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4. 10. 17:24ㆍ알아두면 조은글
대나무는 속이 텅 비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지만 나면서부터 제 한 몸 모든 것을 가지고 있어
죽순에 응축된 마디 수 그대로 일년 안에 다 커 버린 뒤 더 자라지도 줄지도 않으면서
사시사철 푸르고 청청하다. 또한 마디마다 절도가 있어 준엄한 군자의 품격 그대로이다.
대나무를 베어 만든 대금, 피리, 단소 등과 같은 악기에서 울리는 음향을 율(律)이라 하는데,
이것은 우주 천지 음양의 기준 중에서 양성(陽性)의 소리인 것이다.
양(陽)은 하늘의 기운을 받은 것으로 아버지를 상징하니, 부상(父喪)에 대나무 지팡이를
짚는 것은 아버지의 정신을 받들어 추모하는 것이라 하겠다.
또한 대나무 마디마디는 아버지를 잃은 자식의 슬픈 마음의 옹이를 나타내며, 더울때나
추울때나 해가 바뀌어도 변함없이 추모의 마음을 이어가겠다는 상징이기도 하다.
오동나무는 겉으로 보아 아무 마디도 없는 것 같아 보이지만, 속을 자세히 보면 눈에 얼른
안 보이는 마디가 군데군데 있어 겉으로 들어나지 않으면서 속으로 깊은 어머니의 자애
심정과 같아 오동나무를 베어 가야금이나 거문고를 만든다.
오동나무 중에서도 석산(石山)에서 자란 오동나무 소리가 크고 깊고 맑은데, 이것을 여(呂)라 한다.
여(呂)는 음성(陰聲)으로써 음(陰)은 땅의 기운을 말하니, 곧 어머니를 상징하며 모상(母喪)에는
오동나무 지팡이를 짚고 울면서 어머니의 정신을 그리워하고 새기는 것이다.
대나무는 차고 오동나무는 따뜻하다.
나무의 성품과 온도가 그러하니 음률도 대나무로 만든 악기는 폐부를 찌르며, 오동나무로
만든 악기는 심정을 어루만진다.
또한 대나무 잎은 서슬이 날카로우며, 오동나무 잎은 크고 넓어 치마폭 같다.
그러므로 이 율과 여가 어우러져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율여(律呂)가 되어 소리가 심원하고
그윽한 현묘(玄妙)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