奴星

2022. 11. 9. 16:26간찰용어

‘노성(奴星)’은 당나라 한유(韓愈)의 종 이름이 ‘성(星)’이었던 데서 유래한 말로 종을 의미한다.(‘送窮文’) 상령은 숙부 집의 어린 종으로, 나이와 신분의 차이에도 원매와 가깝게 지냈다. 원매가 박학홍사과(博學鴻詞科·청나라 과거 명칭)에 응시하러 떠날 때 상령은 차마 헤어지지 못해 성 밖까지 따라 나왔다. 원매도 상령과 헤어지는 것이 애달파 눈물을 쏟았다. 원매는 그를 참된 친구로 대하고 종이라고 천시하지 않았던 듯하다.

『고문진보후집(古文眞寶後集)』-03-『권삼(卷三)』-33-


(古文眞寶後集)-03-권삼(卷三)-33-송궁문(送窮文)-곤궁하게 하는 (01)
곤궁하게 하는 귀신을 보내며
한유(韓愈)


元和六年正月乙丑晦02主人使奴星03
結柳作車縛草爲船
載糗輿粻04牛繫軛05下
引帆上檣06三揖窮鬼而告之曰
聞子行有日07矣
鄙人08不敢問所途09
躬具船與車備載糗粻
日吉辰良利行四方

원화 6년(811) 정월 을축 날 저녁에, 주인이 하인 성에게,
버드나무를 엮어 수레를 만들고, 풀을 묶어 배를 만들게 한 다음,
미숫가루와 양식을 싣고서, 멍에 밑에 소를 매고,
돛대 위에는 돛을 달고, 궁귀에게 세 번 읍하며 말하였다.
“듣건대 그대에겐 떠나야 할 날이 있다고 합니다.
미천한 내가 감히 갈 길은 묻지 못하겠으나,
몸소 배와 수레를 마련하고, 미숫가루와 양식도 모두 실어놓았으니,
날짜 길하고 시절도 좋은 때라서, 사방으로 떠나도 이로울 것이오,


뜻 풀이

01, 송궁문(送窮文)- 한유는 지궁(智窮), 학궁(學窮), 문궁(文窮), 명궁(命窮), 교궁(交窮)
등의 다섯 귀신이 늘 자신에게 붙어 다니며 세상에 화합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자신을 곤궁하게 만든다는 생각하였다.
그래서 아들에게 수레와 배를 마련해주어 모두 쫓아버리려 한다.
그러나 궁귀(窮鬼)는 주인의 뜻을 비웃고, “사람이란 시국과 어긋나야만 하늘과
통하게 되는 것” 이라면서 자신의 입장을 밝힌다.
여기서 작자는 시국과 어긋나는 자신의 사상이나 학문, 문장 등의 성격을 밝히고
은근히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세상을 비꼬고 있는 것이다.
작자는 결국 궁귀의 말을 듣고는 이들을 쫓아버릴 명분을 잃고, 다시 아들을
불러들여 그대로 전날처럼 궁하기는 하지만 뜻있는 삶을 추구한다는 매우 해학적
이면서도 재미있는 글이다.

02, 회(晦)- 저녁 밤.

03, 노성(奴星)- ‘성’은 하인의 이름이다.

04, 재구여장(載糗輿粻)- 미숫가루를 수레에 싣고 양식을 수레에 싣는 것이다.

05, 액(軛)- 멍에.

06, 인범상장(引帆上檣)- 돛대를 세우고 돛을 다는 것이다.

07, 행유일(行有日)- 떠나야 할 정해진 날이 있는 것이다.

08, 비인(鄙人)- 비루한 사람, 자신을 낮추어 부르는 말이다.

09, 소도(所途)- 갈 길.



子飯一盂子啜一觴
携明挈儔10去故就新
駕塵11弓廣風12與電爭先
子無底滯之尤13
我有資送14之怛
子等有意於行乎

그대는 밥 한 그릇을 먹고, 술 한 잔 마신 다음,
친구와 무리들을 이끌고, 옛 고장을 떠나 새로운 고장으로 가시오.
먼지 일으키며 수레 달리고 빠른 바람 타고, 번개와 앞다투며 간다면,
그대에게는 머물러 있다는 허물이 없게 될 것이오.
나는 노자를 갖추어 전송한 은혜가 있을 것이니,
그대는 떠날 뜻이 있소?


뜻 풀이

10, 유붕설주(携明挈儔)- 친구를 데리고, 무리를 이끌고를 뜻한다.

11, 가진(駕塵)- 수레로 먼지 일으키며 빨리 달리는 것이다.

12, 확풍(彍風)- 빠른 바람을 타고 배를 모는 것이다.

13, 저체지우(底滯之尤)- 오래 머물러 있는 죄

14, 자송(資送)- 노자와 물자를 준비해 주고 전송하는 것이다.
차식영정운(次息影亭韻) - 식영정운에서 차운하다(기대승)

草色看如積(초색간여적) 풀빛을 바라보니 쌓인 듯하고
春光乍到亭(춘광사도정) 봄빛은 그새 정자에 이르렀네
嬌陰迷遠樹(교음미원수) 그늘은 멀리 나무에 희미하고
輕霧動晴星(경무동청성) 안개 날아가자 별이 반짝이네
酒熟斟盈斝(주숙짐영가) 농익은 술 가득하게 따르는데
花開墜在庭(화개추재정) 꽃이 피더니 뜨락에 떨어지네
無人與來往(무인여래왕) 서로 내왕하는 사람도 없으니
谷鳥喚巖扄(곡조환암경) 골짝 새만 바위문에 우는구나

淡淡松風起(담담송풍기) 솔솔 소나무에 바람 일어나니
微凉滿一亭(미량만일정) 서늘한 기운 정자에 가득하네
琴書携驥子(금서휴기자) 거문고와 책에 인재도 데리고
耕耨任奴星(경누임노성) 논밭 일은 하인들에게 맡겼네
急雨聲搖壑(급우성요학) 소나기 소리는 골짝에 울리고
明虹影過庭(명홍영과정) 무지개 그림자 뜨락을 지나네
翛然罷幽夢(소연파유몽) 쓸쓸히 깊은 꿈에서 깨어나니
步屐到前扄(보극도전경) 어느덧 대문 앞에 이르렀다네

寥廓天開境(료곽천개경) 드넓은 하늘은 지경을 열었고
朣朧月照亭(동롱월조정) 달은 몽롱하게 정자를 비추네
良宵生逸興(량소생일흥) 기막힌 밤이라 흥취 일어나고
皓彩失恒星(호채실항성) 밝은 광채에 별빛을 잃는구나
玉露頻翻袖(옥로빈번수) 이슬은 자주 소매에 묻어나고
金花半隱庭(금화반은정) 금국화는 반쯤 뜨락에 숨었네
凝神愜淸賞(응신협청상) 마음 집중하여 맑게 감상하니
不信有機扄(불신유기경) 문이 잠기었음을 믿지 않노라

搖落驚山樹(요락경산수) 잎 떨어져 산나무 놀래키더니
瓊瑤復擁亭(경요부옹정) 옥구슬이 다시 정자를 덮었네
人間堪臥雪(인간감와설) 사람 눈속에 누워있을 만한데
歲去自周星(세거자주성) 세월은 흐르고 별은 돌아오네
縹緲思玄圃(표묘사현포) 아스라이 먼 현포를 생각하고
蒼茫問大庭(창망문대정) 창망하게 조정 일도 물었노라
前溪西日照(전계서일조) 앞 시내에 저녁노을이 물드니
晩色靜林扄(만색정림경) 황혼빛이 숲 대문에 고요하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시에 따라 자연에 동화되어 살아가는 은자의 삶을 노래하고 있다. 참 한가롭고 평화로우면서도 낭만적인 시다. 사상의 깊이와 물아일체의 경지가 느껴진다.  

'기자(驥子)'는 '기자용문(驥子龍文)'에서 유래한 말인데, 훌륭한 자제(子弟)를 뜻한다. 중국 후위(後魏) 때 배선명(裵宣明)의 두 아들 경란(景鸞)과 경홍(景鴻)은 모두 뛰어난 재주가 있어 경란을 기자(驥子), 경홍을 용문(龍文)이라고 불렀다. '노성(奴星)' 은 당(唐)나라 한유(韓愈)의 하인 이름이다. 하인, 노복의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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