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춘래불사춘

2012. 12. 31. 11:56알아두면 조은글

춘래불사춘(春來不思春)아닌가요?


봄이 왔건만 봄이 온 것처럼 생각되지 않는다는 뜻이지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가 있지요?


계절은 봄으로 바뀌었으나

정치적 변혁이나 경제 불황 등으로

세상이 각박하고 민심이 흉흉하여 따뜻한 봄기운을

느끼지 못한다는 뜻이 됩니다.

 



        春來不似春  (춘래불사춘)


친구가 쓴 한시를 읽다가 ‘춘래불사춘’을 문득 떠올려 봅니다.


정식으로 서당공부 한 사람같이....

그냥 좀 아는 정도를 넘어서 일상생활에 자유자재로

한시를 응용 할 수 있는 친구의 솜씨에

나는 그저 부러울 뿐입니다.


한시라고 하면 거의 문외안인 내게........

유일하게 떠오르는 글귀라고는 春來不似春  (춘래불사춘)이랍니다.


비슬산 자연 휴양림 입구 바위에 쓰인 樂山樂水” 를 보고 낙산낙수라고 읽었더니


아는놈이 요산요수라고 배웠는데?”......라고 한다.


얼굴이 화끈..... 아무 생각 없이 읊었는데  된통 걸렸더랍니다.

이럴 때는 정공법이 최선이라.......


“아... 아 착각했네..  옛날에 이거 시험에 무지 많이 나왔는데......”

   


이런 나의 뇌리에 왜 “춘래불사춘”이라는 글귀가 그렇게 남아 있었을까?

아마도 실크로드 변방 어딘가에서 흘렸을 왕소군의 눈물 때문이 아니었을까?.......


80년의 봄  군부 독재가 시작 되었을 때 인구에 많이 회자 되었었고.....

요즈음 MB 때문에 다시 뜨고 있는 말이기도 하답니다.


“봄은 왔는데 봄이 아니다”


왜들……. 이렇게도  이 좋은 문장을 그런 진흙탕에다 비유를 하는지 안타까울 뿐입니다.


중국 4대 미인은

서시(西施), 왕소군(王昭君), 초선(貂蟬), 양귀비(楊貴妃)이랍니다.

중국애들이 스스로 이렇게 규정 했답니다.


침어낙안 (沈漁落雁),

기러기는 땅 밑으로 떨어지며, 물고기는 물속으로 가라 앉고,


폐월수화 (閉月羞花),

달은 구름 뒤로 얼굴 가리고, 꽃은 스스로 부끄러워 하네


물고기로 하여금 부끄러워 물밑으로 숨게 만들었다는....

월나라 미인 서시의 미모는 沈魚(침어)입니다

       


거문고 타는 모습에 반한 기러기가 날갯짓을 멈춰 떨어졌다는.....

왕소군의 미모는落雁(낙안)이랍니다.


고개 들어 달을 보자  달도 부끄러워 구름 뒤로 숨었다는....

초선의 미모는 閉月(폐월)입니다.


꽃을 건드리자 꽃도 잎으로 가리며 부끄러워했다는......

양귀비의 미모는 羞花(수화)입니다.


중국애들 과장하는 데는 천부적인 재질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문학적 과장이라면 얼마든지 수용이 될듯합니다.

단지..... 물고기며, 달이며...꽃과 기러기까지

미인이라면 맥을 못 추는가...하는 생각이 잠깐 들지만...


왕소군의 고사를 이야기 한다는 게 뜬금없이 사대 미인 이야기로 빠져 버렸네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한(漢)나라 원제(元帝)가  자구만 껄떡 대며 괴롭히는 흉노족을 달래기 위해

흉노 왕에게 반반한 궁녀 하나를 주는 미인계를 쓰기로 했는데..

하지만 원제도 꼴에 남자라고..... 

그 많은 궁녀중 하나라도 남 주기는 아까웠던지,

궁녀들을 그린 초상화 그림책을 가져오게 해서 쭉 훑어보다가,

그 중에서 가장 못나게 생긴 왕소군을 찍었던 것입니다.


원제란 놈이 궁녀가 너무 많다 보니 제풀에 복이 겨워 양들이 끄는 마차를 타고....

그 마차가 닿는 곳에 있는 궁녀를 찍기도 하고 별에 별짓을 다 하였다는데.....


몇 번 해보니 그것도 귀찮은지라  궁녀의 초상화 그림책을 만들어 놓고는

생각날 때마다 그 리스트를 훑어보고 마음에 드는 궁녀를 픽업 했다나요..


문제는 요즘처럼 디카가 없었다는 이유 때문에 왕소군의 비극이 시작되는데

대박 인생을 꿈꾸는 황실 궁녀들이 궁정 화가 모연수에게 앞 다투어  찾아가

뇌물을 바쳐 가며 뽀샵을 졸라대니.........


기고만장 어깨에 잔뜩 힘을 넣은 모연수에게....

단 한사람......왕소군 만이 모연수를 찾지 않았더랍니다.

그만큼 자신의 미모에 자신만만했기 때문인지....아니면 야심이 없었던지......

어쨌든, 왕소군은 모연수의 괘씸죄에 걸려 그림책에서 제일 못나게 그려지고 말았답니다.

원제란 놈이 꼴에 남자라고....

제일 못생긴 왕소군을 찍어서 흉노왕 앞에 불러 놓았는데....

      


어라........ 김태희 같기도 하고 김희선이 같기도 한 궁녀가 불려왔네...

이미 때는 늦었는데 어찌하리......체면에 물릴 수도 없고

안면 가득 씁쓸이 미소를 지으며 왕소군을 보낸 원제......

얼마나 화가 났던지 바로 궁정 화가 모연수를 불러 목을 쳤답니다.


이런 아련한 고사가 얽힌  ‘춘래불사춘’이라는 문장....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니


오랑캐의 땅으로 출발하는 때의 가련함과 슬픔을 읊은  시가 이태백 이가.......



<昭君怨(소군원)> - 이백


昭君拂玉鞍 (소군불옥안)   소군이 옥 안장 추어 올려

上馬涕紅頰 (상마체홍협)   말에 오르니, 붉은 뺨에는 눈물이 흐르네.

今日漢宮人 (금일한궁인)   오늘은 한나라 궁녀이지만,

明朝胡地妾 (명조호지첩)   내일 아침 이면 오랑캐 땅 첩이 되겠지.



변방에 끌려가 외로움과 고향에 대한 애끓는 마음 때문에

시들어 가는 왕소군의 애끓는 모습을 묘사한 시는

시인 동방규의 昭君怨(소군원)이라는 제목의 시로 남아 있다고 합니다.


<昭君怨(소군원)> - 동방규


胡地無花草 (호지무화초)   오랑캐 땅에는 꽃과 풀이 없으니

春來不似春 (춘래불사춘)   봄이 와도 봄 같지 않구나.

自然衣帶緩 (자연의대완)  자연히 옷 띠가 헐렁해지니

非是爲腰身 (비시위요신)  이는 허리 몸매 위함이 아니었도다.


오늘 아침에 친구의 글을 찬찬히 읽다가.....

퍼뜩 떠오른 춘래불사춘 이란 옛 문장이


나를 먼 과거의 그날로 돌아가...

시들어가는 왕소군을 구해 급하게 말을 달리며 흉노의 땅을 탈출해 나오는......


금빛 갑옷에 장군검을 차고..... 왕소군을 앞에 안고.. 나는 듯이 적토마를 뛰쳐나가는

그런 사또의 모습을 그려 봅니다... 캬 ~~~  ㅎㅎㅎ

 

출처 : 신이나
글쓴이 : 신이나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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