進 學 解 - 韓 愈

2013. 7. 9. 11:04한문상식

進 學 解   解 題 文

韓 愈


본편은 憲宗 元和 6년. 811년에 지은 글로, 학자의 자세로 학업에 정진함과 꾸준한 덕행에 힘 써야 하는 것을 강조하며, 정치적으로는 불우한 생을 보냈던 성인인 맹자와 순자를 예로 들면서, 자신의 처지를 묵시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이글을 읽은 재상은 작자를 比部郎中(비부낭중)으로 승진하였다.


國子先生 晨入太學 招諸生立舘下 誨之曰 業精于勤荒于嬉 行成于思毁于隨. 方今聖賢相逢 治具畢張 拔去兇邪登崇俊良.

占小善者率以錄 名一藝者無不庸 爬羅剔抉 刮垢磨光 蓋有幸而獲選 孰云多而不揚

諸生業患不能精 無患有司之不明 行患不能成 無患有司之不公

국자선생 신입태학 초제생입관하 회지왈 업정우근황우희 행성우사훼우수. 방금성현상봉 치구필장 발거흉사등숭준량.

점소선자솔이록 명일예자무불용 파라척결 괄구마광 개유행이획선 숙운다이불양

제생업환불능정 무환유사지불명 행환불능성 무환유사지불공


譯註 (본 장은 국자선생이 학업에 중요성을 말한다)

국자선생이 새벽에 태학에 들어가 여러 학생들을 불러 교사 아래에 세워 놓고 훈계하길, “학업은 부지런히 힘쓰면 정진되고 놀면 황폐해 지며, 행실은 생각에 의해 이루어지고 마음대로 하면 허물어진다. 오늘날 성군과 어진 재상이 서로 만나 법령을 펼치고, 흉하고 간사한 사람을 제거해내고 뛰어난 인재를 등용하므로 조그만 선행이 있는 자라도 이름이 기록되고, 한 가지 재주에 이름 난 자라도 등용되지 않는 사람이 없다.

이같이 손톱으로 긁어내고 그물로 다 잡듯 인재를 구하고, 칼로 도려내듯 악인을 제거하여 더러운 곳을 깎고 광을 내듯 다듬어 낸다.

대개 요행으로 선택된 자도 있지만 재주가 많은데 등용되지 않는다고 누가 말하겠는가?

그러하니 학생 제군은 학업이 정진되지 못할까 근심할 것이지 관리가 현명하지 못함을 근심하지는 말고, 행실이이루어지지 못할까 근심할 것이지 관리가 불공정할까 근심하지를 말라.”했다.

註釋

①國子先生(국자선생) : 국자감은 황태자, 귀족자제, 민간수재를 가르치는 대학. 이곳

의 교수를 국자박사. (작자는 원화 7년에 국자박사)

②太學(태학) : 국자감을 가리킴. ③嬉(희) : 놀다.

④隨(수) : 멋대로 하다. ⑤治具(치구) : 나라를 다스리는 법령과 제도

⑥占(점) : 가지다. 持의 뜻 ⑦庸(용) : 쓰다. 用의 뜻

⑧爬羅(파라) : 爬는 손톱으로 긁어내는 것, 羅는 그물로 새를 잡는 것

⑨剔抉(척결) : 剔은 뼈를 발라내는 것, 抉은 살을 긁어내는 것

⑩有司(유사) : 관리


言未旣 有笑于列者曰 先生欺余哉 弟子事先生 于玆有時矣 先生口不絶吟於六藝之文 手不停披於百家之編 記事者必提其要 纂言者必鉤其玄 貪多不得 細大不捐

焚膏油以 繼晷 恒兀兀以窮年 先生之業可謂勤矣 觝排異端攘斥佛老 補苴鏬漏張皇幽眇 尋墜緖之茫茫 獨旁搜而遠紹 障百川而東之 廻狂瀾於旣倒 先生之於儒可謂勞矣.


언미기 유소우열자왈 선생기여재 제자사선생 우자유시의 선생구부절음어육예지문 수부정피어백가지편 기사자필제기요 찬언자필인기현 탐다부득 세대불연

분고유이 계귀 항올올이궁년 선생지업가위근의 저배이단양척불로 보저하루장황유묘 심추서지망망 독방수이원소 장백천이동지 회광란어기도 선생지어유가위노의.


譯註 (본 章부터는 학생이 보아온 국자선생을 말한다)

선생의 말이 끝나기 전에 열중에 있던 자가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은 우리를 속이고 계십니다. 제자인 제가 선생님을 섬긴지가 여러 해가 되었습니다. 선생님은 입으로는 육예의 글을 외우시고 손으로는 백가의 서를 펼치기를 멈추지 않으셨습니다.

사실을 기록 하실 때는 요점을 들추어 내셨고, 성현의 말씀을 편찬하실 때는 반드시 그 심오한 원리. 사상을 끌어 내셨습니다. 많은 학문을 탐구하시고 진리를 이해하기에 힘써, 크고 작고 간에 버리지 않으셨습니다.

기름을 태워 등불을 밝혀놓고 날이 밝을 때까지 독서를 계속하셨고, 항상 부지런히 힘써 해를 보내셨습니다. 그러니 선생님의 학업은 부지런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단을 배척하셨고 부처와 노자의 사상을 물리치셨으며 유가의 도의 결여된 바를 보충하시고, 아득히 작아 분별할 수 없는 것을 넓히고 크게 하셨으며, 맹자 이후 끊어진 유가 전통의 실마리를 찾아내시고, 홀로 두루 찾아서 멀리 천 여년 후에 이것을 이어 놓으셨습니다. 온갖 냇물을 막아 동쪽으로 흐르게 하듯 제자백가의 이단의 사상을 막아 이를 유가의 도로 돌려 세우시고, 미친듯한 큰 물결이 넘쳐버린 뒤에 원상태로 회복케 하셨습니다. 그러니 선생님의 유가에 대한 노력은 수고로웠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註釋

①六藝(육예) : 詩經(시경). 書經(서경). 易經(역경). 樂經(악경). 禮記(예기). 春秋

(춘추)

②百家之編(백가지편) : 제자백가의 책 ③提其要(제기요) : 그 요점을 파악하다.

④鉤其玄(구기현) : 심오한 것을 끌어내다. 鉤는 引의 뜻이다.

⑤繼晷(계귀) : 낮부터 밤까지 계속 일하다. ⑥兀兀(올올) : 근면한 모양

⑦觝排異端(저배이단) : 異端(유가 이외의 사상)을 배척하는 것

⑧攘斥(양척) : 물리치다.⑨張皇幽眇(장황유묘): 오묘한 것을 넓히고 크게 함(황 = 大)

⑩尋墜緖之茫茫(심추서지망망) : 쇠퇴한 유가의 도통을 잇는 것(추서는 쇠퇴한 유가의

도)

⑪廻狂瀾於旣倒(회광란어기도) : 무너진 유가의 도를 흥성시킨다는 뜻


沈浸醲郁 含英咀華 作爲文章 其書滿家 上規姚姒渾渾無涯 周誥殷盤佶屈聱牙 春秋謹嚴 左氏浮誇 易奇而法 詩正而葩

下逮莊騷 太史所錄 子雲相如 同工異曲 先生之於文 可謂閎其中而肆於外矣

少始知學 勇於敢爲 長通於方 左右具宜 先生之於爲人 可謂成矣

침침농욱 함영저화 작위문장 기서만가 상규요사혼혼무애 주고은반길굴오아 춘추근엄 좌씨부과 역기이법 시정이파

하체장소 태사소록 자운상여 동공이곡 선생지어문 가위굉기중이사어외의

소시지학 용어감위 장통어방 좌우구의 선생지어위인 가위성의


譯註 (본 章은 학생이 보아온 국자선생을 말한다)

향기 높은 문장에 젖어 그 묘미를 머금고 씹으며 문장을 지으니 책이 집안에 가득합니다.

위로는 서경의 요전. 순전. 우공의 소박하고 함축이 있는 깊은 문장과 주대의 고시문인 서경의 대고. 강고. 주고. 소고. 낙고와 은 반경의 고시문 등의 읽기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과 춘추의 근엄한 문장과 좌씨전의 허식적이고 과장된 문장. 주역의 진기하고 법칙이 바른 문장. 시경의 중정하고 화려한 시구를 본받고, 아래로는 장자. 굴원의 이소. 사마천의 사기. 양웅과 사마상여의 부 등 문장의 취의는 달라도 다같이 교묘한 문장들에 미쳐있습니다. 그러니 선생님의 문장은 사상이 크고 넓으며 문장의 사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셨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젊어서 학문을 아시어 감연히 단행하셨고, 성장하셔서는 바른 도리에 통하여 좌우 모든 일이 합당합니다. 그러니 선생님의 사람됨은 완성되었다 말할 수 있습니다.

註釋

①沈浸醲郁(침침농욱) : 문장이 훌륭하고 아름다운 것.

②含英咀華(함영저화) : 문장의 묘미를 맛보고 마음에 두는 것. 함저는 꽃을 머금는다.

③規姚姒(규요사) : 규를 본받는다. ④渾渾無涯(혼혼무애) : 커서 끝이 없는 것

⑤周誥殷盤(주고은반) : 주고는 서경의 고시문. 고는 왕이 백성에게 포고하는 글.

대고. 낙고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주는 글이며, 소고. 중훼지고는

랫사람이 윗사람에게 고하는 글. 이외에 강고. 주고가 있다.

단, 중훼지고는 상나라 상서이며 나머지는 주나라 글이나 서경에 있음.

반경(상.중.하)도 상서로 임금이 백성에게 고한 글이다.

⑥佶屈聱牙(길굴오아) : 읽기 어려운 문장

⑦左氏浮誇(좌씨부과) : 춘추좌씨전의 사치스럽고 과장되며 허식적이고 과장적인 것

⑧易奇而法(역기이법) : 주역의 진기하고도 법칙이 바른 것

⑨詩正而葩(시정이파) : 시경의 바르고 화려한 것

⑩莊騷(장소) : 莊子의 장자와 屈原의 이소경 ⑪太史所錄(태사소록) : 司馬遷의 史記

⑫子雲相如(자운상여) : 한 대의 揚雄과 司馬相如

⑬同工異曲(동공이곡) : 시문의 기량은 같으나 취향이 다른 것

⑭閎其中而肆於外(광기중이사어외) : 중은 내용, 외는 표현. 문학내용을 넓히고 표현

자유롭게 구사함.

⑮左右具宜(좌우구의) : 좌우 모든 것이 합당하다.


然而公不見信於人 私不見助於友 跋前疐後 動輒得咎 暫爲御史 遂竄南夷 三年博士 冗不見治 命與仇謀 取敗幾時

冬暖而兒號寒 年登而妻啼飢 頭童齒豁 竟死何裨 不知廬此 而反敎人爲

연이공불견신어인 사불견조어우 발전체후 동첩득구 잠위어사 수찬남이 삼년박사 용불견치 명여구모 취패기시

동난이아호한 년등이처제기 두동치활 경사하비 부지려차 이반교인위


譯註

그러나, 공적으로는 남에게 신임 받지 못하고, 사적으로는 벗의 도움을 받지 못하여, 진퇴에 어려움이 많고, 자칫하면 허물을 얻어 잠시 감찰어사가 되셨다가 마침내 남쪽 오랑캐 땅으로 유배되셨고, 세 번이나 박사가 되셨으나 한직이라 치적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운명과 적이 모의하여 괴롭혔으니 실패를 한 적이 몇 번이나 됩니까?

겨울이 따스한 날에도 아이들은 춥다고 울부짖고, 풍년이 들어도 사모님은배고파 우셨으며, 선생님은 머리가 벗어지고 이도 빠지셨으니 마침내 돌아가신들 세상에 무슨 보람이 있게 되겠습니까?

이런 것을 걱정할 줄은 잊으시고 도리어 남을 가르치기를 일삼으십니까?

註釋

①跋前疐後(발전치후) : 진퇴의 어려움이 많다. 詩經 豳風 狼跋(시경 빈풍 낭발)편에,

狼跋其胡 載疐其尾 公孫碩膚 赤舃几几 狼疐其尾 載跋其胡 公孫碩膚 德音不瑕

낭발기호 재체기미 공손석부 적석궤궤 낭체기미 재발기호 공손석부 덕음불하

늙은 이리 수염 밟고 비척비척 제 꼬리에 제가 걸려 비틀비틀 어여쁘신 우리 임의

붉은 신은 곱기도 해라. 늙은 이리 꼬리 밟고 비틀비틀 제 수염에 제가 걸려 비척비척

어여쁘신 우리 임의 그 소문은 좋기도 하네. (이 詩는 貴人을 놀리는 詩이다.)

(늙은 이리는 턱 밑에 살이 붙어 앞으로 갈려면 턱살을 밟아 넘어지고, 뒤로 갈려면

꼬리가 밟혀 넘어진다는 뜻)

②動輒得咎(동첩득구) : 움직이면 허물을 얻는다.

③冗見不治(용견불치) : 치적을 쌓을 수 없다. ④命與仇謀(명여구모) : 운이 나쁘다.

⑤頭童齒豁(두동치활) : 머리가 벗겨지고 이가 빠지다.


先生曰 吁 子來前 夫大木爲杗 細木爲桷 欂櫨侏儒 椳闑店楔 各得其宜 以成室屋者 匠氏之功也 玉札丹砂 赤葥靑芝 牛溲馬勃 敗敲之皮 俱收幷蓄 待用無遺者 醫師之良也 登明選公 雜進巧拙 紆餘爲姸 卓犖爲傑 較短量長 惟器是適者 宰相之方也

선생왈 우 자래전 부대목위망 세목위각 박로주유 외얼점설 각득기의 이성실옥자 장씨지공야 옥찰단사 적전청지 우수마발 패고지피 구수병축 대용무유자 의사지량야 등명선공 잡진교졸 우여위연 탁락위걸 교단량장 유기시적자 재상지방야


譯註 (본 章은 국자선생이 말하는 인재의 본분을 말한다.)

내가 말하였다.

“아아, 자네는 앞으로 나오라. 무릇 큰 나무는 대들보가 되고 가는 나무는 서까래로 하여, 주두. 주유. 문지도리. 문지방. 빗장. 문설주 등이 제각기 제대로 자리를 잡게 해서 집이 지어지는 것은 목수의 공이다.

옥의 부스러기. 단사. 적전. 청지. 소 오줌. 말똥. 찢어진 북의 가죽을 다 거두어 함께 두었다가 쓸 때를 기다려 버리지 않는 것은 良醫가 하는 일이다.

인재의 등용을 밝게 하고 선발을 공평하게 하여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을 섞어 관직에 나아가게 하고, 재능이 풍부하여 여유 있는 자를 아름답다 하고, 능력이 탁월한 자를 인걸로 인정하며, 장단점을 비교하고 헤아려 그 그릇에 알맞은 일을 맡기는 것이 재상의 도리이다.

註釋

①吁(우) : 아! 감탄사 ②杗(망) : 대들보 ③桷(각) : 서까래 각

④欂櫨(박로) : 기둥 위의 방목. 柱枓(주두)라고 하여 기둥머리를 장식하는 넓적한

나무

⑤侏儒(주유) : 동자기둥 ⑥匠氏(장씨) : 목공

⑦椳闑店楔(외얼점설) : 외는 문지도리, 얼은 문지방, 점은 빗장, 설은 문설주

⑧玉札(옥찰) : 옥 부스러기, 약재.

⑨丹砂(단사) : 朱砂(주사), 辰砂(진사)라고도 하는데 수은과 유황의 화합물로 이것으로 不老長生의 仙藥을 만든다고 함.

⑩赤箭(적전) : 난초과에 속하는 기생초목으로 천마라고 한다.

⑪靑芝(청지) : 영지 ⑫牛溲馬勃(우수마발) : 소 오줌과 말똥으로 가루를 약재로 씀

⑬卓犖(탁락) : 탁월 ⑭찢어진 북 가죽 : 약재로 쓰임


昔者 孟軻好辯 孔道以明 轍環天下 卒老于行 荀卿守正 大論是弘 逃讒于楚 廢死蘭陵 是二儒者 吐詞爲經 擊足爲法 絶類離倫 優入聖域 其遇於世 何如也

今先生 學雖勤而不繇其統 言雖多而不要其中 文雖奇而 不濟於用 行雖修而不顯於衆 猶且月費俸錢 歲靡廩粟 子不知耕 婦不知織 乘馬從徒 安坐而食 踵常途之役役

窺陳編以盜竊 然而聖主不加誅 宰臣不見斥 玆非幸歟

動而得謗 名亦隨之 投閒置散 乃分之宜 若夫商財賄之有亡 計班資之崇庳 忘己量之所稱 指前人之瑕疵 是所謂詰匠氏之不以杙爲楹 而訾醫師以昌陽引年 欲進其狶苓也

석자 맹가호변 공도이명 철환천하 졸로우행 순경수정 대론시홍 도참우초 폐사난릉 시이유자 토사위경 격족위법 절류이륜 우입성역 기우어세 하여야

금선생 학수근이불요기통 언수다이불요기중 문수기이 부제어용 행수수이불현어중 유차월비봉전 세미름속 자부지경 부부지직 승마종도 안좌이식 종상도지역역

규진편이도절 연이성주불가주 재신불견척 자비행여

동이득방 명역수지 투한치산 내분지의 약부상재회지유망 계반자지숭비 망기량지소칭 지전인지하자 시소위힐장씨지불이익위영 이자의사이창양인년 욕진기희령야


譯註 (본 章은 儒者의 姿勢로 본문의 結語이다)

옛날에 맹자께서는 변설을 좋아하시어 공자의 도가 밝아졌으나, 수레를 타고 천하를 돌아 다니시다 마침내 길에서 돌아가시었고, 순자께서는 바른 도를 지키시어 유가의 훌륭한 의론이 흥성하였으나 참언을 두려워하여, 초나라로 피했다가 난릉에서 돌아가시었다.

이 두 유학자는 말씀을 하시면 곧 경전이 되었고, 몸을 움직이면 법도가 되었으니, 범상한 무리를 떠나 성역에 들어섰었지만 세상에서 받은 처우는 어떠하였던가?

이제 선생인 나는 비록 학문은 부지런했다 하지만 도통을 계승하지 못했고, 말은 비록 많았다 하지만 그 중정을 취하지 못했으며, 문장은 비록 기특했다 하지만 세상을 위해 쓰여지지 못했고, 몸가짐은 닦았다 하지만 출중한 비 아닌데도 오히려 다달이 봉급을 소비하고 해마다 봉록으로 주어지는 쌀을 다 먹어 치운다. 아들은 농사지을 줄 모르고 아내는 베 짤 줄 모르는 형국에 말을 타고 하인을 따르게 하며, 편안히 앉아 먹고 평범한 길을 걸으며 사는데도 고생스러우며, 옛사람이 지은 글을 보면서 좋은 문구를 훔쳐 쓰기나 하고 있다.

그런데도 훌륭한 임금께서는 벌주지 않으시고 재신들도 배척하지 않으니 이는 다행이 아닌가? 걸핏하면 비방을 받아 평판도 그에 따라 나쁘니 한직에 놓여져 있는 것은 내 분수에 알맞는 것이다.

만약 재산의 유무를 비교하고 관직과 녹봉의 고하를 계산하여 자기 역량에 적당함을 잊어버리고, 상관의 흠을 지적한다면 이것은 이른바,

말뚝을 가지고 기둥으로 쓰지 않는다고 목공을 힐난하며, 의사가 창포로 사람의 생명을 연장하려는 것을 비평하며 독초인 의령을 권하는 것과 같은 일이므로 아예 그런 짓은 하지 않아야 한다.

註釋

①孟軻(맹가) : 맹자 ②卒老于行(졸로우행) : 길에서 죽다

③逃讒于楚(도참우초) : 荀子는 참소를 피해 초나라로 도망갔다.

④廢死蘭陵(폐사난릉) : 춘신군이 순자를 난릉영으로 삼았는데 춘신군이 죽자 순경도

직을 사임하고 난뒤 그곳에서 죽었다.

⑤不濟於用(부제어용) : 세상에 통용되지 않는 것 ⑥廩粟(늠속) : 나라 창고의 곡식

⑦常途(상도) : 평범한 길 ⑧亦亦(역역) : 일에 힘쓰는 모양

⑨班資(반자) : 지위와 봉록 ⑩崇庳(숭비) : 높고 낮음 ⑪前人(전인) : 윗사람

⑫猗苓(의령) : 豨苓(희령), 豬苓(저령)이라고도 하는 독초인데 약초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