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필재 김종직선생의 유두류기행시

2017. 6. 6. 11:35옛산행기

점필재 김종직선생의 유두류기행시 11

 

 

先涅庵(선열암)

  

門掩藤蘿雲半扃 : 문은 등나무 덩굴에 가리고 구름은 반쯤 닫혔는데

雲根矗矗水冷冷 : 구름이 뿌리내린 우뚝 솟은 바위의 석간수는 맑고 시원하구나

高僧結夏還飛錫 : 하안거를 마친 고승은 석장을 날리며 돌아가고

只有林閑猿鶴: 다만 숲은 한가로운데 은거하는 선비놀라는구나.

 

掩藤 : 등나무 : 빗장경 닫을경矗矗 : 우뚝솟을 촉冷冷 : 맑고 시원하다. 結夏 : 하안거를 마침. : 錫杖, 禪杖 도사 승려가 짚는 지팡이 : 다만, 猿鶴 : '원숭이와 학'의 의미는 猿鶴沙蟲(원학사충)의 준말로 은거하는 선비(산중군자)를 이르는 말. 주목왕周穆王의 군대가 몰살되어 군자는 죽어서 원숭이나 학이 되고 소인은 죽어 모래나 벌레가 된다는 고사.

당시 함양 독바위에 도착하였을 당시 구름(안개)이 독바위를 반쯤 가린 듯하고 선열암 석간수는 맑고 차가운 물이 흐르는데 하안거를 마친 고승은 떠나고 텅 빈 선열암의 조용한 숲속에 갑자기 들이닥친 일행들의 인기척에 야학이 놀라는 상황을 그려봤다. 1구에서 문은 덩굴에 가리고 구름은 반쯤 빗장을 질렀다는 표현에서 구름이 덩굴을 가리고 문에는 빗장을 질렀다고 해야 맞는데... 독바위를 하늘로 통하는 문으로 구름을 빗장으로 표현하여 하늘이 열리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구름이 뿌리 내린 우뚝 솟은 바위의 표현도 실감이 난다.


 

議論臺(의논대)

 

兩箇胡僧衲半肩 : 호로중 두 사람이 장삼을 어깨에 반쯤 걸치고,

巖間指點小林禪 : 바위 사이 한 곳을 소림선방이라고 가리키네.

斜陽獨立三盤石 : 석양에 삼반석(의논대)에 홀로 서있으니

滿袖天風我欲仙 : 소매 가득 가을바람이 불어와 나도 신선이 되려하네.

 

兩箇 : 두 놈. 胡僧 : 호승으로 국역했는데 정확한 설명이 부족함. 胡僧은 스님을 무시하는 표현임. 胡人 : 북방 서역의 이민족, 남을 업신여겨하는 말. : 지점(장소) 한곳: 장삼납: 낱개 물건을 세는 단위인데 점필재는 중을 물건으로...ㅉㅉ 스님들에게 미안하지만 호로중놈으로 국역했다. 엉터리 없을호로 중을 얕잡아 부르는 호칭. 어깨에 반쯤 장삼을 걸친 스님이 바위 사이를 가리켜 소림선방이라고 말을 하나 호로승으로 표현한 것으로 미루어 승려에 대한 미덥지 못한 점필재의 마음을 알 수 있고 4구에는 속세를 떠나 초야에 묻혀 살고 싶은 현실도피 마음이 들어있음.

 

 

宿古涅庵(고열암)

 

病骨欲支撑 : 지친 몸 지탱하려고

暫借蒲團宿 : 잠시 포단 빌려 잠을 자는데

松濤沸明月 : 소나무 물결(파도소리) 달빛 아래 들끓으니

誤擬遊句曲 : 국곡선경에 노니는 듯 착각하였네.

浮雲復何意 : 뜬 구름은 또한 무슨 뜻인가?

夜半閉巖谷 : 한밤중에 산골짜기 닫혀있구나

唯將正直心 : 오직 올곧은 마음을 가진다면

倘得山靈錄 : 혹시 산신령의 살핌을 얻으려나.

 

病骨(병골) : 지친 몸, 蒲團(포단) : 부들로 만든 둥근 방석, 浮雲(부운) : 간신. 인생의 덧없음. 不義富貴榮達을 누림. 句曲(구곡) : 강소성(江蘇省)에 있는 己山 또는 茅山(모산)이라고 함. 巖谷(암곡) : 산골짜기, 巖은 바위가 아니고 산봉우리(峯)라는 뜻이다.  : 持也(가질장), : 혹시당. : (살핌), 靈錄은 산신령의 비록을 산신령의 살핌으로 보았다.

 숙고열암의 4 巖谷(암곡)은 암각巖谷(八八口 : 천정각)으로 보아야한다.'천정각자'는 입천정이나 방 천정의 석가래 모양과 입(방)모양을 본뜬 글자로 우리나라의 어떤 자전에도 나와 있지 않고 , 청나라 때 학자 傅賓石篆文大字典六書分類 12권주 2 24에 한자의 자해가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으니, 이 책에서 평생 한 번 보았던 글자인데 고열암에 올 때마다 암각을 이해하지 못하다가 이번 산행에서 완전히 이해를 하고 의문이 풀리게 되었다. 암곡이 아니라 암각인 것이다 그래서 국역도 바위 골짜기에서 바위 천정으로 수정했다. [夜半閉巖谷야반폐암각으로 읽어야한다] 谷(곡)과 谷(각)은 해서체에서 모양이 같으나 소전체에서는 전혀 다르니 이음이의자가 아니고 전혀 다른 글자이다.

글을 올리고 미심쩍어서 사진을 보니 천정 모양을 하였으나 아무래도 희귀자가 시어로 적절하지 않음. 오역이라고 판단되어 암곡(산골짜기)으로 수정함.

 

 


나는 병든 몸은 지친 몸으로 산신령의 비록은 산신령의 보살핌으로 보았다점필재 선생이 조정에서 서거정의 견제를 심하게 받았던 것 같다. 그래서 스스로 함양의 수령으로 내려왔기에 당시의 고민이 이시에 전부 담겨 있다. 지리동부 능선에서 달빛 아래 소나무 파도소리 들으며 술 한 잔 마시고 이 시를 읊으면 선생의 빙의에 걸리게 된다.

 

 

贈古涅僧(고열암 중에게 주다)

 

求名逐利兩紛紛 : 명예를 구하고 이익을 좇는(따르는) 것 둘 다 어지러우니

緇俗而今未易分 : 지금은 승려와 속인을 구분하기 어렵구나.

陟頭流最高頂 : 모름지기 두류산 상봉에 올라보게나.

世間塵土不饒君 : 세간의 흙먼지는 그대를 배부르게 하지 못한다네.

 

紛紛 : 어지럽다. : 검은옷치, 승복치, 승려, 중치, (): (세수하다) (물졸졸흘러내릴민) 물이 평탄하게 흐르는 모양. 이 한자는 영신암 시에도 나오는데 문장에서는 처음 본 한자입니다. 3구에서 고전번역원 자료는 (세수할회, 물졸졸흐를회)로 나오는데 천천히로 국역하였으나, 문맥상 (모름지기수)가 아닐까 생각한다. ‘모름지기(반드시, ) 두류산 천왕봉에 올라보게나.’ 로 산행을 권하는 내용으로 보인다. 세상의 더러움으로 배를 채우지 말라.’는 선생의 가르침이 전해지는지... 나 또한 혹시라도 더러운 마음을 가슴에 담지 않았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中秋天王峯不見月(중추절 천왕봉에서 보름달을 보지 못함)

 

抽身簿領陟崔嵬 : 공무에서 잠시 벗어나 높은 산에 올랐는데

剛被良辰造物猜 : 좋은 날 조물주 강한 새암을 받는구나.

霧漲寰區八紘海 : 운무는 천지에 넘쳐서 팔방(팔굉)이 바다이고

風掀巖萬搥雷 : 바람이 바위에 몰아쳐 뇌성벽력을 치네.

勝遊天知難繼 : 천왕봉 달맞이 놀이(승유) 계속되기 어려워

淸夢瓊臺未擬回 : 경대의 맑은 꿈(천왕봉 달맞이) 다시 함을 헤아리지 못하겠네.

時有頑雲暫成罅 : 때때로 무지막지한 구름 잠시 틈을 만들지만,

誰能月滿懷來 : 누가 능히 보름달을 취해 가슴에 품고 올 수 있으리?

 

위의 푸른색은 고전번역원은 , ,  , 모 한시 카페에는 , , 로 나와 있는데 8구는 로 생각되고 나머지는 두자는 전체적인 의미에 큰 차이가 없다.

  

簿領 장부부, 기록할령. 장부에 기록함. 공무. : 기내환, 천하환, 하늘아래, 인간세상 천하 세계 寰區 : 천하 천지 八紘 : 팔굉 넑은굉 팔방 천지, :치켜들흔 높은모양흔 掀轟 : 바람이 몰아치는 굉음 : 칠추, 던질퇴 : 클만. 瓊臺 : 천태산(天台山)의 서북쪽에 위치한 산봉우리의 이름. : 헤아릴의 비길의, 본뜰의, 향할의. 의심할의. 頑雲 : 흉악한 구름. 무지막지한구름 : 틈하

 

 

香積庵無僧已二載(중이 떠난 지 이미 2년이 넘은 향적암에서)

 

携手扣雲關(휴수구운관) : 손을 잡고 운무로 뒤덮인 문을 두드리니

塵蹤汚蕙蘭(진종오혜란) : 속인의 발자국이 혜란초를 더럽히네.

澗泉猶在筧(간천유재견) : 아직 실개천 샘터에는 홈통이 남아있고

香燼尙堆盤(향신상퇴반) : 타다 남은 향불도 (아직) 쟁반에 쌓여있어라.

倚杖秋光冷(의장추광랭) : 지팡이를 기대니 가을빛은 차가운데

捫巖海宇寬(문암해우관) : 바위를 붙잡고 (금강대에)오르니 온 세상이 넓구나.

殷勤報猿鶴(은근보원학) : 은근히 원숭이(산사람)와 학(은둔 선비)에게 알리노니

容我再登攀(용아재등반) : 내가 다시 오르는 것을 용납해다오.

 

: 이미. : (해년), (해추). 塵蹤 : 속인의 발자취. : 산골물간, (아직유) = (). : 깜부기불신 타다가 남은 것, 탄 나머지 : 어루만질문, 붙잡을문, 海宇 : 해내의 땅, 국내. : 넓을관

 

성모사에서 1박을 하고 일기로 인해 추석 달맞이를 못하고 안개 속을 내려온 선생은 을씨년스러운 향적대에서 1박을 하게 되는데 당시의 정황과 풍경이 시에 자세히 나타나 있다. 사람의 발길이 없어 출입하는 길에 혜란초는 웃자라 있고, 샘터와 홈통, 타다 남은 향이 쌓여있는 쟁반 또한 사실감을 더해 준다. 여기까지 오면서 나는 '원숭이와 학'의 시어를 아직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원숭이가 더벅머리를 하고 수염을 깎지않고 산에 사는 사람이라면 학은 은둔 선비를 가리키는 것일까? 과연 원숭이와 학은 무엇이고 영신암에서 산도는 무엇일까? 산도는 원숭이의 우두머리로 세석에 사는 마을 대표(촌장) 정도로 이해했다. '猿鶴원숭이와 학': 猿鶴沙蟲(원학사충)의 준말로 은거하는 선비를 이르는 말. 주목왕周穆王의 군대가 몰살되어 군자는 죽어서 원숭이나 학이되고 소인은 죽어 모래나 벌레가 된다는 고사[한한대사전(단국대동양학연구소)10257]

 

율시에서 3구와 45구와 6구는 반드시 대구로 이루어져 있으니 한시의 절묘함이 여기에 들어있다. '주인 없는 산중 암자에 가을빛조차 차가운데 금강대(?)에 올라 바라본 세상은 넓고도 넓어라.' ‘가을빛은 차갑고 세상은 넓다.’ 는 표현은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훈구파의 견제는 대수롭지 않다. 왜냐하면 세상은 넓기 때문에 개의치 않겠다는 다짐인가?

 

 

宿香積夜半開霽 : 향적암에서 자는데 한밤중에야 활짝 개었다.

 

飄然笙鶴瞥雲聲 : 선학이 표연히(가볍게) 나니 별안간 구름 소리가 나고

千仞岡頭秋月明 : 천길 산꼭대기(천왕봉)엔 가을 달(보름달)이 밝구나.

應有道人轟鐵笛 : 어느 도인이 부는 날라리(轟鐵철적)에 화답하여

更邀回老訪蓬瀛 : 다시 회도인을 만나 (신선이 사는) 봉래와 영주를 찾으리라.

 

笙鶴 : 선학(仙鶴)과 같은 뜻으로 생황을 즐겨불던 王子喬(왕자교)가 흰 학을 타고 신선이 되었다는 전설에서 유래함. 飄然 : 바람에 가볍게 날리는 모양, 훌쩍 떠나는 모양, 정처없이 떠돌아다니는 모양. 세상일에 구애되지 않은 모양. : 瞥眼間(별안간) 岡頭 뫼 꼭대기. 鐵笛 : 쇠로만든 피리. 날라리. : 화답하다. : 어느, 어떤(불특정대명사) : 시끄러울굉. : 다시갱. : 만날요. 回老 : 회도인 당나라 여동빈의 별칭. 여동빈은 당나라 8중의 하나로 꼽히는 인물. 蓬瀛 : 봉래와 영주로 신선이 사는 곳.

 

선생이 향적사에서 잠을 자다가 밖으로 나와서 하늘을 보니 구름이 마치 선학이 나는 듯 '구름에 달 가는 상황'을 생생히 묘사하고 있다, '선학이 가벼이 날며 구름을 헤치는 소리가 난다.'는 구절은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시어의 극치 아닐까 생각한다. 1연 에서는 마치 우리가 향적사에서 8旣望의 둥근달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천문을 아는 이가 있다면 1472816일의 월령이 어떻게 되는지 묻고 싶다. 가을 달밤 어디선가에서 들리는 (날라리)철적의 소리는 천왕봉 성모사에서 제 의식을 지내는 소리는 아닌지 상상해 보았다. 결구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선생이 자연에서 살고 싶은 한 가닥 희망이 들어있다.

 

 

再登天王峯(다시 천왕봉에 오르다.)

                                                                                  

五嶽鎭中原 : 오악이 중원을 진압하고

東岱衆所宗 : 동쪽 대산(동악, 태산)이 뭇 산의 종주인데...

豈知渤海外 : 어찌 알았으리요? 발해 밖에

乃有頭流雄 : 바로 웅장한 두류산이 있음을...

 

: 대산대. 오악의 하나 東嶽, 太山, 泰山

 

崑崙萬萬古 : 곤륜산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地軸東西通 : 지축地軸이 동서로 통하고

幹維掣首尾 : 줄기가 머리와 꼬리를 연결했으니

想像造化功 : 조화의 공을 상상할 만하구나.

 

() 억누르다. 지연하다, 뽑다. 잡아당기다, 길게 뻗다. 바람에 솔리는 모양, 당기다. 끌어당기다.

 

繄我乏仙骨 : ! 나는 신선의 골상이 되기는 모자라

塵埃久飄蓬 : 속세에서 오래도록 떠돌아다니다

牽絲古速含 : 옛 속함(함양) 고을의 수령이 되었는데

玆山在雷封 : 이산이 함양 관내에 있을 줄이야....

 

: 탄식하는소리예,감탄사. 仙骨 : 신선의 골상이란 뜻으로 비범한 풍채(선풍도골) : 떠돌표, 유랑할표 : 떠돌아다닐봉. 飄蓬 : 떠돌아다니다. 牽絲 : 인끈을 잡는다는 데서 처음 벼슬을 함. 速含(속함) : 함양. : 이자. 뇌봉雷封 : ()이 보통 사방 백 리인데, 천둥이 치면 그 소리가 백 리쯤 진동한다 하여 현령(縣令)을 뇌봉이라고 한다.

 

省斂馬川曲 : 마천 구석의 가을걷이를 살피는데

時序秋正中 : 계절은 가을의 정 중앙이라.

試携二三子 : 시험 삼아 두 세 제자를 거느리고

翫月天王峯 : 천왕봉에 달구경 간다네.

 

: 구석곡. 時序 : 시절의 돌아가는 순서, 계절. : 가지골놀완. 翫月 : 달맞이, 달놀이

 

捫蘿恣登頓 : 등나무 넝쿨 잡고 멋대로 오르다 지쳐서

足力寄短筇 : 발의 힘을 짧은 지팡이(단장)에 맡겼는데

山靈似戲劇 : 산신령이 연극하는 것과도 같아서

霧雨兼顚風 : 안개비에 아울러 세찬바람까지 불어대는구나.

 

: 등라 등나무 넝쿨 : 붙잡을문. : 제멋대로자. : 지칠돈, 피곤할돈. : 맡길기, : 지팡이공. 短筇 : 短杖(단장) 戲劇 : 희극, 익살을 부리는 연극, 실없는 행동. 顚風 : 세찬바람.

 

心且默禱 : 마음을 깨끗이하고 또 마음 속으로 기도하여

庶盪芥: 거의 가슴의 답답함을 씻어버렸네.

今朝忽淸霽 : 오늘 아침에는 홀연(문득) 맑게 개이니

神其諒吾衷 : 산신령이 (아마)내 정성을 살펴주신 것이라.

 

오자정정-, -(가시체) : 날개일제. : 어조사기(아마 ~일 것이다) 齋心(재심): 마음을 재개하다(깨끗이 하다). 黙禱(묵도) : 마음 속으로 기도함. : 거의. : 씻을탕. 芥蔕: 사소한 것. : 겨자씨, : 작은 가시/ 가슴이 멤, 속이 답답함. : 아마 ~일 것이다, : 속마음 정성스러운 마음.

 

遂忘再陟勞 : 드디어 다시 오르는 수고를 잊고서

絶頂窺鴻濛 : 정상에서 천지 자연의 광대함을 엿보고

浩浩俯積蘇 : 넓고 넓은 우거진 숲을 굽어보니

如脫天地籠 : 천지의 새장을 벗어난 듯하구나.

 

絶頂 : 정상. 鴻濛 : 천지자연의 원기홍, 광대한 모양홍, 큰물몽. 천지자연의 원기, 광대한 모양, 동방의 들, 해 뜨는 곳. 浩浩 : 넓고 큰 모양. 積蘇 : 쌓아 둔 섶, 무성하게 자란 들풀

 

群山萬里朝 : 여러 산들은 멀리서 조회하듯

眼底失窮崇 : 눈 아래 높은 것이 하나도 없어라.

北望白玉京 : 북쪽으로 백옥경(한양)을 바라보는데

滅沒南飛鴻 : 남쪽으로 날던 기러기는 사라지네.

 

白玉京 : 임금이 있는 서울.

 

溟海卽咫尺 : 큰 바다는 바로 지척이라

際天磨靑銅 : 하늘 끝에서는 청동을 연마하네.

乖蠻與隔夷 : 오랑캐 섬들과는 멀리 떨어져

雲水和朦朧 : 구름과 바다의 조화가 몰롱하구나.

 

: 바다명 아득할명. : 어그러질괴, 괴상할괴, 떨어질괴  : 따로 떨어짐. 서로 갈라짐.朦朧 : 흐릿하다. 어슴푸레한 모양. 乖蠻與隔夷(괴만여격이): '오랑캐 섬들과는 멀리 떨어져'는 본래 '與蠻'인데 평측을 맞추기 위해  흩어 놓은 것 같은데, : 멀리 떨어지다. : ~. : 오랑캐로 '오랑캐와 멀리 떨어져'南蠻, 東夷인데... ‘남만과 동이가 멀리 떨어져인지.... 설마 점필재가 우리나라를 동이(동쪽 오랑캐)라고 표현하지는 않았을 텐데...

 

遠瞻若迷方 : 먼 곳을 보면 방향이 헷갈린 듯하나

近挹忻奇逢 : 가까이 읍하면(보면) 기이한 만남(구경)이 기쁘구나.

蒼虯舞素壁 : 푸르고 굽은 소나무 절벽 위에 춤추고

赤羽低晴空 : 붉은 태양은 날 개인 하늘에 낮게 드리우네

 

: 읍할읍. : 고부라진 나무의 형용. 구불구불한 나무 소나무. 蒼虯 : 푸르고 구불구불한 소나무 素壁 : 흰색의 담장, 절벽, 석벽. 赤羽 : 붉은 날개로 태양

 

萬壑水奔流 만 구렁(골짜기) 물은 세차게 흘러서

逶迤拕玉虹 : 구불구불 옥무지개를 끌어당기고

十洲隱積皺 : 십주는 쌓인 주름(골짜기)에 숨어있어

指顧面面同 : 가까이에서 보면 저마다(면면이) 같구려.

 

: 구불구불갈위, : 굽을이, : 끌타, : 주름잡힐추. 十洲 : 신선이 산다는 열 개의 섬. 즉 조주(祖洲영주(瀛洲현주(玄洲염주(炎洲장주(長洲원주(元洲유주(流洲생주(生洲봉린주(鳳麟洲취굴주(聚窟洲)이다. 指顧지고 : 손가락질을 하며 돌아본다는 뜻. 짧은 거리 또는 짧은 시간. 面面 : 각 방면, 한사람 한 사람마다, 앞앞이, 각자.

 

諸峯悉醞藉 : 여러 봉우리는 모두 너그러워

有似兒孫從 : 마치 자손이 (부조를) 따르고

般若欲爭長 : 반야봉은 높이를 다투려고 하여

紫蓋於祝融 : 자개축융의 경우와 같구려.

 

醞藉 : 마음이 너그럽고 따스함. 관박하고 여유가 있음. 너그러울온, 어조사자. 紫蓋자개가 祝融축융에 대해서와 같구려 : 자개와 축융(祝融)은 모두 산봉우리 이름으로, 형산(衡山)72() 가운데 축융봉이 가장 높고, 자개봉이 그 다음이라고 한 것을 이른 말인데, 일설에는 자개봉이 가장 높다고 하기도 한다.

 

懷哉靑鶴洞 : 그립구나! 청학동이여!

千載祕仙蹤 : 천년도록 신선의 자취 숨겼기에...

長嘯下危磴 : 길게 읊조리며 위험한 산비탈 내려가니

如將値靑童 : 청학동의 선동을 만날 것만 같구나.

 

: 산비탈등. 靑童 : 선인(仙人)의 심부름을 하는 사람, 선동(仙童)

 

飇梯起輕霧 : 棧道(사다리)에 광풍이 부니 안개는 가볍게 일고

返照明丹楓 : 빛이 반사되어 단풍이 밝구나.

雖負端正月 : 비록 단정한 달(한가위 보름달)은 없었지만

眞源今已窮 : 선도의 본원은 이제 이미 다 궁구(탐색)하였네.

 

返照 : 빛이 되비치다. 석양, 낙조. '석양빛'으로 국역했는데 천왕봉에 오른 시간이 아침이라 '빛이 반사되어'로 보았습니다.: 광풍표, 폭풍표, 회오리바람표. 端正月 : 음력 815일 밤의 달. = = . 眞源 : 선도(仙道)의 본원(本源)

 

倏陰而倏晴 : 갑자기 구름이 끼었다가 갑자기 날이 개이니

厚意牋天公 : 정중한 마음으로 천제님께 편지를 올리려네.

累繭不足恤 : 발 부르튼 건 족히 근심할 것도 없고

信宿靑蓮宮 : 진실로 청련궁(사찰)에서 이틀 밤을 묵었나니

 

() : 갑자기. : 장계전 편지전. 天公 : 天帝(천제) 累繭 : 발이 부르트다. : 근심할휼 청련궁 : 불사(佛寺)의 이칭(異稱)

 

明朝謝煙霞 : 내일 아침에는 연하선경을 떠나서

繩墨還悤悤 : 공무로 다시 바쁘리라.

 

繩墨 : 먹줄 규칙 법도. : 다시환. 悤悤(총총) : 바쁘다.

 

 

中峰望海中諸島[중봉에서 바다 가운데 여러 섬들을 바라보다]

 

前島庚庚立立: 앞에 섬은 가로 놓이고 뒤 섬은 서서 있으니

蒼茫天水相接連 : 파란 하늘과 아득한 바다가 서로 접하여 이어져있네.

似有雲帆疾於鳥 : 구름 돛단배는 새보다 빠른 듯하니

古來說得乘槎仙 : 예로부터 도를 깨달은 신선이 탄 뗏목이네.

代輿員嶠更何處 : 신선이 사는 대여산과 원교산은 또 어느 곳인가?

巨鼇不動應: 거오(큰 자라) 움직이지 않으니 응당 단잠이 들었나보다.

寄書紫鳳問舊侶 : 자색 봉황새에 편지를 보내어 옛 친구에게 묻노니

我今亦在方丈巓 : 지금 또한 나는 방장산 정상에 있다네.

 

庚庚 = 庚橫 : 가로놓이다. 說得 : 도를 깨달은. : ()설이 도로 쓰였네요. 이런 용례는 처음 봅니다. 原始反終 故知死生之說[易經] 死生之說 : 死生之道. : 깨달을득. 乘槎仙 : 뗏목을 탄 신선. 代輿대여와 員嶠원교 : 발해(渤海)의 동쪽에 있다는 다섯 선산(仙山) 가운데 두 산의 이름이다. : 입담을감(오자)(한창감 즐길감) : 단잠. 巨鼇 : 동해(東海) 가운데 있는 신산(神山)을 머리에 이고 있다는 자라. () : 산꼭대기전

 

 

靈神菴(영신암)

 

箭筈車箱散策回 : 전괄와 거상을 산책하고 돌아오니

老禪方丈石門開 : 방장(주지승)의 노선사가 석문을 열어주네

明朝更踏紅塵路 : 내일 아침이면 속세의 길 다시 밟으리니

須喚山都沽酒來 : 모름지기 세석촌장을 불러 술이나 받아오게.

 

箭筈車箱 : 전괄은 화살 끝처럼 좁은 산마루를 말하고, 거상은 마치 수레의 짐칸처럼 우묵한 골짜기를 말하는데, 또는 전괄령(箭筈嶺)과 거상곡(車箱谷)의 명칭으로도 쓰는바, 두보(杜甫)의 망악시(望岳詩)거상의 골짝에 들어서니 돌아갈 길이 없고 전괄로 하늘을 통하는 문 하나가 있구려[車箱入谷無歸路 箭筈通天有一門]” 한 데서 온 말이다. 杜少陵詩集 卷六 

方丈 : 사방 1장의 넓이(1: 10) 절의 주지가 거처하는 방, 또는 그 주지. 주지스님. 삼신산의 하나(지리산) : 禪師 : 선사(선종의 고승의 칭호紅塵 : 붉운 먼지 속세. ()인가? ()인가? 처음에는 ()로 보았으나 () 모름지기 꼭으로 당부하는 말로 쓰여진 듯하다. 山都 : 狒狒비비 중의 가장 큰 것. 豚尾狒狒 <爾雅, 釋獸> 狒狒. <郭璞注> 其狀如人, 面長, 唇黑, 身有毛, 反踵, 見人則笑. 廣及南康郡山中有此物, 俗呼之曰山都. /, 袁宏道<新安江詩>山都吟復笑, 猩語是耶非. 山都猿鶴(은둔 선비)의 연장자(대표)

 

영신암 주변을 산책하며 '창불대는 하늘로 통하는 석문으로 올라가고, 창불대 아래 큰세개골은 천길 낭떨어지로 한번 내려가면 올라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두보의 '望嶽詩망악시' [車箱入谷無歸路 箭筈通天有一門]“거상의 골짝에 들어서니 돌아갈 길이 없고 전괄로 하늘을 통하는 문 하나가 있구려"가 떠올라 전괄거상시어를 사용한 것으로 짐작됨.

 

靑鶴仙人何處棲 : 청학 탄 신선은 어느 곳에서 사는고?

獨騎靑鶴恣東西 : 홀로 청학을 타고 동서로 마음껏 다니겠지.

白雲滿洞松杉合 : 흰 구름 골에 가득하고 소나무 삼나무가 모여 있으니

多少遊人到自迷 : 약간의 유산객만 들어와도 저절로 길을 헤맨다네.

 

多少 : 얼마, 何處 : 어느 곳. : 살서. : 방자할자, 제멋대로일자, 거리낌 없을자, 맡길자. 多少 : 얼마의(어느 정도의), 약간

 

千載一人韓錄事 : 천 년의 세월 속에 일인자인 한녹사

丹崖碧嶺幾遨遊 : 붉은 절벽 푸른 고개서 얼마나 노닐었던고

滿朝卿相甘奴虜 : 조정 가득한 경상(정승판서)664들은 노예와 포로 됨을 감수하는데

妻子相携共白頭 : 처자들을 이끌고 들어와 함께 백발이 되었네.

 

: 해재 = 年也, 歲也. 卿相 : 공경(정승)과 재상(판서). : 달게 여기다, 甘受

한녹사 : 고려 때의 명사(名士) 한유한(韓惟漢)을 말함. 그는 지리산(智異山)에 은거하면서 조행(操行)이 고상하고 조촐하여 세상일을 간섭하지 않았는데, 고려사(高麗史)에 의하면, 한유한이 처음 서울에 살았으나, 최충헌(崔忠獻)의 정사가 잘못되어 가는 것을 보고는, 장차 난()이 일어날 것이라 여기고, 처자(妻子)를 데리고 지리산에 들어가 세상과의 인연을 끊고 은거하였는데, 뒤에 나라에서 서대비원 녹사(西大悲院錄事)를 제수하여 불렀으나 끝까지 취임하지 않고 깊은 골짜기로 들어가 종신토록 나오지 않았다고 함. 新增東國輿地勝覽 卷三十

 

雙溪寺裏憶孤雲 : 쌍계사 안에 고운을 생각하니

時事紛紛不可聞 : 어지러웠던 당시의 일을 들을() 수가 없구나.

東海歸來還浪跡 : 해동(신라)으로 돌아와 도리어 유랑했던 발자취는

秖緣野鶴在鷄群 : 다만 야학이 군계 속에 있었던 연유로다.

 

: 속리. : 생각할억. 孤雲 : 최치원. : 어지러울분. 東海 : 해동(우리나라). : 다만지. : 緣由. 야학 들에 있는 학. 닭이나 오리와 무리를 같이하지 않는 데서 '은사가 속세의 초연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  野鶴在鷄群 : '여럿 가운데  홀로 특출함'을 이르는 말. 군계일학. [晉書] 昻昻然如野鶴在鷄群.

 

 

下山吟[산에서 내려와 읊다]

 

杖藜纔下山 : 명아주 지팡이 짚고 겨우 산에서 내려오니

澄潭忽蘸客 : 갑자기 맑은 연못이 산객을 담그게 하네

彎碕濯我纓 : 굽은 물가에서 앉아 내 갓끈을 씻으니

瀏瀏風生腋 : 시원한 바람이 겨드랑이에서 나오는구나.

平生饕山水 : 평소 산수 욕심을 부렸는데

今日了緉屐 : 오늘은 나막신 한 켤레가 다 닳았네

顧語會心人 : 여정을 함께한 사람(제자)들에게 돌아보고 말하노니

胡爲赴形役 : 어찌 (우리가)육체의 노역에 나아갔다고 하겠는가?

 

杖藜 : 명아주 지팡이. : 겨우재 : 담글잠. : 굽을만. : 굽은 물가기. 彎碕 : 굽은 물가, 징검다리. 瀏瀏 바람이 빠른 모양(시원한 바람) 平生 : 평소. : 탐할도, 욕심부릴도. : 마칠료. : 한켜레량. : 나막신극. 會心人 : 마음이 통하는 사람形役 : 마음이 육체의 부리는 바가 된다는 뜻. 정신이 육체의 부림을 받음. 육체적인 노역.

 

2008년 점필재의 고열암 시를 처음 접하고 김종직 선생이 14728월 14일에서 18일까지 두류산을 유람한 루트를 좇아 여러 차례 산행을 하였습니다. 미진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곳까지 국역을 하고  201753~56(34일간)까지 산행을 하면서 최종 정리를 했습니다. 여러 차례 시를 지은 현장을 직접 답사하여 국역한 것이니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여과해서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2017515

 

도솔산 연소재 학인 只弗 이영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