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의 단점을 말하지 말고(罔談彼短)

2020. 11. 10. 15:33世說新語

천자문》 주석에 “군자는 스스로 수련하기에 급하기 때문에 남의 장단점을 점검할 겨를이 없다.[君子急於自修 故不暇點檢人之長短也]”고 하였다. 학문을 하는 사람의 자세는 상대와의 비교를 통한 비교우위를 확인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수양을 목적으로 한다. 이것이 군자와 성인이 되는 지름길이다. 상대를 탓하는 행동은 결코 자신에게 아무런 보탬도 되지 않으며 도리어 패배감만 가져다준다.

罔(~하지마라 망)은 물고기나 새를 잡는 그물의 모양을 본뜬 网(그물 망)과 발음을 결정한 亡(망할 망)이 합쳐진 글자다. 网자는 부수로 쓰일 때는 罒의 형태로 변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도 변화된 형태를 가졌다. 처음에는 그물이란 뜻으로 쓰이다가 ‘거짓’, ‘속이다’, ‘~하지 마라’ 등의 뜻으로 의미가 확장되었다. 글자의 의미를 자세히 뜯어보면 그물은 사냥감들을 거짓으로 속여서 잡는 것이고, 또 거짓된 짓은 하지 말아야 되는 행위이니 모든 의미가 하나로 연결된다.

談(말씀 담)은 뜻을 결정한 言(말씀 언)과 발음을 결정한 炎(불꽃 염)이 합쳐진 글자다. 어찌 보면 화톳불을 피우고 다정히 이야기를 나누거나 불놀이를 하며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상황을 떠올린다면 쉽게 이해되는 글자다.

彼(저 피)는 사거리[行]의 왼쪽을 본뜬 彳(조금 걸을 척)과 짐승의 가죽을 벗기는 모양을 본뜬 皮(가죽 피)로 구성되었다. 글자는 간단하지만 아직까지 정확하게 어떠한 과정을 거쳐 오늘날의 뜻으로 쓰이는지 밝혀지지 않은 글자이다. 길의 건너 쪽을 이르는 말에서 지금의 뜻으로 쓰이는 것이 아닐까 추정한다.

短(짧을 단)은 화살의 모양을 본뜬 矢(화살 시)와 제사 때 사용하는 그릇인 豆(그릇 두)가 합쳐진 글자로, 화살에 비해서 작은 그릇이란 의미에서 ‘짧다’, ‘왜소하다’ 등의 뜻으로 쓰이다가 단점이란 의미로 확장되었다. 그래서 ‘길다’는 뜻을 가진 長자에 ‘장점’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