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 허목의 <지리산기>

2017. 6. 6. 13:14옛산행기

백장암(百丈菴) 남쪽의 군자사(君子寺)는 지리산 북쪽 기슭에 있는 오래된 절이다. 그 아래 용유담(龍游潭)은 홍수나 가뭄때 기우제 지내는 곳이다. 용유담의 물은 반야봉(般若峯) 아래에서 발원하여 동쪽으로 흘러 임계(臨溪)가 되고, 또 다시 동쪽으로 흘러 용유담이 된다.

 

깊은 골짜기와 너럭바위가 있고, 양쪽 깍아지른 절벽 사이로 물이 흐른다. 너럭바위 위에는 돌 구덩이(石坎석감), 돌 구멍(石竇석두), 돌 웅덩이(石坑석갱)가 있어 마치 교룡(蛟龍)이 꿈틀거리는 듯, 규룡(虯龍)이 서려있는 듯하여 온갖 형상의 바위들은 기이하다. 물은 깊어 검게 보이는데, 용솟음치거나 소용돌이치기도 하고, 빙빙 돌거나 하얀 물거품을 뿜어내기도 한다. 깊은 물길이 1리나 뻗어 있다. 그 아래에는 긴 여울이 또 1리쯤 펼쳐졌는데, 수잔뢰(水潺瀨)라 한다. 이 물이 동쪽으로 흘러 마천(馬川)의 엄뢰(嚴瀨)가 된다.

 

 

군자사의 남쪽 절벽을 따라 백무동(白母洞)을 거쳐 제석봉(帝釋峯)에 올랐다. 그 위가 천왕봉(天王峯)인데, 정상의 높이는 14천 장()이다. 산을 오르면서 너무 춥고 힘들었다. 산의 나무들은 길게 자라지 못하고, 음력 8월에도 세 번이나 눈이 내렸다고 한다. 천왕봉 꼭대기에서 둘러보니, 동쪽으로는 해 뜨는 곳까지 보였다. 근해에는 검매도(黔魅島)와 욕지도(蓐芝島)의 절경이 보이고, 그 바깥은 대마도(對馬島)인데 왜구들이 사는 곳이다. 그 서쪽으로는 연()나라와 제()나라의 동해 바다인데, 천리 너머가 중원 대륙이다. 남쪽 끝은 탐탁라(耽乇羅)이다. 그 밖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최석기 교수의 [지리산유람록2]에서 옮겨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