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詩감상

2017. 8. 2. 09:01

차를 마시고 난 후에 읊음

목은 이색(李穡)

작은 병에 샘물을 담아가지고
깨진 그릇에 노아차를 달이네
귓불에 청정한 기운이 돌 때
코에서는 신선의 자아를 보노라
별안간 눈에 어른거리는 것이 사라질 때
밖의 경지는 조그만 티도 없구나
혀로 차맛 음미하여 삼키니
뼈와 살이 참으로 달라지는 듯
영대의 아주 작은 당이라도
교교하게 밝아 사기(邪氣)가 없구나
어느 차가에 천하에 이 기운 미치리
군자는 응당 자기 집을 바로 잡아라


강물을 길어와 차를 달이다

소동파 시

흐르는 맑은 물을 길어
반드시 활화(活火)로 달인다
스스로 바위를 찾아
깊고 맑은 물을 구한다
큰 표주박으로 하여 달을 함께 담아
봄독에 가눈다
작은 구기로 하여 강물을 퍼
어두운 밤 병에 넣어둔다
말차는 눈같이 희게 달여져
그 자리를 뒤칠며
순식간에 솔바람 소리를
일어나게 한다
말라붙은 창자는 차 세 잔을 금하기 어려웠으며
깊어가는 밤 앉아서
쓸쓸한 장단의 북소리 듣도다




七碗茶歌

노동

첫째잔은 목구멍과 입술 적시고
둘째잔은 외로운 번민 씻어주네
셋째잔은 메마른 창자 찾나니
생각나는 글자가 오천권이나 되고
넷째잔은 가벼운 땀 솟아
평생의 불평 모두 털구명으로 흩어지네
다섯째잔은 기골이 맑아지고
여섯 잔만에 선령과 통하였다네
일곱째 잔은 채 마시지도 않았건만
느끼노니 두 겨드랑이에 맑은 바람이 솔솔 일어나네

一碗喉吻潤 兩碗破孤悶 三碗搜枯腸
惟有文字五千卷 四碗發輕汗 平生不平事
盡向毛孔散 五碗肌骨淸 六碗通仙靈
七碗喫不得 唯覺兩腋習習淸風生


배를 타고 (進艇)

杜甫


남 경 에서 밭을 갈며 오래도록 나그네 되어
북쪽으로 난 창가에 앉아 애타게 북녘을 바라보고
낮에는 늙은 마누라와 작은 배에 올라
강가에서 어린 것이 물장구 치는 걸 바라보네
호랑나비 서로 좇아 날아다니고
두송이 연꽃은 저절로 짝에 되네
마실 차와 사탕수수 즙도 가져왔으니
자기 찻잔이 옥 찻잔 보다 못할 것이 없구나


집 동쪽 벽에 몇 자 적다

白居易

큰 소나무 숲 아래 작은 계곡
얼룩무늬 두건에 흰 옷을 걸치고
약초밭 차밭을 가업(家業) 으며
사슴과 학을 벗삼아 지내네
구름이 집을 에워싸니
옷깃이 젖어 들고
안개가 부엌을 감도니
등불이 깜박거리네
찬 샘물 끌어들여 시원스레
굽이굽이 섬돌 가를 흐르게 한 것
정말 좋구나

백거이는 자는 낙천 섬서성 위남현 하규 사람이다.
교서랑가 한림학사, 항주와 소주의 자사를 지냈고 푸유시로
권세가의 미움을 사서 한때는 강주사마로 좌천되기도 했다.
백거이는 당나라 때의 정치가이자 유명한 시인으로 그의 시어는
아주 쉬워서 어린이와 노인까지 다 알아들을수 있었다.
또 원진과는 젊어서부터 함께 이름이 났고 문학상의 주장과 작풍이
비슷하며 늘 시를 주고받아 세칭 원백이라는 칭호가 있다.
백거이는 평생 차를 아주 좋아하고 다예에도 능해 자칭 별차인이라
할 정도로 차에 관한 시작이 아주 많다.
만년의 자호를 향산거사라 하며 은사의 한적한 삶을 보냈다.


혜산(題惠山二首)

피일휴(皮日休)

승상나리 차 마시고 싶을 때마다
군수는 늦어질까 염려하며 재촉했다지
오땅에서 서울까지 삼천리 길인데
양귀비가 여지( 枝)좋아한 것을 비웃지 마시오

사마상여는 점점 여위어 가고
육우 다풍은 요즘 들어 한산해졌네
이 때 스님께 풍로 빌려 낙엽 주워서
손수 숲 속에서 차를 달이네

피일휴의 자는 일소이며 양양 사람으로 태상박사를 역임했다.
후에 황소의 난에 가담했으나 실패하여 피살되었다.
그는 당나라 말기 사회의 암흑상을 글과 시로 잘 표현하였다.


산 샘물을 감사하며(謝山泉)

육구몽(陸龜蒙)

졸졸졸 봄 샘이 바위굴에서 흐르는 것
돌 항아리에 담아 들사람에게 보내 왔네
초당에 종일토록 스님 모셔 놓고
앞 냇가에서 차 싹을 땄네

육구몽의 자는 노망, ,호는 강호산인으로 장주 사람이다.
일찍이 소주와 호주 종사를 맡을 때 차를 깊이 연구하여 친구인
피일휴와 차에 관해 창화한 시가 많다.

차를 맛보며(嘗茶)

제기(齊己)

돌집에 차 부엌 연기
소나무 창가에 차 맷돌 소리
손님을 만류하여 차를 맛보며
보내 주신 스님 얘기 나누었습니다
차 맛은 시상을 떠올려 주고
차 향은 졸음을 물리쳐 주는군요
초삽천(苕 川)에 봄바람 불던 날
푸른 대밭을 거닐던 것 추억해 봅니다.


쌍정차(雙井茶)

구양수(歐陽修)

서강수 맑은 물이 흐르는 해묵은 바위
거기서 자란 차는 봉황새 발톱 같구나
섣달 그믐날 춥지 않고 봄기운이 이르면
쌍정차의 새싹은 뭇 풀보다 앞서 나온다네
하얀 털이 보송보송한 것을
청홍색 비단 주머니에 넣은 한 냥의 차
본디 열 근의 차를 만들 수 있는 것이었지
장안의 권세가 왕씨 집안들
한 번 마시고는 사흘이나 자랑하네
보운차 일주차 정성껏 만들었지만
새것만 찾고 옛것을 버리는 게 세상 인정이라
어찌 알리오 군자에게는 한결같은 덕이 있어
매우 귀한 것은 자주 바뀌지 않음을
그대여 아는가 건계의 용봉단차
예전의 색,향,미 그대로인 것을



구양수는 당송팔대가의 한사람으로서 다도에도 정통할뿐더러

물 고르기에도 범중엄 매요신 채양 소식 황정견과 더불어 뛰어났다고 한다.
쌍정차는 홍주 분영현성의 서쪽 쌍정에서 생산되는 차로서 당시
이 고장의 사람들이 쌍정의 물을 길어다가 차를 만들면 차 맛이

월등히 좋았다고 한다.





포은 鄭夢周 선생의 시

報國無效老書生
계茶盛僻無世精
幽劑獨夜風雪夜
愛聽夕鼎松風聲

石鼎湯初弗
風爐火發紅
水火用天地
卽比意無窮


눈보라가 치는 밤에 아늑한 서재에 홀로 누워

돌솥에 찻물 끓는 소리를 즐겨 듣노라.

돌솥끓이는 소리 풍로에 불꽃이 붉다.

물과 불은 천지에 쓰이니 이 뜻은 무궁하고 묘하도다.

茶 人

1 土偶 金鐘禧

차가 무어냐고 물으시거든
차나무에서 딴 것이 차라고 하소
어떻게 먹느냐고 물으시거든
마시고 싶어 마신다 하소
무슨 득이 있냐 물으시거든
답답한 것 풀릴까봐 마신다 카소
답답한 것 풀리더냐 물으시거든
아직 적게 마셔 모른다 카소
좋은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시거든
잘 속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고
누구에게 배웠냐고 물으시거든
토우에게 배웠다고 말하소
토우가 어떤놈고? 물으시거든
미친 * 같은 영감이라 말하소 99.8.17 한국차인연합회연수회에서



煎 茶 차를 다리네

성언웅(成彦雄)

산사에 봄은 깊어 잠에서 깨어나니
호포천가 생각이 아물거리네
촉차를 스님께 갈게 하고는
솔가지 서너 개 주어 들었네

산岳寺春深 起時 (미결)


버렸으나 버린 것이 아니래요

떠났으나 떠난 것이 아니래요

하지만 나는 버렸고 미련없이 왔다....원성스님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