相敬如賓

2022. 10. 27. 19:09즐거운 사자성어

부부애(夫婦愛)-. 참으로 중요하다. 남편과 아내가 서로 사랑하고 기(氣)를 살려주면 행복이 넘쳐나서 살맛이 난다. 반면 서로 원수가 된 양 싸움의 소리가 그치지 않으면 생지옥이 따로 없을 정도로 힘겨운 나날을 살아가야 한다. 수십억 인구 중에 만난 소중한 부부의 인연! 배려로써 행복을 엮어가야지, 갈등으로 점철된다면 부부 자신은 물론 자녀와 가족, 세상에 깊은 상처를 남기게 된다. 남편의 역할이 우선적으로 요청된다. ‘시경’은 이렇게 일러주고 있다. “아내에게 모범이 되는 남편이요, 그 모범이 형제자매에까지 이른다면 그것으로써 가정과 국가를 다스릴 수 있다(刑于寡妻 至于兄弟 以御于家邦).”

모범이 되는 삶이란 어려운 게 아니다. 가족과 세상을 위한 착하고 바른 삶을 의미한다. 아내의 역할 또한 크다. 어머니 같은 아내로서 남편에게 너그럽고 자상하게 챙기며, 누이동생처럼 애교를 부리듯 남편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주고, 친구처럼 편안하게 남편을 맞이하는 아내의 모습이다. 따뜻함이다. 그래서 3000여년 전 주나라 건국의 설계자 태공망은 “아내의 예절은 반드시 그 말이 고와야 한다(婦人之禮 語必細)”고 강조했다. 결국 부부 서로 위해줘야만 화평을 이룰 수 있다. ‘가족이니까 이해해 주겠지’라는 생각으로 함부로 말하고 행동하면 파경을 맞을 수 있다. 그래서 ‘상경여빈(相敬如賓)’, 부부라도 손님 모시듯 서로 공경하라고 ‘후한서’는 가르치고 있잖은가. 태공망의 훈계는 계속된다. “어리석은 남편이 아내를 두려워하고, 어진 아내는 지아비를 공경한다(癡人畏婦 賢女敬夫).”

부부지도(夫婦之道) 즉 부부의 도리를 지키며 사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道이며 만복의 근원이 된다. 그러나 또한 가장 지키기 어려운 道 로서 부부가 함께 평생 노력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道이다.

사자소학’에서도 부부유별 상경여빈(夫婦有別 相敬如賓)이란 표현이 있고, 春秋左氏傳 僖公三十三年조에도 극결(郤缺)의 상경여빈(相敬如賓)함이 회자 되는데, 後漢(후한) 말기의 은사 방덕공(龐德公), 즉 방공(龐公)의 상경여빈함은 또한 모범적이다.



방공은 제갈량의 스승이자 방통(龐統)의 숙부이다. 유비가 모사로 두었던 와룡선생(臥龍先生) 제갈량과 봉추(鳳雛) 방통은 방공의 제자이자 방통은 또한 방공의 조카이기도 하였다.



그는 약초를 캐며 초야에 묻혀 살아 ‘평생 성 안으로 가 본 적이 없고, 부부가 서로 귀한 손님 대하듯(未嘗入城府 夫妻相敬如賓/미상입성부 부처상경여빈)’ 했기에 오랫동안 주위의 존경을 받았다.



범엽(范曄)이 쓴 후한서 일민(逸民) 열전에 실려 있다. 옛날 사대부들의 부부는 비록 부부지간이라도 반드시 존대어를 쓰고 서로의 영역을 존중했으며 서로에게 예를 갖추었다. 남편이 아내를 존중해 줄 때, 집안의 법도가 선다고 본 것이다.

후한의 양홍(梁鴻)이란 학자의 아내는 밥상을 눈썹 위까지 들어 올리며 존중하기에, 오(吳)의 고백통(皐伯通)이라는 명문가가 이 부부의 상호 존중하는 태도를 보고 예사롭지 않게 여겨 도와주니 양홍은 수십 편의 훌륭한 책을 저술할 수가 있었으며 거안제미(擧案齊眉)라는 고사성어를 낳게 했다.



남편과 부인이 서로 공경하여 손님을 대하듯 해야 한다는 상경여빈(相敬如賓), 밥상을 눈높이까지 들어 올려서 대접하는 거안제미(擧案齊眉)는 부부간에 서로 존중하는 미덕의 대명사이다.



*청나라 서법가 양기손(楊沂孫)이 일민전(逸民傳) 방공 조(操) 전문을 전서(篆書)로 필사하여 전서의 모범체로 남기기도 하였다.

방공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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