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말기 효원(孝元) 안건영(安健榮)의 춘경산수도(春景山水圖)

2018. 4. 10. 18:51한국의 글,그림,사람

30.5 x 33cm 크기의 비단바탕에 채색으로 남종화풍으로 그린 이 그림은 조선 말기

도화서 화원이었던 효원(孝元) 안건영(安健榮)의 작품으로써 현재 개인이 소장하고

있습니다.





 

 

[제화시의 원문과 내용]

 

朱藤花壓饒當堂    등나무 꽃이 누르고 있는 넉넉한 이 집에

樹陰分得平制淸    나무 그늘이 맑게 만들어 골고루 나누어 주네.

新製破瑊窓大扁    새로 짓고 부숴지는 옥돌이 창가에 크고 작은데,

開窓依樵丹如霜    창을 열고 망루에 기대니 붉은 빛이 서리 같네.

 

* 分得(분득) : 분배받다. 나누어 받다[갖다].

* 樵(초) : 망루(望樓). 적이나 주위의 동정을 살피기 위하여 높이 지은 다락집

* 丹(단) : 붉은 빛

 

 

[인장] : 孝元(효원)

 

 

안건영(安健榮, 1841~1876)

 

조선 후기의 화가. 자는 효원(孝元), 호는 해사(海士) ·매사(梅士)이다.

도화서(圖畵署) 화원으로 벼슬은 부사과(副司果)·감목관(監牧官)·찰방(察訪) 등을

지냈다.

산수를 비롯하여 인물·영모(翎毛)·초충(草蟲)·어해(魚蟹) 등 다방면에 특출한 기량을

발휘했으며, 그는 오원(吾園) 장승업(張承業)과 더불어 조선시대 화원의 마지막

명수로 알려졌다.

 

전체적으로 섬세한 필치와 아름다운 채색을 주로 한 북종원체적(北宗院體的)인 화풍을

보이고 있으나, 산수화에서는 남종화(南宗畵)와 북종화를 잘 소화하여 그렸으며,

장승업의 작품에 비하면 안온한 느낌을 준다. 대표작으로는 개인 소장의 화첩에

수록된 《산수도》와 《춘경산수도(春景山水圖)》 등이 있다.

 

 

[작품의 감상과 느낌]

 

크기가 30.5 x 33cm인 정방형 소폭 산수도 답지 않게 많은 경물과 섬세한 묘사가 들어

있는 작품입니다.

작품의 구도는 개방감 있는 남종화 형식을 추구하였지만, 섬세한 필치와 여러 구체적인

경물은 북동 이곽화풍 또는 안견화풍의 기법이 혼합되어 전체적으로 조선후기 특유의

고유한 화원양식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안건영은 <취화선(醉畵仙)>이란 영화의 소재가 되었던 장승업과 쌍벽을 이뤘던 조선말

도화서(圖畵署) 화원(畵員)으로써, 1876년 화원 중 31세의 가장 어린 나이로 고종

초상화인 어진(御眞)을 그리는 일에 참여하여 칭송을 받은 바 있는 매우 뛰어난

작가였지만 대부분 중인출신 화가가 그러하듯 그의 개인적인 생애는 그리 순탄치

않았던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림은 춘색(春色)이 완연한 봄날수량이 풍부한 계곡수가 흘러 내려오는 산기슭의 작은

수각에 두 사람이 각각 따로 앉아서 책을 읽거나 자연이 주는 흥취에 한껏 젖어있는

그림입니다.

이와 같은 구도는 중국 송대(宋代) 유송년((劉松年), 마화지(馬和之), 이당(李唐) 등의

작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현실을 떠나 자연에 노닐고 싶은 와유(臥遊)를 위한

그림으로써 아마도 당시 문인(文人) 관료의 요구에 의해 그려 증정된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