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詩(다시) - 정약용(丁若鏞)

2017. 8. 2. 15:46

茶詩(다시) - 정약용(丁若鏞)

 

雨後新茶如展旗(우후신다여전기) : 비 갠 뒤 새 찻잎 깃발인 양 피어나니

漸修治(다구다전점수치) : 차부엌 차멧돌 살펴야 하겠구나

東方自古無茶稅(동방자고무다세) : 동방엔 예부터 차 세금 없었거니

不怕前村犬吠時(불파전촌견폐시) : 앞마을 개 짖는 소리 두려워 마라

 

비온 뒤 찻잎 싹이 돋아난 것을 보고 지은 시이다. 비온 뒤 돋아난 이 싹을 법제하여 향그런 차를 끓일 것이니 茶具를 미리 살펴야겠다는 시인의 마음에는 잔잔한 기쁨과 설레임이 엿보인다. 혹여 차 세금이라도 걷어갈까 염려도 되겠지만 동방에선 그런 일 없을 것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찻세를 내지 않은 것은 아니다. 김종직의 <점필재집>에 '나라에 바칠 차가 경상도 함양에는 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해마다 백성에게 찻세가 부과되었다'라고 한 것을 보면 찻세가 있었던 것이다. 다산이 남긴 대부분의 다시는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할 때 읊은 것이다. 그와 얽힌 차로는 햇볕에 쬐어 말린 일쇄차(日曬茶), 다산(만덕산) 밑에 있는 만덕리 주민들에게 만드는 법을 전수한 만덕차가 있다. 또한 다산은 긴 유배생활을 마치고 강진을 떠날 때 다산 초당에서 가르친 제자들과 <茶信契>를 만들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