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3. 15. 09:36ㆍ알아두면 조은글
九日登壯元峰(구일등장원봉)
-중구일 장원봉에 오르다-
글 : 남간 나해봉
재벌번역과 해설 : 나천수
○ 장원봉의 원래 산 이름은 방성산(訪聖山)이다. 남간이 지은 성재암기(聖齋庵記)에 기록되어 있는데, 창(昶) 할아버지가 방성산 산속 약수터에 나씨산방이라는 초막을 짓고 과거 공부를 하여 1510년 문과 합격하여 서울에서 여러 벼슬을 지내시던 중에 나주에 한번 내려 오셨다.
○ 나씨 산방에 방백(方伯)과 지주(地主)들이 모여 방성산으로 술을 불러 축하의 연회를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장원봉이란 산 이름으로 부르게 된 이유가 나씨산방 초막에서 과거 공부하여 과거에 급제한 사연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한 옛 고사가 없었다면 지금도 그냥 방성산으로 불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
<국역 남간집 원문/p28>
今日登高處(금일등고처)/오늘 높은 데에 올라서
松醪又菊花(송료우국화)/송주에 국화까지 띄웠다.
秋盤進山果(추반진산과)/가을 쟁반에 산과일 올랐는데
點添間丹砂(점첨간단사)/칠을 점찍은 데에 단사도 끼었다.
<재벌번역>
今日登高處(금일등고처)/오늘 높은 데에 올라가서
松醪又菊花(송료우국화)/松荀酒에 국화까지 띄웠다.
秋盤進山果(추반진산과)/가을 쟁반에 산 과일 올려놓고
點添間丹砂(점첨간단사)/한 개 한 개 맛을 보니 仙藥도 끼었구나.
<해설>
○송료(松醪)는 솔잎이나 솔뿌리를 넣고 빚은 탁주를 가리킨다.
송순주(松荀酒)는 소나무의 새 순을 따 넣고 함께 빚은 술
소식(蘇軾)의 〈중산송료부(中山松醪賦)〉에 “뽕나무 느릅나무에서 재료를 거두어, 중산의 송료를 담근다.〔收薄用於桑楡 製中山之松醪〕” 하였다.
○點添을 묶어 해석하려니 더욱 어렵다. 그래서 따로 떼어서 보았다.
點은 점 점이지만, 단위의 뜻이 있었다. 즉 산 과일의 단위를 말하는 것이요,
添은 더할 첨이지만, 맛을 내다 란 뜻이 있다.
○“가을 쟁반에 산 과일 올려놓고” 정말 멋진 문구이다.
○九日登에 대하여
고문시를 보면 산에 오르는 시문 중에 九日登이란 표현이 매우 많다.
九日登寶恩山絶頂 在康津縣北五里 望牛耳島/다산시문집 제4권
구일 등 명원루(九日登明遠樓)/동문선 제16권
구일등고 시의 서문[九日登高詩序]/동문선 제94권
次權一齋九日登龍山用牧之詩韻 /稼亭先生文集卷之十五
오늘은 중구일 국화주 마시는 날 /九日黃花酒/가정집 제18권
重九日의 국화가 길을 밝혀 주고 /九日黃花明去路/간이집 제3권
들 늙은이가 어찌 구월 구일을 알랴만/野老那知重九日/동국이상국전집 제2권
날짜를 보면 음력 9월9일이었다. 重九日인 것이다.
높은 산에 오른다는 것은, 옛날 풍속에 이날은 사람들이 붉은 주머니에 수유(茱萸)를 담아서 팔뚝에 걸고 높은 산에 올라가 국화주를 마시어 재액을 소멸시켰다는 데서 온 말이다.
주머니에 수유를 담은 데에 관한 내력은 비장방(費長房)의 고사에서 왔다.
후한(後漢) 때 환경(桓景)이 일찍이 선인(仙人) 비장방에게 가서 유학했는데 하루는 비장방이 환경에게 이르기를 “9월 9일 너의 집에 재앙이 있을 것이니, 급히 가서 집안사람들로 하여금 각각 붉은 주머니에 수유를 담아서 팔뚝에 걸고 높은 산에 올라가서 국화주를 마시게 하면 이 재앙을 면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환경이 그의 말에 따라 9월 9일에 과연 온 가족을 거느리고 산엘 올라갔다가 저물녘에 내려와 보니, 계견우양(鷄犬牛羊) 등의 가축만 일시에 다 죽어버리고 사람은 끝내 무사했다고 한다. 《續齊諧記》
이상과 같은 고사를 보니 중구일에는 반드시 산에 올라가서 국화주를 마시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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