乞茗詩 정약용

2022. 11. 25. 22:15

다산 정약용이 아암 혜장 스님에게 보낸 결명소(乞茗疏)
의 내용을 보면 다산은 육우의 <다경>에 통달했음을 알 수 있다.

당나라의 기모경은 차가 체한 것을 풀어주고 막힌 것을  없애주지만 정기를 수척케하고 기운을 소모시킨다고 하여 그 강한 성질을 경계하였다.  

다산은 유배 생활의 스트레스와 운동 부족으로 체증을 달고 살았기에 체한 것을 풀어주고 번열을 씻어주는 차의 효능에 빠져들어서 차를 즐기게 되었던 것 같다.


"저는요즈음 차를 탐하게 돼 차를 약으로 마시고 있습니다. 글로는 중국 육우의 다경 삼편을 통달했고, 병든 이 몸은 누에처럼 중국의 노동이 말한 일곱 잔의 차를 모두 다 마시고 지냅니다.

비록 기력이 쇠약하고 정기가 부족하지만 기모경의 말을 잊지 않아 차가 막힌 것을 삭이고 헌데를 아물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마침내 이찬황(당나라 재상)의 차 마시는 버릇을 갖게 된 것이지요.

아침 햇살이 막 비추기 시작할 때나, 뜬구름이 푸른 하늘에 피어날 때, 오후 낮잠에서 갓 깨어날 때, 밝은 달이 시냇물에 비출 때가 차 마시기에 좋겠지요.

끓는 찻물은 가는 구슬이나 휘날리는 눈처럼 날아오르고 자순의 향이 나부끼듯 합니다.

깨끗한 샘물을 길어와 활활 타는 불로 마당에서 차를 달이니 그야말로 토끼 고기의 맛 그대로입니다.

꽃무늬 자기나 홍옥의 화려함은 북송 재상가인 노공에게 양보하겠지만 돌솥과 푸른 연기의 소박함은 한비자에 가깝습니다.

옛 사람들이 즐겨했듯이 끓는 물방울이 더욱 거세 게눈과 물고기눈 모양으로 바뀌더니 용단 봉단의 모습으로 곧 사라지고 맙니다.

이제 제가 채신의 병에 걸려 차를 구하고자 걸명의 뜻을 전하고자 합니다.

제가 듣건대 고해를 넘는 교량은 단나의 보시를 베푼다 했고, 명산의 고액은 서초의 괴를 보내준다 했습니다.

마땅히 목마르게 바라는 뜻을 생각하시어 차 보시의 은혜를 베푸소서"


<乞茗疏  乙丑冬  贈兒菴禪師>
(걸명소  을축동  증아암선사)
차를 청하는 글.  을축년 겨울 아암선사에게 드리다

​旅人近作茶饕(려인근작다도)
나그네는 요즈음 차 욕심쟁이라네

兼充藥餌(겸충약이)
겸하여 약으로 흡족하기 때문이지

書中妙解(서중묘해)
글 중에 오묘한 깨달음은

全通陸羽之三篇(전통육우지삼편)
육우의 다경 3편을 온전히 통달했지

病裏雄呑(병리웅탄)
뱃속의 큰 병 움켜 잡고

遂竭盧仝之七椀(수갈노동지칠완)
끝내는 노동 칠완을 다 들이켰네

雖浸精瘠氣(수침정척기)
비록 정기 가라앉고 기운이 없어진다는

不忘棊母㷡之言(불망기모경지언)
기모경의 말을 잊지 않았으나

而消壅破癥(이소옹파징)
옹울을 해소하고 체증으로 뭉친것 지우자니

終有李贊皇之癖(종유이찬황지벽)
끝내 이찬황의 버릇 생겼다오

洎乎 朝華始起(계호 조화시기)
아침 해 막 떠오르니

浮雲 皛皛乎 晴天(부운효효호청천)
뜬 구름은 맑은 하늘에 환히 빛나구나

午睡初醒(오수초성)
낮잠에서 막 깨어나니,

明月離離乎碧磵(명월리리호벽간)
밝은 달은 푸른 냇가에 흩어진다

細珠飛雪(세주비설)
잔 구슬 같은 찻가루는 눈발처럼 날리니,

山爐飄紫箰之香
산로에 자순차 향 나부끼누나,

活火新泉(활화신천)
불 피워 새 샘물 끓여

野席薦白菟之味(야석천백토지미)
야외에 자리깔고 백토의 맛을 올린다.

花瓷紅玉(화자홍옥)
꽃 자기 홍옥의

繁華雖遜於潞公(번화수손어로공)
호사스런 노국공에 못미치나

石鼎靑煙(석정청연)
돌솥 푸른 연기는

澹素庶近於韓子(담소서근어한자)
담백 소박하여 한자에 조금은 가까우리.

蟹眼魚眼(해안어안) 게 눈, 물고기 눈

昔人之玩好徒深(석인지완호도심)
옛 사람들 즐겨 깊이 완미했다지,

龍團鳳團(룡단봉단) 용단 봉단은

內府之珍頒已罄(내부지진반이경)
내부에서 나누어주신 것은 이미 텅텅 비고

玆有采薪之疾(자유채신지질)
이 사람 나무하러도 가지 못할 질고로 인하여

聊伸乞茗之情(요신걸명지정)
애오라지 차를 청하는 정분을 말함이라.

竊聞(절문) 저으기 들으니

苦海津梁(고해진량)
고해 건너 저 언덕 가는 다리는

最重檀那之施(최중단나지시)
가장 중한 재물 자비심으로 베품이라오.

名山膏液(명산고액)  名山의 고액보다

潛輸艸瑞之魁(잠수초서지괴)
서초(瑞草) 중 으뜸인 차를 몰래 나르나니

宜念渴希(의념갈희)
마땅히 갈망 희구함이니

毋慳波惠(무간파혜)
아끼지 마시고 은혜 베푸시길 바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