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론(齊物論)-장자(莊子)

2017. 4. 17. 11:07한문기초書

제물론(齊物論)-장자(莊子)


南郭子綦隱机而坐(남곽자기은궤이좌) : 남곽자기가 책상에 기대어 앉아 있다가

仰天而噓(앙천이허) : 하늘을 우러러 보며 빙그레 미소지었다.

荅言似喪其耦(답언사상기우) : 육신이해체되어 흡사 몸이라는 짝을 버린 듯했다.

顔成子游立侍乎前曰(안성자유립시호전왈) : 안성자유가 앞에서 모시고 있다가 물었다.

何居乎(하거호) : "무슨 까닭입니까?

形固可使如槁木(형고가사여고목) : 육신을 마른 장작 같게 하고

而心固可使如死灰乎(이심고가사여사회호) : 마음을 참으로 불꺼진 재와 같게 할 수 있습니까?

今之隱机者(금지은궤자) : 지금 책상에 기대어 계신 모습은

非昔之隱机者也(비석지은궤자야) : 예전의 그 모습과는 아주 다릅니다."

子綦曰(자기왈) : 남곽자기가 대답했다.

偃不亦善乎(언불역선호) : "언아, 어리석구나,

而問之也(이문지야) : 그런 질문을 하다니!

今者吾喪我(금자오상아) : 지금 나는 나를 잊었는데

汝知之乎(여지지호) : 자네가 이를 알겠는가!"

汝聞人籟而未聞地籟(여문인뢰이미문지뢰) : "자네는 사람의 피리 소리는 들었어도 땅의 피리 소리는 못 들었을 게야.

汝聞地籟而未聞天籟夫(여문지뢰이미문천뢰부) : 설령 땅의 피리소리는 들었더라도 하늘이 내는 피리 소리는 못 들었을 것이네."



子游曰(자유왈) : 자유가 말했다 “

敢問其方(감문기방) : 부디 그 도리를 말씀해 주십시오.”

子綦曰(자기왈) : 자기는 대답했다 “

夫大塊噫氣(부대괴희기) : 대지가 내쉬는 숨결을

其名爲風(기명위풍) :  바람이라고 하지

是唯無作(시유무작) : 그게 일지 않으면 그뿐이지만

作則萬窺怒呺(작칙만규노효) : 일단 일었다 하면 온갖 구멍이 다 요란하게 울린다.

而獨不聞之翏翏乎(이독불문지료료호) : 너는 저 윙윙 울리는 소리를 들어봤겠지

山陵之畏佳(산릉지외가) : 산림 높은 봉우리의

大木百圍之竅穴(대목백위지규혈) : 백 아름이나 되는 큰 나무 구멍은

似鼻似口似耳似枅(사비사구사이사계) : 코 같고 입 같고 귀 같고 옥로 같고

似圈似臼似洼者(사권사구사와자) : 술잔 같고 절구 같고 깊은 웅덩이 같고

似汚者激者謞者叱者(사오자격자학자질자) : 앝은 웅덩이 같고 거친 물소리 같고 씽씽 화살나는 소리 나직이 나무라는 소리 같다.

吸者叫者(흡자규자) : 흐흑 들이키는 소리 외치는 듯한 소리

譹者宎者咬者(호자요자교자) : 울부짖는 듯한소리 웅웅 깊은 데서 울려 나는 것 같은 소리

前者唱于而隨者唱喁(전자창우이수자창우) : 앞바람이 가볍게 소리를 내면 뒤따르는 바람은 보다더 무거운 소리를낸다네. 

冷風則小知(냉풍칙소지) : 바람이 살짝 불면 구멍들은 가볍게 응답하고,

飄風則大和(표풍칙대화) : 바람이 사납게 불면 온갖 구멍들은 크게 화답하다가

厲風濟則衆竅爲虛(려풍제칙중규위허) : 사나운 바람이 그치면 구멍들은 고요해져

而獨不見之調調之刁刁乎(이독불견지조조지조조호) : 혼자 크게 흔들리기도 하고 가볍게 흔들리기도 하는 것을 보지 못했던가?"


子游曰(자유왈) : 자유가 말했다.

地籟則衆竅是已(지뢰칙중규시이) : "그렇다면 땅의 피리란 땅위에 있는 온갖 구멍이 내는 소리이고,

人籟則比竹是已(인뢰칙비죽시이) : 사람의 피리란 대나무의 그것이군요.

敢問天籟(감문천뢰) : 그런데 하늘의 피리란 어떤 것입니까?"

子綦曰(자기왈) : 자기가 대답했다.

夫天籟者(부천뢰자) : "하늘의 피리란 사람의 말이라네.

吹萬不同(취만부동) : 사람마다 하는 말이 각각 다르지만

而使其自己也(이사기자기야) : 스스로 소리를 내는것이라네.

咸其自取(함기자취) : 모두 스스로 얻은 소리인데

怒者其誰邪(노자기수사) : 말소리를 내는 건 그 누구인가!"


大知閑閑(대지한한) : 커다란 지혜는 아주 한가롭지만,

小知閒閒(소지한한) : 자그마한 지식은 몹시 바쁘다.

大言炎炎(대언염염) : 훌륭한 말은 담백하고 맑으나

小言詹詹(소언첨첨) : 하찮은 말은 따지고 헤아린다.

其寐也魂交(기매야혼교) : 잠들어서도 쉴새없이 꿈을 꾸고

其覺也形開(기각야형개) : 깨어나면 활동을 시작해

與接爲搆(여접위구) : 사물과 접촉하면서

日以心鬪(일이심투) : 나날이 서로 다툰다.

縵者(만자) : 싸우는 사람 중에는 우유부단한 사람,

窖者(교자) : 음흉한 사람,

密者(밀자) : 치밀한 사람등 갖가지이다.

小恐惴惴(소공췌췌) : 조금 두려운 일에도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大恐縵縵(대공만만) : 크게 무서운 일에는 두렵지 않은 체한다.

其發若機栝(기발약기괄) : 그 말투는 화살을 쏘는 것같이 모질어

其司是非之謂也(기사시비지위야) : 시비를 판결하는 재판관이라도 된 것 같다.

其留如詛盟(기류여저맹) : 무언가를 감추는 경우 마치 목숨이라도 되는 듯 마음 속에 꼭 품어 어떻게 해서든지 고집으로 이기려 한다.

其守勝之謂也(기수승지위야) :

其殺若秋冬(기살약추동) : 따라서 가을과 겨울의 차가운 기운과도 같이

以言其日消也(이언기일소야) : 그는 나날이 소진해 간다.

其溺之所爲之(기익지소위지) : 이런 인물은 자기 주장에 푹 빠져

不可使復之也(불가사복지야) : 다시는 참됨을회복할 수 없으며

其厭也緘(기염야함) : 욕심에 억눌려 무언가에

以言其老洫也(이언기노혁야) : 꽉꽉 막히는데 늙을수록 더해진다.

近死之心(근사지심) : 이 같은 사람은 죽음에 가까워진 마음을

莫使復陽也(막사복양야) : 원래대로 회복할 수 없는 것이다.


喜怒哀樂(희노애락) : 세상 사람들은 기뻐하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고 즐거워하기도 한다.

慮嘆變慹(려탄변집) : 또한 걱정과 한탄을 하기고 하고 변덕을 부리거나 집착하기도 한다

姚佚啓態(요일계태) : 또 재앙을 당하기도하고 교만을 부리기도 하며 솔직하기도 하고 꾸미기도 한다.

樂出虛(락출허) : 진정한 기쁨은 虛에서 나오지만

蒸成菌(증성균) : 곰팡이느 습한 곳에서 생긴다.

日夜相代乎前(일야상대호전) : 아침과 저녁이 바뀌어도

而莫知其所萌(이막지기소맹) : 왜 그런지 알지 못한다.

已乎(이호) : 그만두자.

已乎(이호) : 이제 그만두자.

旦暮得此(단모득차) : 아침과 저녁도 이를 얻어 생긴 것이다.

其所由以生乎(기소유이생호) : 저것이 없으면 내 몸이 있을 수 없고,

非彼無我(비피무아) : 육신이 없으면 

非我無所取(비아무소취) : 저것이 가탁할 곳이 없다.

是亦近矣(시역근의) : 이것을 얻으면 도에 가까우리라.

而不知所爲使(이부지소위사) : 그렇지만 본래 그러하므로 따로 그 무엇이 부리는지는 모르겠다.

若有眞宰(약유진재) : 참된 자기가 있기는 있어도

而特不得其眹(이특부득기진) : 다만 그 조짐은 알수가 없고,

可行已信(가행이신) : 참된 자기의 움직임은 일상에 있어 또렸하나

而不見其形(이불견기형) : 그 모습을 찾을 수는 없다.

有情而無形(유정이무형) : 참된 자기는 실재하지만 형체가 없을 뿐이다.


百骸九竅六藏(백해구규육장) : 100개가 넘는 뼈, 9개의 구멍, 6가지 장기가

賅而存焉(해이존언) : 갖추어져 있는데

吾誰與爲親(오수여위친) : 이 가운데 어느 것을 나로 삼을까?

汝皆說之乎(여개설지호) : 그대는 이 모든 것을 자기로 삼겠는가?

其有私焉(기유사언) : 그러면 자기가 여럿이 되므로 하나인 몸에여러 사람이 있게 된다.

如是皆有爲臣妾乎(여시개유위신첩호) : 이와 같이 주인은 없고 신하와 첩만 있는 것일까?

其臣妾不足以相治乎(기신첩부족이상치호) : 신하와 첩은 다투기만 할 뿐 서로 다스릴 수 없다.

其遞相爲君臣乎(기체상위군신호) : 교대로 왕이 되기도 하고 신하가 되기도 하는 것일까? 

其有眞君存焉(기유진군존언) : 그러나 참된 왕은 존재한다.

如求得其情與不得(여구득기정여부득) : 구했다고 늘지도 않고 구하지 못했다고 줄지도않은 채

無益損乎其眞(무익손호기진) : 참된 주인은 의연히 존재한다.


一受其成形(일수기성형) : 일단 몸을 받았으므로

不化以待盡(불화이대진) : 잠시라도 이 육신에서 떠날 수 없으니 다 할 날을 기다리자.

與物相刃相靡(여물상인상미) : 사물과서로 다투어

其行進如馳(기행진여치) : 삶이 말을 달리듯 순식간에 지나가도

而莫之能止(이막지능지) : 싸움을 그치지 않으므로

不亦悲乎(불역비호) : 또한 슬프지 아니한가!

終身役役而不見其成功(종신역역이불견기성공) : 평생토록 애를 쓰지만 결국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苶然疲役而不知其所歸(날연피역이부지기소귀) : 피로에 지쳐도 돌아갈 안식처가 없으므로

可不哀邪(가불애사) : 애달프지 아니한가!

人謂之不死(인위지불사) : 세상 사람들은 이를 아직 살아 있다고 좋아하지만

奚益(해익) : 무슨 이로움이 있겠는가!

其形化(기형화) : 모습이 늙어감에 따라

其心與之然(기심여지연) : 그 마음도 함께 찌들어 가므로

可不謂大哀乎(가불위대애호) : 매우 가엾지 아니한가.

人之生也(인지생야) : 인간의삶이란

固若是芒乎(고약시망호) : 이다지도 무지 몽매한 것일까!

其我獨芒(기아독망) : 아니면 나만 혼자 어리석고

而人亦有不芒者乎(이인역유불망자호) : 세상 사람들은 어리석지않은 것일까!


夫隨其成心而死之(부수기성심이사지) : 본래 지니고 있는 참마음을 좇아 스승으로 섬긴다면

誰獨且无師乎(수독차무사호) : 그 누가 스승이 없겠는가!

奚必知代而心自取者有之(해필지대이심자취자유지) : 어찌 육신이 거짓 자기임을 알고 자기 마음을 스스로 얻은 사람에게만 스승이 있겠는가!

愚者與有焉(우자여유언) : 어리석은 자에게도 똑같이 있는 법이다.

未成乎心而有是非(미성호심이유시비) : 자기 참마음을 얻지 못하고 시비 다툼을 벌이면,

是今日適越而昔至也(시금일적월이석지야) : 이는 오늘 월나라로 떠나면서 어제 도착했다는 궤변처럼 어처구니 없는 짓이다.

是以無有爲有(시이무유위유) : 이것은 실제로 있지 않은 일을 있다고 억지로우기는 처사이다.

無有爲有(무유위유) : 없는 것을 있다고 고집하는 자는

雖有神禹(수유신우) : 성왕인 우왕이라 하더라도

且不能知(차불능지) : 어찌알아 줄 수 있겠는가!

吾獨且奈何哉(오독차내하재) : 하물며 내가 어찌 알아 줄 수 있겠는가!


夫言非吹也(부언비취야) : 무릇 말이란 무심하게 불어서 나는 소리가 아니다.

言者有言(언자유언) : 말이란 機心에서 나오므로

其所言者特未定也(기소언자특미정야) : 말한 내용은아직 옳은지 그른지 정해져 있지 않다.

果有言邪(과유언사) : 과연 말은 있는 것일까?

其未嘗有言邪(기미상유언사) : 아니면 없는 것일까?

其以爲異於鷇音(기이위이어구음) : 사람의말은 새끼 새의 울음 소리와는 다르다.

亦有辯乎(역유변호) : 그렇다면 과연 시비가 있는 것일까

其無辯乎(기무변호) : 아니면 없는 것일까?


道惡乎隱而有眞僞(도악호은이유진위) : 도는 왜 가리어져 참과 거짓이 발생하게 되고

言惡乎隱而有是非(언악호은이유시비) : 참된 말은 어디에 가리어져 시비 다툼이 생기는것일까?

道惡乎往而不存(도악호왕이부존) : 도는 어디 가서 오지 않고

言惡乎存而不可(언악호존이불가) : 참된 말은 어디에 있기에 시비 논란이 있는 것일까?

道隱於小成(도은어소성) : 도는 자그마한 분별 지식에 가려지고

言隱於榮華(언은어영화) : 참된 말은 허황된 말에 가려진다.

故有儒墨之是非(고유유묵지시비) : 따라서 유가와 묵가의 논쟁이 벌어져

以是其所非而非其所是(이시기소비이비기소시) : 상대가 주장하는 바를 비판하고 한쪽이 거부하는 것을 굳이 긍정한다.

欲是其所非而非其所是(욕시기소비이비기소시) : 상대가 틀리다고 하는 것을 옳다고 하고 한쪽이 옳다고 하는 것을 틀리다고 함은

則莫若以明(칙막약이명) : 대도에 밝음만 같지 못하다.


物无非彼(물무비피) : 사물을 저것 아닌 것이 없으며

物无非是(물무비시) : 옳지 않은 것이 없다.

自彼則不見(자피칙불견) : 저것으로부터 보면 자기의 허물은 보이지않고

自是則知之(자시칙지지) : 스스로를 알면 모두를 알게 된다.

故曰彼出於是(고왈피출어시) : 그러므로 저것은 이것에서 비롯되고

是亦因彼(시역인피) : 이것은 저것에서비롯된다고 한 것이다.


彼是方生之說也(피시방생지설야) : 저것과 이것은 상대적인 관계에 있다.

雖然(수연) : 하지만

方生方死(방생방사) : 삶이 있으므로 죽음이 있고

方死方生(방사방생) : 죽음이 있는 곳에서 삶이 있는 것이다.

方可方不可(방가방불가) : 옳음이 있으므로 옳지 않음이 있다.


因是因非(인시인비) : 옳음에 연유해서 틀림이 있고

因非因是(인비인시) : 틀림을 근거로 옳음이 있는 것이다.

是以聖人不由(시이성인불유) : 따라서 성인은 상대적인 시시비비를 떠나

而照之於天(이조지어천) : 홀로 도에 비추어 본다.

亦因是也(역인시야) : 이것이야말로 크나큰 긍정이다.


是亦彼也(시역피야) : 이것이 또한 저것이며

彼亦是也(피역시야) : 저것 또한 이것이다.

彼亦一是非(피역일시비) : 저것에 또한 하나의 옳고 그름이 있고


此亦一是非(차역일시비) : 이것에도 옳고 그름이 있는 것이다.

果且有彼是乎哉(과차유피시호재) : 과연 저것과 이것은 있는 것일까?

果且无彼是乎哉(과차무피시호재) : 아니면 저것과 이것은 없는 것일까?

彼是莫得其偶(피시막득기우) : 저것과 이것의 대립이 그치는 것을

謂之道樞(위지도추) : 도추하고 일컫는다.

樞始得其環中(추시득기환중) : 도추라야 비로서 환중을 얻어

以應无窮(이응무궁) : 무궁한 변화를 제어할 수 있다.

是亦一无窮(시역일무궁) : 옳음도 하나의 무궁한 변화이고

非亦一无窮也(비역일무궁야) : 틀림도 또한 하나의 무궁한 움직임이다.

故曰莫若以明(고왈막약이명) : 그러므로 "대도에 밝음만 같지 못하다"고 한 것이다.


以指喩指之非指(이지유지지비지) : 내 손가락으로 저 사람의 손가락이 내 손가락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不若以非指喩指之非指也(불약이비지유지지비지야) : 내 손가락이 아닌 것으로 내 손가락이 저 사람의 손가락이 아니라고 하는 것만 같지 못하다.

以馬喩馬之非馬(이마유마지비마) : 저 말을 가지고 나의 말이 저 말이 아니라고 가리키는 것은

不若以非馬喩馬之非馬也(불약이비마유마지비마야) : 나의 말을 가지고 저 말이 나의말이 아니라고 하는 것만 같지 못하다.

天地一指也(천지일지야) : 천지도 하나의 손가락에 불과하고

萬物一馬也(만물일마야) : 만물도 하나의 말일 따름이다.

可乎可(가호가) : 다른 사람이 옳다고 하면 나도 옳고

不可乎不可(불가호불가) : 다른 사람이 옳지 않다고 하면 나도 옳지 않은 것이다

道行之而成(도행지이성) : 이 모두를 도에 맡긴 채 행하는 자는 현재 이루어진 그대로일 뿐 시비의 분별이 필요하지 않다

惡乎可(악호가) : 어째서 그렇게 될까

可於可(가어가) : 좋은 것에는 본래 좋다고 할 것이 갖추어져 있고

惡乎不可(악호불가) : 어째서  그렇지 않은 것이 있는가

不可於不可(불가어불가) : 좋지 않은 것은 원래 좋지 않은 것이 있는 것이다

物固有所然(물고유소연) : 만물은 참으로 본래 그런 바가 있으며

物固有所可(물고유소가) : 사물마다 원래 쓰임새가 정해져 있다.

無物不然(무물불연) : 어떤 사물이건 본래그런 바가 없지 않으며

無物不可(무물불가) : 어느 것이라도 옳지 않음이 없는 것은 없다.

故爲是擧莛與楹(고위시거정여영) : 따라서 더욱 분명히 하기 위해 예를 들면 커다란 대들보와 자그마한 집기둥,

厲與西施(려여서시) : 문둥이와 서시라는 미인,

恢恑憰怪(회궤휼괴) : 그리고 허풍쟁이나 사기꾼이나 궤변가 혹은 괴이한 것을 말하는 사람,

道通爲一(도통위일) : 모두 道 가운데에서는 통하여 하나가 된다.

其分也成也(기분야성야) : 파괴는 곧 완성이며

其成也毁也(기성야훼야) : 완성은 곧 파괴이다.

凡物無成與毁(범물무성여훼) : 하지만 만물은 본래 완성도 파괴도 없이

復通爲一(복통위일) : 다 함께 하나이다.

唯達者知通爲一(유달자지통위일) : 오직 도에 능통한 사람이라야 만물과 하나됨을 알아

爲是不用而寓諸庸(위시불용이우제용) : 자기가 옳다고 고집하지 않고 일반 사람에게맡겨 둔다.

因是已(인시이) : 그대로 맡길 뿐으로

已而不知其然(이이부지기연) : 이미 그러면서도 왜 그런지 모르는 것을

謂之道(위지도) : 道라고 일컫는다.

努神明爲一(노신명위일) : 정신을 수고롭게 하여 하나가 되려 해도

而不知其同也(이부지기동야) : 끝내 하나됨을 이루지 못한다.

謂之朝三(위지조삼) : 이를 <조삼>이라 일컫는다.

何謂朝三(하위조삼) : <조삼>이란 무엇인가?

狙公賦芧曰(저공부서왈) : 원숭이 사육사가 상수리를 원숭이에게 주면서 말했다.

朝三而暮四(조삼이모사) :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를 주겠다."

衆狙皆怒(중저개노) : 그러자 원숭이들이 모두 벌컥 화를 냈으므로

曰然則朝四而暮三(왈연칙조사이모삼) : 사육사는 다음과 같이 말하기를, "그러면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 주겠다."하니

衆狙皆悅(중저개열) : 원숭이들이 한결같이 기뻐했다.

名實未虧而喜怒爲用(명실미휴이희노위용) : 명실은 달라지지 않았으나 기쁨과 노여움이 생기게 되었다.

亦因是也(역인시야) : 또한 그대로 맡겨야 할 따름인 것이다.

是以聖人和之以是非(시이성인화지이시비) : 따라서 성인은 시비를 조화시켜

而休乎天釣(이휴호천조) : "자연의 평등"에서 쉬게 하는데

是之謂兩行(시지위량행) : 이를 <양행>이라 일컫는다.


古之人(고지인) : 옛사람은

其知有所至矣(기지유소지의) : 지혜가 지극했다.

惡乎至(악호지) : 무엇을 지극하다고 하는가?

有以爲未始有物者(유이위미시유물자) : 본래 한 물건도 없는 자리이므로

至矣盡矣(지의진의) : 지극하고 극진하다고 한다.

不可以加矣(불가이가의) : 아무것도 보탤 것이 없는 경지이다.

其次(기차) : 그 다음은

以爲有物矣(이위유물의) : 사물은 있으나

而未始有封也(이미시유봉야) : 구분하지 않는 경지이다.

其次(기차) : 그 다음은

以爲有封焉(이위유봉언) : 사물이 구분은 되지만

而未始有是非也(이미시유시비야) : 아직 시시비비가 없는 경계이다.

是非之彰也(시비지창야) : 그러나 시비 분별이 횡행함에

道之所以虧也(도지소이휴야) : 도가 가리어졌고

道之所以虧(도지소이휴) : 도가 가려지자

愛之所以成(애지소이성) : 애욕이 발생하게 되었다.

果且有成與虧乎哉(과차유성여휴호재) : 그런데 완성과 파괴가 과연 있는 것일까,

果且無成與虧乎哉(과차무성여휴호재) : 아니면 완성과 파괴가 과연 없는 것일까?


有成與虧(유성여휴) : 완성과 파괴가 있는 것은

故昭氏之鼓琴也(고소씨지고금야) : 옛날 소씨소씨가 거문고를 연주했기 때문이다.

無成與虧(무성여휴) : 완성과 파괴가 없는 것은

故昭氏之不鼓琴也(고소씨지불고금야) : 소씨의 거문고 연주 이전이기 때문이다.

昭文之鼓琴也(소문지고금야) : 소씨가 거문고를 탄 행위,

師曠之枝策也(사광지지책야) : 사광이 북채로 박자를짚었던 일,

惠子之據梧也(혜자지거오야) : 혜자가 책상에 기댄 채 변론한 행위,

三子之知(삼자지지) : 이 세 사람의 재주는

幾乎皆其盛者也(기호개기성자야) : 모두가 그 극치에 다다랐다.

故載之末年(고재지말년) : 따라서 말년에 이르기까지 그 일에 종사했으나,

唯其好之也(유기호지야) : 이 세 사람의 좋아하는 바가

以異於彼(이이어피) : 세상 사람들과 달라

其好之也(기호지야) : 자신들이 즐기는 바로써

欲以明之(욕이명지) : 사람들을 계몽하려 했다.

彼非所明而明之(피비소명이명지) :

혜자의 경우 자신도 진리에 밝지 않으면서 남을 가르치려 했으므로

故以堅白之昧終(고이견백지매종) : 견백론견백론이란 어리석은궤변으로 시종한 것이다.

而其子又以文之綸終(이기자우이문지륜종) : 소씨의 경우도 아들로서 아버지의 손재주만 흉내냈을 뿐

終身無成(종신무성) : 평생동안 아무 것도 이룬 게 없다.

若是而可謂成乎(약시이가위성호) : 이를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雖我無成(수아무성) : 나에게 이룬 것이 없어도

亦可謂成矣(역가위성의) : 나 역시 성공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若是而不可謂成乎(약시이불가위성호) : 이렇다면 성공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일까?

物與我無成也(물여아무성야) : 그렇다면 만물과 나는 아무 것도 이룬 것이 없으리라.

是故滑疑之耀(시고활의지요) : 따라서자신의 빛을 감추는 일은

聖人之所圖也(성인지소도야) : 바로 성인이 도모하는 바이다.

爲是不用而寓諸庸(위시불용이우제용) : 성인은 자기 의견을 내세우는 대신 세상 사람들의 소견에 맡겨 둔다.

此之謂以明(차지위이명) : 이를 본래의 밝음에 따른다고 일컫는다.


今且有言於此(금차유언어차) : 가령 여기에 한 변론자가 있다고 하자.

不知其與是類乎(부지기여시류호) : 그는 성인과 한 분류인가?

其與是不類乎(기여시불류호) : 아니면 다른 분류에 속하는가?

類與不類(류여불류) : 같은 부류이든 아니든간에

相與爲類(상여위류) : 그가 성인의 마음에 부합하면

則與彼无以異矣(칙여피무이이의) : 그는 성인과 아무런차이가 없는 것이다.


雖然(수연) : 비록 그렇기는 하지만

請嘗言之(청상언지) : 한번 말해 보기로 하자.

有始也者(유시야자) : 처음이 있고,

有未始有始也者(유미시유시야자) : 처음이 아직 태동하지 않은 때가 있고,

有未始有夫未始有始也者(유미시유부미시유시야자) : 처음이 아지기 태동하지 않은 때마저도 아직 형성되지 않은 상태가 있다.

有有也者(유유야자) : 있음이 있고,

有无也者(유무야자) : 없음이 있고,

有未始有无也者(유미시유무야자) : 없음이 아직 형성되지 않음이 있고,

有未始有夫未始有无也者(유미시유부미시유무야자) : 없음이 아직 형성되지않음도 태동되지 않음이 있다.

俄而有无矣(아이유무의) : 그런데 홀연히 있음과 없음이 생긴다.

而未知有无之果孰有孰无也(이미지유무지과숙유숙무야) : 세상 사람들은 있다혹은 없다고 주장하지만 무엇이 있고 무엇이 없는지 알지 못하겠다.

今我則已有謂矣(금아칙이유위의) : 지금 나는 이미 말을하였으나

而未知吾所謂之其果有謂乎(이미지오소위지기과유위호) : 나의 말이 과연 있는지

其果无謂乎(기과무위호) : 아니면 없는지 모르겠다.


天下莫大於秋毫之末(천하막대어추호지말) : 천하에 가을날 짐승털의 끝보다 큰 것은 없고

而大山爲小(이대산위소) : 태산도 털 끝보다 작다.

莫壽於殤子(막수어상자) : 일찍 죽은 갓난아이보다 장수한 이는 없고

而彭祖爲夭(이팽조위요) : 팽조도 요절한 셈이다.

天地與我竝生(천지여아병생) : 천지도 나와 함께 생긴 것이고,

而萬物與我爲一(이만물여아위일) : 만물도 나와 더불어 하나를 이룬다.

旣已爲一矣(기이위일의) : 이미 하나가 되었는데

且得有言乎(차득유언호) : 이 밖에 무슨 말을 하겠는가!

旣已謂之一矣(기이위지일의) : 이미 하나를 이루었다고 말했을진대

且得无言乎(차득무언호) : 무슨 말인들 못하겠는가.이는 또한 말이 아니겠는가.

一與言爲二(일여언위이) : 하나의 말이 둘이 되고

二與一爲三(이여일위삼) : 둘과 하나가 셋이 된다.

自此以往(자차이왕) : 이렇게 나아가면 

巧曆不能得(교력불능득) : 유능한 계산기라도 헤아릴 수 없거늘

而況其凡乎(이황기범호) : 어찌 일반 사람이 셈 할 수 있겠는가!

故自无適有以至於三(고자무적유이지어삼) : 따라서 無에서 有로 나아가는 셋이 되는데

而況自有適有乎(이황자유적유호) : 有에서 有로 진행하는 경우에 있어서랴!

无適焉(무적언) : 상대적 세계로 나아가지 않고

因是已(인시이) : 그대로 맡길 따름이다.


夫道未始有封(부도미시유봉) : 무릇 도는 한계가 없는 것이고

言未始有常(언미시유상) : 말에는 정해진 내용이 없는 것이다.

爲是而有畛也(위시이유진야) : 자기 주장을 함으로써 다툼이 생기는 법이다.

請言其畛(청언기진) : 한 번 대해 논쟁에 이야기해 보자.

有左有右有倫有義(유좌유우유륜유의) : 왼쪽이 있으면 오른쪽이 있고,倫이 있으면 義가 있고,

有分有辯有競有爭(유분유변유경유쟁) : 분별이 있으면 변론이 있고, 다툼이 있으면 경쟁이 있다.

此之謂八德(차지위팔덕) : 이를 <팔덕>이라 일컫는다.


六合之外(육합지외) : 육합 바깥을

聖人存而不論(성인존이불론) : 성인은 그대로 놓아둘 뿐 말하지 않고,

六合之內(육합지내) : 육합 안에 대해서도

聖人論而不議(성인론이불의) : 대강만 말할 뿐 자세하게 논의하지 않는다.

春秋經世先王之志(춘추경세선왕지지) : <춘추>로 세상을 다스리는 것이 선왕의 뜻이었으나,

聖人議而不辯(성인의이불변) : 성인은 이에 대해 명분과 품절만 밝힐 뿐 시비 곡절을 따지지는 않는다.

故分也者(고분야자) : 그러므로 나눌 경우

有不分也(유불분야) : 나눌 수 없는게 있고

辯也者(변야자) : 분별하더라도

有不辯也(유불변야) : 분별할 수 없는게 있다.

曰何也(왈하야) : 왜 그럴까?

聖人懷之(성인회지) : 성인은 만유를 품어 주지만

衆人辯之以相示也(중인변지이상시야) : 세상 사람들은 분별함으로써 자기 소견을 과시하기 때문이다.

故曰辯也者(고왈변야자) : 따라서 "변론하는 사람은

有不見也(유불견야) : 보지 못하는게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夫大道不稱(부대도불칭) : 무릇 大道는 헤아릴 수 없고,

大辯不言(대변불언) : 참된 변론은 말하지 않고,

大仁不仁(대인불인) : 지극한 인은 어질지 않고,

大廉不嗛(대렴불겸) : 참다운 청렴은 가득 차지 않고,

大勇不忮(대용불기) : 진정한 용기는 해를 입히지 않는다.

道昭而不道(도소이불도) : 도를 말로 분명하게 드러내면 도가 아니고,

言辯而不及(언변이불급) : 말이 시비 다툼에 쓰이면 도에 미치지 못하게 되며

仁常而不周(인상이불주) : 仁이 어딘가에 고착되면 아무것도 아루지 못하고,

廉淸而不信(렴청이불신) : 청렴해 맑기만 하면 미덥지 못하고,

勇忮而不成(용기이불성) : 남을 해치는 용기는 참되지 못하다.

五者无棄而幾向方矣(오자무기이기향방의) : 이 다섯 가지는 원래 참된 實德이었으나 점차 한쪽에 치우쳐 모나게 되었다.

故知止其所不知(고지지기소불지) : 그러므로 알지 못하는 데에 그칠 줄 알면

至矣(지의) : 지극한 것이다.

孰知不言之辯(숙지불언지변) : 어느 누가 말없는 변론과

不道之道(부도지도) : 도가 아닌 도를 아는가

若有能知(약유능지) : 만일 이를 알면

此之謂天府(차지위천부) : <천부>라 이름하리라.

注焉而不滿(주언이불만) : 아무리 물을 거기에 퍼부어도 가득차지 않고

酌焉而不竭(작언이불갈) : 마구 퍼내도 마르지 않는다.

而不知其所由來(이부지기소유래) : 그러나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으므로

此之謂葆光(차지위보광) : 이를 보광이라 일컫는다.


故昔者堯問於舜曰(고석자요문어순왈) : 옛날에 요가 순에게 물었다.

我欲伐宗膾胥敖(아욕벌종회서오) : "나는 종, 회, 서오 세 나라를 정벌하려 하네.

南面而不釋然(남면이불석연) : 그러나 임금 자리에 있으면서도 어쩐지 마음이 확연하지 않으니

其故何也(기고하야) : 왜 그런 것일까?"

舜曰(순왈) : 순이 말했다.

夫三子者(부삼자자) : "세 나라는

猶存乎蓬艾之間(유존호봉애지간) : 아직 쑥풀이 무성한 미개한 부족 국가입니다.

若不釋然何哉(약불석연하재) : 마음이 꺼림칙한 것은 어쩐 일이십니까?

昔者十日竝出(석자십일병출) : 옛적에 10개의 태양이 일시에

萬物皆照(만물개조) : 만물을 샅샅이 비춘 일이 있습니다.

而況德之進乎日者乎(이황덕지진호일자호) : 하물며 마음의 덕이 태양보다 밝다면 무슨 꺼리낌이 있겠습니까?"


齧缺問乎王倪曰(설결문호왕예왈) : 설결이 왕예에게 물었다.

子知物之所同是乎(자지물지소동시호) : "선생님은 만물이 하나임을 아십니까?"

曰吾惡乎知之(왈오악호지지) : 이르기를, "내가 어찌 알겠나."

子知子之所不知邪(자지자지소부지사) : "선생님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바가 있다는 것을 아십니까?"

曰吾惡乎知之(왈오악호지지) : 이르기를, "내 어찌 알겠는가."

然則物无知邪(연칙물무지사) : "그렇다면 아는 게 없으십니까?"

曰吾惡乎知之(왈오악호지지) : 이르기를, "어허, 어찌 알겠나.

雖然嘗試言之(수연상시언지) : 비록 그렇기는 하지만 어디 한번 말해 보기로 하지.

庸詎知吾所謂知之非不知邪(용거지오소위지지비부지사) : 안다고 하는 게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닌 줄 어찌 알겠는가!

庸詎知吾所謂不知之非知邪(용거지오소위부지지비지사) : 또한 내가 모른다는 것이 아는 게 아닌 줄은 어떻게 알겠나!

且吾嘗試問乎汝(차오상시문호여) : 이제 자네에게 한번 물어보겠네.

民濕寢則腰疾偏死(민습침칙요질편사) : 사람은 습한 데서 자면 허리병으로 반신 불수가 되어 죽게되지만

鰌然乎哉(추연호재) : 미꾸라지도 그렇던가?

木處則惴慄恂懼(목처칙췌률순구) : 사람은 나무 위에 있을 경우 벌벌 떨지만

猨猴然乎哉(원후연호재) : 원숭이는 무서워하던가?

三者孰知正處(삼자숙지정처) : 셋 가운데 어느 쪽이 바른 거처를 알고 있는 건가?

民食芻豢(민식추환) : 사람은 초식 동물의 고기를 먹고

麋鹿食薦(미록식천) : 순록은 풀을 뜯고

蝍蛆甘帶(즉저감대) : 지네는 뱀을 맛있게 먹고

鴟鴉嗜鼠(치아기서) : 올빼미는 쥐를 즐겨 먹지.

四者孰知正味(사자숙지정미) : 넷 가운데 어느 누가 올바를맛을 아는 것일까?

猨猵狙以爲雌(원편저이위자) : 원숭이는 편저를 짝으로 하고

麋與鹿交(미여록교) : 고라니는 사슴과 교배하고

鰌與魚游(추여어유) : 미꾸라지는 물고기와 함께 놀지.

毛嬙西施(모장서시) : 모장과 서희는

人之所美也(인지소미야) : 세상 사람들이 미녀라고 칭송하지만,

魚見之深入(어견지심입) : 그들을 보면 물고기는 물속 깊이 달아나고

鳥見之高飛(조견지고비) : 새는 하늘 높이 날아오르며

麋鹿見之決驟(미록견지결취) : 순록과 사슴은 결사적으로 달아나지.


四者孰知天下之正色哉(사자숙지천하지정색재) : 넷 가운데 누가 천하의 미인을 아는 것일까?

自我觀之(자아관지) : 내가 보건대

仁義之端(인의지단) : 사람들이 인의仁義와 

是非之塗(시비지도) : 시비의 길을

樊然殽亂(번연효란) : 어지럽게주장하는데

吾惡能知其辯(오오능지기변) : 나라고 어찌 그것들을 가려낼 수 있겠나!

齧缺曰(설결왈) : 설결이 물었다.

子不知利害(자부지리해) : "선생님은 이해를 모르시는데

則至人固不知利害乎(칙지인고부지리해호) : 지인은 참으로 이해를 모르는 것입니까?'

王倪曰(왕예왈) : 왕예가 대답했다.

至人神矣(지인신의) : "至人은 심묘한 사람이라네.

大澤焚而不能熱(대택분이불능열) : 커다란 연못을 다 태워도 그를 태울 수는 없으며,

河漢冱而不能寒(하한호이불능한) : 황하와 한수를 꽁꽁얼려도 그를 얼릴 수는 없다네.

疾雷破山而不能傷(질뢰파산이불능상) : 사나운 우뢰가 산을 부수고 상하지 않고

飄風振海而不能驚(표풍진해이불능경) : 태풍이 파도를 몰아쳐도 그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지.

若然者(약연자) : 이런 인물은

乘雲氣(승운기) : 구름을 타고

騎日月(기일월) : 해와 달을 부리면서

而遊乎四海之內(이유호사해지내) : 四海바깥에서 노닌다네.

死生無變於己(사생무변어기) : 생사로도 그를 움직일 수 없거늘

而況利害之端乎(이황리해지단호) : 어찌 이해 따위에 꿈쩍이나 하겠는가!


瞿鵲子問乎長梧子曰(구작자문호장오자왈) : 구작자가 장오자에게 물었다.

吾聞諸夫子(오문제부자) : "제가 공자에게서 들은 이야기입니다만,

聖人不從事於務(성인불종사어무) : 성인은 세상일을 좇지 않고

不就利(불취리) : 이익을 추구하지도

不違害(불위해) : 해로움을 피하지도 않고

不喜求(불희구) : 아무 것도 얻으려 하지 않고

不緣道(불연도) : 도를 따르지도 않고

无謂有謂(무위유위) : 말은 하지 않아도 무언가를 말하고

有謂无謂(유위무위) : 말을 해도 말하지 않은 것 같아

而遊乎塵垢之外(이유호진구지외) : 초연히 이 세상 밖에서 노닌다고 합니다.

夫子以爲孟浪之言(부자이위맹랑지언) : 공자는 이를 맹랑한 소리하고 일소에 붙였으나

而我以爲妙道之行(이아이위묘도지행) : 저는 묘도를 체득한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吾子以爲奚若(오자이위해약) :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長梧子曰(장오자왈) : 장오자가 말했다.

是皇帝之所聽熒也(시황제지소청형야) : "이는 황제가 들어도 믿지 않거늘

而丘也何足以知之(이구야하족이지지) : 공구 따위가 어찌 이를 알겠는가

且汝亦大早計(차여역대조계) : 자네도 지나치게 성급하네.

見卵而求時夜(견란이구시야) : 알을 보자마자 새벽 닭소리를 기다리고,

見彈而求鴞炙(견탄이구효자) : 화살을 보자마자 올빼미 구이를 찾는 격이군.

予嘗爲女妄言之(여상위여망언지) : 이제 자네에게 헛소리를 할 터이니

女以妄聽之奚(여이망청지해) : 자네도 그리 알고 망녕되게 듣는 게 어떻겠는가.

旁日月(방일월) : 성인은 해와 달과 나란히하고,

挾宇宙(협우주) : 우주를 손바닥에 든 채

爲其脗合(위기문합) : 두 입술을 합치듯 온갖 변화와 하나가 되고,

置其滑涽(치기활혼) : 혼탁한 속세를 그대로 놓아 버려

以隸相尊(이예상존) : 노예 상태로 서로 멸시하거나 존대하게 되지.

衆人役役(중인역역) : 모든 사람들이 부림을 당해 외물에 얽매이게 되지.

聖人愚芚(성인우둔) : 성인만이 홀로 어리석고 우둔한 듯해서

參萬歲而一成純(참만세이일성순) : 천년 만년이 지나도 천연의 천진을 그대로 보전하지만

萬物盡然(만물진연) : 만물이 다하도록 사람들은 자기 주장에 집착해

而以是相蘊(이이시상온) : 시비 다툼만 늘어 가지.

予惡乎知說生之非惑邪(여오호지설생지비혹사) : 삶을 좋아함이 미혹한 게 아닌지 내 어찌 알겠는가.

予惡乎知惡死之非弱喪而不知歸者邪(여오호지오사지비약상이부지귀자사) : 죽음을 싫어하지만, 죽음이 어려서 떠난 고향으로 다시 돌아감이 아닌지 내 어찌 알겠나?

麗之姬(려지희) : 여희는

艾封人之子也(애봉인지자야) : 예라는 지방의 관리의 딸이었네.

晉國之始得之也(진국지시득지야) : 진나라에서 강제로 끌고 갈 적에는

涕泣沾襟(체읍첨금) : 그녀는 눈물로 옷깃을 흠뻑 적셨지.

及其至於王所(급기지어왕소) : 진나라 왕궁에 이르러

與王同筐牀(여왕동광상) : 왕과 함께 화려한 생활을 하고

食芻豢(식추환) : 맛있는 고기 요리를 먹게 되자.

而後悔其泣也(이후회기읍야) : 그녀는 눈물 흘린 일을 후회했다고 하네.

予惡乎知夫死者不悔其始之蘄生乎(여오호지부사자불회기시지기생호) : 이와 마찬가지로 죽음에 이르는 사람이 살기를 고대했던 것을 나중에 후회할지 내 어찌 알겠나!

夢飮酒者(몽음주자) : 꿈속에서 유쾌하게 술을 마신 사람이

旦而哭泣(단이곡읍) : 아침에 일어나면 울게 되고,

夢哭泣者(몽곡읍자) : 꿈 속에서 구슬프게 운 사람은

旦而田獵(단이전렵) : 사냥놀이 갈 일이 생긴다네.

方其夢也(방기몽야) : 한창 꿈을 꾸고 있을 때에는

不知其夢也(부지기몽야) : 그것이 꿈인 줄도 모르고

夢之中又占其夢焉(몽지중우점기몽언) : 또한 꿈을 이리저리 풀어 보다가

覺而後知其夢也(각이후지기몽야) : 꿈에서 깨어난 뒤에야 꿈인 줄 알지.

且有大覺而後知此其大夢也(차유대각이후지차기대몽야) : 우리네 삶은 이와 같아서 진정한 깨달음이 있어야 삶이 한바탕 꿈 속인 줄 알게 되지.

而愚者自以爲覺(이우자자이위각) : 그러나 어리석은 사람은 스스로 깨달았다고 자처하여

竊竊然知之(절절연지지) : 짐짓 아는 체하면서,

君乎牧乎固哉(군호목호고재) : 왕입네, 재상입네 과시하려 들지.

丘也與女(구야여여) : 참으로 어리석구나, 공자여!

皆夢也(개몽야) : 자네도 또한 꿈구고 있는 사람이네.

予謂女夢(여위여몽) : 자네더러 꿈꾼다고 지적하는 나의 말도

亦夢也(역몽야) : 또한 꿈 속의 헛소리라네.

是其言也(시기언야) : 이런 이야기는

其名爲弔詭(기명위조궤) : 매우 기이하기는 하지만,

萬世之後而一遇大聖(만세지후이일우대성) : 오랜 뒤에라도 성인이 한번 출현해

知其解者(지기해자) : 이 말의 의미를 알아 준다면

是旦暮遇之也(시단모우지야) : 이는 아침 저녁으로 만난 것과 다름없겠네.


旣使我與若辯矣(기사아여약변의) : "내가 자네와 논쟁한다고 해보세.

若勝我(약승아) : 자네가 나를 이기고

我不若勝(아불약승) : 내가 자네에게 지면,

若果是也(약과시야) : 진정 자네는 옳고

我果非也邪(아과비야사) : 나는 틀린 것일까?

我勝若(아승약) : 내가 자네를 이기고

若不吾勝(약불오승) : 자네가 내게 지면,

我果是也(아과시야) : 정녕 나는 옳고

而果非也邪(이과비야사) : 자네는 그른 것일까?

其或是也(기혹시야) : 한 쪽은 옳고

其或非也邪(기혹비야사) : 다른 쪽은 틀린 것일까?

其俱是也(기구시야) : 아니면 둘 다 옳거나

其俱非也邪(기구비야사) : 둘 다 틀린 것은 아닐까?

我與若不能相知也(아여약불능상지야) : 나도 자네도 어떤지 알 수 없네.

則人固受黮闇(칙인고수담암) : 그런데 사람마다 어둠속에 갇혀 있으므로

吾誰使正之(오수사정지) : 누구에게 물어 볼 수 있겠는가!

使同乎若者正之(사동호약자정지) : 자네와 의견이 같은 사람에게 물어 보면,

旣與若同矣(기여약동의) : 이미 자네와 같은 생각이므로

惡能正之(악능정지) : 어찌 바르게 판단할 수 있겠는가!

使同乎我者正之(사동호아자정지) : 나와 소견이 같은 사람에게 물어 볼 경우,

旣同乎我矣(기동호아의) : 벌써 나와 동일한 의견을 갖고 있으므로

惡能正之(악능정지) : 어떻게 시비를 가려 줄 수 있겠는가!

使異乎我與若者正之(사이호아여약자정지) : 나와도 자네와도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에게 조회하면,

旣異乎我與若矣(기이호아여약의) : 이미 두 사람 모두와 의견이 다르므로

惡能正之(악능정지) : 어떻게 바르게 말할 수 있겠는가!

使同乎我與若者正之(사동호아여약자정지) : 나와도 자네와도 입장이 같은 사람에게 조회할 경우,

旣同乎我與若矣(기동호아여약의) : 우리 둘 모두와 입장이 같으므로

惡能正之(악능정지) : 어떻게 시비를 가려 줄 수 있겠는가!

然則我與若與人俱不能相知也(연칙아여약여인구불능상지야) : 그렇다면 나도 자네도 또 어느 누구도 누가 옳은지 알 수 없는데,

而待彼也耶(이대피야야) : 그 누구를 기다려야만 할까?

化聲之相待(화성지상대) : 불안정하고 변하기 쉬운 소리에 기대한다는 것은

若其不相待(약기불상대) :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았음과 마찬가지로서

和之以天倪(화지이천예) : 모든 것을 조화시키고

因之以曼衍(인지이만연) : 만연에 모든 것을 맡겨 둠이

所以窮年也(소이궁년야) : 천수를 다하는 방법이오

何謂和之以天倪(하위화지이천예) : 그러면 천연한 대도로 조화시킨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曰是不是(왈시불시) : 대답하기를, 옳다는 주장이 있으면 옳지 않다는 주장이 따르고,

然不然(연불연) : 그렇다는 입장이 있으면 그렇지 않다는 입장이 생기지.

是若果是也(시약과시야) : 만일 옳다는 주장이 참으로 옳다면,

則是之異乎不是也(칙시지이호불시야) : 옳다는 주장이 옳지 않다는 것과 다르다고

亦無辯(역무변) : 구태여 말할 필요가 없네.

然若果然也(연약과연야) : 그렇다는 입장이 실제로 그렇다면

則然之異乎不然也亦無辯(칙연지이호불연야역무변) : 그렇다는 입장이 그렇지 않다는 입장과 다르다고 새삼스레 말할 필요도 없네.

忘年忘義(망년망의) : 나이도 의리도 잊으면  

振於無竟(진어무경) : 무궁한 경지로 뻗어나가게 되지요

故寓諸無竟(고우제무경) : 그래서 모든 것을 이 무한한 경지에 놓아 두는 것이요


罔兩問景曰(망량문경왈) : 바깥 그림자의 그림자가 안쪽 그림자에게 물었다.

曩子行(낭자행) : "조금 전 그대는 걷더니

今子止(금자지) : 이제는 멈추고,

曩子坐(낭자좌) : 전에는 앉아 있다가

今子起(금자기) : 지금은 일어나는구나.

何其无特操與(하기무특조여) : 왜 그리도 지조가 없는 게야!"

景曰(경왈) : 안쪽 그림자가 대답했다.

吾有待而然者邪(오유대이연자사) : "의지하는 게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吾所待又有待而然者邪(오소대우유대이연자사) : 또한 내가 의지하는 것도 기대는게 있어서 그러네.

吾待蛇蚹蜩翼邪(오대사부조익사) : 혹시 나는 뱀의 비늘이나 매미의 날개에 기대고 있는 건 아닐까?

惡識所以然(악식소이연) : 어째서 그런 줄 알며

惡識所以不然(악식소이불연) : 왜 그렇지 않은 줄 알겠는가.

昔者莊周夢爲胡蝶(석자장주몽위호접) : 언젠가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되어

栩栩然胡蝶也(허허연호접야) : 훨훨 날아다니는 나비가 된 채

自喩適志與(자유적지여) : 유쾌하게 즐기면서도

不知周也(부지주야) : 자기가 장주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俄然覺(아연각) : 그러다가 문득 잠에서 깨어나 보니

則蘧蘧然周也(칙거거연주야) : 자신이 분명히 누워 있는게 장주였다네.

不知周之夢爲胡蝶(부지주지몽위호접) : 그가 꿈에서 나비가 된 것인지

胡蝶之夢爲周與(호접지몽위주여) : 나비가 꿈에 그가 된 것인지 몰랐다네.

周與胡蝶(주여호접) : 장주와 나비는

則必有分矣(칙필유분의) : 틀림없이 다른 존재일 것이므로

此之謂物化(차지위물화) : 이를 <물화>라고 일컫는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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