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무로마치(室町) 시대 전(傳) 슈우분(周文)의 한산습득도(寒山拾得圖)

2018. 4. 10. 16:20詩書藝畵鑑賞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중요문화재로 지정 관리되고 있는 슈우분(周文)

작품으로 전칭되는 불교 그림입니다.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의 화신으로 불리는 한산(寒山)과 습득(拾得)이 함께 웃고 있는

모습을 남송화법의 필법으로 화면에 담았습니다.

 

 

제화시의 원문과 내용

 

兩个頭陀骨閔親   수행에 힘쓰는 두 사람이 굳세게 노력하며 친한데,

立談忘我笑誾誾   서서하는 이야기에 나를 잊고 웃으며 사리를 밝히네.

平生持帚渾關度   평생 빗자루를 손에 쥐고 온통 불법을 받았으니,

這裡元來絶無塵   이 속에는 원래부터 티끌이 하나도 없었네.

 

春屋叟拜贊         슌오쿠(春屋) 노인이 절하고 기린다.

 

* 頭陀(두타) : ①번뇌(煩惱)와 의식주(衣食住)에 대(對)한 탐욕(貪慾)을 버리고 깨끗하게

                   불도(佛道)를 닦는 수행(修行) ②산야(山野)를 다니면서 밥을 빌어먹고 노숙(露宿)

                   하면서 온갖 쓰라림과 괴로움을 무릅쓰고 불도를 닦음, 또는 그 승려(僧侶). 두수(頭首)

* 立談(입담) : ①서서 하는 이야기  ②서서 이야기 함

* 誾誾(은은) : 1. 화기애애하면서 옳고 그름을 가려 사리를 밝히는 것(和悅而諍) 2. 향기가 대단히

                   나는 모양 (香氣盛) 3. 개 짖는 소리(狺) 4. 높고 큰 모양(高大)

* 渾(혼) : 온통, 전부(全部)

* 關(관) : 가두다, 받다.

* 元來(원래) : ①본디  ②전(前)부터  ③원판(原板)

* 絶無(절무) : 끊어져 아주 없음. 절대로 없다.

 

[인장] : 春屋, 宗園

 

 

春屋宗園(슌오쿠 소오엔, 1529~1611)

 

安土桃山・江戸前期の臨済宗の僧。

아즈치 모모야마 시대(1568 ~ 1603)·에도 전기 시기 임제종 승려이다.

 

大徳寺百十一世。

대덕사 111대 주지이다.

 

春屋は道号、宗園は法諱、別号に一黙子。

슈오쿠(春屋)는 법호이고 쇼오엔(宗園)은 법명인데 또 다른 호는 일점자(一黙子)이다.

 

大徳寺百二世江隠宗顕に参じ、江隠示寂後、古渓宗陳と共に笑嶺宗訴に参じ、

永禄12年大徳寺に出世開堂。

대덕사는 102대 코오인 소오켄(江隠宗顕)이 이었는데, 코오인(江隠)이 입적한 후

고케 소오칭(古渓宗陳)과 함께 쇼오레이 소오낀(笑嶺宗訴)이 참여하여 에로쿠(永禄) 12년

(1569년)에 대덕사에서 나와 법당을 열었다.

 

津田宗及・今井宗久・千利休らと親交。

쓰다 소규(津田宗及), 이마이 소큐(今井宗久), 센노 리큐(千利休)등과 친하게 교유하였다.

 

利休の孫宗旦を弟子とする。

리큐의 손자 소단(宗旦)을 제자로 두었다.

 

後陽成天皇の勅問に答えること数度、大宝円鑑国師号を特賜される。

이루 요제이 천황의 자문으로 몇 번 응답하여 대보엔감국사(大宝円鑑国師)라는 호를

특별히 하사받았다.

 

慶長16年(1611)寂、83才。

게이초(慶長) 16년(1611년)에 입적하니 83세였다.

 

 

작품의 감상과 느낌

 

그림은 대빗자루를 팔짱에 끼고 있는 한산과 그 옆에 붙어 있는 습득이 먼 곳을 응시하면서

함께 입을 크게 벌리고 통쾌하고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을 담았고, 그 상단에는 행서체 글씨로

칠언절구의 시가 한 수 적혔습니다.

 

일본 도쿄박물관의 설명에 따르면 이 그림은 종이 바탕에 수묵으로 그려진 인물화로

크기는 99.6×36.9cm이며, 15세기에 그려진 그림으로 일본 산수화의 비조 슈우분(周文)의

작품으로 전칭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시기 일본은 중국 남송과 많은 문화적 교류가 있으면서 중국 남종화를 적극

받아들이던 시기여서 이와 같은 불교 인물을 대상으로 한 많은 작품들이 일본에 전해져

지금도 일본과 중국 많이 남아 있습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남송대 목계(牧溪)의 ‘포대도(布袋圖)’와 양해(梁楷)의 ‘육조절죽도

(六祖截竹圖)‘ 등이 있으며, 대만 타이페이 고궁박물원에 소장되어 있는 양해(梁楷)의

‘발묵선인도’도 이 시기를 대표하는 매우 중요한 작품입니다.

 

   

           [목계(牧溪)의 ‘포대도(布袋圖)’]           [양해(梁楷)의 ‘육조절죽도(六祖截竹圖)‘]

 

 

               [양해(梁楷)의 ‘발묵선인도’]

 

당시 중국 사람에 의해 제작된 작품들을 보면 표현된 인물들이 대부분 키가 작고 다리가

짧아 이 한산습득도와 비교해 보면 별다른 특징적인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현재 일본에서 슈우분(周文)의 진작(眞作)이라고 확정할 수 있는 작품이 하나도

없는 현실에서 이 작품을 슈우분(周文) 또는 일본인의 작품이라고 보기는 없습니다.

 

그림의 상단에 적혀 있는 제화시는 그림의 두 인물을 찬양하는 시(詩)인데, 도쿄국립

박물관의 설명에 따르면 이 그림은 15세기에 제작되었으므로 제화시는 약 100여년이

지난 뒤에 이 그림을 소유하던 선승(禪僧)이 추가로 글씨를 썼다고 보여집니다.

한산과 습득은 선종화(禪宗畵)의 주제에 걸 맞는 괴팍한 성격의 기인(奇人) 선승(禪僧)으로써

이들이 실존 인물인지 아닌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기벽(奇癖)의 일화(逸話)와 파격의

시(詩)들로 알려져 있는데, 중국 당나라 때 천태산(天台山) 국청사(國淸寺)의 괴승

풍간(豐干)의 제자로 전해집니다.

 

 

      [중국 원대(元代) 작자미상의 사수도(四睡圖)]

 

풍간·한산·습득은 자유분방하고 광적인 기행(奇行)의 무위도인(無爲道人) 이었는데,

이 들 세 사람을 삼은사(三隱士), 세 사람의 시를 삼은시(三隱詩)라 일컬으며, 셋을 함께

등장시킨 그림의 예도 종종 있습니다.

또한 한산을 문수보살(文殊菩薩)의 변신으로 습득은 보현보살(普賢菩薩)의 화신(化身)으로

거론되기도 합니다.

 

한산(寒山)은 절강성(浙江省) 시풍현(始豊縣)의 한암(寒巖)에 기거한 데서 유래한 이름으로

세 인물 가운데 한산이 대표격인 시인으로써, 세상 풍자가 심하고 인과응보의 내용을

담은 특이한 형태의 시들이 다수 전해지는데, 그의 시는 흥에 겨워 나뭇잎이나 촌가의

벽에 써놓은 것을 모은 것이라 합니다.

습득은 풍간이 적성(赤城)을 지나다 발견하고 국청사에서 길렀다고 전해 오며 부엌에서

밥 짓는 일을 맡아 하였는데, 한산이 오면 찌꺼기를 모았다가 먹이고는 하였다 합니다.

 

한산과 습득을 그린 선종화는 산발하고 누더기 차림인 두 인물이 파안대소하는 장면을

담고 있는데, 이러한 한산습득도는 선종화가 유행하던 중국의 남송시대와 원나라 때에

즐겨 그려졌던 불교 문화였으며, 조선 중기 이후 우리나라에도 김명국 등 일부 화가들의

작품이 남아 전해지고 있습니다.

 

 

      [조선 중기 연담(蓮潭) 김명국(金明國)의 습득도(拾得圖)]

 

 

본 그림은 인간 세상의 최하층에 살면서 구도를 통해 불법을 깨우치는 환희의 순간을

그림으로 표현한 작품인데, 필법과 구도 인물의 묘사 등으로 볼 때 이 그림은 남송 또는

원대 시기 중국에서 그려져 일본으로 유입된 작품이라고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