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강 김규진의 사찰편액 글씨

2017. 6. 6. 09:12한국의 글,그림,사람

[지리산의 편액] 6.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편액을 남긴 [해강 김규진]의 사찰편액 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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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강 김규진 ((海岡 金圭鎭 1868 ~ 1933)

평안남도 중화(中和)의 농가에서 태어나 외숙인 이희수(李喜秀)로부터 서화의 기초와 한문을 공부하다가, 18세 되던 1885(고종 22)에 중국에 건너가 8년간 수학하였다.

 

1901년에 영친왕의 서법(書法)을 지도하는 한편 궁내부 시종(侍從)에 임명되었다. 1906년에는 일본에 건너가 사진기 조작법을 배우고 돌아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서울에서 사진관을 개설함으로써 그 분야에서도 개척자가 되었다.

 

청나라 유학으로 연마한 대륙적 필력과 호방한 의기(意氣)를 폭넓게 발휘하여, 글씨에서는 전((((()의 모든 서법에 자유로웠다. 특히 대필서(大筆書)는 당대의 독보적 존재였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서 발췌-   

 

해강의 서예는 전서(篆書)와 고경(古勁)의 한예(漢隷)를 넘나드는 경지를 보였는데, 단순하면서도 때로는 장중(莊重)하고, 때로는 조용하면서도 두텁고 풍부한 건실함[厚實]을 살려 내었다. 그리고 해행(楷行)에도 능숙하여 튼실한 강골의 기상[健勁]을 발출해 낼 뿐만 아니라, 당나라 안진경(顔眞卿) 풍의 중후한 맛이 넘치는 해서(楷書), 그리고 유려한 청인풍(淸人風)의 전서(篆書)에도 능숙하였다.

 

더욱이 행초(行草)의 경우, 원만하면서도 튼실한 세련미[圓勁美]가 무척 뛰어나 씩씩하고 건실한 격조가 조화를 갖추고 있어 화단의 평가를 높이 받고 있다. 여러 서법에 능하고 흥취에 흐름을 타는 서미(書味)는 활달하면서도 고아스럽고 또한 단아한 멋으로 중국과 일본에 까지 널리 알려져 있다.

 

                                                                                                                         -[불교저널]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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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강의 작품은 편액에 주로 사용한 호인 [海岡] 혹은 [金圭鎭]이란 관지나 두인이 뚜렷하게 새겨져 있어 쉽게 구분을 할 수가 있다.

해강은 이밖에도 만이천봉주인(萬二千峰主人), 무기옹(無己翁), 백운거사(白雲居士), 취옹(醉翁) 등 많은 별호를 사용했는데, 하나하나 그의 글씨에서 풍기는 낭만적인 성품을 엿볼 수가 있다.

 

 

[지리산의 편액] 뿐만 아니라 앞으로 지리산이 품고 있는 모든 종류의 문화유산을 풀어나가는 방식으로, 지리산의 문화유산을 통하여 각 종류별로 우리나라 전체에 걸쳐 축적된 문화적 역량을 바라봄으로써 그 역으로 지리산 문화유산의 위상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도록 풀어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지리산 밖에 있는 연관성을 가진 문화재를 함께 비교하면서 살펴보는 다른 이유로는, 지리산이 아닌 거주지 주변에서 혹은 여행길에 만나게 되는 연관된 문화재를 매개로 지리산을 떠올릴 수 있다면 지리산의 문화유산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유서 깊은 사찰이나 정자 등의 이마에 달려 건물의 품격을 채워주고 있는 편액 중에서 한국전쟁 이전에 만들어져 유서가 깊은 편액으로 본다면 지리산이 아닌 곳에서 비교적 쉽게 만나 지리산에 있는 문화유산을 떠올리기 좋은 것으로 해강의 작품만 한 것이 없다.

 

 

해강은 1920년 전후한 당대 최고의 서예가로서 지역적 편중 없이 전국을 고루 다니며 편액을 남겨 우리나라 어느 지역에서든 쉽게 그의 자취를 느낄 수 있다.

 

 

지리산에 있는 해강의 글씨

 

해강이 지리산에도 필적을 남겼으니 하동 쌍계사에 그의 작품 두 점이 빛나고 있다.

 

쌍계사 참나무 숲을 통과하여 올라가면 첫번째 만나는 전각이 균형을 잘 갖춘 일주문이다.

일주문 풍체 만큼이나 잘 어울리는 예서체의 [三神山雙磎寺(삼신산쌍계사)]편액이 일주문의 품격에 화룡정점을 찍어 완성하려는 듯 멋스럽게 걸려있다.

 

 

1 쌍계사 일주문 편액.JPG

*하동 쌍계사 일주문의 삼신산쌍계사 편액(예서체). 좌측에 [海岡] 관지가 보인다.

이 편액은 복제품이고 진품은 쌍계사 성보박물관에 있다.

 

2 삼신산쌍계사 현판 원본.jpg

*성보박물관에 있는 삼신산쌍계사 편액 원본.

상태가 좋지 못해 차라리 일반인들은 일주문에 걸려 있는 복제품으로 감상하는 것이 더 좋을 듯하다.

 

 

해강의 예서체는 추사의 글맛을 엿보게 하는데 유사한 예서체 필법으로 해강이 남긴 편액은 다음과 같다.

 

3 상왕산개심사편액.jpg  

*충남 서산 개심사의 상왕산개심사 편액(예서체). 좌측에 [海岡金圭鎭書] 관지가 보인다.

 

4 남악산남장사 편액.JPG

*경북 상주 남악산남장사 편액(예서체). 맨 좌측에 [海岡] 관지가 보인다.

 

5 태백산영은사 편액.jpg

*강원도 삼척 태백산영은사 편액(예서체) . 좌측에 [金圭鎭書] 관지가 보인다.

 영은사에는 해강의 작품으로 이밖에도 [설선당], [심검당]이 있다.

 

6 금몽암 편액.JPG

*강원도 영월 금몽암 편액 (예서체). 좌측에 [金圭鎭書] 관지가 보인다.

  금몽암에는 해강의 작품으로 이밖에도 [우화루]가 있다.

 

 

쌍계사 일주문 앞에 서서 삼신산쌍계사 편액을 보고 감탄을 하다가 아쉬운 듯 발걸음을 옮겨 안으로 들어가 뒤돌아서면 일주문 안쪽에도 멋진 편액이 걸려 있으니 해강이 행서체로 쓴 [禪宗大伽藍(선종대가람)]이 반겨준다.

 

7 쌍계사 일주문 선종대가람 편액.JPG

*쌍계사 일주문 선종대가람 편액 (행서체) . 좌측에 [海岡] 관지가 보인다.

 

 

 

해인사에 있는 해강의 글씨

 

 

우리나라 사찰이 편액을 가장 많이 남긴 글씨로는 아마도 일중 김충현을 꼽을 수 있겠지만 한국전쟁 이전의 작품으로는 해강을 따를 글씨가 없을 만큼 월등히 많을 뿐만 아니라 사찰과 정자를 가리지 않고 전국적으로 골고루 분포하고 있다.

그 중에서 해강의 작품이 가장 많은 사찰로는 법보사찰인 합천 해인사를 꼽을 수 있다.

 

해인사는 일주문에 달린 깔끔한 사액에서부터 본당인 대적광전의 사방에 달린 편액이 모두 해강의 작품이다.

 

 

8 가야산해인사 편액.JPG

*해인사 일주문의 가야산해인사 편액(전형적인 해서체) . 좌측에 [海岡金圭鎭書] 관지가 보인다.

  점 하나 더하고 뺄 수 없을 만큼 빈틈 없이 단정한 해강의 대표적인 해서체 글씨이다.

  일주문의 주련도 해강의 글씨이다.

 

 

9 해인사 편액.jpg

*해인사 편액 (행서체). 우측 대나무 그림 아래 그림을 그린 [安淳煥] 관지가 보이고, 좌측에 [海岡書] 관지가 보인다.

 해인사 주지의 거처인 대적광전 우측의 선설당에 달려 있는데 출입금지 구역이라 담장 너머로 볼 수 있다.

 

10 해인사 금강게단 편액.jpg

*해인사 금강계단 편액(행서와 초서의 중간인 행초서체). 좌측에 [海岡金圭鎭書] 관지가 보인다.

 대적광전 우측 벽에 달려 있다. 대적광전 편액은 대원군의 글씨이다.

 

11 해인사 대방광전 편액.jpg

*해인사 대방광전 편액 (예서체)

대적광전 뒷면에 달려 있다.

 

 

12 해인사 법보단 편액.jpg 

*해인사 법보단 편액

대적광전 좌측 벽에 달려 있다.

 

13 해인사 소림시구 편액.JPG

*해인사 소림시구 편액

구광루 좌측에서 대적광전으로 올라가는 문에 달려 있다.

   

 

백양사에 있는 해강의 글씨

 

전남 장성의 백양사에도 해강의 글씨가 많다.

 

14 대가람백양사 편액.JPG

*사진 14 백양사 대가람백양사 편액

옛날 일주문에 달려 있던 편액인데 일주문을 새로 지으면서 사천왕문 입구의 우측 종무소 뒷 벽에 달려 있다.

 

15 백양사 편액.JPG

*백양사 편액

사천왕문으로 들어서서 종각 좌측에 있는 해운각에 달려 있다.

 

16 백양사 향적전 편액.jpg

*백양사 향적전 편액

 좌측에 [해강] 예서체의 단정한 관지가 보인다.  

 

 

  

통도사에 있는 해강의 글씨

 

 

불보사찰인 양산 통도사에도 해강의 자취는 빠지지 않는다.

 

17 통도사 일주문 주련.JPG

*통도사 일주문의 양쪽 기둥에 새겨진 주련 불지종가 국지대찰

  일주문의 영취산통도사 편액은 대원군의 글씨이다.

 

 

18 통도사 편액.JPG 

*통도사 편액

통도사 종무소 안에 걸려 있다.

 

 

승보사찰인 송광사에도 당연 해강의 작품이 있다.

 

 

19 송광사 편액.JPG

*송광사 편액

송광사의 명물 우화각 안에 걸려 있다. 이 글씨는 송광사의 로고 수준으로 사용되고 있다.

 

 

죽농 안순환과 합작품

 

위에 살펴본 해강의 편액들을 보면 몇몇 편액에서 공통점을 발견했을 것이다.

바로 위  통도사 편액과 송광사 편액에서와 같이 해강의 글씨로 쓴 절 이름 주변으로 난죽도가 그려져 있으며 관지에 [竹農 安順煥(죽농 안순환)]의 그림임을 밝혀 두고 있는 편액이 여러 보인다.

 

 

죽농 안순환(竹儂 安淳煥; 1871 ~ 1942)

조선이 망하기 직전 궁중의 요리를 총괄하는 전선사의관리자로 있다가 폐망하자 일자리를 잃은 궁중의 요리사들을 데리고 나와 1903년 우리나라 최초의 조선 요릿집인 명월관을 설립하게 되고, 이후 관기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궁중기녀들까지 명월관으로 모여들면서 명월관을 조선 최고의 요릿집으로 자리 잡게 한 사업가였다.

 

변혁기에 사업의 수완을 발휘하는 한편으로 서화에도 능하여 특히 난죽을 잘 그렸다.

 

죽농은 이와 같이 사업으로 바쁜 와중에도 [취옹]이란 별호를 가지고 있는 해강과 죽이 맞았는지 자비를 들여 그 당시 우리나라 사찰의 31본사를 돌아다니며 합작으로 편액을 남겼는데, 해강이 글을 쓰고 죽농이 난죽도를 그린 편액이 바로 그것이다.

죽농은 해강과의 합작 이외에도 수원 용주사, 평택 청룡사의 편액도 남겼다.

 

 

위에 언급된 송광사, 해인사, 백양사, 통도사 편액 이외에 해강과 죽농이 합작으로 그린 편액들은 다음과 같다.

 

 

20 마곡사 편액.JPG

*충남 공주 마곡사 편액

마곡사 대광보전 앞마당 우측의 심검당에 걸려 있다.

 

21 전등사 편액.JPG

*강화도 전등사 편액

종무소 앞마당에 걸려 있다.

 전등사 입구인 대조루에 걸린 전등사 편액도 해강의 글씨이다.

 

22 은해사 편액.JPG

*경북 영천 은해사 편액

성보박물관 안에 보관하고 있다.

 

 

23 고란사 편액.JPG

*충남 부여 고란사 편액

 

24 위봉사 편액.JPG

*전북 완주 위봉사 편액

 위봉사에는 이 외에도 행서체로 해강이 쓴 위봉사 편액이 하나 더 있다.

 

25 보석사 편액.JPG

*충남 금산 보석사 편액

문루의 외벽에 걸려 있다.

 

그 밖에 대구 금룡사, 포항 오어사, 강원 고성 건봉사 불이문, 충남 예산 수덕사 정혜사 등에서도 해강을 만날 수 있다.

 

 

서울 고려대 옆 개운사에 가면 해강과 죽농의 합작품과 유사한 개운사 편액이 있다.

 

26 개운사 편액.JPG

*서울 개운사 편액

이 편액은 합작품이 아니라 죽농 혼자 글씨와 그림을 써서 동일한 형식으로 만든 것이다.

 

 

 

서울에 있는 해강의 글씨

 

 

해강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진사로서 고종과 매천 황현 선생의 사진 등 그 당시 주요한 사진을 남기도 한 만큼 서울에서 활동하면서 서울의 사찰에 남긴 해강의 글씨도 많다.

 

 

정릉의 조그만 사찰인 경국사에 가면 해강의 걸작들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27 경국사 다로경권 편액.JPG

*경국사 다로경권 편액

 [茶爐經卷]이란 차를 달이는 화로와 경서가 있는 담백한 정취를 이르는 말이다.

경내로 들어서서 우측으로 들어가면 금강반야대 편액이 보이고 그 안쪽에 달려 있다.

 

28 경국사 화엄회 편액.JPG

*경국사 화엄회 편액

입구에서 들어가면 왼쪽에 있는 관음성전의 사방으로 편액이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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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국사 법화루 편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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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국사 영산전 편액

 

경국사에는 해강 이외에도 백련 지운영, 우남 이승만, 일중 김충현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산꾼들을 위하여 관악산 연주암에 올라가도 해강의 글씨 [연주암]이 반겨준다.

 

31 연주암편액.jpg

*사진 31 관악산 연주암 편액

최근에 이 현판은 전시를 위하여 반출되었는지 오리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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