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增類合』은 조선시대에 어린이들에게 가르치던 기초한문서이다. 본래는 1512자로 이루어진 유합이란 책자로 공부하였는데 저자가 누군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불교를 숭상하고 유교의 성현을 내린 부분이 있기에 유학자였던 미암 유희춘(眉巖 柳希春, 1513~ 1577, 중종8년~선조10년, 해남 출신)이 이를 바로잡고 선조의 명으로 수정보완하여 상하 두 권의 책으로 펴낸 것이 『신증유합』이다.
상권은 數目(수목) 天文(천문) 衆色(중색) 地理(지리) 草卉(초훼) 樹木(수목) 果實(과실) 禾穀(화곡) 菜蔬(채소) 禽鳥(금조) 獸畜(수축) 鱗介(인개) 蟲豸(충치) 人倫(인륜) 都邑(도읍) 眷屬(권속) 身體(신체) 室屋(실옥) 鋪陳(포진) 金帛(금백) 資用(자용) 器械(기계) 食饌(식찬) 衣服(의복) 등 총24항목 1천자로 되어있고, 하편은 心術(심술) 動止(동지) 事物(사물) 세 항목으로 2천자 상하 총3천자로 되어 있다. 문장의 구성은 천자문과 마찬가지로 네 글자씩 한 구절을 이루고 두 구절이 서로 대구를 이룬 四言絶句의 형태로 운을 두고 있다. 그리고 각 편마다 마지막 두 구절은 그 편을 마무리하는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신증유합』은 유희춘이 책을 짓기 시작한지 30여 년 만에 완성된 책으로 선조9년(1576년) 음력 10월 4일에 임금께 진상하고 본격적으로 인쇄하여 서당에서 가르치기 시작했다. 참고로 유희춘이 쓴 『미암일기』가 최근에 『홀로 벼슬하며 그대를 생각하노라』(정창권 풀어씀, 사계절, 2003)라는 책으로 부분 발췌 번역되어 나왔으며 부인인 송덕봉은 조선조의 여류문인으로 손꼽힌다.
천자문이나 사서삼경 등이 중국인들에 의해 지어진 것이라면 『유합』은 조선인의 손에 의해 편찬되어 널리 가르쳤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조선이 멸망하면서 과거 서당에서 가르치던 책들은 그 자취를 알아보기조차 힘들어졌다. 천자문은 워낙이나 널리 알려졌기에 아무데서나 현대문으로 고쳐진 책들을 구할 수 있으나 불과 얼마 전까지 우리의 부모세대가 천자문과 함께 서당에서 공부하던 『신증유합』은 서구 교육열풍에 아득히 밀려나 구하기조차 매우 어렵게 되었다. 우리의 전통문화와 지식체계의 뿌리가 이다지도 천박한가에 대해서 심히 서글픔을 느끼게 만드는 대목이다. 다행히도 단국대출판부에서 1972년에 나손 김동욱(羅孫 金東旭)박사의 소장본을 영인하여 출판한 것이 있다. 『신증유합』과 관련된 解題는 단국대출판본을 참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