延平答問後語

2018. 10. 29. 16:59성리학(선비들)

延平答問後語

연평답문(延平答問)》1) 뒤에 씀

滉讀晦菴先生《四書集註》․《或問》, 見其所述師說之一二, 未嘗不歎其辭義精深, 旨味淵永, 而恨不得見其全書.

나[황(滉)]는 회암(晦菴)선생의 《사서집주(四書集註)》와 《혹문(或問)》을 읽을 때 그 속에 기술된 사설(師說)의 한두 가지를 보고서 일찍이 그 사의(辭義)가 정심(精深)하고 지미(旨味)가 심원(深遠)함을 찬탄(讚歎)하지 않은 적이 없었는데 그 전서(全書)를 보지 못한 것이 한이었다.

*師說(사설):스승이 전수한 견해나 논설. 미상불(未嘗不): 아닌 게 아니라. 과연. 淵永(연영):깊고 유장(悠長)함. 심원함(深遠)함.


壬子, 來京, 幸與朴君希正相識, 始得所謂《答問錄》者二卷, 病中因竊窺其首末, 如盲得視, 如渴得飲. 雖未易測其涯涘, 而吾學與禪學, ‘似同而實異’之端, 至是可知, 而涵養本原, 似若得其用力之地矣.

임자년(壬子年,1552)에 서울에 와서 다행히도 박희정(朴希正)군과 서로 알게 되어 처음으로 이른바 《답문록(答問錄)》이란 것을 두 권 얻어, 병중에 그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살펴보니, 마치 장님이 시력(視力)을 얻은 것 같고, 목마른 사람이 마실 것을 얻은 것과 같았다. 비록 그 내용의 범위를 쉽게 헤아리지는 못했지만, 오학(吾學)과 선학(禪學)이 ‘동일한 것 같으나 실제로는 다르다’는 단서(端緖)를 여기에 이르러 알 수 있었고, 근본을 함양하는 데도 그 힘쓸 곳을 얻은 것 같았다.

*竊[훔칠 절]:몰래. 窺[엿볼 규], 盲[소경 맹], 渴[목마를 갈], 涘[물가 사], 涯涘(애사):물가. 끝. 한계. 似若(사약):마치 ~와 같음. 흡사함.


手自傳寫, 讎校其本錄之錯簡, 誤字亦僭爲釐正, 而還之希正. 但以支離頓憊, 精力不逮, 其《論語》․《春秋》等講說之條文多 而不切於行者, 或只舉其條而不傳其文, 其在性理等書者, 只云見某書, 或掇入注書, 或挑出上面, 書殊未爲全書, 是爲愧懼耳.

손수 전사(傳寫)하면서 그 본록(本錄)의 착간(錯簡)을 교정하고, 오자(誤字)도 또한 참람되이 정리해서 희정에게 돌려보냈다. 그러나 지루하고 고달파서 심신(心神) 활동력이 미치지 못해 그 《논어(論語)》・《춘추(春秋)》 등에 대해 강설(講說)한 조문(條文)이 많으나 실행에 절실하지 않은 것은 그 조목만 열거하고 그 글은 전사(傳寫)하지 않았으며, 그 성리서(性理書) 등의 책에 있는 글들은 무슨 책에 보인다고만 하고 혹은 주서(注書)에 집어넣기도 하고 혹은 상면(上面)에 뽑아내기도 하여서 책이 끝내 전서(全書)가 되지 못하였으니, 이것이 부끄럽고 두려울 뿐이다.

*手自(수자):손수. 친히. 전사(傳寫):본을 떠서 그리거나 씀. 讎[짝 수], 讎校(수교):글이나 책을 바로 잡는 일. 두 사람이 마주하여 원본과 대조하며 바로 잡는 일로, 마치 원수가 마주 대한 것과 같다 하여 이른다. 錯簡(착간):죽간(竹簡)의 순서가 어긋남. 僭[참람할 참], 釐[다스릴 리], 釐正(이정):고증하여 바로잡음. 支離(지리):장황하고 산란함. 지침. 우물쭈물 얼버무림. 頓[조아릴 돈], 憊[고달플 비], 頓憊(돈비):몹시 지침. 피로함. 精力(정력):심신의 활동력. 逮[미칠 체]:이르다, 注書(주서):책에 주석(注釋)을 냄. 掇[주울 철], 挑[휠 도]:돋우다, 殊[죽일 수]:끝내. 여전히. 愧懼(괴구):부끄럽고 두렵다.


顧是錄也, 東方士子, 罕得見焉. 滉懇囑希正以印行事, 未知其果能否也. 使幸而印行, 士之能知尊敬, 而探究服行者多, 則何患此道之日孤, 而異端之日盛也哉. 嘉靖癸丑陽復日, 滉, 謹書. <出處 : 退溪先生文集卷之四十三>

이 《답문록》은 우리나라의 선비들이 드물게 볼 수 있는 것이므로, 내가 희정(希正)에게 간행(刊行)할 것을 간곡히 부탁했는데, 그 일이 과연 가능한지 여부는 알 수 없다. 다행히 간행되어 선비로서 능히 존경(尊敬)할 줄 알아 탐구하고 복행(服行)하는 자가 많아지게 한다면, 사도(斯道)가 날로 외로워지고 이단(異端)이 날로 성(盛)해지는 것을 어찌 걱정하겠는가?

  가정(嘉靖) 계축년(1553) 양복일(陽復日)에 황(滉)은 삼가 씀.

*罕[그물 한]:드물다. 懇[정성 간], 囑[부탁할 촉], 印行(인행):인쇄하여 세상에 내놓음. 陽復日(양복일):동짓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