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6. 8. 09:12ㆍ한국의 글,그림,사람
二十日. 入神凝寺. 20일. 신응사로 들어갔다.
寺在雙磎十里許. 절은 쌍계사에서 10리쯤 되는 곳에 있었다.
間有殘店數家. 사이에 허름한 주막 몇 집이 있었다.
到寺門前百步許七佛溪上. 下馬列坐. 절 문 앞 백 걸음쯤 되는 곳 칠불계곡 가에 이르러 말에서 내려 줄지어 앉았다.
溪水險隘. 皆卸馬背負而渡. 시냇물이 험하고 좁아 안장을 풀고 말등에 올라 냇물을 건넜다.
住持玉崙. 持任允誼來迎. 주지 옥륜(玉崙)과 지임 윤의가 나와서 우리 일행을 맞이하였다.
到寺未暇入門. 徑趨前溪盤石. 列坐其上. 절에 도착하여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바로 절 앞의 시냇가 바위로 가서 그 위에 줄지어 앉았다.
獨推坐寅叔. 剛而於最高石頭曰. 인숙과 강이만을 바위의 가장 높은 곳에 앉히고 말하기를,
지리산 칠불암 아자방(亞字房)
君等雖至於顚沛. 毋失此地. 若置身下流. 則不得上矣. “그대들은 비록 위급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그 자리를 잃어서는 안되네. 만일 그대들이 시냇물에 빠진다면 올라올 수 없을 것이네.” 라고 말하니,
笑曰. 請毋失此坐. 그들이 웃으면서 말하기를, “이 자리를 뺏지않기를 바라네.” 라고 하였다.
新雨水肥. 激石濆碎. 或似萬斛明珠. 競瀉吐納. 或似千閃驚雷. 沓作噫吼. 怳如銀河橫截. 衆星零落. 최근 내린 비에 불어난 시냇물이 돌에 부딪혀 솟구쳤다가 부서지니 만 섬 구슬을 다투어 내뿜는 듯하기도 하고, 번개가 치고 천둥이 치는 듯하기도 하며, 희뿌연 은하수에 별들이 쏟아지는 듯하기도 하였다.
更訝瑤池燕罷. 綺席縱橫. 黝黝成潭. 또한 손님을 맞아 잔치를 벌인 요지에 비단 방석이 널려 있는 듯하기도 하였다.
龍蛇之隱鱗者. 深不可窺也. 頭頭出石. 牛馬之露形者. 錯不可數也. 용과 뱀이 비늘을 숨긴 듯한 것은 깊어서 헤아릴 수 가 없었고, 소와 말 같은 형상을 한 우뚝한 돌들이 셀 수 없이 널려 있었다.
瞿塘峽口. 方可以喩其變化出沒. 구당협(瞿塘峽)의 입구 정도라야 변화하여 출몰하는 것을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眞是化工老手戱劇無藏處也. 참으로 화공의 노련한 솜씨를 숨김없이 마음껏 드러낸 곳이었다.
相與睢盱裭魄. 欲哦一句不得. 一響歌吹. 서로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넋을 잃고서 바라보면서 시 한 구절을 읊조리고 싶었지만 마음대로 되질 않았다.
衆聲僅如大瓮中細腰之鳴. 不能成聲. 祗爲溪神之玩而已. 모두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했으나 기껏해야 큰 항아리 안에서 나나니벌이 우는 정도여서, 제대로 소리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단지 시내의 귀신의 놀림거리가 될 뿐이었다.
寺僧爲具酒果盤盞以勞之. 이 절의 승려가 소반에 술과 과일을 차려가지고 와서 위로하였다.
吾亦以行中酒果. 交酬迭酢. 據石蹈舞. 盡歡而罷. 우리도 가지고 온 술과 과일을 내어 몇 잔씩 나누어 마시고 바위 위에서 춤을 추며 실컷 즐기다가 파하였다.
植強吟一絶. 내가 고심 끝에 절구 한 수를 읊었다.
水吐伊祈璧. (수토이기벽) 물은 이기의 구슬을 토해내고,
山濃靑帝顔. (산농청제안) 산은 청제의 얼굴보다 푸르구나.
謙誇無已甚. (겸과무이심) 겸손도 과시함도 너무 심하지 않으니,
聊與對君看. (요여대군간) 여러 벗들과 함께 마주하여 대하네.
夕宿西僧堂. 저녁에 서쪽 승려의 방에서 묵었다.
夜卧默誦. 밤에 누워서 묵묵히 글을 외웠다.
又以警人曰. 그리고 일행에게 경각시키기를,
入名山者. 誰不洗濯其心. 肯自謂曰小人乎. “명산에 들어온 자로 그 누가 마음을 씻지 않겠으며, 누가 자신을 소인이라 하는 것을 기꺼워하겠는가?
畢竟君子爲君子. 小人爲小人. 可見一曝之無益也. 마침내 군자는 군자가 되고 소인은 소인이 되고 마니, 한 번 햇빛을 쬐는 정도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음을 알 수 있네.” 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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