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한국적 재즈의 새 지평을 연 말로의 [벚꽃지다]

2016. 3. 14. 11:22음악감상

         

        ▒ 벚꽃지다 / 말로


        꽃잎 날리네 햇살 속으로
        한세상 지네 슬픔 날리네

        눈부신 날들 가네
        잠시 머물다 가네

        꽃그늘 아래 맑은 웃음들
        모두 어데로 갔나

        바람 손 잡고 꽃잎 날리네
        오지 못할 날들이 가네


        바람 길 따라 꽃잎 날리네
        눈부신 슬픔들이 지네



        언제였던가 꽃피던 날이
        한나절 웃다 고개 들어보니

        눈부신 꽃잎 날려
        잠시 빛나다 지네

        꽃보다 아름다운 얼굴들
        모두 어데로 갔나

        바람 손잡고 꽃잎 날리네
        오지 못할 날들이 가네

        바람 길 따라 꽃잎 날리네
        눈부신 슬픔들이 지네

         

         

        벚꽃 지다 (이주엽 작사, 말로 곡)

         


         

         

 

 

▒ 한국적 재즈의 새 지평을 연 말로의 [벗꽃지다]

 

Malo (본명: 정수월, 1972~ )

 

1993년 제 5회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 은상(자작곡, 그루터기)을 수상했으며, 1995년 보스턴 버클리 음대를

입학했다. Malo 의 3집인 [벚꽃지다]는 재즈이되 한국적 정서로 푹 빠져있다. 곡명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주로

자연과 약간은 애절한 마음 등을 주 소재로 했다. 그런만큼 흐르는 노래들이 주는 감각은 실로 애잔하다.


[벚꽃지다]는 이 애절함이 한국적정서라고 느끼기 쉬운, 보통[한]이라는 [한국적] 소재가 잘 이입되어 있다.

그런 만큼 하모니카와 낮게 흐르는 재즈피아노의 선율은 실로 전율적이기까지 하다.

 

이런 좋은 음악이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게 꽤나 안타까운 일이다.

나윤선과 웅산, 그리고 Malo... 우리나라 대표 재즈 트로이카이다.

 

 

 


Malo는 자타가 인정하는 국내 최고의 재즈 보컬이다. 어려서부터 노래하길 좋아했고, 많은 사람들이

그 자질을 눈여겨봤다. 가수가 될 생각은 없었지만 스스로 음악적 재능은 타고났다고 믿었다.

 

5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고 중2때 기타코드를 혼자 터득했으며, 고교시절 보이소프라노의 목소리로 중창단을

이끌었다. 국악에도 한때 심취했으며 경희대 물리학과 재학시절 인근 카페에서 통기타 가수로 이름을 날렸다.

그리고 1993년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에 참가해 은상을 수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주 이상하고 낯선 소리를 듣게 된다. 그 것이 재즈였다.

음악이라면 뭐든 자신 있다고 믿었던 말로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음악이 있음을 알고 충격을 느낀다.

 

그리고 재즈가 어떤 음악인지를 알아내야겠다는 [전투적 의지]에 불탄다.

그래서 대학 졸업 후 홀연히 도미, 재즈명문 버클리 음대에 입학한다.


유학 기간은 자기와의 독한 싸움의 연속이었다. 말로는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대부분 연습실에 파묻혀

살았다. 기량은 일취월장했고 지도교수였던 밥 스톨로프는 [내 학생들이 말로의 중간만 가도좋겠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녀가 구사하는 스캣(의미없는 음절을 흥얼거리며 목소리를 악기처럼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것)은 단연

독보적이다. 말로가 1996년 버클리 음대를 휴학하고 귀국해 대학로 클럽무대에 모습을 처음 드러냈을 때

재즈계는 그녀의 보컬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한국에도 비로소 스캣을 제대로 구사하는 재즈보컬이

나타났다고 감탄했다. [한국의 엘라 피츠제럴드]라는 별명은 그때 얻었다.


말로는 수려한 외모로 한때 TV 드라마 (SBS '단단한 놈' ) 연기자로도 얼굴을 내밀었다.

이 때 말로는 연기뿐 아니라 드라마 음악까지 맡아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1998년에 1집 앨범 [Shade of Blue]와 2집 앨범 [Time for Truth]를 만들었다.

그러나 그 중 스탠더드 재즈를 주 레퍼토리로 한 2집 앨범은 [음악이 비대중적이라 팔리지 않을 것]이라는

제작사의 판단으로 발매되지 못하는 불운을 겪었다.

 

 

 


2002년 말로는 한국일보 기자 출신의 이주엽을 만나 한 묶음의 가사를 전해 받는다.

곡으로 만들어보지 않겠느냐는 이주엽의 제의를 즉석에서 흔쾌히 수락한다.

 

그리고 1년간의 작업 끝에 2003년 3집 앨범 [벚꽃 지다]가 탄생한다.

이 작업에서 말로는 전곡을 작곡, 편곡, 노래하고 프로듀싱까지 해내 1인4역의 재능을 과시했다.

 

[벚꽃 지다]는 당초 말로와 이주엽의 프로젝트 앨범으로 기획됐다.

그러나 제작이 진행되면서 말로는 이 음반에 각별한 애정을 표시하고 자신의 3집으로 이름 붙이게 된다.


[벚꽃 지다]는 발표 후 재즈앨범으로선 이례적으로 대중적 인기를 얻었을 뿐 아니라 언론과 평단으로부터

절찬에 가까운 평가를 받았다. 이전의 한국 재즈음반은 스탠더드 재즈를 그 레퍼토리로 하거나, 창작곡이라

하더라도 [한국어는 재즈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통념 탓에 대부분 영어가사로 불렸다.

 

 

 

 

[벚꽃 지다]는 그런 통념을 깨고 앨범 전체의 가사가 토착적 서정을 담은 모국어로 씌어졌다.

이는 재즈앨범으로선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어는 재즈의 몸을 빌어 한층 깊어졌고,

재즈는 한국어를 만나 새로운 음악적 가지를 쳤다.

 

한 언론은 이 앨범을 두고 [한국적 재즈의 새 지평을 연 작품]이라고 평했다.

다른 언론에선 [한국은 이제 한국에서만 가능한 재즈앨범 하나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2003년9월엔 인터넷 인기 만화 사이트 [마린블루스]의 2004년용 다이어리 싱글 음반 제작에도

참여해 활동 반경을 넓혔다. 이 싱글 음반에 수록된 2곡은 말로가 작사, 작곡, 노래, 편곡, 프로듀싱을

도맡아 했다.


말로에게 재즈는 삶의 방편이자 전부다. 재즈는 정형화된 틀을 거부한다.

익숙한 큰 길이 아니라 언제나 낯설고 설레는 [세상의 샛길]로 가길 원한다.

재즈는 시간의 예술이다. 연주되는 모든 순간이 창조의 순간이자, 완성의 순간이다.

 

말로는 삶의 의미들이 아름답게 명멸하는 그 순간들을 사랑한다.

존재가 그 순간에 맞닿을 때 [자유]라는 단어는 적확한 용례 하나를 얻게 된다.

낯선 자유를 찾아가는 말로의 여정은 영원한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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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산으로, 그리고 또 산으로..
글쓴이 : 휘뚜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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