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 21. 17:00ㆍ한문기초書
다석 유영모(多夕 柳永模, 1890-1981)는 한글로 신학하고 한글로 철학을 하여 배달의 얼을 전한 뛰어난 영성가이며 종교 사상가이다. 다석은 우리가 소통하는 말 속에 하느님의 뜻과 의지가 담겨 있다고 생각하였다. 하느님께서 인간과 관계를 맺고 사귀기 위해 그리고 뭇 생명과 소통하기 위해 하느님의 뜻을 사람들의 말 속에 심어 놓았다는 것이다. 성서에는 말씀으로 세상의 뭇 생명을 지었다고 한다. 따라서 말씀은 존재이다. 말 가운데 으뜸가는 말이 ‘말씨’라고 다석은 보았다. 말씀은 내 속의 속이 뚫려 하느님과 통하는 것이요, 생각으로 하느님과 사귀고 대화하는 수단이다. 다석에 따르면 말(言)은 우리가 하나님께 타고 갈 ‘말’(馬)이라고 하였다.
다석은 한글을 하늘의 소리요, 바른 소리라 생각하고 한글을 자유자재로 가지고 유희하였다. 그림문자를 만들고, 여려 글자를 합성하여 많은 뜻이 포함된 다중어를 만드는 등등 한글을 가지고 노셨다. 다석은 우리말 갈고 닦고 새로운 말들을 만들기도 하였다. 예를 들면, 알맞이(철학), 마침보람(졸업), 알짬(精), 빈탕(허공), 환빛(榮光), 몬(物), 고디(정조), 덛(시간), 긋(점), 속알(덕), 읊이(詩), 예(여기, 상대세계), 숨줄(생명), 다세움(民主), 외누리(독재), 가온쓸(中庸), 여름질(농사), 씨알(民), 밑일(기초공사), 굶고뱀(고학), 잎글(엽서), 잘몬(萬物), 푸른나이(청년), 한늘(우주), 맘줄(心經), 꼴위(形而上), 꼴아래(形而下), 엉큼(마 하트마), 없(無), 있(有), 있없(有無), 없귻(無極), 어둠맺이(婚姻), 맘아들(弟子), 여름아비(農夫) 등등 이다.
또한 모호한 말뜻을 살려내기도 하였다. 사나이(산 아이), 깨끗(끝까지 깨다), 모름지기(모름은 꼭 지키는), 더욱(더 위로), 어버이(업을 이), 이튿날(이어트인 날), 아침(아 처음), 얼굴(얼이 든 골자기) 등등. 숫자는 손가락을 펴고 세는 것으로 설명하였다. 하나(ᄒᆞᆫ, 홑, 한, 큰: 홑으로 홀로 있으면 시작이고 비롯이며, 크고 존귀하다), 둘(맞둘, 두다, 맞두다; 하나이면 가지고 다닐 수 있으나 둘이면 어디에 두거나 마주 두어야 한다), 셋(섯, 서다; 다리가 셋이면 잘 선다), 넷(넣, 넛, 넷 넣다; 다리가 셋이면 잘 서는데, 셋에 하나를 넣으면 넷이 된다), 다섯(다섯 손가락이 다 서다), 여섯(이어섯; 또 다른 손의 손가락이 이어 서다), 일곱(일으키고, 일ㅋ고, 일고ㅎ, 일곱; 다른 손의 손가락을 이어세운 다음에 또 하나의 손가락을 일으켜 세우다), 여덟(열에서 둘 없다, 열둘없, 여덟), 아홉(열에서 한 없, 한없, 아헚, 아홊, 아홉), 열(열다; 두 손이 다 열리다), 이와 같이 다석은 숫자를 설명하고 한글의 뜻을 살려냈다.
동양의 무위(無爲)와 무위자연 사상을 잘 드러내고 인간의 높은 지혜를 담고 있는 도덕경을 늙은이 이름으로 다석은 완역하였다. 서구의 부정신학에서 말하는 부정의 영성을 볼 수 있는 도덕경을 다석은 번역한 것이다. 1955년 4월 26일 일 년 후의 사망 예정일을 정하고 죽음 선언을 한다. 그리고 매일 한 생각을 적은 다석일지를 쓴다. 죽음 선언하고 4년이 지난 1959년 다석의 나이 70세, 즉 사상의 절정기에 이르러 인간의 삼독(三毒; 貪瞋痴)을 제거하여 ‘몸의 나’는 죽이고, ‘맘의 나’(맘나), ‘혼의 나’(영나)로 솟아나(솟나) 도덕경을 순 한글로 완역하였던 것이다.
다석의 순 한글 도덕경 풀이를 소개하고 이해를 돕기 위해 사서오경(四書五經)을 영어로 번역한 제임스 레게(James Legge, 중국에서 선교한 영국선교사)의 영역과 ‘선의 황금시대’, ‘동서의 피안’, ‘내심낙원’을 쓴 법 철학자, 오경응(吳經熊, 영명; John C. H. Wu)의 영어본을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
다석 유영모의 도덕경 풀이
늙은이 1월
길 옳단 길이 늘 길 아니고(道可道, 非常道)
이를 만한 이름이 늘 이름이 아니라(名可名, 非常名).
이름 없어서 하늘 땅이 비롯고(無名 天地之始)
이름 있어서 잘몬의 어머니(有名 萬物之母),
므로 늘 하고잡 없어서 그 야믈ㅁ이 뵈고(故常無, 欲以觀其妙),
늘 하고잡 있어서 그 돌아감이 보인다(常有, 欲以觀其徼).
이 둘은 한께 나와서 달리 이르(부르)니(此兩者, 同出而異名),
한께 일러 감아, 감아 또 감암이(同謂之玄, 玄之又玄),
뭇 야믈ㅁ의 오래러라(衆妙之門).
<풀어 씀>
잘몬: 잘은 우리말로 만(萬), 몬은 물(物)의 뜻의 우리말이다. '먼지'는 몬에서 떨어진 것을 뜻하는 '몬지'에서 변형된 말이다. 므로: 그러므로, 하고잡: 욕망, 야믈ㅁ: 기묘한 것(야므짐), 돌아감(徼: 돌아다닐 요): 운행을 순 한글로 표현하였다. 한께: 함께, 감아: 가맣다, 아득하다, 검다는 뜻이다. 오래: 문(門)이란 뜻의 순 우리말이다.
‘이름 없어서’는 없음(無)의 님, 즉 무극(無極)을 말한다. 무극에서 하늘과 땅이 비롯된다는 뜻이다. ‘이름 있어서’는 있음(有)의 님, 즉 태극(太極)이어야 만물의 어머니다. ‘있음’(有)과 ‘없음’(無), 즉 유무(有無)는 하나에서 나온 것인데, 달리 이름을 부르는 것이다. 있음과 없음이 함께 이르고 조화를 이루면 절대자(하느님)이다.
모든 것은 ‘하나’에서 비롯된다. 하나인 세계는 ‘없음’(無)의 견지에서는 무극(無極)으로, ‘있음’(有)의 관점에서는 태극(太極)으로 부른다. 그러나 무극과 태극이 둘로 나누어 진 것이 아니라 하나라는 것이다. 이 둘이 하나인데, 초현상세계 곧 절대계에서는 무극(無極)이라 말하고, 눈에 보이는 현상세계, 곧 상대계에서는 태극(太極)이라 불릴 뿐이다. 이 절대계는 ‘있음’(有)과 ‘없음’(無), 유무(有無)를 초월하여 있는 것이다.
하늘 땅의 우주는 ‘없음’, 무(無)에서 시작되었다. 무(無)는 처음도 없고 마침도 없다(無始無終). 또한 무(無)는 시작도 되고 마침도 된다(無名天地之始).
James Legge(역)
The Tao that can be trodden is not the enduring and unchanging Tao. The name that can be named is not the enduring and unchanging name.
(Conceived of as) having no name, it is the Originator of heaven and earth; (conceived of as) having a name, it is the Mother of all things.
Always without desire we must be found,
If its deep mystery we would sound;
But if desire always within us be,
Its outer fringe is all that we shall see.
Under these two aspects, it is really the same; but as development
takes place, it receives the different names. Together we call them
the Mystery. Where the Mystery is the deepest is the gate of all that
is subtle and wonderful.
John C. H. Wu(吳經熊 역)
TAO can be talked about, but not the Eternal Tao.
Names can be named, but not the Eternal Name.
As the origin of heaven-and-earth, it is nameless:
As "the Mother" of all things, it is nameable.
So, as ever hidden, we should look at its inner essence:
As always manifest, we should look at its outer aspects.
These two flow from the same source, though differently named;
And both are called mysteries.
The Mystery of mysteries is the Door of all ess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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