하였다.

고려 청자의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시원스럽다든가 호연(浩然)하다든가 하기보다는 곱다, 조용하다, 간열되다는 식의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때로는늠름한 자세와 환한 얼굴로 그러한 상식을 고쳐주는 작품들을 만나게 된다. 고려 청자들의 연약해 보니는 곡선도 태평스럽지 못한 앉음새도 이러한 작품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가시고, 크고도 안정된 굽다리 위에 탐탁스러운 몸체가 편안하게 앉아서 넓은 입을 호연하게 벌리고 있는 품이 마치 속이 얼마나 편안한가를 말해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최순우, 청자상감모란문항아리, 한국미 한국의 마음(1980)-

 

 

                               [사진13] 소나무 매화무늬 연적, 조선 15-16세기

 

                        [사진14] 매화 새 대나무 무늬 항아리, 조선 15-16세기, 국보 170

 

 

  조선시대 선비들의 필수품인 소나무 매화무늬 연적을 사랑한 최순우는 그 아름다움을 이렇게 표현하였다.

한국의 연적은 대개는 수수한 모습에 너그럽고 조촐한 선비들의 기개를 드러낸 작품들이 많다. 기 천도형 연적은 크고 안정된 굽다리와 작고 맵시있는 귓대부리가 대조적이지만 수수한 몸체에서 돋아난 하나의 애교로서 그 몸체와 잘 어울리는 것이 미소를 짓게 된다. 조선 초기의 백자연적에 청화 그림을 그린다는 일은 매우 드물며 마치 수묵을 쓰듯 회화적인 감정을 담뿍 싣고 그려 놓은 문기 높은 청화색 검푸른 소나무 그림을 보고 있으면 속이 수련해진다. 옛 도공은 이 연적의 주인이 이 그림을 바라보며 조석으로 솔바람 소리를 즐리라고 했다는 말인가.”

                               -최순우, 청화백자선도연적,한국미 한국의 마음(1980)-

  국보 170호인 매화 새 대나무 무늬 항아리를 살펴본 후 최순우는, 중국 명대 도자기들의 형식적인 미학에 비해서 이 항아리는 허리 아래에서 곡선이 안으로 우아하게 휘어들면서 이조 항아리의 독특한 곡선미의 기조를 드러내고 있어 세계적으로 독창성과 우수성이 뛰어난 작품이라고 자랑스럽게 생각하였다.

 

                                        [사진15] 달항아리, 조선 18세기

  최순우가 가장 사랑했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재는 조선시대 백자인 달항아리이다. 특별히 조선시대 백자 항아리들에 표현된 원의 어진 맛은 그 흰 바탕색과 아울러 너무나 욕심이 없고 너무나 순정적이어서 마치 인간이 지닌 가식없는 어진 마음의 본바탕을 보는 듯하다고 하였다. 한국 사람들은 백의민족이라 스스로 불러 보기도 했는데, 우리네의 흰 의복과 백자항아리의 흰색은 같은 마음씨에서 나온 것이라고 평하였다.

  위와같이 사물을 바라보는 독창적인 자기관점이 분명했다는 점도 혜곡의 됨됨이로 기억된다. 제각기 아름다움을 꿰뚫어 보는 관점과 색다른 조형의 아름다움을 지어낼 수 있는 창조력을 지니는 태도로 우리 미술의 미학적 가치를 정립하고자 했으며, 후학들에게도 이러한 입장을 견지하도록 한사코 강조하셨다고 한다. 당시 많은 미술사학자들이 어려운 논문이나 연구서에 치중한 것에 반하여 혜곡은 대중에게 우리 미술을 알리고자 수많은 노력을 했다고 한다.

  전시품에 담긴 한국적 아름다움을 말과 글로 구체화하여 전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최순우의 글을 읽으면 그가 발견한 순응, 담조, 해학, 파격, 소박, 품격, 조화의 미에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게 된다. 8개월간 진행되는 최순우가 사랑한 전시품을 통해 그가 이야기한 한국의 미를 되새겨 보고, 한국의 멋과 향을 새롭게 느끼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518일에는 프로그램 연계 특별 강연으로 정양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의최순우 선생의 박물관 사업과 한국미술사 연구의 의의”(소강당, 오후3-5)를 개최하니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

 

                                                  2016 국립중앙박물관 블로그 기자 이재철

 

출처 : 국립중앙박물관을 사랑하는 사람들
글쓴이 : ORION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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