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남명 조식/유두류록 6

2015. 6. 8. 09:11한국의 글,그림,사람

十七日 頡朝. 泓之來問疾. 忽聞全羅道魚瀾㺚島. 倭舡來泊. 卽徹行謀. 促食將返. 略行危酌. 曾此湖南儒者金得. 李許繼. 趙壽期. 崔硏先到. 俱邀於法堂. 酒一巡. 樂一闋. 遽別. 行色怱遽. 未暇說討北山移檄□事.

 

 

지리산 천은사 일주문의 현판(조선 후기 4대 명필 중의 한 분인 원교 이광사의 서체

 

但於昨日舟中. 暫戱泓之束紫帶於腰. 此是繫縛卯申之物. 却恐卯申縛出去也. 拍手一噱. 及是果然. 只恨吾軰修行無力. 不能護一老友. 共坐支機石上. 泄吐滿腔塵土. 吸盡無限金華. 以作桑楡一半糧料也. 留妓鳳月. 甕臺. 江娥之. 貴千. 吹笛千守. 餘皆放黜.

 

 

大雨終日不已. 陰雲四合. 不知此外人間. 隔幾重雲水也. 及午. 湖南郵吏. 以從事書來到. 煙臺所報. 乃漕舡數隻. 益嘆泓之骨相無分. 暫不許一柯爛頃也. 泓之猶修無量度戒. 酒脯相望. 音書繼至. 六甲行廚之具. 盡付之姜國年. 使吾軰都不知桂玉之累. 國年. 州吏也.

 

 

是日. 剛而族生李應亨. 來詣寺門. 及夕. 寅叔下注呻痛. 薄暮剛而卒痛胸腹吐出數斗絞膓翻胃氣勢甚苦下注轉急. 投以蘇合元. 不效. 又投淸香油. 不效. 舊狎江娥之. 捧首護持. 向晨始定.

 

 

朝起邈然擡首曰. 去夜胸痛. 如不克濟. 吾雖死. 諸君在. 吾寧死於婦人之手乎. 諸君慰解曰. 君亦劫漢. 貪生之念常重. 故暫遇微疾. 忽愛其死也. 死生亦大. 豈應若是其微耶.

 

17일. 이른 아침에 홍지가 와서 문병하였다. 갑자기 전라도 어란달도(魚瀾㺚島)에 왜구(倭寇)의 배가 와서 정박하고 있다는 것을 듣고, 바로 유람 계획을 취소하고 아침밥을 서둘러 먹고서 돌아가려 하였다. 몇 잔 술을 돌렸다. 이에 앞서 호남 유생 김득리(金得李), 허계(許繼), 조수기(趙壽期), 최연(崔硏) 등이 먼저 이 절에 와 있어서 이들을 모두 법당으로 맞이하여 한 차례 술을 돌리고 풍악을 울렸다. 갑자기 작별하게 되자 서로의 행색이 매우 급하여 ‘북산이문(北山移文)’에 관한 일은 토론해 볼 겨를도 없었다.

 

어제 배 안에서 잠시 홍지가 허리에 자주색 띠를 매고 있어서 내가 “이는 토끼나 원숭이를 묶는 물건인데, 도리어 토끼나 원숭이에게 묶여 갈까 두렵습니다.”라고 농담을 하고 박수를 치며 한바탕 웃었는데, 이에 이르러 과연 그러하였다.
다만 한스러운 것은, 우리들이 수행에 힘쓰지 않아 한 늙은 벗을 보호해 함께 지기석(支機石) 위에 앉아 창자에 가득한 티끌을 토해내고 금화산(金華山)의 무한한 정기를 호흡하여 늘그막의 절반 양식으로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기생 봉월(鳳月), 옹대(甕臺), 강아지(江娥之), 귀천(貴千)과 피리 부는 천수(千守)를 남겨두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돌려보냈다.

 

 

지리산 천은사 관음전의 십일면관음보살상


큰 비가 내려 종일토록 그치지 않고 음산한 구름이 사방에 자욱하여 이 바깥 인간 세상과는 몇 겹의 구름과 물이 중첩하여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정오에 이르러 호남의 역리가 종사관의 편지를 가지고 왔는데, 연대(烟臺)의 보고에 따르면 어란달도에 나타났다고 하는 왜선은 바로 몇 척의 우리 조운선이라는 것이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홍지의 골상이 연분이 없어서 도끼 자루 하나 동안도 허락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홍지는 셀 수 없이 중생을 제도하는 계율을 닦았는지, 사람들이 술과 안주를 연이어 가져오고 기별과 서찰이 계속 이어져 이르렀다. 육갑(六甲)과 취사 도구의 준비를 모두 강국년(姜國年)이 맡고 있어서 우리들은 모두 계옥의 누가 됨을 알지 못하였다. 강국년은 진주의 아전이다.

 

 

지리산 천은사 진영각의 담장의 문양

 

이날 강이의 집안 사람 이응형(李應亨)이 와서 절문에 이르렀다. 저녁에 인숙이 설사를 하고 신음을 하였다. 저물녁에 강이가 갑자기 가슴과 배의 통증을 호소하더니, 토한 것이 두어말이나 되었다. 창자가 뒤틀리고 위가 뒤집히는 듯한 기세로 매우 괴로워하더니 설사가 점점 급해졌다. 소합원(蘇合元) 으로도 효험이 없었고, 다시 청향유(淸香油)를 투약했지만 효험이 없었다. 그가 예부터 친압했던 강아지가 그의 머리맡에서 간호했는데, 새벽녘이 되어서야 진정되었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 막연히 고개를 들고 말하기를, “지난 밤 가슴이 하도 이겨내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내 죽더라도 여러분들이 곁에 있는데, 어찌 부인의 손에 죽을 수 있겠습니까?” 라고 하였다. 제군들이 그를 위로하며 말하기를, “그대도 겁쟁이구려. 오래 살려는 생각을 항상 중요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에 잠시 대단치 않은 병에 걸렸는데도 죽을 것을 안타까워한 것이네. 죽고 사는 것이 큰일이지만, 어찌 이처럼 하찮은 병으로 잘못되겠는가?” 라고 하였다.

 

(일행들이 앓은 것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출처 : 소창대명(小窓大明)
글쓴이 : 바람난 공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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