奇大升 詩

2013. 6. 26. 16:14한시

우봉일율병기소람(又奉一律倂祈笑攬)-기대승(奇大升)

竄逐歸來鬢欲蒼(찬축귀래빈욕창) : 쫓겨나 돌아왔을 때 귀밑털은 하랗게 되려하였데
二人相見喜何量(이인상견희하량) : 두 사람의 서로 만나는 기쁨 어이 다 측량하리오
恩催驛馬班初綴(은최역마반초철) : 성은이 역마를 재촉하자 관복을 처음 입게 되어
夢繞庭闈路正長(몽요정위로정장) : 부모 계신 가정을 꿈속에 맴도니 갈 길은 정말 멀어
奉養難便堪愛日(봉양난편감애일) : 봉양이 편치 못하니 가는 해가 아쉬워
經綸未展足迴腸(경륜미전족회장) : 경륜을 펴지 못해 응당 마음속이 괴로워진다
東風解凍晴江闊(동풍해동청강활) : 동풍에 얼음이 풀려 강물이 활짝 트이어
扶老還京事不妨(부로환경사불방) : 늙은 몸 이끌고 서울로 가는 일, 방해받지 앉으리라

부벽루(浮碧樓)-기대승(奇大升)

錦繡山前寺(금수산전사) : 금수산 앞 영명사

大同江上樓(대동강상루) : 대동강 위 부벽루라
江山自古今(강산자고금) : 강과 산은 고금이 그대로인데
往事幾春秋(왕사기춘추) : 지나간 일 얼마나 세월이 흘렀는지
粉壁留佳句(분벽류가구) : 장식한 벽에는 좋은 시 남아 있고
蒼崖記勝遊(창애기승유) : 이끼 낀 바위에는 즐겁게 논 일 새겨 있네
경舟不迷路(경주부미로) : 배도 갈 길을 잃지 않거니
余亦沂淸流(여역기청류) : 나도 물처럼 맑게 흘러가리라

무과록명도(武科錄名圖)-기대승(奇大升)

高棟深簷敞一廳(고동심첨창일청) : 높은 기둥 깊은 추녀 온 청사가 넓은데
縓衣髹案凜儀形(전의휴안름의형) : 붉은 옷, 검은 책상 늠름한 기품이어라.
門前騰蹋鞍鞿耀(문전등답안기요) : 문 앞에는 나는 듯한 안장과 굴레 빛나고
階下睢盱面目熒(계하휴우면목형) : 뜨락에 아래 흘겨보는 눈빛이 번득이어라.
標咎斥停悲墮井(표구척정비타정) : 허물을 들춰 물리치니 대열에서 누락됨 슬프고
注名推試喜緣宴(주명추시희연연) : 이름을 기록 등용되니 합격되어 기쁘구나.
那知繪事開丹禁(나지회사개단금) : 회사(繪事)가 궁중에 열릴 줄을 어찌 알았으랴
物色生輝荷寵靈(물색생휘하총령) : 물색에 빛이 나니 은총에 감사하여라

상퇴계선생(上退溪先生)-기대승(奇大升)

寵渥徵金馬(총악징금마) : 두터운 총애로 금마의 부름 받아
恩榮覲北堂(은영근북당) : 성은의 영화로 북당을 뵈었습니다
塵埃凰短羽(진애황단우) : 진토에 묻힌 봉황은 깃이 짧아
風雨雁聯行(풍우안연행) : 풍우 속에서도 기러기는 줄을 잇습니다
喜託新知益(희탁신지익) : 기꺼이 새로 사귄 벗들을 의탁하였으니
驚看別語忙(경간별어망) : 작별의 소리 분망함에 놀며며 보았습니다
渾深孤露感(혼심고로감) : 혼연히 깊은 외로운 이슬의 감회가 깊어
延望疚中腸(연망구중장) : 목 빼어 바라니 마음 속에 병이 났습니다

압구정(狎鷗亭)-기대승(奇大升)

荒榛蔓草蔽高丘(황진만초폐고구) : 거친 숲에 엉킨 풀이 높은 언덕 뒤덮어
緬想當時辦勝遊(면상당시판승유) : 아득히 당시를 생각하니 명승지임을 알겠다
人事百年能幾許(인사백년능기허) : 인간의 한백년 그 얼마나 되는가
滿江煙景入搔頭(만강연경입소두) : 강에 가득한 안개 풍경, 번잡한 머리에 든다

주중취기(舟中醉氣)-기대승(奇大升)

江頭盡醉偶佳期(강두진취우가기) : 나루터 만취가 하기 우연한 좋은 기회
杯酒淋灕欲濕衣(배주림리욕습의) : 잔술이 흥건하여 옷을 적시려하는구나
牽興不須愁日晩(견흥불수수일만) : 흥에 겨워 저무는 것도 두렵지 않아
題詩且可餞春歸(제시차가전춘귀) : 시를 쓰면서 봄을 전송하여 돌아가련다
風煙冉冉猶相惹(풍연염염유상야) : 바람 날라는 연기 하늘하늘 일어나고
花絮紛紛只自飛(화서분분지자비) : 꽃같은 버들솜, 분분히 스스로 날아다닐 뿐
仙夢一宵超物外(선몽일소초물외) : 신선의 꿈 하룻밤에 속세를 벗어나
世間塵土莫來圍(세간진토막래위) : 세간의 흙먼지이여, 나를 에워싸지 말아라

남루중망소지객(南樓中望所遲客)-기대승(奇大升)

郡芳寂如掃(군방적여소) : 뭇 꽃들은 쓸은 듯 적막하고
春去何促迫(춘거하촉박) : 봄은 왜 그다지 빨리 가는가
幽懷不自寫(유회불자사) : 깊은 감회를 스스로 쏟지 못해
要此素心客(요차소심객) : 이처럼 마음 맞는 손님 있어야 하네
遙遙望已久(요요망이구) : 멀리멀리 바라본 지 이미 오래 되니
徘徊愁日夕(배회수일석) : 배회하며 해가 저물까 근심스러워라
長湖蘸明月(장호잠명월) : 긴 호수에 명월이 잠겼으니
晤言誰與適(오언수여적) : 누구와 함께 정담을 나눌 것인가
微風激樹枝(미풍격수지) : 가는 바람 나무 가지를 부딪혀
瀟瀟助余慼(소소조여척) : 쓸쓸히도 나의 슬픔 더하는구나
重城想如咫(중성상여지) : 여러 겹 성에도 생각은 지척 같아
渺渺雲嶺隔(묘묘운령격) : 아득히 구름 낀 산이 가로는구나
燈燼欲頻垂(등신욕빈수) : 등불 심지는 자주 처지는데
園蔬竟虛摘(원소경허적) : 정원의 채소도 공연히 뜯어 놓는다
對卷悄無寐(대권초무매) : 책을 대하고 초조히 잠 못 이루어
微義嗟難析(미의차난석) : 깊은 글 뜻 안타깝게도 풀기 어렵도다
頹思遽如何(퇴사거여하) : 잊고서 잠들고 싶으니 갑자기 웬일일까
夢裏飜相覿(몽리번상적) : 꿈속에서 도리어 서로 만나보자꾸나

기유호제자(寄遊湖諸子)-기대승(奇大升)

湖上淸陰護落花(호상청음호낙화) : 호상의 맑은 그늘 떨어지는 꽃 보호하니
出遊無伴坐吟哦(출유무반좌음아) : 나가도 노닐 친구 없어 앉아서 시만 읊는다
諸生剩欲來挑興(제생잉욕내도흥) : 제생은 모두 와서 흥을 돋우려 하는데
倦客何堪共酌窪(권객하감공작와) : 지친 나그네 어찌 함께 술잔 채워 대작할까
不風微煙橫素鏡(不풍미연횡소경) : 연기 바람 없어 맑은 거울처럼 비껴있는데
且看完月闖靑螺(차간완월틈청라) : 둥근 달이 먼 산마루에 떠오름 보게 되리라
暮春光景今如許(모춘광경금여허) : 늦은 봄의 풍경이 지금 저러한데
病與愁纏只自嗟(병여수전지자차) : 병과 시름 얽혀 스스로 탄식할 뿐이다

歷訪朴孝伯(력방박효백)-奇大升(기대승)

逢君話疇昔(봉군화주석) : 그대를 만나 옛이야기 나누면서
濁酒聊自斟(탁주료자짐) : 애오라지 탁주를 스스로 따르네.
微風動新竹(미풍동신죽) : 가는 바람 대숲에 일자
時有一蟬吟(시유일선음) : 때때로 매미 소리 들려오네
邀月亭韻(요월정운)-奇大升(기대승)

夫君才氣合乘車(부군재기합승차) : 그대의 재주와 기운은 수레를 탈만한데
遁跡江湖放浪餘(둔적강호방랑여) : 강호에 숨어 방랑한 나머지 자취를 감추었네
載酒引船風色嬾(재주인선풍색란) : 술을 싣고 배를 타니 풍색은 조용하고
藝花扶杖月華虛(예화부장월화허) : 꽃 심고 지팡이 짚으니 달빛도 밝은데
經心舊學惟心也(경심구학유심야) : 옛 학문에 마음을 다스리니 오직 한 마음
脫手新詩更賁如(탈수신시경분여) : 새로운 시에 손을 대니 다시 흥겨워지네.
雨露九天應下漏(우로구천응하루) : 하늘의 비와 이슬은 당연히 내려오려니
直長威望壓周廬(직장위망압주려) : 직장의 위엄과 명망이 주려를 압도하리라.
偶吟(우음)-奇大升(기대승)

報本空餘詠采蘋(보본공여영채빈) : 조상 제사엔 공연히 채빈의 제사만 남았구나
故山遙憶露濡春(고산요억로유춘) : 고향 산을 아득히 생각하니 이슬 젖은 봄이었네.
棲遲且作塵中客(서지차작진중객) : 깃들어 사는 것은 아직 세상속의 나그네요
歸去聊憑夢裏人(귀거료빙몽리인) : 돌아감은 애오라지 꿈속의 사람에게 의지한다네.
古木蒼松誰是主(고목창송수시주) : 고목된 푸른 소나무 누가 주인일까
淸溪白石久無隣(청계백석구무린) : 맑은 시내 흰 돌에는 오래도록 이웃도 없구나.
何時得遂田園興(하시득수전원흥) : 어느 때 전원의 흥취 이루어
兄弟相看一笑新(형제상간일소신) : 형제끼리 서로 보며 한 번 웃어볼까
落日悠悠獨倚欄(락일유유독의란) : 지는 해에 유유히 홀로 난간 기대니
眼中人事似飛湍(안중인사사비단) : 눈앞에 사람의 일들이 나는 물결 같구나
衛生誰畜三年艾(위생수축삼년애) : 병을 고쳐 삶을 지키려 누가 삼년 된 쑥을 비축하나
謀食爭緣百尺竿(모식쟁연백척간) : 식록을 꾀해 다투어 백척의 간두를 타는구나.
萬里雲山空疊翠(만리운산공첩취) : 만리에 구름과 산 헛되이 푸르름 쌓였고
幾家高閣謾流丹(기가고각만류단) : 몇 집의 높은 누각 단청이 흐르는구나.
衰榮不覺同歸盡(쇠영불각동귀진) : 쇠하고 영화로움 깨닫지도 못하고 모두 다하리니
堪笑吾生作計難(감소오생작계난) : 나의 생애 계획하기 어려움은 우습기만 하구나.
蔥秀山(총수산)-奇大升(기대승)

蔥秀溪山好(총수계산호) : 총수산 계곡은 아름다워
儒仙舊揭名(유선구게명) : 유선이 예부터 이름을 걸었네
巉巖神所鑿(참암신소착) : 가파른 바위 신이 깎아 놓았고
澄澈鏡如明(징철경여명) : 맑은 물은 거울같이 밝도다.
暗竇寒泉冽(암두한천렬) : 어둑한 구멍에 차가운 샘물 맑고
陰崖細草榮(음애세초영) : 그늘진 벼랑에는 잔잔한 풀도 무성하다.
經過愜幽賞(경과협유상) : 지나는 곳마다 그윽한 구경 흡족하니
一笑散塵纓(일소산진영) : 한번 웃으며 풍진의 갓끈 흩어버린다
千山雪漲溪(천산설창계)-奇大升(기대승)

風墮千山雪(풍타천산설) : 바람이 천산의 눈 떨어뜨리니
寒溪漲欲平(한계창욕평) : 찬 시내 물 불어나 평평해지네.
潮光凝不退(조광응불퇴) : 조수에 어리어 물러가지 않고
月色曉猶明(월색효유명) : 달빛은 새벽이 되어도 밝기만하구나
巖谷猿啼冷(암곡원제랭) : 바위 골짝에 잔나비 쓸쓸히 울고
松梢鶴夢驚(송초학몽경) : 소나무 가지에 학도 꿈에 놀라는구나.
遙知灞橋上(요지파교상) : 아득히 알겠노라, 패교의 위에는
詩興未應淸(시흥미응청) : 시흥이 응당 맑지 못하리라
山堂寒日(산당한일)-奇大升(기대승)

一室空山裏(일실공산리) : 외딴집 빈 산 속에 있으니
蕭條歲欲窮(소조세욕궁) : 쓸쓸한 채로 한 해는 저물고자 하네.
凍泉時自汲(동천시자급) : 언 샘물 때때로 몸소 길어오고
枯蘖且相烘(고얼차상홍) : 마른 등걸 서로 불을 사른다네.
靜憩窓間日(정게창간일) : 조용하게 창 사이 햇볕에 쉬고
閒聽谷口風(한청곡구풍) : 한가로이 골짝 입구 바람 소리 듣노라
生涯聊可慰(생애료가위) : 생애를 애오라지 달랠 만하니
此意與誰同(차의여수동) : 이 뜻을 누구와 함께 하리오
讀書(독서)-奇大升(기대승)

讀書求見古人心(독서구견고인심) : 글 읽을 때는 옛사람의 마음을 보아야 하니
反覆唯應着意深(반복유응착의심) : 반복하며 마음을 깊이 붙여 읽어야 하느니라.
見得心來須體認(견득심래수체인) : 보고 얻음 마음에 들어오면 반드시 체험해야 하며
莫將言語費推尋(막장언어비추심) : 언어만 가지고서 추리하여 찾으려 하지 말라
夜成(야성)-奇大升(기대승)

寒夜不成夢(한야불성몽) : 차가운 밤에 꿈도 꾸지 못하고
孤吟對短檠(고음대단경) : 외로이 읊으며 등잔불 마주보네.
月上照疏竹(월상조소죽) : 달 떠올라 성긴 대밭을 비추니
窓明分細蝱(창명분세맹) : 창은 밝아져 작은 벌레도 보이네.
隣犬元多警(린견원다경) : 이웃 개들은 원래 깨우침 많고
村舂自送聲(촌용자송성) : 마을에선 방아 찧는 소리 저절로 들리네.
黙黙誰開抱(묵묵수개포) : 침묵만 흐르니 누구와 회포를 나눌까
悠悠百感生(유유백감생) : 내 마음에 아득히 온갖 감회가 생겨나네
次吳牧使韻(차오목사운)-奇大升(기대승)

自喜文翁化(자희문옹화) : 스스로 문옹의 교화를 기뻐하다가
還應託有隣(환응탁유린) : 도리어 의탁하는 이웃이 되었다네.
笑談蠡測海(소담려측해) : 웃으며 이야기 나누나 전복껍질로 바다를 알겠는가.
酬唱蘖生春(수창얼생춘) : 시를 주고받음 움나무 봄을 만났구나.
曜德輝南極(요덕휘남극) : 밝은 덕은 남쪽 끝에 빛나고
懸情拱北辰(현정공북진) : 매달린 정은 북극성을 끼고 있구나.
風雲他日會(풍운타일회) : 다른 날에 풍운 되어 모이면
洪量鎭甘辛(홍량진감신) : 넓은 도량으로 감과 신을 진정시키리라

鄭孝子詩(정효자시)-奇大升(기대승)

巍然錦城山(외연금성산) : 우뚝한 금성산이
南紀鎭爲雄(남기진위웅) : 남쪽 땅 지덕을 눌러 웅장하구나.
名都據形勝(명도거형승) : 이름난 도읍이 명승지 차지하니
物産不獨豐(물산불독풍) : 물산만 풍부한 것만이 아니도다.
村村自喬木(촌촌자교목) : 마을마다 큰 나무 서있고
下維德人宮(하유덕인궁) : 그 아래에는 덕 있는 사람들의 집이 몰려있구나.
事親極其孝(사친극기효) : 부모님을 섬김에 그 효심 지극하니
精誠與天通(정성여천통) : 그 정성 하늘에 통하는구나.
耈壽錫無疆(구수석무강) : 장수를 누림도 끝이 없어
八十顔始紅(팔십안시홍) : 나이 팔십에도 얼굴이 붉으시다.
時從鄕老會(시종향로회) : 때로는 시골 노인들과 함께 모이니
儀度儘躬躬(의도진궁궁) : 예의가 모두 다 참으로 공손하도다.
怡怡談故事(이이담고사) : 기쁘게 옛일을 이야기하니
白叟皆趨躬(백수개추궁) : 백발노인들 모두 몸소 모여드는구나.
太守竦且敬(태수송차경) : 태수도 어려워하고 존경하여
意欲達黈聰(의욕달주총) : 임금에게 아뢰려고 하였다네
小子未有知(소자미유지) : 소자는 아는 것이 없지만
卓行徒仰嵩(탁행도앙숭) : 높은 행실만 우러를 뿐이로세
綴詩挹餘光(철시읍여광) : 시를 지어 남은 빚 거둬들이니
萬古垂高風(만고수고풍) : 만고에 높은 바람 드리우리라

訪朴大均(방박대균)-奇大升(기대승)

綠江一棹興悠然(록강일도흥유연) : 푸른 강에서 노를 저으니 흥이 절로 나는데
來訪煙波老病仙(래방연파로병선) : 안개 낀 물결은 병든 신선을 늙게 하네.
人事可堪輸白眼(인사가감수백안) : 인간만사를 백안으로 보니 어이 견디며
窮通更莫問蒼天(궁통경막문창천) : 궁하고 통하는 것 다시 저 푸른 하늘에 묻지 말아요.
秋林漠漠風吹急(추림막막풍취급) : 가을 숲 막막한데 바람은 세차게 몰아치고
寒雨蕭蕭葉殞筵(한우소소엽운연) : 찬비 쓸쓸하니 나뭇잎 그 자리에 바로 떨어지네.
相對一尊談笑地(상대일존담소지) : 서로 만나 한잔 술로 웃으며 이야기 나누는 자리에
黃花何意管流年(황화하의관류년) : 누런 국화꽃이 흐르는 세월과 무슨 상관이리
次松川韻(차송천운)-奇大升(기대승)

最愛桐花照酒杯(최애동화조주배) : 오동나무 꽃이 술잔에 비추는 광경이 가장 좋아
笑談應得鬱懷開(소담응득울회개) : 웃으며 이야기하니 울적하고 답답한 마음 풀만도 하네.
江頭細路渾疑暗(강두세로혼의암) : 강가의 오솔길 모두 어둑하니
策馬猶須信轡回(책마유수신비회) : 말에 채찍질 말고 가는 대로 맡겨 돌아가려네
遊七頭草亭(유칠두초정)-奇大升(기대승)

溪行盡日寫幽襟(계행진일사유금) : 종일토록 개울 거닐며 마음 속 회포 푸는데
更値華林落晩陰(경치화림락만음) : 다시 화려한 숲에는 저녁 그늘이 깔리는구나.
稿薦石床人自夢(고천석상인자몽) : 돌상에 짚방석에 누우니 저절로 꿈에 들고
遠山疎雨一蟬吟(원산소우일선음) : 먼 산에 잠깐 비 내린 뒤, 매미가 울어댄다.

題扇(제선)-奇大升(기대승)

鑠景流空地欲蒸(삭경류공지욕증) : 쇠가 햇볕에 녹아 흐르고 땅도 찌는 듯한데
午窓揮汗困多蠅(오창휘한곤다승) : 점심때 창가에서 땀을 뿌리며 몰리는 파리에 성가시다
憐渠解引淸風至(련거해인청풍지) : 저 부채가 청풍을 끌어올 줄 아니 기특하니
何必崑崙更踏氷(하필곤륜경답빙) : 어찌 반드시 곤륜산에 가 얼음을 밟아야만 하랴
團扇生風足(단선생풍족) : 둥근 부채 바람이 잘 일으키니
秋來奈爾何(추래내이하) : 가을이 오면 너를 어이할까
爲君多少感(위군다소감) : 너를 위해 다소간 느낌이 있나니
寒熱不同科(한열불동과) : 차고 더움이란 본래 같이 논할 수는 없는 것이네.

雨中(우중)-奇大升(기대승)

只今身世已迷津(지금신세이미진) : 지금 이 몸은 이미 건널 나루터를 잃고
獨臥空堂雨襲人(독와공당우습인) : 빈집에 홀로 누워 비에 젖는다.
日暮未堪長鋏拔(일모미감장협발) : 날 저무니 긴 칼을 뽑지 못하고
夜深猶許短檠親(야심유허단경친) : 밤이 깊어 오히려 등잔불과 가깝구나.
疎煙漠漠疑封戶(소연막막의봉호) : 연기도 자욱하여 문을 닫은 듯
密葉陰陰欲蓋隣(밀엽음음욕개린) : 나뭇잎은 어둑하여 이웃 고을 가렸구나.
幽興撩詩應爛熳(유흥료시응란만) : 그윽한 흥취 시흥을 돋우어 기분 좋으니
一杯相屬趁芳辰(일배상속진방진) : 한 잔 술을 서로 권하며 좋은 계절 즐겨보세

偶吟(우음)-奇大升(기대승)

春到山中亦已遲(춘도산중역이지) : 산중에 봄이 와 벌써 늦봄이라
桃花初落蕨芽肥(도화초락궐아비) : 복숭아꽃 떨어지자 고사리 싹 돋아나네
破 煮酒仍孤酌(파당자주잉고작) : 깨진 냄비에 술 데워 혼자서 마시고
醉臥松根無是非(취와송근무시비) : 취하여 소나무 밑에 누우니 시빗거리 하나 없네.

從牧伯飮(종목백음)-奇大升(기대승)

風靜天開矢道明(풍정천개시도명) : 바람 자고 맑은 날 활쏘기 시합 하니
傳觴破的善哉爭(전상파적선재쟁) : 술잔을 돌리며 과녁 맞히어 좋은 경쟁이로다.
罰籌已覺蝟毛積(벌주이각위모적) : 벌주가 한도 없이 쌓였음을 알고
定是寒儒浪自驚(정시한유랑자경) : 빈한한 선비가 바로 부질없이 놀래는구나

喜雨(희우)-奇大升(기대승)

同風鏖暑隮氛氳(동풍오서제분온) : 바람과 같이 더위 쫓으니 무지개가 서고
瓦響騷騷夜轉聞(와향소소야전문) : 기와에 소란한 비 소리는 밤에 더욱 요란하네.
已覺滂沱均率土(이각방타균솔토) : 이미 충분하고 전국에 고루 온 것 알았으니
還將豐穰祚明君(환장풍양조명군) : 오히려 풍년을 임금에게 축복 드리세
郊原浩渺猶翻日(교원호묘유번일) : 들판은 넓어 아득한데 햇살은 번쩍이고
澗谷蒼茫欲漲雲(간곡창망욕창운) : 골짜기는 창망하여 구름이 넘치네.
巖寺閉門紬古史(암사폐문주고사) : 바위 위 절간에서 문 닫고 옛 일 살피는데
映空芳篆擢爐薰(영공방전탁로훈) : 공중에 서리는 향 연기가 화로에서 피어오르네.

夏景(하경)-奇大升(기대승)

蒲席筠床隨意臥(포석균상수의와) : 부들방석 대나무 침상에 편하게 누우니
虛欞疎箔度微風(허령소박도미풍) : 창과 성긴 발로 미풍이 불어든다
團圓更有生涼手(단원경유생량수) : 둥근 부채질에 다시 서늘해지니
頓覺炎蒸一夜空(돈각염증일야공) : 찌는 듯한 더위 이 밤에는 없어졌구나.

同諸友步月甫山口號(동제우보월보산구호)-奇大升(기대승)

친구들과 함께 보산에서 달빛을 거닐며 소리치다-奇大升(기대승)
涼夜與朋好(량야여붕호) : 서늘한 밤 친구들과 함께
步月江亭上(보월강정상) : 강가 정자에서 달빛을 거닐었네.
夜久風露寒(야구풍로한) : 밤이 깊어지자 바람과 이슬 차가워지니
悠然發深想(유연발심상) : 나도 몰래 깊은 생각에 잠기었네

別山(별산)-奇大升(기대승)

扶輿淸淑此焉窮(부여청숙차언궁) : 수레로 아름답고 맑은 이 곳에 이르니 길은 다하고
磅礴頭流氣勢雄(방박두류기세웅) : 크나큰 두류산 기세가 웅장하구나.
萬古橫天瞻莽莽(만고횡천첨망망) : 만고에 비낀 하늘은 볼수록 망망하여라.
三才拱極仰崇崇(삼재공극앙숭숭) : 삼재가 북극에 조공하니 올려보니 높고도 높구나.
元精固護張猶翕(원정고호장유흡) : 그 원기 굳게 지키니 퍼지다 다시 뭉쳐지고
潛澤流行感卽通(잠택류행감즉통) : 잠긴 은택 흘러내려 느끼면 통하는구나.
多少往來人不盡(다소왕래인불진) : 많은 사람들 왕래하여 그치지 않으니
却慙靈境祕祝融(각참령경비축융) : 축융을 숨긴 신령한 경계가 오히려 부끄럽구나.

縱筆(종필)-奇大升(기대승)

淸風動萬松(청풍동만송) : 맑은 바람에 소나무들 물결치고
白雲滿幽谷(백운만유곡) : 흰 구름은 그윽한 골짜기에 가득하구나.
山人獨夜步(산인독야보) : 산에 사는 사람 혼자 밤에 걷노라니
溪水鳴寒玉(계수명한옥) : 개울물은 찬 옥구슬 구르듯이 소리 내며 흐른다

圍棋(위기)-奇大升(기대승)

空堂閑坐且圍棋(공당한좌차위기) : 빈 방에 한가히 앉아 바둑판 둘러싸고
撥得幽懷自一奇(발득유회자일기) : 그윽한 회포 풀어보니 저절로 하나의 기이함이로다.
蜩甲形骸眞欲幻(조갑형해진욕환) : 허물 벗는 매미처럼 진지하게 탈 바꾸려 하고
蛛絲意緖政堪遲(주사의서정감지) : 거미가 줄치듯이 생각의 실마리는 신중하구나.
涪翁妙句心能會(부옹묘구심능회) : 부옹의 묘한 글귀 속으로 짐작하며
商皓神機手已知(상호신기수이지) : 상산 네 호탕한 선비의 신기한 기미도 손이 벌써 알았구나.
戲罷一場成浩笑(희파일장성호소) : 한 판 끝내고 호탕하게 웃으니
綠楊黃鳥亂啼時(록양황조란제시) : 푸른 버들 속 꾀꼬리가 어지럽게 우는 때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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