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4. 17. 11:01ㆍ한문기초書
재인전(梓人傳)-유종원(柳宗元)
裵封叔之第(배봉숙지제) : 배봉숙의 집은
在光德里(재광덕리) : 광덕리에 있었는데
有梓人款其門(유재인관기문) : 어느 날 목수 한 사람이 그 집에 찾아와
願傭隙宇而處焉(원용극우이처언) : 품삸으로 빈 방을 빌려 거처하기를 청하였다.
所職尋引規矩繩墨(소직심인규구승묵) : 그의 일은 짧은 자와 긴 의자, 그림쇠와 곡척, 먹줄과 먹통을 갖고 하는 것이 있으며
家不居礱斲之器(가불거롱착지기) : 그에게는 갈고 쪼개고 하는 공구가 없었다.
問其能曰(문기능왈) : 무얼 잘 하느냐고 묻자 그는 말하기를,
吾善度材(오선도재) : “저는 목재를 잘 헤아립니다. 저
視棟宇之制(시동우지제) : 는 집의 규격만 보아도
高深圓方短長之宜(고심원방단장지의) : 높고 낮거나 둥글고 네모나거나 길고 짧은 적당한 나무들을 골라내어 공
吾指使而群工役焉(오지사이군공역언) : 인들로 하여금 작업을 하도록 시킵니다.
捨我衆莫能就一宇(사아중막능취일우) : 제가 없으면 공인들은 한 채의 집도 짓지 못합니다.
故食官府(고식관부) : 그런 까닭에 관가에서 일을 할 때에는
吾受祿三倍(오수녹삼배) : 다른 사람의 세 배 되는 공임을 받고
作於私家(작어사가) : 사가에서는
吾收其直大半焉(오수기직대반언) : 반을 더 받습니다.”
他日入其室(타일입기실) : 며칠 후, 그 목수의 방에 가보았더니
其牀闕足(기상궐족) : 침대의 다리가 망가져 있었는데도
而不能理(이불능리) : 그는 고칠 줄을 몰랐다.
曰將求他工(왈장구타공) : 그는 “다른 목수를 불러다 고치려고 합니다.”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余甚笑之(여심소지) : 나는 그를 심히 비옷으며
謂其無能而貪祿嗜貨者(위기무능이탐녹기화자) : 공임과 돈만 탐내는 무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其後京兆尹(기후경조윤) : 그 후 경조윤이
將飾官署(장식관서) : 관청을 수리하게 되었는데
余往過焉(여왕과언) : 마침 그 곳을 지난적이 있었다.
委群材(위군재) : 수 많은 목재가 쌓여 있었고
會衆工(회중공) : 공인들이 여럿 모였는데
或執斧斤(혹집부근) : 그들 가운데 어떤 이는 도끼를 잡고
或執刀鋸(혹집도거) : 어떤 이는 톱을 쥐고
皆環立嚮之(개환립향지) : 그 목수를 향하여 둥그렇게 둘러 서 있었다.
梓人左執引(재인좌집인) : 그 목수는 왼손엔 긴 자를,
右執杖(우집장) : 오른손엔 막대기를 쥐고
而中處焉(이중처언) : 가운데 있었다.
量棟宇之任(양동우지임) : 그는 집을 짓는 데 쓰일 목재를 헤아리고
視木之能擧(시목지능거) : 나무들의 용도를 살핀 뒤,
揮其杖曰斧(휘기장왈부) : 그의 막대기를 휘두르며 “저기엔 도끼” 하고 말하니
彼執斧者奔而右(피집부자분이우) : 도끼를 잡고 있던 공인 오른쪽으로 뛰어갔다.
顧而指曰鋸(고이지왈거) : 고개를 돌려 이번에는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기엔 톱”하고 말하니
彼執鋸者趨而左(피집거자추이좌) : 톱을 쥔 공인이 왼쪽으로 뛰었다.
俄而(아이) : 잠시 후
斤者斲(근자착) : 도기로 깍고
刀者削(도자삭) : 톱으로 자르고 하는데
皆視其色(개시기색) : 모두 목수의 기색을 살피고
俟其言(사기언) : 지시를 기다리면서
莫敢自斷者(막감자단자) : 어느 한 사람도 감히 자기 마음대로 하지 못했다.
其不勝任者(기불승임자) : 제대로 작업을 해 내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怒而退之(노이퇴지) : 목수가 노하여 물러가게 하여도
亦莫敢慍焉(역막감온언) : 아무도 감히 화를 내지 못했다.
畵宮於堵(화궁어도) : 그는 건물의 그림을 담 위에 그려놓았는데
盈尺而曲盡其制(영척이곡진기제) : 크기는 한 척 정도밖에 안 되었지만 격은 매우 상세하고 정확하였으며
計其毫釐而構大廈(계기호리이구대하) : 규치밀한 계산으로 커다란 건물을 짓는 데
無進退焉(무진퇴언) : 조금의 오차도 없었다.
旣成書于上棟曰(기성서우상동왈) : 집이 완성되자 대들보에 쓰기를,
某年某月某建則其姓字也(모년모월모건칙기성자야) : “몇년 몇월 몇일 아무개가 지음”이라고 썼는데 자신의 성명을 쓸 뿐
凡執用之工(범집용지공) : 작업을 한 공인들은
不在列(불재열) : 열거하지 않았다.
余圜視大駭(여환시대해) : 나는 이곳 저곳을 두루 살펴본 뒤 크게 놀라고
然後知其術之工大矣(연후지기술지공대의) : 나서야 그 목수의 기술이 교묘하면서도 대단하다는 것을 알았다.
繼而歎曰(계이탄왈) : 이어서 나는 탄식하기를,
彼將捨其手藝(피장사기수예) : “저 사람들은 손기술을 버리고
專其心智(전기심지) : 오로지 마음의 지혜만 사용하면서도
而能知體要者歟(이능지체요자여) : 작업의 요체를 알고 있구나!
吾聞勞心者役人(오문노심자역인) : 내가 듣건대 정신을 쓰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부리고
勞力者役於人(노력자역어인) : 육체의 힘을 쓰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부림을 당한다고 하였는데
彼其勞心者歟(피기노심자여) : 저 사람은 바로 정신을 쓰는 사람이 아닌가!
能者用而智者謀(능자용이지자모) : 능력이 있는 사람은 실행을 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일을 계획한다고 하였는데
彼其智者歟(피기지자여) : 저 사람은 바로 지혜로운 사람이 아닌가!
是足爲佐天子(시족위좌천자) : 이는 천저를 보좌하여
相天下法矣(상천하법의) : 천하를 재상으로서 다스리는 법도라고 할 만하니
物莫近乎此也(물막근호차야) : 어떤 일도 이처럼 근사한 것은 없다.
彼爲天下者本於人(피위천하자본어인) : 천하를 다스리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근본을 두기 마련이다.
其執役者(기집역자) : 하급의 공역은
爲徒隷爲鄕師里胥(위도례위향사리서) : 차사나 향사 그리고 이서이고
其上爲下士(기상위하사) : 그 위는 하사이며
又其上爲中士爲上士(우기상위중사위상사) : 또 그 위는 중사와 상사가 있고
又其上爲大夫爲卿爲公(우기상위대부위경위공) : 다시 위로는 대부․공․경의 직책이 있다.
離而爲六職(리이위육직) : 중앙의 직분을 나누면 육관이 있고
判而爲百役(판이위백역) : 다시 세분하면 백관이 있다.
外薄四海(외박사해) : 밖으로는 사방의 변경에 이르기까지
有方伯連帥(유방백연수) : 방백과 태수가 있고
郡有守(군유수) : 군에는 수령,
邑有宰(읍유재) : 읍에는 현령이 있는데
皆有佐政(개유좌정) : 모두 보좌역을 데리고 있으며,
其下有胥史(기하유서사) : 밑으로 다시 서리가 있고
又其下有嗇夫版尹(우기하유색부판윤) : 다시 그 밑으로는 색부와 판윤 등이
以就役焉(이취역언) : 잡역을 처리한다.
猶衆工之各有執伎(유중공지각유집기) : 이는 마치 수 많은 공인들이 자신의 능력에 따라
以食力也(이식력야) : 생계를 유지하는 것과 같다.
彼佐天子相天下者(피좌천자상천하자) : 천자를 도와 천하를 다스리는 자는
擧而加焉(거이가언) : 많은 관리들을 천거하여 임무를 부여하고
指而使焉(지이사언) : 지휘하고 부리면서
條其紀綱而盈縮焉(조기기강이영축언) : 정치의 기강을 바로 잡아 신축성있게 운용하면서
齊其法度而整頓焉(제기법도이정돈언) : 법령과 제도를 통일하여 정돈한다.
猶梓人之有規矩繩墨(유재인지유규구승묵) : 이는 마치 목수가 그림쇠와 곡척, 먹줄과 먹통을 가지고
以定制也(이정제야) : 규격을 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擇天下之士(택천하지사) : 천하의 인재를 골라
使稱其職(사칭기직) : 능력에 맞는 직분을 부여하고
居天下之人(거천하지인) : 천하의 사람들로 하여금
使安其業(사안기업) : 편안하게 생업에 종사할 수 있게 함으로써,
視都知野(시도지야) : 도성을 보면 민간생활을 알 수 있고
視野知國(시야지국) : 민간생활을 보면 그 나라를 알 수 있으며
視國知天下(시국지천하) : 그 나라를 봄으로써 온 천하를 알 수 있게 된다.
其遠邇細大(기원이세대) : 이처럼 멀거나 가깝고 사소하거나 중대한 모든 일들을
可手據其圖而究焉(가수거기도이구언) : 계획에 따라 추구할 수 있는 것은
猶梓人畵宮於堵而績于成(유재인화궁어도이적우성야) : 또한 목수가 담에 그림을 그려 놓고 거기에 따라 집을 완성하는 것과 같다.
能者進而由之(능자진이유지) : 능력있는 사람을 천거하여 직무를 부여해도
使無所德(사무소덕) : 그로 하여금 사사로운 은혜로 생각하지 않도록 하고,
不能者退而休之(불능자퇴이휴지) : 무능한 사람은 일을 그만두고 물러나게 하여도
亦莫敢慍(역막감온) : 감히 화를 내지 못한다.
不衒能(불현능) : 자신의 재능을 뽐내지도 않고
不矜名(불긍명) : 명예를 자랑하지도 않으며,
不親小勞(불친소노) : 사소한 일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不侵衆官(불침중관) : 다른 여러 관직에도 간섭하지 아니한다.
日與天下之英才(일여천하지영재) : 날마다 천하의 영재와
討論其大經(토론기대경) : 국가의 법도를 논의할 뿐이니,
猶梓人之善運衆工而不伐藝(유재인지선운중공이불벌예야) : 이는 마치 목수가 많은 공인들을 적절히 움직이면서도 자신의 기예를 뽐내지 않는 것과 같다.
夫然後相道得而萬國理矣(부연후상도득이만국이의) : 이런 뒤에야 재상의 법도가 얻어지고 온 천하가 다스려지는 것이다.
相道旣得(상도기득) : 재상의 법도가 얻어지고
萬國旣理(만국기리) : 천하가 다스려진 후,
天下擧首而望曰(천하거수이망왈) :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재상을 우러러 보며,
吾相之功也(오상지공야) : “이는 우리 재상의 공적이다.”라고 말하고
後之人循跡而慕曰(후지인순적이모왈) : 후대 사람이 발자취를 따르며 흠모하기를,
彼相之才也(피상지재야) : “그는 재상의 재목이었다.”라고 할 것이다.
士或談殷周之理者曰(사혹담은주지리자왈) : 사대부들은 은․주를 잘 다스렸던 사람을
伊傳周召(이전주소) : 이윤․부열․부공․소공을 거론하면서도
其百執事之勤勞(기백집사지근로) : 무수한 관리들의 공로는
而不得紀焉(이부득기언) : 기록하지 않는다.
猶梓人自名其功而執用者不(유재인자명기공이집용자불열야) : 마치 목수가 완성된 건물에 자신의 이름은 기록하면서 작업에 참가한 공인의 이름을 열거하지 않은 것과 같다.
大哉(대재) : 위대하도다.
相乎(상호) : 재상이여,
通是道者(통시도자) : 이러한 도리에 통달한 사람을
所謂相而已矣(소위상이이의) : 이른 바 재상이라고 일컬어질 만한 일이다.
其不知體要者反此(기불지체요자반차) : 그 요체를 모르는 사람은 이와 정반대이다.
以恪勤爲公(이각근위공) : 곧 삼가며 애쓰는 것을 국가에 봉사하는 것으로 여기고
簿書爲尊(부서위존) : 관청의 장부를 지나치게 존중하며,
衒能矜名親小勞侵衆官(현능긍명친소노침중관) : 자신의 능력을 뽐내고 명성을 자랑하며 사소한 일에 관여하고, 잡다한 직무에 간섭하고
竊取六職百役之事(절취육직백역지사) : 육개 부처의 여러 관리들의 일을 몰래 빼앗으며,
听听於府庭而遺其大者遠者焉(은은어부정이유기대자원자언) : 조정에서는 끊임없이 논쟁하면서도 도리어 중요하고 원대한 계획은 빠뜨리는 것이니,
所謂不通是道也(소위불통시도야) : 이른 바 재상의 도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猶梓人而不知繩墨之曲直(유재인이부지승묵지곡직) : 마치 이는 목수이면서도 먹줄의 곧음을 모르고,
規矩之方圓(규구지방원) : 그림쇠와 곡척의 둥글게 그리고 모나게 그리는 용도를 모르며
尋引之短長(심인지단장) : 긴 자와 짧은 자의 장단을 구별하지 못한 채,
姑奪衆工之斧斤刀鉅(고탈중공지부근도거) : 공인의 도끼와 톱을 빼앗아
以佐其藝(이좌기예) : 자신의 기예를 보충하고자 하나
又不能備其工(우불능비기공) : 작업을 완전하게 해내지 못하고
以至敗績用而無所成也(이지패적용이무소성야) : 심지어 일을 망치어 이룬 것이 없게 되는 것과 같으니
不亦謬歟(불역류여) : 이 얼마나 잘못인가!
或曰(혹왈) :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彼主爲室者(피주위실자) : “만약 그 집의 주인이
儻或發其私智(당혹발기사지) : 자신의 개인적인 지혜를 발휘하여
牽制梓人之慮(견제재인지려) : 목수의 계획을 견제함으로써
奪有世守(탈유세수) : 목수가 대대로 이어진 경험을 빼앗긴 채
而道謀是用(이도모시용) : 길 가던 사람의 계획이나 같은 것을 사용하였다면
雖不能成功(수불능성공) : 비록 집이 완성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豈其罪邪(기기죄사) : 어찌 그의 죄이겠는가?
亦在任之而已(역재임지이이) : 이는 집주인이 목수를 신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余曰(여왈) : 나는 이렇게 말하였으니,
不然(불연) : “그렇지 않다.
夫繩墨誠陳規矩誠設(부승묵성진규구성설) : 먹줄과 먹통, 그림쇠와 곡척이 정말 눈 앞에 있다면
高者不可抑而下也(고자불가억이하야) : 높은 것을 아래로 누를 수는 없고
狹者不可張而廣也(협자불가장이광야) : 좁은 것을 펴 넓힐 수는 없다.
由我則固(유아칙고) : 내 방법을 쓰면 견고하고
不由我則圮(부유아칙비) : 내 방법을 버리면 망쳐지는데,
彼將樂去固而就圮也(피장락거고이취비야) : 목수가 기꺼이 견고한 방법을 버리고 망쳐지는 편을 선택한다면
則卷其術黙其智(칙권기술묵기지) : 자신의 기술과 지혜를 감추고
悠爾而去(유이이거) : 유유히 떠나는 셈이다.
不屈吾道(불굴오도) : 자기의 법도를 굽히지 말아야
是誠良梓人耳(시성량재인이) : 진실로 뛰어난 목수인 것이다. 간
其或嗜其貨利(기혹기기화리) : 혹 재화를 탐낸 나머지
忍而不能捨也(인이불능사야) : 차마 그만 두지 못하여
喪其制量(상기제량) : 집을 짓는 법칙도 고려하지 않은 채
屈而不能守也(굴이불능수야) : 자신의 주장을 굽혀 지키지 못한 결과
棟撓屋壞(동요옥괴) : 대들보가 휘고 집이 무너졌는데
則曰非我罪也(칙왈비아죄야) : 이는 내 잘못이 아니다고 말한다면
可乎哉(가호재) : 이것이야 말로 말이 되겠는가?”
余謂梓人之道類於相(여위재인지도류어상) : 내 생각으로는 목수의 도는 재상의 그것과 비슷하다.
故書而藏之(고서이장지) : 그러므로 여기에 적어 보존하고자 한다.
梓人蓋古之審曲面勢者(재인개고지심곡면세자) : 목수는 대개 옛날에는 목재의 곡직과 표면의 상태를 살피는 사람이었으나
今謂之都料匠云(금위지도료장운) : 지금은 도료장이라고 부른다.
余所遇者楊氏潛其名(여소우자양씨잠기명) : 내가 만난 사람은 성이 양씨이며 이름이 잠이다.
[출처] [본문스크랩] 재인전(梓人傳)-유종원(柳宗元)|작성자 이향
'한문기초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범증론(范增論)-소식(蘇軾) (0) | 2017.04.17 |
---|---|
송궁문(送窮文)-한유(韓愈) (0) | 2017.04.17 |
잡설-한유(韓愈) (0) | 2017.04.17 |
진학해(進學解)-한유(韓愈) (0) | 2017.04.17 |
쟁신론(爭臣論)-한유(韓愈) (0) | 2017.04.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