雅言覺非 (序文)

2023. 9. 20. 23:04松浩書室

아언각비(雅言覺非) 【정약용(丁若鏞)】


아언각비(雅言覺非)는 다산 정약용이 1819년에 펴낸 우리말 연구서이다. 이 책은 우리말 중에서 잘못된 연원을 따져서 백성들의 언어생활을 바르게하기 위하여 이치에 맞지 않고 와전된 말들을 찾아 그 잘못된 뜻과 확실한 용례를 들어 설명한 국어책이다.

아언각비(雅言覺非)는 3권 1책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다산이 긴 유배생활을 마치고 양주의 집으로 돌아온 이듬해에 펴냈으니 지금부터 200년 전이다.

아언(雅言)이란 말은 논어의 술이(述而)편에 나오는데, “공자께서 평소에 하신 말씀(子所雅言)은 시와 서(詩書)이며 몸가짐과 행동은 예를 지키는 것(執禮)이었으니 이 모두가 평소에 하시는 말씀(皆雅言也)이다”라고 하였다. 당나라 때 유학자 공영달은 이 ‘아언(雅言)’이란 말은‘바른말(正音也)’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이 말은 공자가 살았던 춘추시대에 ‘백성들이 일반적으로 쓰는 말’이라는 뜻이니 오늘날‘표준어’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뜻에 비추어 ‘아언각비(雅言覺非)’는 일반 백성이 쓰는 언어가 이치에 맞고 뜻이 올바르게 소통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그 잘못된 것을 깨우쳐야 한다는 뜻으로 지었음을 제호(題號)에서 보여주고 있다.

제1권에 소개된 내용 중에‘장안(長安)’과‘낙양(洛陽)’이라는 말에 대하여 잘못 알고서 쓰고 있는 것을 지적하고 그 연원에 대하여 밝힌 내용을 보면, “장안·낙양(長安·洛陽)은 중국에 있는 두 서울의 이름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를 취하여 서울의 일반적인 이름으로 삼아 시문이나 편지를 쓸 때에도 이를 의심하지 않고 써 왔다. 그러나 옛 고구려가 처음에 도읍한 서울이 평양(平陽, 곧 平壤)인데, 거기에는 두 성이 있어서 동북쪽 것을 동황성(東黃城)이라 했고, 서남쪽 것을 장안성(長安城)이라 하였다. 그러므로 이때부터 서울을 장안(長安)이라 칭하기 시작했다고 짐작된다. 낙양(洛陽)이라고 하는 것은 더욱더 근거로 할 만한 것이 없다. 다 습관이 돼서 고찰하지 않고 사용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지금도 우리가 흔히 사용하고 있는 호칭 중에 잘못 사용되고 있는 것을 그 당시 지적했다는 것이 흥미로워 몇 가지를 소개한다. “수(嫂)란 형의 아내(兄妻)를 말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풍속으로는 아우의 아내 제처(弟妻)도 또한 제수(弟嫂)라고 부른다. 또 아래 누이(妹)는 여동생이다. 우리나라 풍속에는 윗누이의 남편 자부(慈夫)를 매부(妹夫)라고 하는데 이것은 모두 잘못된 것이다”라고 하였다.

다산은 아언각비를 펴내면서 그 서문에 “세상의 일반적인 풍속이 전해지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말이 본뜻을 잃어버리고, 그릇되고 이치에 어긋나는데도 이어받고 그대로 따라 쓰면서 그 잘못된 것을 고찰하지 않는다. 우선 하나의 그릇된 말을 밝혀 깨닫게 하면, 마침내 사람들이 의문을 갖고 바른말로 그릇된 점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하여 ‘아언각비(雅言覺非)’ 3권을 짓게 되었다”라고 밝히고 있다. 말이 잘못되면 ‘실제적인 용도’에 어긋나고, ‘진실과 사실’을 왜곡하게 되며 나아가 실용(實用)이 어긋나고 실사(實事)가 왜곡되면 세상은 바로 서지 못하고 어지러워진다. 따라서 다산은 ‘올바른 세상을 위해서는 올바른 말을 써야 한다
경서(經書)와 명어(明語) 인용이 와전되었거나 어원과 용처가 모호한 속어(俗語)의 참뜻과 어원(語源)을 밝혔다.

​자소아언(子所雅言) 시서집례(詩書執禮) 개아언야(皆雅言也) 【논어 술이(述而) 17】

공자께서 평소 말씀하시는 바는 시(詩)ㆍ서(書)ㆍ예(禮)를 행하는 것이었으니,
모두 평소 하는 말(雅言 → 표준어 → 공용어)이었다.

​아언(雅言)은 주(周)나라 수도 낙양(洛陽) 근처 백성들이 늘 썼던 공용어이다.

그래서 당(唐) 공영달(孔穎達, 574-648)은 "아언은 바른말(正音也)이다." 하였다.

서문(序文) 【雅言覺非 卷之一 序】

流俗相傳,語言失實. : 세상 풍속이 서로 전해지는 과정에서, 말의 알맹이가 상실되었다.


承訛襲謬,習焉弗察. : (이처럼) 잘못되고 이치에 어긋난 것을 물려받고서도

..................................그 악습을 살피지 않고 (바로잡으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偶覺一非,遂起群疑. : 우연히 그릇된 말 하나를 깨달으면서,

..................................마침내 많은 의문들이 (꼬리를 물고) 솟구치게 되었다.

​正誤反眞,於斯爲資,作雅言覺非三卷.

정언(正言)과 바르지 못한 말이 그 참뜻과 반대로 되어있어,

그러한 말을 바탕으로 아언각비(雅言覺非) 3권을 지었다.

요지(要旨)

學者何. 學也者 覺也. : 배움이란 무엇인가? 배움이란 깨달음이다.

​覺者何. 覺也者 覺其非也. :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 그 잘못을 깨닫는 것이다.

​覺其非奈何. 于雅言覺之爾. : 잘못을 깨달으려면 어찌해야 하는가?

..........................................바른 말을 통해서 깨달을 뿐이다.

​言之而喚鼠爲璞. 俄而覺之 曰是鼠耳. 吾妄耳.

쥐(鼠)를 옥(玉)이라고 했다가, 문득 깨닫고서, 이것은 쥐일 뿐이다.

내 잘못이었다. 라고 하는 식이다.

​言之而指鹿爲馬. 俄而覺之 曰是鹿耳. 吾妄耳.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했다가 문득 깨닫고서,

이것은 사슴일 뿐이다. 내 잘못이었다. 라고 하는 식이다.

​旣覺而愧焉悔焉改焉. 斯之謂學.

그 잘못을 깨닫고 부끄러워하고 뉘우쳐 고치는 것, 이것을 배움이라고 한다.

​學修己者曰. 勿以惡小而爲之.

수기(修己)를 닦는 사람은 "악한 일은 아무리 작아도 하지 말라" 한다.

​學治文者. 亦勿以惡小而爲之. 斯其學有進已.

문장(治文)을 배우는 사람 또한,

"악한 일은 아무리 작아도 하지 말아야", 그 배움에 진전이 있을 것이다.

​處遐遠者. 學文皆傳聞耳.

멀리 궁벽한 곳에 있는 사람은, 글을 배운다는 것이 모두 전해들은 것뿐이라.


多訛舛. 故有是言也.

거짓되고 어그러진 점이 많다. 그래서 이런 말이 있는 것이다.

​然 擧一而反三. 聞一而知十. 學者之責.

곧, 스승이 한 모서리를 들어 보이면 제자는 다른 세 모서리도 헤아려 알아야하고,

질문 하나로 열 가지를 알아야하는 것이, 학인(學人)의 책무이다.



♣ -거일반삼(擧一反三) 【논어 술이(述而) 8】

.....한 모서리를 들어 보이면, 다른 세 모서리도 헤아려 안다.



.....불분불계(不憤不啓) : 열심내지 않으면 열어주지 않고,

.....불비불발(不悱不發) : 답답해하지 않으면 말해주지 않으며,

.....거일우 불이삼우반 즉불복야(擧一隅 不以三隅反 則不複也) :

.....한 모서리를 들어 세 모서리를 증명하지 않으면 다시 말해주지 않는다.




-문일득삼(聞一得三) 【논어 계씨(季氏) 13】 ...하나를 물어서 셋을 듣다.



-문일지십(聞一知十) 【논어 공야장(公冶長) 8】...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안다.

<아언각비 雅言覺非>는 당대에 쓰이는 어휘 가운데 잘못 쓰이는 예를 낱낱이 거명하고 그 전거와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 ‘유서類書’의 일종이기 때문에 서사가 없다. 내용을 요약할 수 없다. 이 책에 대한 ‘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실린 내용을 옮겨 소개를 대신하고자 한다.  

  >> 국민의 언어·문자생활을 바로잡기 위하여 당시에 일반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던 말과 글 가운데서 잘못 쓰이고 있는 것을 골라 문헌을 상세히 검토하여 그 참뜻과 어원을 밝히고, 아울러 용례를 들어 합리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소인小引)과 목차目次‚ 본문本文의 순서로, 일상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어휘들을 다루고 있다.

  편찬/발간 경위 : 1911년 고서간행회古書刊行會에서 A5판 92면으로 『파한집』·『보한집』 등과 합편하여 간행하였고, 다음 해에 최남선崔南善이 주간하는 조선광문회朝鮮光文會에서 후손 정규영丁奎英이 소장한 원사본原寫本을 대본으로 간행하였다.

  내용 : 권1에는 61항목, 권2에는 69항목, 권3에는 64항목이 실려 총 194항목의 450여 단어가 수록되어 있다. 그 내용은 자연·풍속·인사人事·제도制度·관직官職·식물植物·동물動物·의관衣冠·음식飮食·주거住居·도구道具·식기食器 등에 관계되는 것이다.

  해당 어휘들 중 한자어의 용법이 달라지거나 한자어가 지시하는 대상이 달라진 것을 지적했고, 한자어가 수용되는 과정에서 원뜻이 잘못 사용되고 있는 경우들도 밝혔다.

  동음이의어와 이자동훈異字同訓의 존재, 차용 과정에서 중국에서 사용되던 원래의 한자와 달라진 경우들도 지적하였다.

  방대한 양의 어휘에 대하여 각각 풀이를 달고 올바른 용법을 제시하고 있어 당대 국어 어휘 연구에 매우 중대한 자료이다. 또한 단어의 어원과 용법을 밝히면서 그와 관련된 풍습, 예법, 제도에 대해서도 해박한 설명을 덧붙이고 있어, 비단 국어학뿐만이 아니라, 한문학·사학·민속학·국문학 등 여러 방면에 걸친 귀중한 자료이다.<<

  

  불교의 수행 원칙 가운데 팔정도라는 게 있다. 이는 정견正見, 정사유正思惟, 정어正語, 정업正業, 정명正命, 정념正念, 정정진正精進, 정정正定을 말한다. 생각해 보면 이들 수행 방법(영역)가운데 언어를 직접 내세운 것은 정어 하나지만, 보고 생각하고 하는 일체의 것들이 언어와 연관된다. 결국 수행은 언어적 수행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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