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양명학

2017. 8. 29. 16:34성리학(선비들)

한국양명학의 ‘도덕과(道德科) 내용 요소’ 탐색과
수용 방안 연구*- 하곡 정제두의 사상을 중심으로 -

 

1)김 민 재**

 

<목 차>
Ⅰ. 머리말
Ⅱ. 도덕과 교육의 최근 쟁점들과 정제두
사상의 접점 모색
1. 인성의 강조와 정제두의 사상
2. 직관의 부활과 정제두의 사상
3. 명상의 적용과 정제두의 사상
Ⅲ. 정제두 사상의 도덕과 내용 요소 탐색과
수용 방안
1. 윤리와 사상 교과서 분석
2. 도덕과 내용 요소 탐색과 추출
3. 교과서로의 수용 방안 모색
Ⅳ. 맺음말
참고문헌

 


국문초록
본 연구의 목적은, 도덕과 교육과 관련해 한국양명학에서 발견할 수 있는 내용 요소들을 탐색하
고, 이것을 교과 내로 수용하기 위한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도덕과 교육에서 최
근 쟁점이 되고 있는 ⓐ ‘인성의 강조’, ⓑ ‘직관의 부활’, ⓒ ‘명상의 적용’ 등의 주제들과 정제두의
사상이 만나는 접점 및 시사점들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어서 본 연구에서는 5종의 윤리와 사상
교과서에 수록된 한국양명학 관련 내용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특히 정제두의 사상 가운데 도
덕과 교육 내로 도입이 시급하다고 판단되는 요소들을 ‘중국양명학과의 차이점 부각’ 및 ‘도덕과
교육에서 유념해야 할 공부의 목표와 방법’ 중심으로 선정하였다. 그리고 그 요소들을 윤리와 사
상 교과서로 수용하기 위해 학습자용 언어로의 전환을 시도하였다.

 


주제어 : 한국양명학, 정제두, 양지, 인성, 직관, 명상, 윤리와 사상
* 이 논문은 2013년 정부(교육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NRF-2013S1A5B5A01028954)
또한 이 논문은 2014년 한국윤리교육학회 추계학술대회(2014.11.21., 경북대)에서 발표한 글을 수정, 보완한
것임을 밝힌다. 귀한 논평을 해주신 전남대학교 윤리교육과의 김기현 교수님과 날카로운 심사를 해주신 익
명의 심사자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 한국교원대학교 윤리교육과 강사(nellfour@hanmail.net)

 

 

Ⅰ. 머리말
본 연구의 목적은, 도덕과(道德科) 교육과 관련해 한국양명학에서 발견할 수 있는 내용 요
소들을 탐색하고, 이것을 교과 내로 수용하기 위한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최근
도덕과 교육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여러 주제들과 한국양명학의 접점을 파악하고, 여기에 기
초해 도덕과 교육 내 한국양명학의 위상 재고 및 관련 내용 요소들의 탐색과 수용 방안을 모
색하는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조선 최대의 양명학자로 꼽히는 하곡(霞谷) 정제두(鄭齊斗,
1649-1736)의 사상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할 것이다.
도덕과 교육의 역사에서 양명학 자체의 위상은 어떨까? 사실 윤리사상의 흐름과 특징 이
국민윤리의 대단원으로 만들어지고 ⓐ 동양윤리, ⓑ 서양윤리, ⓒ 한국윤리사상으로 나뉘어
처음 도입되었던 ‘제5차 도덕과 교육과정’ 시기에는, 성리학과 달리 양명학은 내용 요소로 채
택되지 못했다. 그러다가 과목명이 윤리로 변경된 ‘제6차 도덕과 교육과정’ 시기에 와서야
양명학은 도덕과 교육 내로 들어오게 되었으며, 성리학과 양명학을 비교 설명하라는 수업 목
표도 제시되었다.1) 이후 심즉리(心卽理), 치양지(致良知), 지행합일(知行合一)의 세 가지 강령
을 강조하는 교과서의 내용은 ‘2009 개정 도덕과 교육과정’에 따른 5종의 윤리와 사상 검정
교과서가 출간된 현재까지 큰 변화 없이 이어져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양명학은 ‘2007 개정 도덕과 교육과정’ 시기에 최초로 교과에 소개되었
다. “유교사상의 한국 수용 과정 및 발전 양상과 한국유교사상의 특성을 이해한다.”2)는 목적
하에 ⓐ 도덕적 인간관, ⓑ 실천적 인간관, ⓒ 근대적 인간관으로 나뉘어 내용 요소가 선정되
었으며, 특히 근대적 인간관의 말미에 ‘강화학파(江華學派)’가 언급된 것이다. 여기에 근거해
정제두와 강화학파로 대변되는 한국양명학이 윤리와 사상 교과서로 들어오게 되었다. 이것
은 분명 주목해야 할 일이다. 왜냐하면 오랜 기간 한국사상사에서 소외되었던 분야가 학교 교
육의 차원으로까지 도입되었고, 이에 따라 도덕과 내용 요소의 풍부화 및 교과전문가들의 연
구 영역 확대까지 꾀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입 초기이다 보니, 교육과정상에서나 교과서상에서 모두 적지 않은 문제점들이
발견되기도 하였다. 교육과정적인 측면에서, 한국양명학은 다른 사상들과의 연계성이 거의 고
려되지 않은 채 언급되었다. 한국사상사에서 정제두와 강화학파의 사상은 양명학 특유의 심미
성과 행동력으로 인해 실학(實學)의 발생과 서학(西學)의 수용 및 애국계몽운동 등에 긍정적
인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받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양명학의 내용을 도입하던 당시의 ‘2007 개
1) 교육인적자원부, 고등학교 윤리, 교사용 지도서(서울: 교육인적자원부, 2002), p. 243.
2) 교육인적자원부, 고시 제2007-79호 [별책 6], 도덕과 교육과정(서울: 교육인적자원부, 2007), p. 49.

 

 

정 도덕과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근대적 인간관의 내용으로 지목된 위정척사, 의병운동, 애국
계몽운동의 다음에 강화학파가 위치하고 있다. 사상 간의 영향력은 물론이거니와, 실제 사상
사의 순서에도 어긋난 것이다. 그리고 같은 문제는 후속 ‘2009 개정 도덕과 교육과정’에서도
그대로 발견된다.3) 교과서적인 측면은 한층 더 심각해서, ‘2007 개정 도덕과 교육과정’에 따른
2종의 윤리와 사상 검정 교과서에 수록된 정제두와 강화학파의 내용에는 중국양명학과의
차이점은 찾아보기 어렵고, 일정 이상의 오류도 발견할 수 있다.
논자는 이상과 같은 문제점 발견을 시작으로 하여, 정제두의 사상을 위시한 한국양명학의
내용 중 어떤 부분을 중국양명학과의 차이점으로 제시할 수 있는지, 또 그의 사상은 현대의
도덕철학과 도덕 심리학에 어떤 시사점을 지닐 수 있는지 등을 선행해 연구한 바 있다.4) 본
연구는 이런 선행 연구들에 기초하면서도, 한 걸음 더 나아가 정제두의 사상이 중심이 되는
한국양명학의 핵심 가운데 도덕과 교육 내로 도입이 요구되는 내용 요소의 탐색 및 그 수용
방안에 대해 고찰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제Ⅱ장에서는 도덕과 교육에서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주제들 중 ⓐ 인성, ⓑ 직관, ⓒ 명상 등이 정제두의 사상과 어떤 접점을 가지는지 살펴
볼 것이다. 이어서 제Ⅲ장에서는 ‘2009 개정 도덕과 교육과정’에 근거해 출간된 5종의 윤리와
사상 검정 교과서 내 한국양명학 관련 내용들이 타당한지 검토하고, 특히 정제두의 사상 가
운데 도덕 교과 내로 도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요소들을 선정할 것이다. 그리고 그 요소들
을 교과서로 수용하기 위해 학습자용 언어로의 전환을 시도할 것이다. 끝으로 제Ⅳ장에서는
후속 연구가 필요한 부분들을 제언하는 것으로 글을 마칠 것이다.
Ⅱ. 도덕과 교육의 최근 쟁점들과 정제두 사상의 접점 모색
일반적으로 동양의 전통 도덕교육론은 이상적 인간상을 도덕적 모형으로 제시해 놓고, 그
인간상에 이르는 실천적인 방안을 수행론(修行論), 수양론(修養論), 수도론(修道論) 등으로 구
체화하여 제안하는 형태를 취한다.5) 이런 점에 비추어볼 때, 정제두의 사상 역시 동일한 구성
3) 교육과학기술부, 고시 제2012-14호 [별책 6], 도덕과 교육과정(서울: 교육과학기술부, 2012). p. 51.
4) 논자는 도덕과 교육 내 ‘한국양명학’의 실제와 강화 방안 연구 (윤리교육연구 제30집(한국윤리교육학회,
2013b), pp. 85-112.)를 통해, 도덕과 교육 안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한국양명학 관련 내용들이 재고될 필요
성이 있음을 최초로 제기했다. 또한 정제두의 양지가 지니는 직관적 성격에 대한 일고 (철학논총 제74
집(새한철학회, 2013c), pp. 3-33.)와 정제두의 양지가 지니는 특징과 구현 과정에 대한 일고 (철학논총
제78집(새한철학회, 2014b), pp. 23-48.) 등을 통해, 정제두의 사상이 도덕과 교육의 이론적 배경인 도덕철
학과 도덕 심리학에 어떤 시사점을 제공하는지 상세히 밝혔다. 본 연구는 이상의 선행 연구들을 종합함과
동시에, 도덕과 교육과 정제두 사상의 연관성 및 핵심 사상의 수용 과정을 총체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그
리고 특정 학자⋅학파의 사상을 교과 내로 수용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도 함께 드러내 보이고자 하였다.
5) 박병기, 동양 도덕교육론의 현대적 해석(고양: 인간사랑, 2009), p. 297.

 

 

을 보여준다. 제Ⅲ장에서 보다 상세히 살펴보겠지만, 양명학의 기본 입장에 충실했던 그는 내
마음의 양지(良知)에 대한 믿음을 전제로 ‘도덕적으로 깨어 있는 상태’를 지향했으며, 이 상태
의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마음의 수렴과 발산’을 제시하였다. 여기서 도덕적으로 깨
어 있는 상태, 즉 명각(明覺)은 양지의 존재를 자각하고 그것에 비추어 만사만물에 대한 적절
한 이치[條理]를 직관적으로 판단하여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도덕적 실천 주체를 가리킨다.
그리고 마음의 수렴과 발산 가운데 전자는 사욕이 내 마음을 가리지 않게끔 하는 의리 함양
공부를 통해 실덕(實德)⋅실리(實理)를 쌓는 것이고, 후자는 도덕적 고양감(高揚感)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생의(生意)를 마땅한 때 마땅한 방식으로 분출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제두의 사상은 도덕과 교육에서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여러 주제들과도 접점을
가진다. 이 접점에 대한 모색은 도덕과 교육에서 한국양명학을 보다 비중 있게 다루어야 한다
는 논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기도 하다. 세 가지 주제들이란 ⓐ 인성의 강조, ⓑ 직관의
부활, ⓒ 명상의 적용으로서, 기존의 도덕과 교육에 대한 비판적인 접근을 통해 향후 취해야
할 방향 내지는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인성(人性)은 현재 전(全) 사회
적인 측면에서 강조되고 있지만, 결국 학교 도덕과 교육이 그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직관(intuition)은 인지⋅추론 중심의 도덕 심리학이 드러내는 한계들에 대한 대안
으로 주목받고 있다. 명상(meditation)은 급격하게 변하는 사회 속에서 자기소외로 고통 받는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치유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 주제들은 최근 도덕과 교육과 관련된 학
회 차원의 논의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는데, 과연 정제두의 사상은 이 주제들과 어떻게
연결되고 또 어떤 시사점을 지니는지 살펴보자.
1. 인성의 강조와 정제두의 사상
인성 개념을 근간으로 하는 인성교육은 국가⋅사회적인 수준에서 대단히 강조되고 있다.
국가에서는 정책적으로 1995년의 ‘5.31 교육 개혁안’을 통해 도덕성, 사회성, 정서 등을 포괄하
는 것으로서의 개략적인 수준의 인성교육을 언급하기도 했고, 최근의 ‘2009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창의성과 인성을 동시에 함양하는 것으로서의 창의⋅인성교육을 우리 교육의 방향으로
내세우기도 하였다. 또한 사회에서는 인근의 대학 기구와 연계한다거나 민간 차원의 인성교육
기관 설립 등을 적극 장려함으로써, 점점 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인성 관련 문제점들을
해결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한계들만 드러날 뿐, 뚜렷한 해결책은 잘 발견되지 않
고 있다. 국가에서 교육과정을 개정하면서까지 부각시켰던 창의⋅인성교육의 경우, 창의성교
육과 인성교육의 동시성에만 주목함으로써 창의성과 인성의 부분적 연결점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였고, 인성교육이 창의성교육의 그늘에 가려 그 존재성이 부각

되지 못한 사례들도 다수 발견되었다.6) 사회적인 측면은 문제가 한층 심각한데, 인성교육의
장(場)에 제대로 된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은 요원들이 다수 참여해 인성이라는 용어를 무분
별하게 사용함으로써 적지 않은 혼란을 초래하였으며, 인성교육의 강조 분위기에 편승하여 이
윤을 획득하려는 단체들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게 되었다.7)
그렇다면 인성교육의 중핵 교과로 인지되는 도덕과 교육에서는 인성교육에 관해 어떤 견해
를 갖고 있는지 살펴보자. 사실 도덕과 교육 내부에서는 인성교육과의 거리 설정 문제에 대해
서도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1995년 이후를 중심으로, 먼저 ‘제7차 도덕과 교육과
정’에서는 도덕과 교육과 인성교육의 거리를 가깝게 설정하고 있었는데, 도덕에서 전통 윤
리에 이르기까지 모두 ‘성격’ 부분에서 인성교육을 강조하였다.8) 하지만 이어진 ‘2007 개정
도덕과 교육과정’에서는 도덕적 탐구를 강조하는 방향을 채택하였고, 이것은 직전 교육과정에
서 추구했던 행동 실천을 위한 인성교육 강화와는 다른 것이라고 밝히면서, 교과의 정체성 확
보를 위해서는 인성교육과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제시하였다.9) 그러다가 최근의 ‘2009 개정
도덕과 교육과정’에서는 다시 도덕과 교육과정의 ‘성격’에서 “도덕과는 도덕적 주체로서 더불
어 살아가는 바른 인성과 그 핵심 역량을 효과적으로 함양할 수 있는 인성교육의 주관 교과
이며 핵심 교과”10)라고 언급하여, 인성교육과의 거리를 아주 가깝게 설정하였다.
이처럼 국가, 사회, 도덕과 교육의 측면에서 인성교육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있었음에도 불
구하고, 이 주제에 대한 일정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인
성이라는 개념 자체의 다의성(多義性) 때문이다. 그래서 인성교육을 내세우는 논의들은 대부
분 인성의 정의(定義) 문제를 빠뜨리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인성의 정의를 논하는 방향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인성을 특정 관점에서 부분적으로 해석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성
을 아주 폭넓은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두 가지 방향에는 모두 일정한 한계
가 있는 바, 전자는 인성의 다차원적인 특징을 잡아내지 못하고, 후자는 인성과 연관된 여러
관점들을 단지 나열하는 수준에 그쳐 각각의 관점 사이에 존재하는 연결성을 부각시키지 못
한다.11) 논자는 바로 이 지점에서 조선의 대표적 양명학자인 정제두의 사상과 도덕과 교육의
첫 번째 접점을 발견할 수 있다고 본다.
6) 정창우, 인성교육에 대한 성찰과 도덕과 교육의 지향 , 윤리연구 제77집(한국윤리학회, 2010), p. 9.
7) 박병기 외, 인성교육전문가 DB 구축을 위한 검증 시스템 개발 연구(세종⋅서울: 교육부⋅인성교육범국민
실천연합, 2014), pp. 3-5.
8) 또한 ‘교수학습방법’ 부분에서도, “인성교육의 강화를 위해 제7차 교육과정에서 신설된 재량 시간에 별도의
‘도덕실’을 적극 활용하여, 학생들의 자기주도적인 탐구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교육부, 고시 제1997-15호 [별책 6] 도덕과 교육과정(서울: 교육부, 1997), p. 42.)라고 명시하였다.
9) 교육과학기술부, 고등학교 교육과정 해설 3(서울: 교육과학기술부, 2009), pp. 12-13.
10) 교육과학기술부, 앞의 책(2012), p. 4.
11) 강선보 외, 21세기 인성교육의 방향설정을 위한 이론적 기초 , 교육문제연구 제30집(고려대학교 교육문
제연구소, 2008), p. 2.

 

 

심리학이나 교육학을 위시한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인성 개념을 중요하게 다루는 까닭은,
이것이 바로 도덕적 실천 주체를 이끌어가는 핵심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인
성(人性), 즉 인간을 여타 존재들과 구분해주는 ‘타고난 본성’이라는 풀이에 얽매여, 이 개념이
결국 우리의 일상 행동을 지배하는 ‘마음[心]’을 가리킨다는 사실을 쉽게 간과한다. 정제두의
사상은 이곳을 포착한다는 점에서 도덕과 교육과 연결 가능할 뿐만 아니라, 인성교육에 대한
시사점까지 확보한다. 그가 제시하는 마음은 human nature, humanity, personality, character
등 인성이라는 말로 번역되는 여러 용어들을 포괄할 수 있으며, 선천성을 담보하는 동시에 후
천적인 변화 역시 인정한다. 또한 인성을 이루는 요소들로 지목되었던 수많은 개념들을 ‘도덕
심’을 중심으로 연결시킨다.
흔히 인성에 대한 유가적 입장을 선하다고 보느냐, 악하다고 보느냐, 중립적이라고 보느냐
에 따라 세 가지로 나뉜다고 간주하는데, 이런 견해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협소한 것은 사
실이다. 유가의 흐름에서 인성에 대한 견해는 최소한으로만 보아도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첫째는 고자(告子)와 순자(荀子)처럼 인성은 식색(食色)에 대한 욕구라는 관점이고, 둘째는 양
웅(揚雄)처럼 인성은 습성⋅습관에 의해 선하게 될 수도 있고 악하게 될 수도 있다는 관점이
며, 셋째는 한유(韓愈)처럼 인성은 선천적인 재질에 의해 선하거나 악하다는 관점이고, 넷째는
맹자(孟子)처럼 인간은 동물과 극히 미미한[幾希] 차이 밖에 없지만 바로 그 차이인 인성이
선하다는 관점이다. 그리고 이 중 맹자의 견해가 유가의 정론이 되었다. 결국 공자(孔子)가 제
출한 성상근(性相近)의 입장은 맹자에 의해 성선(性善)으로 정립되었으며, 훗날 주희(朱熹)에
의해 성즉리(性卽理)로 체계화된 것이다. 정제두 역시 유가의 입장에서 인성의 선함을 긍정하
고 있지만, 그는 이 개념을 마음⋅양지와 결착시킴으로써 인성의 도덕적이면서도 실천적인 성
격을 한층 강화시켰다.
정제두는 마음과 인간 본성[人性]은 하나라고 보았다. 그래서 “마음은 리요, 본성 역시 리이
기에 마음과 본성은 두 가지로 가를 수 없다.”12)라고 하였으며, “(인간의) 본성은 심체에서 벗
어나지 않는다.”13)라고도 하였다. 그런데 마음과 본성이 동일하다면 양명학의 핵심인 마음만
언급하면 될 터인데, 정제두는 어떤 이유에서 본성이라는 개념을 언급하였을까? 그는 마음의
본연이자 양지의 체(體)로서 인간 본성을 바라보았던 것이다. 후술하겠지만, 정제두는 마음
⋅양지를 체용론(體用論)의 구조로 해석하였다. 그가 보기에 내 마음의 양지는 사욕(私欲)에
가리지만 않는다면, 만사만물에 대해 시의적절한 이치를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런 마
음⋅양지의 생동적인 성격을 드러내고자 정제두가 채택한 표현이 ‘생리(生理)’이며, 그는 이것
을 양지의 용(用)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그는 생리로서의 양지가 지향하는 도덕적 완전성을
12) 霞谷集 卷9 存言中: 心理也性亦理也, 不可以心性歧貳矣. 이하 하곡집에서 원문을 발췌할 경우, 편
의상 서명과 권수는 생략하였음을 밝힌다.
13) ‘答朴大叔論天命圖書’: 性之不外於心體.

 

 

나타낼 때는 별도로 ‘진리(眞理)’라는 표현을 사용하였고, 이것을 양지의 체라고 하였다. 정제
두는 바로 내 마음 양지의 체이자 진리를 인간의 본성, 즉 인성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선유들은 모두 사물의 본성을 리라고 하였으니, 천지의 사물과 내가 타고난 품성이 이것이다. …
그러나 양명은 오로지 나의 본성에 대해서 리라고 말하는 것이니, 인의예지의 덕이 이것이다. … 이
것이 그가 리를 말하는 것이 선유와 다른 점이다.”14)
위 글의 선유들이란 정주(程朱)로 대표되는 성리학자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들은 인성과
물성(物性) 모두 근본적으로 리⋅태극(太極)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고 보았기
에 물성, 즉 사사물물의 리[物理]를 중요하게 다루었다고 정제두는 지적한다. 반면 왕수인(王
守仁)은 사덕(四德)으로 요약되는 도덕심 중심의 인성을 마음의 가운데에 두고, 이로부터 만
사만물에 대한 조리가 발출된다고 보았다. 정제두는 이 중 왕수인의 견해를 수용함과 동시에,
물리를 고정된 이치[定理]로 여기고 이것에 집착하는 당대 성리학자들을 비판하였다. 그리고
마음⋅양지의 체로 인간 본성[眞理]을 설정하고, 용으로 만사만물의 조리에 대한 직관적 판단
[生理]을 내세움으로써, 선한 인성에 근거한 내 마음의 양지가 보여주는 도덕적이며 생동적인
성격을 강조했다.
이렇게 정제두는 마음이 사욕으로 가리지 않은 공정하고 도덕적인 상태를 인성으로 보았다.
이것은 인성을 마음과 별개로 강조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분명 인성을 포함한 마음을 사유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으며, 여기서 인성은 마음 안의 본래적인 도덕심을 뜻한다.15) 그래서 그는
“이 (마음 안의) 본성을 높인다는 것이 심체요, 심체의 용을 사사물물에 도달하게 하는 것은
물리이니, 물리가 곧 나의 마음이다.”16)라고 말함으로써, 우리의 마음은 근본적으로 선한 인성
을 지니고 있고, 이 사실의 자각을 통해 진정한 도덕적 실천 주체로 거듭날 것을 강조하고 있
는 것이다. 요컨대 정제두는 ‘인간 존재의 도덕적 가능성에 대한 신념’이 반영된 인성론을
제출한 것이다.17) 그가 언급한 ‘진리이자 도덕심으로서의 인성’을 중심으로 ‘생리이자 각 학
문 분야에서 합당한 방식으로 주장하는 다양한 인성’들을 통합할 수 있다면, 그것이 곧 도덕
과 교육에서 지향해야 할 올바른 인성의 모습이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지점이 정제두의
사상과 도덕과 교육에서 최근 강조하는 인성이 만나는 곳이다.
14) ‘答閔彥暉書’: 先儒總以物之性謂之理, 如天地物我之稟是也. … 陽明專就吾之性謂之理, 如仁義禮智之德是也.
… 此卽其言理之不同者也.
15) 김민재, 하곡 정제두의 양지 개념에 대한 도덕교육론적 해석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13a), p. 161.
16) ‘答朴大叔論天命圖書’: 尊此性者心體是也, 達此用者物理是也, 物理卽吾心.
17) ‘인간 존재의 도덕적 가능성에 대한 신념’이란, 유가에서 말하는 성선의 의미를 보다 현대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논자가 사용한 것이다. 정제두의 사상에서는 이것이 마음⋅양지를 통해 한층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2. 직관의 부활과 정제두의 사상
이어서 살펴볼 내용은 직관 개념과 정제두 사상의 접점 모색이다. 도덕철학의 역사에서 직
관에 대한 탐구는 오랜 기간 지속되었지만, 현대에는 그리 전문적으로 연구되고 있지 않다.
18세기까지 큰 의심의 대상이 되지 않았던 직관은 이후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계몽주의 경
향과 20세기에 들어와 더 강력해진 실증주의, 상대주의, 냉소주의 등으로 인해 소수의 철학자
들에게만 지지되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 개념에 대한 관심이 서서히 부활하는 것으로 보이
는데, 그 시작점은 신경윤리학과 뇌 과학, 진화론 등 최신의 과학적 연구 성과들과 연결된 도
덕 심리학에서 제공하였다.18)
칸트(I. Kant)의 이성주의 철학 및 피아제(J. Piaget)의 도덕발달이론을 기초로 한 콜버그(L.
Kohlberg)가 1960년대 인지적 도덕발달이론을 제시한 이후, 도덕 심리학은 도덕발달을 인지적
측면에서 해석하는 이성주의 경향을 보여 왔다. 여기서 도덕발달은 도덕적 경험을 통한 정신
구조의 변형 과정으로서, 사태에 대한 도덕적 추론 능력이 점진적이고 지속적으로 향상되는
것이며, 단계적이고 위계적으로 인습 이전 수준에서 이후 수준으로 발달하는 것이다. 인지적
도덕발달이론은 학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도덕적 절대주의의 관점에서 추론을 통해 도덕적
판단을 결정한다는 점에는 대체로 견해를 함께 한다.19) 그런데 최근 헤이트(J. Haidt) 같은 학
자는 이 견해가 인간의 도덕성을 상당히 협소하게 보고 있다고 지적하고, 사회문화적 관점에
서 도덕적 정서와 직결된 직관을 내세웠다. 다시 말해, 도덕적 문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추론
이 아닌 직관이 선행한다는 것이다. 이는 도덕적 행위에 있어 추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성
주의에 대한 도전이었다.20)
헤이트는 도덕적 판단에 있어 직관의 우선성과 추론의 상대적 무능함, 직관과 정서의 긴밀
성 등을 중핵으로 하는 ‘사회적 직관주의 모델(Social Intuitionist Model)’을 제안하였고, 그
검증을 위해 ⓐ 무해한 금기 위반 사례 인터뷰, ⓑ 최면과 환경 변화에 따른 직관의 조정, ⓒ
도덕적 판단에서 정서의 역할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신경윤리학과 뇌 과학의 성과 등을 조
사, 반영하였다.21) 그리고 직관의 뿌리로서 인간이 사회적으로 생존⋅진화하는 과정에서 내재
18) 박병기⋅김민재, 사회적 직관주의가 지니는 도덕교육적 함의 , 윤리연구 제84집(한국윤리학회, 2012),
pp. 128-129.
19) 강인구,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이성주의적 도덕성 발달 이론에 대한 비교교육적 논의 , 비교교육연구
제12집 제2호(한국비교교육학회, 2002), pp. 192-197.
20) 헤이트(J. Haidt, 강인구, 도덕적 판단의 인과적 과정으로서 도덕적 직관에 관한 교육적 논의 , 교육심리
연구 제17집 제3호(한국교육심리학회, 2003), p. 63에서 재인용)는 직관 체제를 추론 체제와 비교하면서
ⓐ 신속하고 인지적인 노력이 없음, ⓑ 비의도적이고 자동적으로 이루어짐, ⓒ 과정을 파악하기 어렵고
단지 결과만을 파악할 수 있음, ⓓ 주의력이 요구되지 않음, ⓔ 평행적인 과정임, ⓕ 은유적이고 총체적인
사고, ⓖ 모든 포유동물에 공통적임, ⓗ 맥락 의존적임, ⓘ 기반(platform)에 의존적임(직관을 저장하고 있
는 두뇌와 신체의 의존) 등으로 제시하였다.
21) J. Haidt, “The Emotional Dog and Its Rational Tail: A social Intuitionst Approach to Moral

 

 

화된 위해/배려, 공정/호혜, 권위/존경, 순수/신성, 내집단/충성의 다섯 가지를 제시하였다.22)
압축하자면, 헤이트가 말하는 도덕적 직관이란 추론에 선행하는 선천적인 능력이자 정서와 직
결된 개념으로서, 도덕적 사태에 대해 즉시적이고 암묵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또한 생존
을 목적으로 한 진화와 연관된 다섯 가지 기초를 가지고 있으며, 모듈(module)과 같은 형태로
발현되는 자동적인 반응이다.
이런 도덕 심리학적 입장의 직관 개념에 대해 도덕과 교육에서는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크게 두 개 진영으로 나뉘는 것으로 보이는데, 비판의 정도에 따라 구별된다. 한 쪽
은 인지적 도덕발달이론이 쇠퇴하는 패러다임이라는 점을 받아들이면서, 도덕 심리학 연구의
주목할 만한 동향으로 도덕적 직관을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사회적 직관주의의 주장은 도덕적
추론이 우리 삶에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고, 직관만을 강조하다 보니 도덕성을
과도하게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측면이 있으며, 인간을 수동적인 존재로 규정하는 부분도 있다
는 비판을 덧붙인다.23) 다른 한 쪽은 직관과 관련된 과학적 연구 성과들, 예를 들어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나 윤리적 결정에 대한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등이 오히려 직관의
불분명함을 드러내고 있기에, 윤리학의 측면에서 직관은 도덕적 판단을 위한 유의미한 자료가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24) 이상의 견해들은 도덕적 직관을 뒷받침하는 뇌와 진화에 대한 과
학적 연구 성과들을 얼마만큼 인정하느냐에 따른 차이가 있을 뿐, 이 개념을 비판적인 시각에
서 바라본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그럼에도 도덕과 교육 내에서 도덕적 직관에 대한 고민이
현재와 같이 활발했던 적이 없었음을 고려할 때, 이 개념의 부활은 분명 도덕과 교육의 최근
쟁점이라고 간주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정제두의 사상은 도덕적 직관 개념과 어떤 측면에서 만
나고 또 어떠한 시사점을 제공하는지 살펴보자.
결론부터 제시하면, 정제두의 사상에서 발견되는 직관적 특징은 ‘인간 존재의 도덕적 가
능성에 대한 신념’에 근거하고 있으며, 따라서 인간은 스스로 도덕적 이치를 발견하고, 창
출할 수 있는 당위적 존재임을 강조한다. 정제두보다 앞서 마음의 중요성을 논했던 육구연
Judgement”, Psychology 108-4(2001), pp. 814-834. ; J. Haidt⋅F. Bjorklund, “Social Intuitionists
Answer Six Questions about Moral Psychology”, W. Sinnott-Armstrong (eds.), Moral Psychology
2(Cambridge: Mit Press, 2008), pp. 181-217.
22) 헤이트에 따르면, 이 다섯 가지 직관의 기초는 덕(virtue)과 연결된다. 가령 ‘위해/배려’라는 직관의 기초는
‘연민’이라는 특유의 감정을 가지며, 이것은 ‘배려’, ‘친절’과 같은 덕들과 연결된다. 그는 직관의 기초를 통
해 덕들의 발달을 꾀할 수 있다고 보았으며, 그 과정에서 덕의 내용 역시 풍부해질 수 있다고 보았다. 즉,
사회적 직관주의에 있어 도덕발달의 방향은 적은 수의 선천적인 도덕적 직관을 사용한 미숙하고 개략적
인 판단에서부터, 매우 세련되고 차별되는 인식과 신념 및 감정적 반응과 판단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
리고 성숙한 행위자들은 준비된 다섯 가지 기초적 직관을 통해 보다 광범위하고 융통성 있으며, 큰 영향
력과 섬세함을 갖춘 일련의 도덕적 모듈들을 만든다(박병기⋅김민재, 앞의 글, pp. 147-149).
23) 정창우, 도덕 심리학 연구의 최근 동향과 도덕교육적 함의 , 초등도덕교육 제37집(한국초등도덕교육학
회, 2011), pp. 95-130. ; 박장호, 신경과학의 도덕적 직관 이해와 도덕교육 , 윤리교육연구 제29집(한국
윤리교육학회, 2012), pp. 137-164.
24) 류지한, 직관의 과학과 윤리학에서 직관의 문제 , 윤리연구 제91집(한국윤리학회, 2013), pp. 29-56

 

 

(陸九淵)의 본심(本心)이나 왕수인의 양지를 도덕적 직관으로 해석하는 경우는 적지 않다.25)
하지만 그들이 천인합일의 근거로 오직 마음만을 제시한다거나 모든 것을 양지로 귀결시켜서
인간의 마음을 담대하게 풀이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던 반면, 정제두는 육왕(陸王)의 관점을
수용하면서도 마음⋅양지에 대해 보다 분석적인 접근을 취함으로써 인간의 마음을 섬세하게
해석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그것이 곧 내 마음의 양지에 대한 체용론적 접근이다. 정제두는
양지를 인간이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앎이라고 보면서, 이것은 “명덕의 본체로서 참으로 옳음
과 그름을 아는 곳을 가리켜 설명한 것”26)이라고 하였다. 인용문의 명덕이 곧 양지의 체이자
마음의 본연이요, 앞 절에서 살펴보았던 진리로서의 선한 인성이다. 그리고 여기에 근거해 양
지의 용이자 마음의 작용이요, 시의에 적절한 조리가 직관적으로 판단된다. 도덕적 실천 주체
는 이 같은 양지의 직관적 판단을 신속한 도덕적 감정을 통해 구현함으로써 지행합일을 완성
하게 되는 것이다.
직관을 ‘도덕적 실천 주체가 처한 시공간에 합당한 이치를 즉시적이고 직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선천적인 능력’이라고 규정할 때, 정제두가 강조하는 내 마음의 양지는 모든 조건을
충족한다. 여기에 더해, 그가 이 개념을 통해 도덕의 영역을 확장시켰다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 정제두는 사람이 아파하고 가려워하며 측은해하고 근심하는 등의 감각과 감정은 모두
양지 때문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이것은 내 한 몸에서만 그러하다는 것이 아니다. 도덕적 사
태를 지각, 인식하고 이로 인해 내 마음의 양지가 발동함으로써 ‘아픔⋅가려움 같은 감각’과
‘측은해함⋅근심함 같은 감정’이 유발된다. 그리고 이 감각과 감정을 확충함으로써 도덕의 영
역은 우주적인 범위로 확장된다. 그래서 그는 “그 측은함을 확충함에서부터 천지를 제자리에
있게 하고 만물을 화육하는 데 이르기까지도, 이 아파하고 가려워하며 측은해하는 하나의 양
지일 따름이다.”27)라고 했던 것이다. 이것은 도덕적 실천 주체 안에서 이루어지는 직관적 판
단이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감각되고 감지되는 것임을 나타내며, 여기에 기초해 도덕
의 영역이 비약적으로 확장된다는 점에서, 현대의 사회적 직관주의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제
공한다.28)
실제 정제두의 사상 안에서 ⓐ 즉시성, ⓑ 자동적인 모듈 반응, ⓒ 감정⋅정서의 중요성 등
사회적 직관주의에서 규정하는 직관의 특징들과 소통하는 내용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정제두는 양지의 직관적 판단이 사물에 응함과 응하지 않음 사이의 구분이 불가능할 만큼 ‘즉
25) 육구연의 본심을 직관으로 풀이한 경우로는 안영석(육상산의 도덕철학(부산: 세종출판사, 2000), pp.
88-96.)의 연구가 있고, 왕수인의 양지를 직관으로 풀이한 경우로는 이주행(무위유학(서울: 소나무, 2005),
pp. 83-92.)과 이옥순( 왕양명 심학의 윤리 사상 연구 (충북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06), pp. 63-64.)
등의 연구가 있다.
26) 存言下: 此以其明德之本體者, 眞知是非處指說之.
27) ‘與閔彥暉論辨言正術書’: 雖其從以之充其惻隱, 以至位天地育萬物焉, 亦惟此能痛痒惻隱之一箇知而已.
28) 본 절의 이하 내용은 김민재, 앞의 글(2013c), pp. 20-28의 내용과 일부 중복되는 부분이 있음을 밝힌다

 

 

시적’이라고 하였고, 아직 사회적인 질서나 관습에 물들기 이전의 어린 아이일수록 ‘자동적인
반응’의 순수함과 정확함이 더 잘 드러난다고 보았으며, 판단을 행동으로 구현함에 있어 희로
애락의 ‘감정적 작용’도 필수적이라고 여겼다.29)
그러나 정제두의 양지와 사회적 직관주의의 직관에는 차이가 있다. 그는 양지의 직관적 판
단이 “걷지 않아도 이르고, 빨리하지 않아도 빨라지며, 생각하거나 힘쓰지 않아도 조용히 도
(道)에 들어맞는다.”30)라고 하였다. 이것은 양지의 작용이 즉시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
기도 하지만, 당위[道]를 논해야만 하는 인간 존재의 실존적인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
다. 그리고 이런 부분은 사회적 직관주의에서 신경윤리학이나 뇌 과학, 진화론을 통해 제시하
는 환원론적이고 기술적인(descriptive) 방식의 인간 이해와는 차이가 있다.31) 같은 맥락에서
정제두는 “(아이들의) 마음은 전일하고 감응하기 쉬우며,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진실함이 많고
완악함이 적다.”32)라고 하였다. 이것은 양지의 작용이 모듈 반응과 유사하다고 할 만큼 자동
적이지만, 그 기초에는 진화의 산물인 다섯 가지 직관의 뿌리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성
은 선하다는 유가적 믿음이 자리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그는 또한 “맑은 거울이 물건을 비춤
에 있어 곱고 추하고 검고 흰 것이 어찌 그 사물 그대로가 아니겠는가?”33)라고도 하였다. 이
것은 내 마음의 양지가 맑은 거울로 비유될 수 있을 만큼 공정하기 때문에, 이로부터 발출되
는 감정 역시 순간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도에 어긋남이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자면, 정제두의 양지는 사회적 직관주의의 직관과 유사한 측면도 있지만 상당한
차이점도 함께 지니고 있다. 사회적 직관주의의 주창자인 헤이트는 우리 일상에서 발생하는
즉시적이고 암묵적인 도덕적 직관을 포착하고, 그 근원이 무엇인지 고민하였다는 점에서 학문
29) ⓐ 存言上: 其體也常全於未感物之先, 而本無不完足, 則是無分於已應未應之間者也. {不可以分已未之間,
不可以言前後. ; ⓑ 存言下: 且此理尤可驗於嬰兒, 一歲二歲半知半不知之兒, 叱則啼愛則慕, 犯事則愧, 有
所誘則或斥不從, 見泣則爲之哀, 其情念之不學而自然發者, 有不可掩矣. ; ⓒ ‘答閔彥暉書’: 喜怒哀樂之發而中
節亦如此. 豈商度其合愛與不合愛, 而後出其愛之之心不愛之之心歟.
30) ‘答閔彥暉書’: 不行而至, 不疾而速, 不思不勉而從容中道者也.
31) 헤이트의 인간 이해 방식은 그가 맹자의 “‘입이 맛에 대해서는 똑같이 즐김이 있고, 귀가 소리에 대해
서는 똑같이 들음이 있으며, 눈이 색에 대해서는 똑같이 아름답게 여김이 있다.’라고 하는데, 마음에 이르
러서는 홀로 똑같이 그렇게 여기는 것이 없겠는가? 마음이 똑같이 그렇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을
리(理)와 의(義)라고 이른다. 성인(聖人)은 우리 마음이 똑같이 그렇게 여기는 것을 먼저 얻었을 따름이다.
그러므로 리와 의가 우리의 마음에 기쁜 것은 고기가 우리의 입에 좋은 것과 같은 것이다.”( 告子: 口之
於味也, 有同耆焉, 耳之於聲也, 有同聽焉, 目之於色也, 有同美焉, 至於心, 獨無所同然乎. 心之所同然者何也.
謂理也義也. 聖人先得我心之所同然耳. 故理義之悅我心, 猶芻豢之悅我口.)를 인용, 해석하는 구절에서 잘 나
타난다. 여기서 헤이트가 주목한 것은 ‘우리의 마음이 똑같이 그렇게 여기는 리와 의’라는 언급 중 ‘리와
의’의 정체가 아닌, ‘우리의 마음이 똑같이 그렇게 여기는’ 몇 가지 직관들의 목록이었다(J. Haidt⋅F.
Bjorklund, 앞의 글, p. 202). 그래서 그가 이 목록을 선정하기 위해 선택했던 방법 역시 도덕적 가치와 관
심, 주제 등에 관해 인류의 공통적인 핵심을 찾아내려는 사회 과학자들의 여러 연구 결과들을 메타적으로
검사하는 방법이었으며, 그 결과가 앞서 언급했던 다섯 가지 기초적 직관의 도출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환원론적 방법으로 인해 사회적 직관주의는 ‘생동하는’ 인간의 모습을 상실한다.
32) 存言下: 其心慮之專一簡易, 易於感應, 油然之眞多而頑然之惡小.
33) ‘答閔彥暉書’: 如明鑑燭物, 姸媸黑白, 豈不是其物也.

 

 

적 공적을 세웠다. 그러나 그는 이 과정에서 인간을 환원론적이고 기술적인 방식으로 묘사했
고, 사태에 따른 즉각적⋅자동적 반응으로만 직관을 규정함으로써, 자신이 서 있는 시공간의
축 안에서 끊임없이 당위를 논의하는 인간의 생동적이고 실존적인 모습을 간과하였다. 이에
반해 정제두의 양지는 도덕적 직관이 신경, 뇌, 진화 등과 관련된 모듈적인 감정인 것만이
아니라, 규범적인 요구에 대한 인간의 적극적인 태도와 반응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것이
정제두의 사상과 최근 도덕과 교육에서 대두되는 직관이 만나는 지점이자 시사점이다.
3. 명상의 적용과 정제두의 사상
본 장에서 마지막으로 살펴볼 내용은 명상 개념과 정제두 사상의 접점 모색이다. 우리 사
회의 관심사가 웰빙(Wellbeing)에서 힐링(Healing)으로 넘어가는 가운데, 명상은 대중문화를
주도하는 중요 키워드 중 하나가 되었다. 전통적으로 종교 수행의 핵심적인 부분이었던 명상
이, 이제는 누구나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고 실제로 행하는 하나의 교양적이고 문화적인 활
동으로 바뀐 것이다.34) 또한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여 명상을 교육적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들
도 적극 모색 중이다.
명상은 종류와 방법이 매우 다양하기에 단일한 하나의 정의(定義)를 내리기는 어렵지만, 존
카밧진(J. Kabat-Zinn)은 개략적으로 다음과 같은 특징들을 공유한다고 보았다. 첫째, 명상은
체계적으로 우리의 주의력과 에너지를 조절할 것을 요구한다. 둘째, 이 과정을 통해 우리 경
험의 질에 영향을 미치고 그것을 변화시킨다. 셋째, 인간다움의 전(全) 영역을 온전히 체현할
것을 지향한다. 넷째, 타인과 세상에 대해 우리가 맺는 관계의 전 영역을 체현한다.35) 정리하
자면, 명상은 수행자가 스스로의 내면에 지니고 있는 힘을 깨닫도록 도와줌으로써, 수행자가
맺는 여타 존재들과의 관계를 우주적인 차원으로 확장시키려는 노력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수행자는 자신이 본래 지니고 있는 진리에 대한 깨달음의 가능성을 믿고, 이런 전제 하에 스
스로의 몸⋅마음 상태를 주의하고 지켜봄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전체(whole) 속에서 자아, 인
생, 세계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36)
그렇다면 이 같은 명상에 대해 도덕과 교육에서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살펴보자. 정도
의 차이는 있으나 도덕과 교육 내부에서는 명상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방법론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2009 개정 도덕과 교육과정’에서는 “동양의 전통
수양법으로 활용해 왔던 것들과 명상이나 일기쓰기 등의 도덕적 성찰을 위한 방법을 자신의
34) 황용식, 명상의 정의와 이해에 관한 한 고찰 , 원불교사상과 종교문화 제40집(원불교사상연구원, 2008),
p. 175.
35) J. Kabat-Zinn, 안희영 역, 존 카밧진의 처음 만나는 마음챙김 명상(서울: 불광출판사, 2012), p. 12.
36) 김민재, 명상의 관점에서 본 퇴계 ‘경’ 사상의 교육적 시사점 , 철학논집 제37집(서강대학교 철학연구
소, 2014a), p. 330, 335.

 

 

삶에 적용한다.”37)라고 언급하여, 명상을 도덕적 성찰을 위한 하나의 방법론으로 명시하고 있
다. 그리고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 ‘인문치료 접근’ 등을 내용 요소 및 교수학습방법으로 제
시함으로써, 명상과 도덕과 교육이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한편 세계시민성
함양을 위해 명상이 고려되기도 하였고, 도덕적인 앎과 실천의 일치를 위해 ‘도덕명상(Moral
Meditation)’과 ‘도덕명상교육(Moral Meditation Education)’ 등이 거론되기도 하였으며, 학습
자들의 비행, 정서 부적응, 도덕적 과오와 같은 부정적 요인들을 제거하기 위해 최근 부각되
고 있는 ‘윤리상담’에서도 그 활용 방법의 하나로 명상이 제안되었다.38)
그러나 이렇게 관심을 받고 있는 명상이라고 할지라도, 유의해야 할 사항들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명상에 대한 사회의 관심과 전문가들의 연구 경향은 주로 이 방법이 우울, 불안,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정서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쪽으로 편향되어 있다. 또한 명상에서 내세
우는 이른바 개인과 우주가 온전히 하나 되는 깨달음의 상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이해하
기 쉬운 설명이 거의 없다. 하지만 가장 큰 한계로 지목되는 것은 명상에서 강조하는 ‘마음
(mind, 心)’의 정체이다. ‘마음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MBSR)’을 위시한 많은
명상 기법들은 대체로 불교에 기반을 두면서, 행동 의학, 뇌 과학, 심리학, 교육학 등을 함께
언급한다. 이런 상황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은 스트레스의 완화나 해결 같은 명상의 효과는 부
각시키면서도, 보다 근본적인 부분에 해당하는 마음에 대한 논의는 소략하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마음이 무아(無我)라는 용어로 대변되는 관념적인 용어인지, 몸으로 느끼고 체험하는 감
각인지, 현대 과학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뇌인지, 명상에서 진정한 목표라고 제시하는 전
체성인지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기법 소개로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
다.39) 그리고 여기에서 정제두의 사상과 명상이 만나는 접점 및 명상에 대한 시사점을 발견
할 수 있다.
정제두는 기본적으로 마음이 ‘몸[身]’과 별개의 것이 아니라고 보았다. 그래서 “한 덩어리
생생한 기[生氣]의 근본과 한 점 신령하고 밝은 정수는, 하나의 생리란 것이 마음에다 집을
짓고 통하여 몸[中極]에 둥글게 뭉친 것이다. 그것은 장기[腎]에 뿌리를 내리고 얼굴에서 꽃을
피우며, 확충하면 곧 한 몸에 가득하게 되고 천지에 두루 미치게 된다.”40)라고 하였다. 이 중
생기(生氣)나 중극(中極) 등을 통해 그가 말하고 싶었던 바는, 마음이란 생동적인 것이며 우리
의 몸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전제 하에 정제두는 “마음과 본성과 하
37) 교육과학기술부, 앞의 책(2012), p. 19.
38) 김용환, 세계윤리와 명상의 맥락화용 , 윤리교육연구 제22집(한국윤리교육학회, 2010), pp. 195-216. ;
장승희, 명상과 도덕교육의 만남 , 윤리교육연구 제29집(한국윤리교육학회, 2012), pp. 237-268. ; 박장
호, 윤리상담의 학적 정당화 시론 , 춘계학술대회 자료집(한국윤리교육학회, 2014), pp. 3-33.
39) 김민재, 앞의 글(2014a), pp. 343-345.
40) 存言上: 一團生氣之元, 一點靈昭之精, 其一箇生理者, 宅竅於方寸, 團圓於中極. 其植根在腎, 開華在面, 而
其充卽滿於一身, 彌乎天地.

 

 

늘은 하나이다. 사람은 다만 이 마음일 뿐이요, 마음이 곧 하늘인 것이다. 이미 마음이라고 하
면 곧 하늘이고 거기에 들어 있으니, 하늘과 사람이 어찌 둘이 되겠는가.”41)라고도 하였다. 이
것은 도덕적 실천 주체의 핵심은 우리의 마음이요, 그 마음은 하늘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만
큼 중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마음을 통해 인간은 공평무사하고
시의에 마땅하게 일처리를 할 수 있으며, 만사만물을 포용할 수 있다.
“천하를 다스리는 것은 진실로 크고, 사물을 다스리는 것은 진실로 작다. 그러나 이 마음
을 가지고 (천하든 사물이든) 처리한다는 점에서 하나인 것이다. … 이 마음 밖에는 천하도
없고 사물도 없다. 따라서 마음이 그 마음 본체를 온전히 한다면, 사물을 다스리고 천하를
다스려서 만물의 화육을 돕기에 이르는 것은 일부로 뜻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일에는 크
고 작음이 있으나 마음에는 크고 작음의 구별이 없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런즉 천하 국가
도 없고 크고 작은 일도 없으며, 이 마음이 있으면 다스려지는 것이요 이 마음이 없으면 다
스려지지 않는 것이다.”42)
정제두는 마음은 다른 무엇으로 환원하여 해석할 필요 없이, 그 ‘마음[心]’이라는 개념 자체
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편의상 생리와 양지라는 표현을 빌려와 마음의 특성을
설명하기도 하였는데, 전자를 통해서는 당면한 문제 사태들을 해결하기 위해 능동적으로 노력
하는 ‘의지적 주체로서의 마음’을 강조하였고, 후자를 통해서는 선악시비를 직관적으로 판단하
고 여타 사물들과 적극적으로 감응함으로써 일체 존재물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포용적 주
체로서의 마음’을 강조하였다.43) 다시 말해 정제두는 우리의 마음은 생동적인 동시에 도덕
적이며, 이런 까닭에 의리 창출의 근원이자 만물 화육의 중심이 될 수 있다고 간주한 것
이다. 그래서 그는 “(생리이자 양지로서의) 사람 마음은 천지만물의 영명함이요, 천지만물의
총회자가 된다.”44)라고 천명하기도 하였다.
정제두가 이렇게 마음을 강조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사상이 ‘인간 존재의 도덕적 가능성
에 대한 신념’으로부터 출발하고 끝맺음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덕적 실천 주체로서의 ‘나’
를 둘러싼 모든 외물들과의 관계맺음에 있어서도, 그것들을 쫓아가거나[逐物] 혹은 반대로 가
르고 끊어버리는[離物⋅絶物] 식이 아닌, 내 마음의 밝은 양지에 기초하여 사사물물을 자연스
럽게 응대하는 명각순응(明覺順應)의 형태를 취할 수 있었던 것이다.45) 정제두는 이것을 “외
41) ‘名兒設’: 是心也性也天也一也. 人只是此心, 心只是此天. 旣曰心則天已擧矣, 天與人寧有二乎.
42) ‘雜著’: 夫治天下固大, 治事物固小. 然其以此心制之則一也. … 此心之外無天下, 此心之外無事物也. 故其心克
全其體, 則治事物治天下, 以至於參贊化育而無意也. 豈非事有大小而心無分於大小故耶. 然則無天下國家, 無大
事小事, 有是心則治, 無是心則不治也.
43) 김승영, 정제두 철학의 새로운 해석 , 동양철학 제36집(한국동양철학회, 2011), pp. 264-266. ; 한정길,
하곡 정제두의 주자학적 반성과 심본체론 , 한국실학연구 제9집(한국실학회, 2005), pp. 26-28.
44) 存言中: 人心者, 天地萬物之靈, 而爲天地萬物之總會者也.
45) 조성환, 정제두의 심학적 응물론 , 유교문화연구 제19집(성균관대학교 유교문화연구소, 2011), pp

 

 

물을 끊지도 않고 외물에서 구하지도 않으며, 오직 (내 마음 양지의) 명각이 순하게 응대할
따름이다.”46)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같은 응대 방식은 일개인의 측면에서는 지행합일로 나타
나고, 그 범위가 우주적인 범위로 확장되면 앞 절에서 언급했던 감각되고 감지되는 것으로서
의 도덕적 감정[惻隱之心]과 결부된 천인합일로 나타난다. 내 마음의 양지는 만물과의 감응을
통해 스스로 옳고 그름을 자각하고 능동적으로 측은해하고 부끄러워하며 마침내 만물을 사랑
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물은 생성되고 길러지며[化育], 생리요 양지로 대변되는 인
간의 생명 본질[心] 역시 실현되는 것이다.47) 이상의 내용들은 명상에 대해 정제두의 사상이
지니는 시사점으로 연결된다.
현재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명상 기법들이 강조하는 깨달음의 본질이란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만성적인 스트레스의 완화⋅해소일까? 아니면 전(全) 우주적인 체험일까? 대체로 전자에
근거해 후자를 지향하고 있는 듯하지만, 왜 그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어떤 근거를 제시하
기보다는 단순한 선언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정제두의 사상은 마음을 가진 인
간 존재의 도덕적 가능성을 신뢰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고 있기에, 도덕적 실천 주체인 내가
어떻게 만물과 관계맺음을 해야 하며, 또 왜 그러해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적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정제두의 사상은 명상에서 흔히 간과하는 마음의 정체를 매우 실제적이
고 풍부하게 설명하고 있으며, 이런 마음을 지닌 도덕적 실천 주체가 취해야 할 만물과의
관계 맺기 방식까지 구체적으로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명상을 도덕과 교육
내로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위한 윤리적 기반으로 기능할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정제두
의 사상과 최근 도덕과 교육을 포함해 대중문화의 중요 키워드로 작동하고 있는 명상이 만나
는 부분이자 시사점이다.
지금까지 본 장에서는 도덕과 교육에서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주제들을 제시하고, 정제두
의 사상과 이 주제들이 만나는 접점 및 시사점들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의 사상은 ⓐ ‘인성의
강조’와 관련해서는 도덕과 교육에 부합하는 인성의 정의(定義) 문제에 대해, ⓑ ‘직관의 부활’
과 관련해서는 사회적 직관주의에서 말하는 환원론적이고 기술적인 인간 이해에 대해, ⓒ ‘명
상의 적용’과 관련해서는 마음의 고찰과 전체성의 깨달음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있었다. 그리
고 이것을 모두 관통하는 것은 정제두의 ‘인간 존재의 도덕적 가능성에 대한 신념’이었으며,
그 신념은 마음, 생리, 양지 등의 개념으로 구체화되었다. 이제 이어지는 장에서는, 정제두의
사상 중 어떤 부분을 도덕과 교육의 내용 요소로 선정해야 하는지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119-138.
46) 定性書解: 不絶於外, 不求於外, 惟其明覺順應而已.
47) 김세정, 한국양명학의 생명사상 , 동서철학연구 제39집(한국동서철학회, 2006), p. 100.

 

 

Ⅲ. 정제두 사상의 도덕과 내용 요소 탐색과 수용 방안
‘2007 개정 도덕과 교육과정’을 통해 한국양명학이 최초로 도덕과 교육에 소개되었음을 서
론에서 밝혔다. 특히 강화학파라는 명칭을 통해 도입되었는데, 강화학파란 강화도라는 특정
지역에 기반을 둔 정제두로부터 정인보(鄭寅普)에 이르기까지의 일련의 학자군을 지칭한다.48)
그리고 그 범위에는 정제두의 혈손과 이광사(李匡師), 이건창(李建昌), 이건방(李建芳) 등으로
대표되는 전주 이씨 덕천군파(德泉君派)가 포함된다. 최근 학계에서는 정제두를 중심으로 한
학풍을 강화도라는 지역 울타리에 한정짓지 않기 위해 퇴계학파(退溪學派)나 남명학파(南冥學
派)와 같이 하곡학파(霞谷學派)라는 명칭을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49) 그러나 아
직까지는 정제두와 관련된 사승(師承) 관계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으므로, 본 연구에서는
기존의 강화학파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이다. 한국양명학과 관련된 ‘도덕과 교육과정’ 상의 문
제점에 대해서는 앞서 지적하였기에, 본 장에서는 ‘도덕과 교과서’ 상에 나타난 한계들을 살펴
보는 것으로 논의를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개선 방향으로 정제두의 사상에서 도덕 교과로 도
입할 만한 내용 요소들을 탐색한 뒤, 학습자용 언어로의 전환을 시도할 것이다.
1. 윤리와 사상 교과서 분석
이 절에서 살펴볼 도덕과 교과서는 ‘2009 개정 도덕과 교육과정’에 따른 선택 교육과정 윤
리와 사상으로, 총 5종의 검정 교과서가 출간되었다. 분석 시 중점 사항은 크게 두 가지이며
상호 밀접한 연관이 있다. ⓐ 한 가지는 한국양명학을 소개하면서 중국양명학과의 차이점을
얼마만큼 잘 부각시켰는가 하는 것이고, ⓑ 다른 한 가지는 교과서에 기술된 정제두와 강화학
파의 내용에 문제는 없는가 하는 것이다. 후자와 관련해서는 좀 더 상세한 기준이 요구되는
데, 첫째는 사상사의 배열 순서이고, 둘째는 내용의 오류 및 누락 유무이다. 이런 기준들을 설
정한 이유는 윤리와 사상 교과서를 통해 학습자들에게 길러주고자 하는 바가 다음과 같은
내용이기 때문이다.
“한국을 비롯한 동양의 윤리 사상을 성찰하고 재음미하여 동양과 한국윤리사상을 깊이 이
해하고, 더불어 그것이 현대 한국인의 도덕적 삶에 끼친 영향과 의의를 파악하여 한국인으
로서의 주체적인 윤리적 사유의 틀을 형성한다.”50)
48) 김용재, 한국양명학 연구현황과 새로운 모색 , 양명학 제14집(한국양명학회, 2005), p. 183.
49) 천병돈, 하곡학 연구 현황 분석 , 양명학 제19집(한국양명학회, 2007), pp. 152-153.
50) 교육과학기술부, 앞의 책(2012), p. 49.

 

 

따라서 우리의 전통 사상이 외래 사상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할
지라도, 나름의 독자성과 주체성을 드러내 보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또한 이를 위
해서는 특정 학자 혹은 학파의 사상을 바르게 배치하고 기술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론부터 제
시하면, 현재 윤리와 사상 교과서들에 나타난 한국양명학의 내용에는 수정해야 할 부분들이
다수 발견된다.
5종의 윤리와 사상 교과서들을 검토해보면, 모두 조선에서 양명학이 이단으로 규정되어
제대로 연구되기 어려운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제두와 강화학파가 등장하여 독자적인
발전을 이루었음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가령 ‘A종’[천재교육]에서는 성리학에 묻혀 표면화되
지 못했던 양명학적 학풍이 17세기 경 정제두를 중심으로 등장하기 시작했고, “왕수인의 여러
주장을 수용하여 독자적인 학문 체계를 이룩한 정제두는 자신의 학문적 근거지를 강화도로
옮겨 강화학파의 뿌리가 되었다.”(64)51)라고 하였다. 또한 ‘B종’[미래엔]에서는 당대 양명학에
대한 배척 분위기 속에서 역으로 성리학에 대한 맹종을 문제 삼으며 일군의 학자들이 등장하
게 되었고, 특히 “정제두는 강화도에 자리를 잡고 독자적인 조선의 양명학을 수립하였으며,
이후 그를 따르는 학자들이 그의 학풍을 이어 조선의 양명학을 대표하는 강화학파를 형성하
였다.”(62)라고 하였다. 다른 3종 역시 유사하게 기술하고 있는데, ‘C종’[지학사]에서는 “당시
이단으로 배척되던 양명학이 강화학파를 중심으로 연구되기 시작하였다.”(63)라고 하였고, ‘D
종’[교학사]에서는 “16세기에 전래된 양명학은 이단으로 배척당하였으나 강화학파에 의해 명
맥을 이어갔다.”(63)라고 하였으며, ‘E종’[금성출판사]에서는 “16세기에 전래된 양명학은 성리
학의 교리를 어지럽힌다고 하여 배척당하였으나 정제두를 중심으로 한 강화학파에 의해 명맥
을 이어가게 되었다.”(61)라고 하였다.
정리하자면, 5종의 윤리와 사상 교과서들은 정제두와 강화학파로 대표되는 한국양명
학이 중국양명학과는 다른 독특한 사상 전개를 보여주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그
독특함의 정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고 있지 않다는 결정적인 한계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실제 정제두와 강화학파의 사상은 중국양명학, 특히 왕수인의 그것과 중복되
는 측면이 많다. 그럼에도 독자적인 사상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인데, 이런
내용이 교과서 상에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학습자들이 윤리와 사상 과
목을 통해 우리 전통 사상의 독자성과 주체성을 배우고, 거기에 근거해 윤리적 사유의 틀을
형성해야 한다는 ‘도덕과 교육과정’의 내용과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수정이 요구된다.
그리고 이를 위해 교과서에 기술된 정제두와 강화학파의 내용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2009 개정 도덕과 교육과정’에 따르면 한국유교사상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첫째는
이황, 이이 중심의 조선 전기 유교이고, 둘째는 실학, 위정척사, 의병운동, 애국계몽운동, 강화
51) 편의상 윤리와 사상 교과서의 내용을 직접 인용할 경우, 인용문 말미에 쪽수를 표기하였음을 밝힌다

 

 

학파 등을 내용으로 하는 조선 후기 유교이며, 셋째는 한국유교사상과 현대 사회이다.52) 따라
서 현재 윤리와 사상 교과서들은 이 체제를 따르고 있다. 그런데 사상사를 전기와 후기로
구분하는 것이 마땅한지, 그 기준은 무엇인지 등의 근본적인 물음들은 제외한다고 해도, 특정
학자 또는 학파의 사상을 배치하거나 수록할 때에는 반드시 유념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
5종의 교과서들을 검토해보면, B종을 제외하고 모두 정제두와 강화학파를 정약용(丁若鏞)과
실학의 다음에 배치시켜 놓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정제두(1649-1736)와 정약용
(1762-1836)의 생몰연대에 비추어보아도 적절하지 않으며, 무엇보다 사상 간의 연계성을 적확
하게 설명할 수 없다는 점에서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사상의 전개란 본래 사회적 변화와
맞물려 이전 사상을 계승 혹은 비판하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일례로 이황⋅이이의 시대와
정약용의 시대 사이에는 최소한 150년 이상의 간극이 있고, 그 사이에는 실학이 탄생할 수 있
었던 사회적 변화와 사상적 배경들이 있었다. 사회적 변화에 해당하는 것이 임란(壬亂)⋅병란
(丙亂)이라면, 사상적 배경에 해당하는 것이 정제두와 강화학파인 것이다.53) 그런데 5종 중 4
종의 교과서에는 이 같은 부분이 반영되지 않고 오히려 거꾸로 배치되어 있어, 사상사에 대한
교수자와 학습자들의 매끄러운 이해를 방해한다.
또한 5종 중 A종, C종, E종에서는 한국양명학을 설명하면서 정제두를 지나치게 소략하게
다루거나 아예 누락시킨 채 기술하는 우를 범하고 있기도 하다. 실심(實心)⋅실학(實學)을 종
지로 하는 강화학파는 정제두를 빼고서는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학자군이다. 이런 까닭에 강
화학파의 마지막 학자였던 정인보는 양명학연론(陽明學演論)에서 “정제두는 일찍이 문호를
표방하지 않아서 그 문도가 많지 않다. 하지만 적막하고 황량한 바닷가 땅 강화에서 현세의
영화를 제쳐두고 온 세상 사람들이 비판하는 이 학문을 연구한 이들, 비록 그 수는 많지 않지
만 그렇기에 그들이 더욱 귀중하다고 하겠다.”54)라고 말했던 것이다. 그런데 5종 중 3종의 교
과서에서는 정제두의 사상을 거의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정제두 뿐만 아니라 강화학파까지도
제대로 조명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그러나 교과서 상의 배치나 정제두 사상의 누락 유무보다 더 큰 문제는, 5종의 교과서에
기술되어 있는 한국양명학의 내용에서 오류가 발견되고, 너무 일반적으로 내용이 서술되어 있
다는 데 있다. 그리고 이것이 수정되어야만 한국양명학과 중국양명학 간의 차이점이 부각될
수 있다. 우선 오류에 대한 부분을 살펴보자면, A종에서는 강화학파에 대해 “양명학을 받아들
이면서 도교와 불교까지 수용하는 개방적인 학문 태도를 견지하였다.”(64)라고 하였다. 그런데
강화학파가 여타 학문에 비해 개방적인 학문 태도를 견지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도교와
불교를 얼마만큼 적극적으로 수용하였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실제 정제두는 도교와 불교
52) 교육과학기술부, 앞의 책(2012), p. 51.
53) 김민재, 앞의 글(2013b), pp. 91-92.
54) 정인보, 홍원식⋅이상호 역, 양명학연론(안동: 한국국학진흥원, 2005), p. 223.

 

 

를 긍정적으로 여기지 않았다. 그래서 학변(學變) 과 존언(存言) 같은 자신의 주요 철학서
들에서 도교와 불교를 이단으로 규정하고, 왕수인으로 이어지는 도통(道通)을 강조했던 것이
다. 또한 이광려(李匡呂), 이충익(李忠翊), 신작(申綽) 등이 노자(老子)를 양명학적인 기반 위
에서 해석했다는 연구 결과는 있으나,55) 이 사실을 강화학파 전체로 보편화시키는 것에는 주
의가 필요하며, 이것은 불교에 대한 강화학파의 관점 도출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어서 D
종에서는 정제두의 사상에 대해 “그는 매 순간 인식하고 실천하는 속에서 진리를 발견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렇기 때문에 매 순간 순수한 본성의 판단대로 따르면 된다는 것이다.”(56)라
고 하였다. 인용문의 진리라는 용어는 그 의미가 모호한데, 도덕적 이법을 말하는 것인지, 사
태에 따른 시의적절한 조리를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제두가 강조했던 도덕심으로서의 진리
를 말하는 것인지 불명확하다. 다음 절에서 언급하겠지만, 만일 여기서의 진리가 세 번째의
의미라면 그 전제인 생리가 누락되어 있기에 반드시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어서 5종의 윤리와 사상 교과서들을 관통하고 있는 내용의 일반화 문제를 살펴보자면,
A종에서는 강화학파가 “인간을 도덕적 주체로 간주하여 철저하게 자기 내면에 충실하라고 주
장하면서, 참된 자아의 각성과 생활 속의 실천을 강조하였다.”(64)라고 하였고, B종에서는 “정
제두는 인간이 도덕적 주체임을 철저히 자각하여 참된 자아를 깨달아야 한다고 하였다. 또한
이러한 깨달음을 바탕으로 사욕을 극복하고 이를 생활 속에서 실천으로 옮길 것을 강조하였
다.”(62)라고 하였다. 그리고 C종에서는 강화학파가 “허위와 가식으로 얼룩진 현실 사회의 한
계를 극복할 수 있는 참된 인간의 모습을 양명학에서 찾고자 하였다.”(63)라고 하였으며, D종
에서는 정제두가 우리의 마음이 “사욕에 이끌리는 것을 경계하여 항상 뜻이 바른 곳을 지향
하도록 내면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과 함께 참된 자아의 각성과 생활 속에서 실천으로 옮기는
것을 강조하였다.”(56)라고 하였다. 끝으로 E종에서는 “강화학파는 왕수인이 개창한 양명학을
연구하며, ‘내 마음이 곧 진리’라고 하였다. 따라서 도덕적 주체로서 인간이 자기 내면에 충실
할 것을 주장하면서 지행합일과 치양지의 수행 방법을 강조하였다.”(61)라고 하였다. 결국 5종
의 교과서들은 정제두와 강화학파의 핵심 내용으로, ⓐ 행위자 스스로가 도덕적 주체임을 깨
달아야 하고, ⓑ 그 근원은 우리 마음에 있으며, ⓒ 여기에 기초해 적극적인 실천을 강조했다
는 점들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두루뭉술한 내용 서술에는 한국양명학의 독특
함이 잘 나타나지 않아 왕수인 사상과의 차이점이 거의 부각되지 않고, 어떤 측면에서는 성리
학의 내용과도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따라서 정제두와 강화학파의 학인들이 사용했던 독특
한 개념이라든지, 같은 용어일지라도 정주 성리학이나 중국양명학과는 사용법을 달리 하는 예
시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할 필요성이 있다.
55) 김윤경, 하곡학파 노자 해석에 관한 연구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09), pp. 69-189. 이외
에도, 이충익의 초원담노(椒園談老)를 중심으로 일부 강화학파의 학자들에게서 엿볼 수 있는 노자 독
법의 특징에 대해서는, 이충익, 김윤경 역, 초원담노(서울: 예문서원), 2013을 참조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5종의 윤리와 사상 교과서들에 수록된 정제두와 강화학파의 내용에는, 첫
째, 사상사의 흐름과 맞지 않는 내용 배치의 문제가 있고, 둘째, 정제두의 사상이 너무 소
략하게 다루어졌다거나 아예 누락되었다는 문제가 있으며, 셋째, 수록된 내용의 오류 및
지나친 일반화의 문제가 있다. 그리고 이 같은 문제점들은 현재 윤리와 사상 교과서들이
한국양명학과 중국양명학의 차이점을 제대로 지적하지 못함으로써, 전통 사상의 독자성과 주
체성을 부각시키지 못한다는 한계로 직결된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그
이유로는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는데, 한 가지는 새로운 교과서를 제작할 때 기존 교과서의 내
용들을 답습하기 때문이고, 다른 한 가지는 그 과정에서 한국양명학에 대한 학계의 담론들이
원활하게 도입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항들을 염두에 두면서 다음 절에서는 정제두의
사상들 중 도덕과로 도입할 만한 내용 요소들을 탐색, 추출할 것이다.
2. 도덕과 내용 요소 탐색과 추출
교과서라는 한정된 지면 안에서 특정 학자 또는 학파의 사상을 기술할 때 유의해야 할 점
은, 수업에서 그 내용을 가르침으로써 목표하는 바가 무엇인지 명확히 하는 것이 첫 번째고,
교과서에 기술된 내용이 과연 목표를 제대로 달성하고 있는지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두
번째다. 여기에 비추어본다면 5종에 달하는 윤리와 사상 교과서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한국양명학을 설명함에 있어 두 가지 유의사항들을 모두 충족하지 못한다. 현재와 같
은 두루뭉술한 내용 기술은 중국양명학과는 다른 한국양명학의 독특함을 거의 살려내지 못하
고 있으며, 그것은 선정된 내용 요소에 분명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왕수인 사상과
의 긴밀한 연관성을 드러내면서도 한국양명학이 지닌 독자성과 주체성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어떤 내용 요소들을 선정해야만 할까? 이 물음에 답을 시도하는 것이 본 절의 목표이다.56)
하지만 그 내용 요소들을 전문가들의 언어로 교과서에 도입하는 것은 일선 현장에서 혼란만
초래할 따름이다. 그러므로 선정된 내용 요소들을 학습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바꾸는
작업이 꼭 요청된다. 그리고 이 작업은 마지막 절에서 시도할 것이다.
56) 본 절의 내용은 김민재, 앞의 글(2014b), pp. 25-34과 앞의 글(2013b), pp. 102-107의 내용과 일부 중복되
는 부분이 있음을 밝힌다. 두 연구는 최종적으로 본 연구의 이 장을 위해 선행된 것이다. 첨언하여 정제
두와 강화학파에 대한 연구물은 다양한 분야에서 산출되었는데, 최근에는 ⓐ 대립 관계로 규정해왔던 조
선성리학과 양명학의 상호 발전 관계 고찰, ⓑ 정제두와 양명후학(陽明後學)의 동이점 탐색, ⓒ 강화학파
와 실학의 연결성 모색, ⓓ 강화학파의 정확한 사승 관계 및 국학(國學) 발전에 미친 영향 조사 등으로
연구 영역이 확장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한국양명학에 관한 교육학계에서의 연구물은 전무한 수준이
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나오지 않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교육학계로 한국
양명학이 소개된 적이 없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따라서 기왕에 도덕 교과를 통해 한국양명학의 소개가
이루어졌다면, 조선의 대표적 양명학자인 정제두 사상의 정수(精髓)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 그 중에서도
본 절에서는 왕수인 사상과의 차이점이 잘 나타나는 정제두의 양지 이해와 여기에 근거한 수양론을 살펴
볼 것이다.

 

 

1) 리의 삼중 구조에 근거한 양지 이해
정제두의 양지 이해는 정주로 대표되는 성리학자 및 왕수인을 위시한 양명학자들과 차이가
있다. 그리고 그의 사상은 이 지점으로부터 출발한다. 잘 알려진 것처럼, 양지는 맹자가 최초
로 언급하였다. 그는 “사람들이 배우지 않고서도 능한 것은 양능이요, 사려하지 않고서도 아
는 것은 양지이다.”57)라고 말했다. 양능이 대부분 양지에 포함되어 다루어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인용문의 앞부분은 양지의 ‘선천성’을, 뒷부분은 양지의 ‘직관성’을 나타낸다. 이 개념은 오
랜 시간 주목받지 못하다가 북송(北宋)의 장재(張載)에 의해 잠시 조명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정(二程)을 비롯해 주희와 진순(陳淳)에 이르기까지, 양지는 리(理)나 성(性) 등의 개념에 비해
매우 낮은 위상을 가졌다. 그들은 때로 인간 본성의 선함을 설명할 때 양지를 언급하기는 하
였으나, 그 이상 상세하게 논의하지 않았다. 결국 양지가 주목받은 것은, 이 개념을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내재한 마음[本心]으로 이해했던 남송(南宋)의 육구연을 지나,58) 명(明)의 왕수인
에 이른 뒤에야 이루어진 일이었다. 왕수인은 양지를 인간의 도덕심과 연결시킴으로써 자신의
사유를 압축시켜 나타내는 핵심 키워드로 사용했다.
심외무리(心外無理)와 심외무사(心外無事)를 통해 마음이 곧 진정한 자기[眞己]의 원천이라
는 점을 강조했던 왕수인은 만년에 치양지(致良知)를 채택한 뒤, “나의 이 양지 두 글자는 천
고의 성인(聖人)들이 서로 전한 한 점의 적골혈(滴骨血)이다.”59)라고 하여 강한 자부심을 드러
내었다. 왕수인의 양지는, 그가 ‘항상 비추는 존재[恒照者]’라고 했을 만큼, 맞닥뜨리는 사물과
사태를 공정하게 투영하여 시의에 적절한 조리(條理)를 판단할 수 있게끔 하는 원천으로 기능
한다. 이것은 인간의 발달 단계와는 상관없이 우리 마음에 선천적으로 갖추어진 도덕적인 능
력이다. 그래서 아이반호(P. J. Ivanhoe)는 왕수인의 양지는 ‘완전한 앎(pure knowing)’이라고
규정하였다.60)
왕수인의 사유 안에서, 천지만물을 논의할 때로부터 인간의 감각이나 감정을 논의할 때까
지 모두 이 양지가 핵심이 된다. 천지만물은 내 마음의 양지에 의해 적절한 의미를 지니게 되
고, 감각 역시 선천적인 양지의 작용이며, 감정은 양지에 어긋나지 않을 때 올바른 것이 된다.
즉, 양지는 도덕적 가치의 실현과 관련된 행위 일체에서 무소부지(無所不知)이면서 무소불능
(無所不能)의 작용을 구비한 완전무결의 자족적 실체인 것이다.61) 이와 같이 통합적이고 역동
57) 孟子, 盡心: 人之所不學而能者, 其良能也, 所不慮而知者, 其良知也.
58) 陸九淵集 卷1 ‘與曾宅之’: 孟子曰, 所不慮而知者, 其良知也, 所不學而能者, 其良能也. 此天之所與我者. 我
固有之, 非由鑠外我也. 故曰, 萬物皆備於我矣, 反身而誠, 樂莫大焉. 此吾之本心也, 所謂安宅正路者, 此也. 所
謂廣居正位大道者, 此也. 古人自得之, 故有其實.
59) 王陽明全集 卷34 年譜2 : 我此良知二字, 實千古聖聖相傳一點滴骨血也.
60) P. J. Ivanhoe, Confucian Moral Self Cultivation(Indianapolis: Hackett, 2000), p. 68.
61) 황갑연, 주자와 양명 공부론의 종합 가능성에 관한 연구 , 철학연구 제16집(대한철학회, 2008), p. 433.
; 김영건, 양지의 자가 치유 메커니즘 , 동양철학연구 제73집(동양철학연구회, 2013), pp. 348-349.

 

 

적으로 작동하는 양지는 한 인간에게서 ‘도덕적 직관(moral intuition)’의 형태로 운용된다. 왕
수인은 양지를 통하여 선악이 저절로 분별되며, 생각의 옳음과 그름, 간사함과 바름 역시 양
지가 스스로 알지 못하는 것이 없다고 하였다.62) 이것은 선천적인 양지로 인해 인간이 사물
과 사태에 부합하는 올바른 이치를 자연스럽게 직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당신
의 한 점 양지가 바로 당신의 준칙이다. … 당신이 양지를 속이려 하지 않고 성실하게 그것에
의지하여 행동한다면, 선은 보존되고 악은 제거될 것이다.”63)라고 하면서, 선천적인 양지의 도
덕적 직관 작용을 분명히 하였다.
하지만 그는 양지가 이처럼 도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이것은
왕수인이 양지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있었기 때문이지만, 이 개념의 도덕적 성격과 사회적
교화의 기능을 약화시키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였다. 왕수인 사후, 그의 교법에 대한
왕기(王畿)와 전덕홍(錢德洪)의 논쟁 심화는 양명학 속에 내재되어 있던 ‘본체 중시’ 경향과
‘공부 중시’ 경향의 분열 또는 구체화로 이해된다.64) 이 중 내 마음의 양지라는 본체 중시 경
향이 양명좌파(陽明左派)로 발전되어 양명학의 개성적 전개를 보여주었다. 실제 양명좌파에
의해 양지 개념이 변용될수록 공부에 대한 내용은 더욱 간단하고 쉬워졌으며, 그 직관적 성격
은 보다 더 부각되었다. 가령 왕기는 “만 가지 욕구가 들끓는 상황에 처해도 그것을 일념(一
念) 양지로 되돌리기만 한다면 참된 옳고 그름이 환히 밝혀질 것이다.”65)라고 하였고, 왕간(王
艮)은 “천하의 공부에서 오직 성인(聖人)의 공부만이 좋은 공부이니, 조금의 노력을 하지 않
아도 끝없는 쾌락이 있다. 조금이라도 힘을 들여야 한다면 성인의 공부가 아니다.”66)라고 함
으로써, 공부 중시의 경향을 더욱 약화시켰다. 왕기, 왕간의 양지 개념에 도덕적인 내용이 전
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지금 이 순간에 본래 그대로의 완전한 양지가 아무런 전화(轉
化) 과정 없이도 그 자체로 현재 의식으로 드러나 자기 전개와 실현의 주체로 활동하고 있다
는 현성(現成) 양지를 제창함으로써, 욕구와 욕망의 발현을 그대로 인정하게 하는 사상적 분
위기를 창출했다.67) 그리고 이것은 나여방(羅汝芳)의 적자지심(赤子之心)과 이지(李贄)의 동심
(童心) 개념으로 이어져, 기능적 직관의 강조, 도리(道理) 부정 등의 사고방식을 낳았다.
요약하자면, 왕수인과 그의 사상을 계승한 양명좌파의 학자들은 인간의 마음과 이 마음에
내재되어 있는 양지를 대단히 강조하였다. 이들은 내 마음의 양지를 중심으로 만사만물(萬事
萬物)을 통합하였고, 인간의 본성이나 세상의 이치 역시 모두 이 양지에서 비롯된다고 보았던
62) 傳習錄中: 良知只是一個良知, 而善惡自辨, 更有何善何惡可思. … 蓋思之是非邪正, 良知無有不自知者.
63) 傳習錄下: 爾那一點良知, 是爾自家的準則… 爾只不要欺他, 實實落落依着他做去, 善便存, 惡便去.
64) 최재목, 동아시아의 양명학(서울: 예문서원, 2000), p. 90.
65) 明儒學案 卷12 郎中王龍溪先生畿: 當萬欲騰沸之中, 若肎反諸一念良知, 其眞是眞非, 炯然未嘗不明.
66) 明儒學案 卷32 處士王心齋先生艮: 天下之學, 惟有聖人之學好學, 不費些子氣力, 有無邊快樂. 若費些子氣
力, 便不是聖人之學.
67) 정지욱, 왕용계의 양지 현성론 , 양명학 제6호(한국양명학회, 2001), pp. 151-152.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일상과 그 일상에서 발생하는 욕구⋅욕망에 대해서도 상당히 낙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이는 성선의 단서를 형이상학적인 리나 태극(太極)에서 찾으려
하지 않고, 근본적으로 우리의 마음에서 찾으려 했던 양명학이 궁극으로까지 나아간 결과이
다. 그러나 왕수인이 강조했던 양지의 도덕적 성격은 시간이 흐를수록 약화되었고, 결국 황종
희(黃宗羲) 같은 학자들에 의해 양명좌파가 부정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그렇다면 조선 시대
의 정제두는 이런 부분을 어떻게 극복하였을까? 정제두는 양지를 구조적으로 이해함으로써
이 개념의 도덕적 성격을 강화하는 방향을 채택하였다. 그리고 그 설명을 위해 ‘생리(生
理) 중심의 리 삼중 구조’를 제시하였다. 그는 양명학자로서는 특이하게도 리를 상세하게 언
급했을 뿐 아니라, 세 개의 층위로 파악하였다. 그리고 물리(物理)-생리(生理)-진리(眞理)의
삼중 구조 중 특히 뒤의 두 개념들을 통해 양지의 생동성과 도덕적 성격을 설명하였다. 먼저
리의 삼중 구조에 대해 살펴보자.68)
정제두가 제시한 리의 삼중 구조 안에서 가장 낮은 위상을 차지하는 것은 물리(物理)이다.
물리는 사물과 사태의 조리에 해당하는 것으로, 그의 사유 안에서 중요한 지위를 확보하지 못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조리에 집착할 때 발생한다. 정제두는 많은 정주학자들이 특정 조리
를 고정된 리[定理]로 규정하고 여기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에 학문의 본령[心]
을 잃어버렸다고 보았다. 그래서 “어찌 유독 대학 가운데 단지 하나의 ‘물(物)’자가 있는 것
에 집착해, 천 가지 경서들과 만 가지 교훈들을 덮어버리는가?”69)라고 비판했던 것이다.
이런 비판 위에, 정제두가 가장 자주 언급하였으며 또 비중 있게 다룬 것이 바로 생리(生
理)이다. 생리는 초목금수로 대변되는 여타 존재들과 인간을 구별시켜주는 것으로서, 정제두
는 이 개념을 인(仁), 명덕(明德), 측은지심(惻隱之心) 등과 연결하여 설명하기도 하였다. 그런
데 그가 생리라는 표현을 사용했던 까닭은 무엇보다 이 개념이 마음의 생명력과 능동성을 잘
나타내기 때문이다. 즉, 생동하는 우리 마음의 생리로부터 모든 이치가 발출된다는 것이다. 만
일 생리가 사사로움으로 가려지지만 않는다면, 여기에서 나오는 이치는 중도(中道)에 어긋나
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이런 생리의 작용을 거울[鑑]과 저울[衡]에 비유하기도 했고, “사람이
모두 요순(堯舜)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생리 때문이고, 노자[老氏]의 죽지 않는다거나, 석가[釋
氏]의 멸하지 않는다는 것도 모두 이 생리 때문이다.”70)라고 하여 매우 강조했던 것이다.
68) 정제두가 리를 그 성격에 따라 세 가지 용어로 나누어 제시하였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김
교빈( 하곡철학사상에 관한 연구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1992), pp. 15-37.)은 ‘중층 구조’라
고 명명하면서, 물리를 제외한 생리와 진리만을 가치론적으로 구별하여 설명하였다. 그리고 이상호(양명
우파와 정제두의 양명학(서울: 혜안, 2008), pp. 135-200.)는 ‘리삼분설’이라고 명명하면서, 정제두의 사유
는 세 가지의 리 중 진리를 중심으로 하기에 양명우파(陽明右派)적 특질을 지니게 되었다고 풀이하였다.
논자는 김교빈과 이상호의 구조화를 인정하지만, 정제두의 본래 의도는 생리를 중심으로 하되 생리의 활
동 영역과 도덕적 완전성을 부각시킬 때 각각 물리와 진리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고 본다. 따라서 ‘생리
중심의 리 삼중 구조’라는 명칭을 채택하였다.
69) 存言下: 何可獨以大學中只有一物字, 執之以蔽其千經萬訓邪.

 

 

그러나 정제두는 생리를 논의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진리(眞理)를 언급하였다. 이것은 리의
삼중 구조 안에서 범위로 보자면 가장 협소하지만 가치로 보자면 제일 중요하다. 왜냐하면 진
리로 인해 정제두의 사유는 양명좌파와는 다른 행보를 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모든
이치[凡理] 가운데서 생리를 주장하고, 생리 가운데서 진리를 골라야만 이것이 이치가 될 수
있는 것이다.”71)라고 하였다. 이 진리는 생리의 진체(眞體)로서, 활발하게 작동하는 생리가 도
덕적인 성격을 확보할 수 있게 해주는 핵심이다. 이런 까닭에 정제두는 진리를 진실한 리[眞
實之理], 무극의 극[無極之極], 천연의 본체[天然之體], 고유한 중도[固有之中] 등이라 하여 중
요하게 다루었던 것이다.
정리하자면, 정제두는 리의 삼중 구조를 통해 마음의 작용[用]과 본체[體]를 설명하고자 했
다. 물리-생리-진리 가운데 마음의 생동적인 작용을 설명하는 용어가 바로 ‘생리’이다. 그리고
이 생리의 외연이 넓게 확장된 것이 시의적절한 조리로서의 ‘물리’이다. 정제두가 부정했던 것
은 특정 조리를 고정된 리[定理]로 보아 거기에 집착하는 당시의 세태였지, 물리 그 자체를
부정적으로 본 것은 아니었음에 유의해야 한다. 또한 생리의 작용이 일반적인 사태가 아닌 도
덕적인 사태에 대해서도 마땅한 중도를 채택할 수 있게 하는 원인이 곧 ‘진리’이다. 사실 정제
두가 가장 빈번하게 언급하고 비중 있게 다루었던 것은 생리였다. 만일 마음 그 자체를 뜻하
는 생리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진리는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그는 생리가 지향해야 하는 도
덕적 완전성을 진리라는 용어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제두는 생리 중심의 리 삼
중 구조를 전제로, 어떻게 양지를 이해하였을까? 그것은 이 구조를 양지의 체용론(體用論)과
연결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부분이 그의 사상의 특이점이다.
정제두는 기본적으로 왕수인의 양지 개념을 수용한다. 그래서 “왕씨(王氏)는 마음을 리로
삼았으니, 곧 양지이다. 이 마음의 양지는 체(體)가 된다. 무릇 사물의 작용은 용(用)이 되는
데, 이것을 사물의 리라고 일컫는다. 그런데 리는 모두 마음에 갖추어져 있고 마음에는 저절
로 양지가 있기에 알지 못하는 리가 없다.”72)라고 하였던 것이다. 인용문 가운데 이미 체로서
의 양지가 행하는 용의 모습이 나타나 있지만, 정제두는 <양지도(良知圖)>를 그려서 이 개념
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켰다. 이 <양지도>는 세 개의 동심원으로 구성된 그림으로, 정제두의
양지론이 압축되어 있다고 평가되어 일찍부터 주목받았다.
<양지도>를 분석해보면, ⓐ 가장 바깥의 큰 원은 천지만물권인데, 정제두는 이 권역에 대
해 모든 것이 마음이요 양지이고, 내 마음의 양지로부터 발출되는 만사만물에 대한 시의적절
한 조리가 천지만물권의 내용이라고 보았다. ⓑ 이 천지만물권보다 작은 원은 마음의 작용[心
70) 存言上: 萬事萬理皆由此出焉, 人之皆可以爲堯舜者卽以此也, 老氏之不死, 釋氏之不滅, 亦皆以此也.
71) 存言上: 於凡理之中主生理, 生理之中擇其眞理, 是乃可以爲理矣.
72) 存言下: 王氏以心爲理, 卽良知也. 心之良知爲體. 凡事物作用爲用, 而謂事物之理. 理皆具於心, 心自有良
知, 未有不知之理.

 

 

之情, 心之發]권인데, 그는 이 권역이 ‘양지의 용[良知之用]’에 해당한다고 보았으며, 사단칠정
(四端七情)을 구체적인 내용으로 지적하였다. ⓒ 가장 작은 원은 마음의 본체[心之性, 心之本
然]권인데, 그는 이 권역이 ‘양지의 체[良知之體]’에 해당한다고 보았으며, 인의예지(仁義禮智)
를 구체적인 내용으로 지적하였다.73)
그런데 정제두는 이 같은 양지의 구조를 앞서 살펴보았던 리의 세 가지 층위와 연결시켜
더욱 공고히 하였다. 그 중 천지만물권과 물리가 결국 양지의 활동 권역이 크게 확장된 것임
을 고려할 때, 본 연구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양지의 용과 생리’의 관계 및 ‘양지의 체와
진리’의 관계이다. 먼저 양지의 용과 생리의 관계를 살펴보자면, 정제두는 왕수인이 말한 양지
는 마음의 본체이자 인이요 특히 생리라고 보았다. 그래서 “대개 사람의 생리는 밝게 깨닫는
바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두루 흐르고 통달하여 어둠이 없게 되고, 이에 측은⋅수오⋅사양⋅시
비하여 못하는 것이 없게 된다. 이것이 고유한 덕이자, 이른바 양지이며 인이다.”74)라고 하였
던 것이다. 정제두는 양지를 리의 삼중 구조와 연결시킬 경우 대부분 생리와 연결시키는데,
그 이유는 생리라는 용어가 양지의 생동적인 성격을 가장 잘 나타내기 때문이다. 실제 양명학
에서 규정하는 양지는, 이것이 사욕으로 가려지지만 않는다면 알지 못하는 것이 없다. “그 양
지가 (사사로움 없이 사물에) 이르게 하기를 다한다면, 생각하지 않고 힘쓰지 않고서도 마치
강하가 터진 듯 (만사만물에 적절한 조리가) 시원하게 흘러나가게 된다.”75)라고 했던 정제두
의 언급은 생리로 풀이된 양지의 생명력과 활동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정제두는 양명학의 폐단에 대해서도 분명 직시하고 있었다. 그래서 왕학(王學)의 병
이라고 지칭하면서 말하기를, “꿈속에서 홀연 치양지의 학문이 매우 정교하지만, 대체로 그
폐단은 감정을 내버려두고 욕망을 멋대로 할[任情縱欲] 우려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
다.”76)라고 하였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그는 양지의 체와 진리를 연결시킴으로써 이 임정종
욕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정제두는 “양지는 영명(靈明)의 근본으로 말하면 상제[帝]이고,
그 알고 깨닫는 작용으로 말하면 화공(化工)이니, 곧 하나의 마음을 일컫는 것이다.”77)라고 하
였다. 여기서 화공이 양지의 용이자 생리를 말한다면, 상제는 양지의 체이자 진리를 가리키는
것이다. 이것은 사람에게 충만한 생기(生氣)의 근원이자 밝은 덕[明德]으로서, 인이나 측은지
심으로도 표현되는 인간의 도덕심을 의미한다. 물론 양지의 체와 용이란 실질적으로는 구별될
73) 이렇게 구분해서 언급하면 마치 천지만물권이 우리의 마음과 별도의 것처럼 보이지만, 사물과 사태에 대
한 조리가 결국 내 마음의 양지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천지만물권은 양지의 작용이 그 외연을
우주적인 범위로 확장한 것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서 정제두는 천지만물권의 여백에 일체
무간(一體無間)이라 하여, 모든 것에는 사이가 없다고 적어놓았던 것이다.
74) ‘與閔彥暉論辨言正術書’: 蓋人之生理, 能有所明覺, 自能周流通達而不昧者, 乃能惻隱能羞惡, 能辭讓是非, 無
所不能者. 是其固有之德, 而所謂良知者也, 亦卽所謂仁者也.
75) ‘與閔彥暉論辨言正術書’: 致其知而無不盡, 不思不勉, 正所謂沛然若決江河者也.
76) 存言下: 夢中忽思得王氏致良知之學甚精, 抑其弊或有任情縱欲之患.
77) ‘答閔誠齋書’: 良知者, 以其靈明之軆言之則帝也, 以其知此覺此之用言之則化工也, 卽一心之謂也.

 

 

수 없는 하나이다. 그럼에도 정제두는 특히 양지의 체와 진리를 연결시킴으로써, 양지 개념의
도덕적 성격을 한층 강화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요컨대 정제두는 체용론을 통해 양지를 구체화하였으며, 이를 다시 리의 삼중 구조와
연결시켜 체계성을 보다 더 강화하였다. 특히 양지의 용은 생리와, 양지의 체는 진리와 매
듭지음으로써, 양지가 보여주는 생동성과 함께 도덕적인 성격까지 확보한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부분이 정제두와 왕수인의 견해, 좀 더 포괄적으로는 한국양명학과 중국양명학이 갈
라지는 지점이다. 정제두가 이렇게 ‘양지를 구조적으로 이해’하면서 자연스럽게 ‘도덕적 성격
을 강화’했던 까닭에, 그의 사상에는 이 개념을 중심으로 도덕 실천의 주체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가능성이 풍부하다. 따라서 다음으로 정제두가 제시하는 수양의 목표와 그 방법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2) 마음의 수렴과 발산에 근거한 밝은 깨달음
유학자로서 정제두가 제시하는 수양의 목표는 당연히 성인(聖人)이지만, 보다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도덕적으로 깨어 있는 상태’, 즉 명각(明覺)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명각에 대해
사덕의 지(智)라고 하였고, 생리가 때에 맞추어 변별하는 것이라고도 하였다.78) 또 내 마음의
양지가 활발하게 작동함으로써 얻게 되는 것이라고도 하였다. 그래서 “사람의 생리는 밝게 깨
달은[明覺] 바가 있기에, 자연스럽게 두루 흐르고 통달하여 어둠이 없다. 이에 능히 측은⋅수
오⋅사양⋅시비하여 못하는 것이 없게 되니, 이것이 그 고유한 덕으로서 소위 양지이며 인이
다.”79)라고 말했던 것이다. 정리하면, 명각이란 내 마음 양지의 존재를 자각하고, 여기에 비
추어 도덕적 사태를 포함한 만사만물에 대해 적절한 이치를 판단할 수 있는 도덕적 실천
주체를 가리킨다.
여기에 더해 정제두는 “명각의 체는 사물이 느껴질 때 자연히 비치는 것이다.”80)라고 하면
서, 밝은 깨달음이 드러나는 방식을 ‘무위(無爲)’라고 하였다. 왜냐하면 밝게 깨달아서 아무 것
도 하지 않는 것 같은데도, 동시에 자연스럽게 사물과 사태에 감응하여 모두 다 마땅하게 대
처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명각의 무위란 활발하게 감응하고 통하면서도[感而遂通], 고요하여
움직이지 않는[寂然不動] 양지의 활동 방식인 것이다. 만일 무위할 수 있는 명각의 상태에 도
달한다면, 이 단계에서는 콜버그를 위시한 수많은 도덕 심리학자들이 고민하던 ‘우리는 왜 도
덕적으로 행동해야 하는가?’와 같은 메타적인 물음이 저절로 해소된다. 따라서 정제두가 제시
하는 명각은, 도덕과 교육의 목표라는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내용 요소이다.
78) 存言中: 智者明覺之妙, 理之辨別也.
79) ‘與閔彥暉論辨言正術書’: 人之生理, 能有所明覺, 自能周流通達而不昧者. 乃能惻隱能羞惡, 能辭讓是非, 無所
不能者, 是其固有之德, 而所謂良知者也, 亦卽所謂仁者也.
80) 定性書解: 明覺之體, 自照於物感;

 

 

하지만 명각이 도덕과 교육에서 더욱 큰 의미를 가지는 까닭은, 이 개념이 함의하는 바가
도덕과 교육의 목표인 ‘도덕적 실천 주체’의 특징들을 정리하는 데 도움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명각에 함의된 도덕적 실천 주체의 대표적 특징은, 인간의 보편성을 믿으며, 소통[感通⋅感應]
의 가능성을 신뢰한다는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현대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는 나와 나
이외 인간들의 다름으로부터 발생하는 ‘사용 가치(utility value)’를 특별히 강조한다. 물론 신
체적 특질에서 능력적 특질에 이르기까지 모든 인간들은 다르고, 이로부터 발생하는 차이점들
을 인지하고 있는 것은 경쟁 사회 속 개인의 생존에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나와
나를 제외한 인간들이 완전히 다르기만 한 존재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인
간이라는 보편성’으로 인하여 서로 관계를 맺고 소통할 수 있으며, 바로 여기에서 도덕의 성
립 가능성이 도출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덕적으로 깨어있는 명각의 상태는 인간이라면 보편
적으로 지니고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양지의 존재를 인정한다. 따라서 인간의 보편적인 도덕
심을 전제로 한 상호 소통의 근거를 제공한다.
명각에 함의된 도덕적 실천 주체의 또 하나의 특징은, 스스로에 대한 도덕적 충만감을 지
향한다는 것이다. 사실 많은 현대인들은 자신에 대한 불만족감에 얽매여 살아간다. 우리가 끊
임없이 외적이고 결과적인 것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것은 이러한 세태를 반영한 것이다.
이 시점에서 정제두의 “밖에서 구하지만 자기에게서 얻는 것이 없는 까닭에, 비록 혹 큰 데서
얻는다고 할지라도 도리어 작은 데서 잃고, 한 군데서는 높아도 능히 본체에서 두루 하지 못
한다.”81)와 같은 언급에 주목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는 내 마음의 양지에 대한 자각으로부터
도출되는 도덕적 충만감을 얻지 못할 경우의 공허함을 간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통
찰에 비추어 보았을 때, 학습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게 함으로써 스스로에 대한
불만족감과 공허함에 대처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어야 할 우리 교육의 상황이란, 이미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교육의 본령으로서의 도덕과 교육에서
라도 정제두의 명각이 함의하는, 즉 자신에 대한 도덕적 충만감을 지향하는 실천 주체를 교과
가 추구하는 중요 목표로 설정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종종 도덕적 충만감으로 인해 내면이 차오르는 느낌을 경험한다. 바로 이
때, 그간 집착하고 있던 외부의 시선이나 결과들이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
닫게 된다. 정제두의 명각은 바로 이런 경험과 자각에 대한 이해를 높여준다는 점에서 도덕과
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
그렇다면 명각의 상태를 획득하기 위해 정제두가 제안한 방법론은 무엇일까? 그것이 바로
‘마음의 수렴과 발산’이다. 결론부터 제시하면, ‘마음의 수렴’이란 널리 공부함과 동시에 그
공부를 내면으로 요약하여, 양지의 존재를 자각하고 실덕(實德)⋅실리(實理)를 쌓아나가는
81) 孟子說: 求之於外而無得於己, 故雖或得於大而反失於小, 高於一處而不能偏於本體.

 

 

것이다. 그리고 ‘마음의 발산’이란 도덕적 고양감(高揚感)이라고도 할 수 있는 생동함으로
서의 양지, 곧 생의(生意)의 분출이다. 전자의 마음의 수렴이란 정제두가 단 하루도 느슨히
할 수 없고 한 순간도 빼놓을 수 없다고 했던 ‘의리(義理) 함양의 공부’로서, 사욕을 끊고 내
마음의 천리(天理)를 보존하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대한 내용을 공부하고 계속적으로 내 마
음에 비추어 요약⋅응축시킴으로써, 양지의 존재를 자각하는 것이 마음 수렴 공부의 핵심이
다. 그는 이것을 박문약례(博文約禮)라는 말로 설명하기도 하였다. “이치의 발현에 따라 (내
마음의) 천리를 보존함을 배우는 것이 박문이며, 이 마음이 천리에서 순수함을 요약하는 것이
약례”82)라는 것이다. 즉, 약례는 ‘요약하여 내 마음의 천리를 보존하는 일’ 자체이고, 박문은
‘그 천리를 보존하는 일을 배우는 것’으로, 두 가지는 분리할 수 없다. 하지만 공부의 본령은
약례이며, 이 약례가 전제된 박문⋅박학(博學)이야말로 지행의 합일로 이어진다.
정제두가 이 같은 마음의 수렴을 통해 강조하고자 했던 것은 양지를 자각한 도덕적 실천
주체에게 응축된 덕(德)이다. 그는 이것을 ‘실덕’과 ‘실리’라는 개념으로 표현하기도 하였는데,
앞의 것에 대해서는 “(아무리 많은 것을 안다 해도) 실덕에 힘쓰지 않는다면 모두 (허망한)
글귀로 돌아갈 것이니, 오직 묵묵한 데서 실덕을 이루고, 말하지 않고서도 믿을 따름이다.”83)
라고 하였고, 뒤의 것에 대해서는 “인이니, 지니, 의니 하는 것들은 모두 도이며, 실리의 조목
이다.”84)라고 하였다. 만일 실덕⋅실리를 통해 양지의 판단을 행동으로 구현한다면, 진정한 앎
[眞知], 실제적인 행동[實行], 실질적인 학문[實學]이 가능해진다. 이렇게 보자면 마음의 수렴
을 통한 실덕⋅실리의 축척 및 완성은, 도덕과 교육의 핵심인 도덕성(morality)의 형성 과정에
대한 또 하나의 설명 방식이라고도 볼 수 있다.
다음으로 마음의 발산을 살펴보자면, 이것은 ‘생의(生意)’를 꺾지 않는 것이다. ‘활발한 뜻’이
라는 생의는 본래적으로 활동하기를 좋아하고 구속받기를 싫어하는 학습자들의 기본 심리 상
태를 말하는 것인데, 왕수인 역시 이것을 강조하였다. 그는 “때를 맞추어 비가 내리고 봄바람
이 불어 초목을 적시면 싹이 움터 자라지 않을 수 없어서 자연히 나날이 자라나고 다달이 변
화될 것이지만, 만일 얼음이 얼고 서리가 내리면 생의가 쇠잔해져 날마다 말라갈 것이다.”85)
라고 하여, 학습자의 취향을 고무, 적극적으로 발산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보았다. 정제
두도 “아동을 가르칠 때는 그 기운을 꺾어서 생의를 잘라버려서는 안 된다. 오직 마땅히 순순
히 하여 그들을 인도해야 한다.”86)라고 함으로써, 왕수인의 견해를 수용하였다.
그런데 도덕과 교육의 측면에서 보자면, 생의는 도덕적으로 북돋아진 느낌, 곧 ‘도덕적 고양
감’을 말한다. 왜냐하면 생의의 시의적절한 표출이란 양지의 체, 다시 말해 리의 삼중 구조에
82) 學辨: 隨其理之發見而學存天理, 是博文也, 其要是心之純乎天理, 則是約禮也
83) 門人語錄: 若不務實德, 盡歸文具, 唯在默而成之, 不言而信而已矣
84) 中庸(2) : 仁也知也義也皆道也, 皆實理條目也.
85) 傳習錄中: 時雨春風, 霑被卉木, 莫不萌動發越, 自然日長月化, 若冰霜剝落, 則生意蕭索, 日就枯槁矣.
86) ‘壬戌遺敎’: 凡敎兒童, 不宜摧殘其氣, 以折生意, 惟當順以導之.

 

 

서 가치론적으로 가장 중요한 도덕적 진리를 전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양감은 그 성격상
신속히 발산하지 않으면 곧 사라진다. 그래서 정제두는 “마음[心體]이란 본래 알지 못하는 것
이 없는데, 단지 사람이 그것을 끝까지 이르게 하지 못했을 뿐이다.”87)라고 하면서, 내 마음의
양지가 사욕의 방해 없이 사물과 사태에 투영되기를 끝까지 미루어 나간다면, 도덕적 이치를
포함해 중도에 합당한 조리가 마치 강하가 터진 듯 막힘없고 시원하게 흘러나가게 된다고 했
던 것이다. 이는 정제두가 도덕적 고양감으로서의 생의를 적극 발산시킬 것을 강조하였음을
나타낸다.
정제두가 “양지는 생생하여 쉬지 않는 것으로, 이것이 곧 성체(性體)이다.”88)라고 말했던 것
처럼, 양지는 본래 매우 생동적인 것이다. 그런데 마음의 수렴을 통해 그 생동적인 양지를 자
각하게 되면, 자체로 이미 발산하고 있던 양지의 존재가 더욱 뚜렷하게 다가온다. 여기에서
양지의 발산을 막지 않고 확충시킴과 동시에 끊임없이 양지에 비추어 실덕⋅실리를 수렴한다
면, 도덕과 교육의 목표인 도덕적 실천 주체의 완성에 보다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상으로 본 절에서는 한국양명학의 독자성과 주체성을 드러내면서도 도덕과 교육 내로 수
용할 만한 내용 요소를 추출한다는 목적 아래, 정제두 사상의 핵심들을 살펴보았다. ⓐ 먼저
‘리의 삼중 구조에 근거한 양지 이해’를 통해 중국양명학과의 차이점을 부각시켰고, ⓑ 이어서
‘마음의 수렴과 발산에 근거한 밝은 깨달음’을 통해 도덕과 교육에서 유념해야 할 공부의 목
표와 방법에 대해 살펴보았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은, 이 같은 내용들의 이면에 자리
하는 정제두의 ‘인간 존재의 도덕적 가능성에 대한 신념’이다. 그는 결국 이 신념에 정초해 학
문 체계를 수립했기 때문이다. 이제 본 장의 마지막 절에서는,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들을 윤
리와 사상 교과서 내로 수용하기 위해, 보다 쉬운 언어로 변환해 제시할 것이다.
3. 교과서로의 수용 방안 모색
정제두의 사상을 윤리와 사상 교과서 내로 수용하는 과정에서 사상적으로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들은 앞서 여러 차례 지적하였다. 윤리와 사상을 통해 달성하려는 도덕과의 목표를
중심에 두고, 이미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는 여타 사상들과의 관계 및 분량 문제, 그리고 내용
선정 상의 적정성⋅타당성⋅정확성⋅참신성⋅중립성 및 표현의 정확성⋅가독성 등을 고려할
때,89) 정제두와 강화학파를 중심으로 하는 한국양명학의 내용은 다음과 같이 변환되어 기술
될 수 있음을 제안한다.
87) ‘與閔彥暉論辨言正術書’: 夫心體本無有不知, 惟人不能致之耳.
88) 存言中: 其良知生生不息也, 此乃性體也.
89) 김국현, 도덕과 교과서 선정 평가기준 연구 , 윤리교육연구 제18집(한국윤리교육학회, 2009), pp. 35-36.

 

 

조선의 성리학적 학문 분위기에서 양명학은 이단으로 배척되었지만, 정제두(鄭齊斗, 1649-1736)
의 등장과 강화학파의 형성에 의해 나름의 학맥을 형성하였다. 정제두는 왕수인과 달리 양지를 좀
더 구조적으로 이해하면서, 이 개념의 도덕적 성격을 강화했다. 특히 생리(生理)와 진리(眞理)라는
두 용어를 통해 양지를 설명하였는데, 생리를 통해서는 마음의 생동적인 작용을, 진리를 통해서는
그 생동적인 마음이 지향해야 하는 도덕적 완전성을 강조했다. 그가 양지를 이렇게 이해한 이유는,
양명학이 인간의 마음을 과도하게 신뢰함으로써 사사로운 욕구와 욕망마저 긍정하는 결과를 낳게
될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꿈속에서 홀연, 치양지의 학문이 매우 정교하지만 대체로 그 폐단은 감정을 내버려두고 욕망을
멋대로 할[任情縱欲] 우려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 정제두, 존언
그는 공부의 과정에서 양지의 자각과 내면의 성찰을 통해 우리 마음에 실덕(實德)⋅실리(實理)
를 쌓아나가야 한다고 강조하였으며, 이 실덕⋅실리를 사태에 따라 능동적으로 드러내는 마음의
발산 역시 중요하다고 보았다. 또한 앎과 행함의 일치[知行合一]를 위해서는 명분보다 실질이 우선
해야 한다고 보았기에, 청나라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당시 지식인들의 배타적 입장과 달리 적극적
인 인정과 외교를 강조했다.
한편 정제두가 강조했던 양지와 실(實)의 개념은 그의 사상을 계승한 강화학파를 통해 이어졌
다. 그들은 정치보다는 사학과 서예, 문학 등의 국학(國學)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였으며, 그 과
정에서 실학의 태동이나 개화사상, 애국계몽운동의 형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 첫째 단락에서는, 당시의 학문 분위기 속에서 정제두와 강화학파가 지니는 사상사적 위
치를 밝히고, 정제두와 왕수인의 양지 이해가 어떤 점에서 다른지 보이고자 하였다. 또한 정
제두의 주저인 존언 에서 한 구절을 발췌하여 제시함으로써, 그의 양지 이해에서 나타나는
독특함을 드러내었다. ⓑ 이어서 둘째 단락에서는, 마음의 수렴과 발산이라는 그의 공부법을
소개하고, 명분보다 실질을 중요하게 여기는 정제두의 입장이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대청관(對淸觀)을 통해 간략하게 나타냈다. ⓒ 끝으로 셋째 단락에서는, 강화학파가 정제두 사
상의 어떠한 부분을 계승하였고, 주로 어느 분야에서 활동하였으며, 이후 사상사의 전개에 미
친 영향은 무엇인지 드러내었다.
본 장에서는 먼저 ‘2009 개정 도덕과 교육과정’에 근거해 제작된 5종의 윤리와 사상 검정
교과서들의 내용 중 한국양명학 부분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적지 않은 문제점이 있다는 결
론을 도출하였다. 뒤이어 한국양명학의 독자성과 주체성을 나타내려면 정제두의 사상 가운데
어떤 부분을 추출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찰한 뒤, 교과서의 양식에 맞추어 보다 쉬운 언어로
요약, 제시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하나의 안(案)일 뿐, 좀 더 다듬어질 필요성이 있다. 다만 한
국양명학과 관련된 새로운 내용들을 교과서 안으로 오류 없이 올바르게 도입하기 위한 과
정이자 고민이라는 점에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Ⅳ. 맺음말
지금까지 본 연구에서는, 도덕과 교육과 관련해 한국양명학에서 발견할 수 있는 내용 요소
들을 탐색하고 그 수용 방안을 고찰한다는 목적 아래, 정제두의 사상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
하였다. 우선 최근 도덕과 교육의 쟁점들을 제시하고, 정제두의 사상과 이 쟁점들이 만나는
지점들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의 사상은, ‘인성의 강조’와 관련해서는 도덕과 교육에 부합하는
인성의 정의(定義) 문제에 대해, ‘직관의 부활’과 관련해서는 사회적 직관주의에서 말하는 환
원론적이고 기술적인 방식의 인간 이해에 대해, ‘명상의 적용’과 관련해서는 마음의 고찰과 깨
달음의 문제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있었다. 그리고 이것을 모두 관통하는 것은 정제두의 ‘인
간 존재의 도덕적 가능성에 대한 신념’이었으며, 그 신념은 마음, 생리, 양지 등의 개념으로
표현되었다.
다음으로 ‘2009 개정 도덕과 교육과정’에 근거해 제작된 5종의 윤리와 사상 검정 교과서
들의 내용 중 한국양명학 부분을 비판적으로 검토하였다. 그래서 교과서에 수록된 정제두와
강화학파의 내용에는 사상사의 흐름과 맞지 않는 내용 배치의 문제가 있고, 정제두의 사상이
소략하게 다루어지거나 아예 누락되었다는 문제가 있으며, 내용상의 오류 및 지나친 일반화의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였다. 이런 문제의식에 근거해, 한국양명학의 독자성과 주체성을 드러내
기 위해서는 ‘리의 삼중 구조에 근거한 양지 이해’ 및 ‘마음의 수렴과 발산에 근거한 밝은 깨
달음’이라는 정제두 사상의 핵심 내용들이 도덕과 교육으로 도입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
다. 그리고 그 내용들을 교과서로 수용할 때 참조할 수 있는 안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후속 연구들을 통해 보완될 필요성이 있다. ⓐ 첫째, 제Ⅱ장
에서 살펴보았던 인성, 직관, 명상의 세 가지 주제들 각각과 정제두 사상의 연결성을 보다 심
층적으로 논의할 필요성이 있다. ⓑ 둘째, 한국양명학의 내용들을 단지 이론적인 측면이 아닌
도덕과 교육의 실천적인 측면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규명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이상의 과제들은 다른 지면을 통해 개진할 것을 약속드리며, 본 연구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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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The Study about the Elements of Korea Yang-Ming Studies
Related to Moral Education and How to
Accommodate Them into Moral Education
: Focusing on Ha Gok, Jung Je-Doo’s Thoughts
Kim, Min-Jae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analyze the elements of Korea yang-ming studies
which can be used for moral education and seek ways to accommodate them into moral
education. In other words, this study was conducted with the aim to identify the nexus
between many controversial issues in moral education and Korea yang-ming studies,
improve the status of Korea yang-ming studies relating to the moral education, identify
and accommodate the elements in conjunction with moral education. First, the author of
this paper addressed the interface between the recent controversial subjects(personality,
intuition and meditation) and the thoughts of Jung, Je-Doo. His thoughts alluded to: ①
the definition of personality fit for moral education in relation to ‘the emphasis of
personality’, ② the reductionism ways to understand people referred to in Social
Intuitionist Model(SIM) in relation to ‘the resurrection of intuition’ and ③ the
contemplation on our minds and an understanding of wholeness in relation to ‘the
application of meditation’. Next the author proved the validity of the information relating
to Korea yang-ming studies contained in the 5 types of Ethics and Thoughts textbook
and particularly selected the elements in the thoughts of Jung, Je-Doo required to be
accommodated into the textbook urgently. First of all the author highlighted the
differences between Korea and China yang-ming studies on the by way of ‘understanding
Yangjee based on the threefold structure of principles’ and then addressed the objectives
and methods of moral education on the basis of ‘the enlightenment based on the
convergence and divergence of minds’, and then converted those elements into the
language for learners to accommodate them into the textbook.

 

 

Key words: Korea Yang-Ming Studies, Jung, Je-Doo, Yangjee, personality, intuition,
meditation, Ethics and Though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