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이상희 국립과천 과학관장,`월급 700만원` 매달 기부

2011. 12. 31. 19:10사람과사람들

국립 과천과학관, 이상희 前장관 관장 취임 후 방문객 40%·예산 30% 늘어
인라인 타고 다니며 결재, 톡톡튀는 아이디어 쏟아내… 월급은 전부 복지기금으로
"과학이 생활에 녹아들어야 잡스같은 디지털영웅 나와"

지난 2일 경기도 과천시 국립 과천과학관의 우주체험관. 단체 견학을 온 경주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들어서자 백발의 이상희(72) 관장이 한걸음에 달려가 이들을 반갑게 맞았다. 그가 중력 체험 장치에 앉아 직접 시범을 보이자 학생들이 이 관장을 가리키며 "할아버지 머리가 아인슈타인 같다"고 깔깔대며 웃었다.

칠순을 넘긴 이 관장은 작년 10월 취임 후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사무실 복도를 휘젓고 다니며 결재하러 다녀 직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손자들과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며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과학에 대한 애절한 하소연'이란 UCC 동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던 그다. 직원들은 이 관장을 "공무원 같지 않은 공무원"이라고 말한다. 아이디어가 파격적이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도 구두 대신 운동화를 신고 다닌다. 건강을 위해 양 발목에 1.2㎏짜리 모래 주머니까지 차고 다닌다.

이상희 국립 과천과학관장이 우주체험관의 중력 체험 장치에 앉아 시범을 보이자 아이들이 “팸플릿의 아인슈타인 그림과 똑같이 생겼다”며 활짝 웃고 있다. /박국희 기자 freshman@chosun.com

이 관장은 취임 이후 한 번도 월급을 집에 가져간 적이 없다. 월급 700여만원을 사내 복지기금이나 직원 자녀들 장학금으로 쓰고 있다. 그는 "집사람이 '왜 월급을 가져오지 않느냐'고 해서 '나이 70 넘어 취직한 사람 있느냐? 없는 셈 치자'고 했다"고 말했다.

국립 과천과학관은 과학을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리자는 뜻에서 2008년 말 24만7930㎡(7만5000여 평) 부지에 4300억원을 들여 건립됐다. 수학, 물리, 화학 등 기초과학부터 우주, 항공, 바이오 등 첨단과학까지 원리를 체험해보고 배울 수 있는 일종의 과학박물관이다.

이 과학관이 몰라보게 바뀌고 있다. 지난해 100만여 명이 찾은 국립 과천과학관은 지난 8월 말까지 이미 90만여 명이 방문했다. 올해 방문객 숫자는 작년보다 40%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예산도 내년엔 올해보다 30% 늘어나 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 뒤에는 다음 달 취임 1년을 맞는 이 관장이 있다.

4선 국회의원에 전 과학기술처 장관, 대한변리사회 회장, 한국발명진흥회 회장, 한국 과학기술진흥재단 이사장…. 지금까지 만든 명함만도 수십여장이다. 그런 그가 지난해 2대 과학관장으로 부임할 때 장관을 지낸 사람이 2급(이사관) 자리에 간다고 해서 화제가 됐었다.

젊은 사람의 일자리를 뺏기 싫어 정부의 과학관장직 제안을 거절했었다는 이 관장은 "국가 원로로서 마지막 봉사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관장직을 맡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관장은 취임 후 "과학관을 찾는 어린이는 20년 앞서가고 어른은 20년 젊어진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그는 지난 5월에 수학을 싫어하는 학생들을 위해 게임을 접목시켜 만든 '온라인 수학 게임대회'를 열었다. 과학관 직원은 "3일 동안 전국 초중고생 3만5000여 명이 모여 열띤 경쟁을 벌였다"며 "직원들 모두 예상치 못한 결과에 놀랐다"고 했다. 오는 10월에는 '2010국제SF(Science Fiction)영화제'를 개최한다.

 

이 관장은 "상식차원의 과학을 국민들에게 전파하는 데 영화만한 게 없다"고 했다. 과학관에서 아예 영화도 만든다. 할리우드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를 패러디한 '과학관이 살아있다(가제)'를 만들기 위해 올 3월 전국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시나리오 공모전도 마쳤다. 이 관장은 "지구를 침공하는 외계인이 무기를 깜빡 놓고 와 과학관의 첨단 기기를 이용한다는 내용"이라고 했다.

김선빈 전시연구단장이 "공무원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톡톡 튀는 아이디어 때문에 젊은 직원들도 관장님을 쫓아가기 어려울 때가 많다"고 하자, 이 관장은 "내가 원래 '이상하고 희한한 사람'이라 이름도 이상희"라고 받아넘겼다.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스티브 잡스(애플 최고경영자), 제임스 캐머런(영화 '아바타' 감독)의 공통점이 뭔지 압니까? 모두 대학을 중퇴했다는 거예요."

이 관장은 "획일적 교육 아래서는 창의적 인재가 못 나온다"며 "21세기의 칭기즈칸, 알렉산더라고 할 수 있는 '디지털 전사(戰士)'를 키워내는 게 마지막 소명"이라고 했다. 책상 위에 놓인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영문 친필 사인에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호기심"이라는 글귀가 선명했다.

이 관장은 "디지털 영웅이 나오려면 재미있는 과학이 생활 속에 녹아들어야 한다"며 "지적(知的) 재산으로 전쟁을 치르는 시대인 만큼 '창의력 발전소'인 과학관이 사람들로 더욱 붐벼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중국사랑 .영혼사랑
글쓴이 : 중국사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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