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비단에 금으로 그린 대나무… 탄은 이정의 1609년작‘니금세죽’.
작품의 우측 상단에‘상강야우(湘江夜雨)’라는 화제가 적혀 있다.
중국의 대나무 명산지‘상강’에 밤비가 내리고 댓잎이 아래로 축축 늘어지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작품 좌측 상단에는 그림을 그린 시기와 장소가 적혀 있다.
조선시대 최고의 대나무 화가, 이정
이렇듯 군자를 닮은 대나무의 모습을 가장 잘 표현해 낸 작품이
우리나라 회화 사상 최고의 대나무 화가로 꼽히는 탄은 이정(灘隱 李霆, 1554~1626)의
‘풍죽도(風竹圖)’다.
이정은 세종대왕의 현손(玄孫: 증손자의 아들)으로 왕족 출신 문인화가이다.
그는 특히 먹으로 그린 대나무 그림은 사실적인 묘사와 더불어 격조 높은 정신성을
모두 겸비했다고 하여 조선은 물론 멀리 중국에까지 이름을 날렸다.
사실 이정은 임진왜란 때 왜군의 칼에 오른 팔을 다쳐 화가로서의 생명이 끝나는 듯했다.
전쟁 중에 신체적인 장애를 입었지만
그는 부단한 노력으로 왼손으로도 오른손으로 그린 그림만큼의 걸작을 남겼다.
그의 대나무 그림 가운데서도 최고로 꼽는 것이 이 ‘풍죽도’이다.
정확한 제작 연도는 알 수는 없으나
임진왜란 이후로 그가 장애를 극복하고 왼손으로 그린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