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57. 려홍초당지발(五代ㆍ楊凝式)

2012. 6. 7. 09:43서예일반

 

57. 盧鴻草堂志跋(五代ㆍ楊凝式)

 

이 작품도 양응식이 쓴 것이다. 행서로 지본묵적이며, 모두 8행에다 77자를 썼다. ‘노소부홍농인제(老少傅弘農人題)’라는 관서(款署)가 있고, 또한 ‘응식(凝式)’이란 두 글자의 주문인을 찍었다. 진적은 명나라 항원변(項元?)이 천뢰각(天?閣)에 소장하고 있다가 청나라 내부에 들어갔다.

양응식은 재기가 넘치는 사람이었으나, 세속에 대한 분개로 항상 미친 작태를 행했다. 그는 벽에 글씨를 쓰는 것을 좋아했으나 다 쓰고 나면 또한 금방 지워버렸기 때문에 세상에 전하는 작품이 매우 적다. 현재 남아 있는 4점의 작품을 보면, 풍격이 서로 다름을 알 수 있다. 만약 <구화첩(?花帖)>이 왕희지의 <난정서(蘭亭序)>와 유사하다고 하면, 이 첩은 안진경의 <쟁좌위고(爭座位稿)>와 <제질고(祭姪稿)>의 남은 운치가 있다. 그는 스스로의 풍모를 열어 서예가로서의 비범한 기질과 학양을 보여주어 후세의 모범이 되었다.

이 첩을 전체적으로 보면, <구화첩>의 성글고 명랑하면서 우아하고 표일한 풍격에 반하여 질박하고 순후하면서 굳세고 침착한 풍모를 보여주고 있다. 운필은 웅장하고 표일하면서 굳센 아름다움이 있어 완전히 안진경 행서의 필치에 속하는 일파로 만일 서명을 하지 않았다면 이것과 <구화첩>이 동일한 작가임을 거의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제5행의 ‘元’자와 제7행의 ‘歲’자 등을 보면, <제질고>와 똑같음을 알 수 있다. 이 첩의 결체는 비교적 단정하면서 안진경 필법을 근본으로 삼으나 험절하고 굳세 자태를 취하지 않았고, 또한 ‘전촉(展促)’법을 고수하지 않았다. 크고 작은 글자는 그 자체의 본래 결구를 따라 썼고, 비록 참치와 나부낌이 있더라고 착락의 운치가 있다. ‘覽ㆍ廬ㆍ議’와 같은 큰 글씨와 ‘山ㆍ此ㆍ也’와 같은 작은 글씨를 한 편에 결합하여 전체 작품의 필세를 종횡으로 달리고 기운생동하게 만들었다.

장법을 보면, 이 첩은 혼후하고 굳세며 조밀한 것을 특징으로 삼았고, 글자와 행간은 비교적 긴밀하면서 둥글고 풍만한 글씨와 더불어 일체를 이루며 질박한 아름다움이 있다. 아마도 이 첩의 가장 큰 특색은 먹색의 변화가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갈필에서 수려하고 윤택함이 보이고, 짙은 곳은 붓이 막히지 않고, ‘隱于ㆍ諫議’와 같은 글자는 윤택함으로 연미함을 취했고, ‘浩然’과 낙관의 몇 글자는 건조함으로 험절함을 취했다. 이렇게 변화가 많은 먹색은 작품의 풍부한 표현력을 증가시켰기 때문에 동기창은 양응식의 글씨를 매우 찬양했다.

『오대사(五代史)』의 본전에 의하면, 양응식은 일찍이 부친인 양섭(楊涉)에게 주온(朱溫)과 합작하여 세인 및 후세의 비난을 받지 말라고 권유했다. 금나라의 조병문(趙秉文)은 이 일을 안진경이 안록산(安祿山)을 거부하고 이희열(李希熱)을 배척한 것에 비유했다. 비록 양응식을 안진경의 강렬함에 견줄 수 없지만, 그의 인품이 확실히 뛰어났음을 알 수 있다. 아마도 이러한 원인 때문에 양응식이 안진경 서예를 배워서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을 이 첩이 증명해주고 있다. 청나라 말 오덕선(吳德旋)은 『초월루논서수필(初月樓論書隨筆)』에서 “당나라 사람의 서예는 근엄하고 힘이 있으나 운치가 조금 떨어진다. 내가 보기에 ‘이왕’ 이후 의취는 양응식보다 깊은 사람이 없고, 운치는 소식보다 나은 자가 없으니, 이것으로 가히 당나라 사람의 부족한 바를 보충할 수 있을 것 같다[唐人之書法嚴而力果, 然韻趣小減矣. 予謂二王以後, 趣莫深于少師, 韻莫勝于東坡, 可以補唐人所未足].”라고 했다. 이러한 평가는 객관적으로 양응식 행서의 지위와 가치를 말한 것이다.

출처 :한국서학연구소 원문보기 글쓴이 : 한국서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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