豈敢毁傷어찌 감히 훼손하겠는가?

2020. 9. 7. 11:32世說新語

공자보다 13살이 어린 제자 유약(有若)이 “사람됨이 부모님께 효성스럽고 형에게 공손하면서 윗사람의 마음을 거스르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드물다.[其爲人也孝弟而好犯上者 鮮矣]”고 하였다. 그 사람됨의 평가 기준이 효도와 공손임을 말한 것이다. 오늘날로 보자면 조금 지나친 기준일 수도 있지만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이타심은 사람의 평가 기준에 미흡하지 않다. 간혹 지나친 효의 실천으로 자신의 몸을 해치거나 가족간의 불화가 생기는 경우도 있는데, 효를 하다가 불효를 저지르는 것이니 이는 옳지 않다. 중도(中道)를 잘 견지할 필요가 있다. 예라는 것도 지역이나 시대의 특성에 따라 적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豈)는 악기의 한 종류인 북[豆]과 그 위를 장식한 장식물[山]의 모양을 본뜬 글자로, 원래는 음악과 관계된 뜻으로 쓰였다. 그래서 凱(즐길 개)와 愷(즐거워할 개) 등도 ‘즐겁다’는 의미로 쓰였다. 이후 가차되어 오늘날에는 ‘어찌’라는 의문사로 주로 쓰인다. 鼓(북 고)이나 喜(기쁠 희)도 북의 모양을 본뜬 豆가 들어가면서 만들어진 글자다.
敢(감히 감)은 자형원리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글자다. 사나운 짐승을 몽둥이로 잡고 있는 모양이라고도 하고, 언덕에서 광석을 캐고 있는 모습이라고도 한다. 어찌 되었건 모두 용감하게 어떠한 일을 수행하고 있는 모양을 본뜬 글자다.
毁(헐 훼)자는 절구[臼 : 절구 구]에 담긴 쌀을 흙[土]을 부어 절구[殳]로 찧다는 뜻에서 ‘훼손하다’는 뜻으로 쓰이게 된 글자다. 간혹 兒(아이 아)자의 위와 모양이 비슷하여 헷갈릴 수 있지만 兒자의 윗부분은, 아직 머리뼈가 열린 채 닫히지 않은 어린아이의 머리의 모양을 본뜬 글자다. 毁자의 臼는 舂(찧을 용)의 아랫부분과 동일한 형태로, 이 글자 역시 절구공이를 쥐고 절구질하는 모양을 본뜬 글자다.
傷(다칠 상)자는 뜻을 결정한 亻(사람 인)과 발음을 결정한 昜(볕 양)과 矢(화살 시)의 생략된 형태인 人이 합쳐진 글자다. 화살에 맞아 상처를 입은 사람의 모양을 뜻한다. 昜은 태양[日]에서 해가 아래로 비치는[勿] 모양을 본떴다. ‘다치다’는 뜻을 가진 글자로 創(다칠 창)자가 있는데 이 글자 역시 칼[刂]로 인한 상처를 뜻한다. 또한 病(병 병)과 疾(병 질)자가 모두 ‘병’이란 뜻을 가져 오늘날 크게 구별 없이 쓰이지만, 원래 病은 만성적인 병을 이르고, 疾은 화살[矢]을 맞아 생긴 외상을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