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광

2022. 10. 17. 17:36나의 이야기

‘말을 간직하는 곳간’이라는 뜻이다.

이 “사전(辭典)이란 말은 일본 강점기 때 쓰이고 뿌리내렸다. 그 이전인 1911년부터 주시경이 그의 제자인 김두봉,권덕규,이규영들과 ‘말모이’란 이름으로 우리말 말광을 만들다가 1914년에 주시경이 갑자기 이 땅을 떠나고 김두봉이 상해로 망명하면서 ‘말모이’가 출판되지 못했다. 그런데 요즘 그 때 주시경이 한 이 일을 이어받아 조선어학회에서 우리말 말광을 만들던 이야기를 ‘말모이’란 이름으로 영화가 나와서 이 ‘말모이’란 말이 널리 알려졌다.

김수업 교수는 그 제자들과 우리말 ‘말집’이란 이름으로 말광을 만들다가 돌아가셨다. ”말광, 말모이“란 말은 전에 쓴 일이 있지만 ‘말집’이란 말은 아직 쓴 일이 없다. 그라나 이 말도 좋다. 우리 모두 ‘사전(辭典)’이란 한자말을 “말모이, 말광, 말집”가운데서 저마다 좋은 말을 골라 쓰면 좋겠다.

어떤 범위 안에서 쓰이는 낱말을 모아서 일정한 순서로 배열하여 싣고 그 각각의 발음, 의미, 어원, 용법 따위를 해설한 책. 최근에는 콤팩트디스크 따위와 같이 종이가 아닌 저장 매체에 내용을 담아서 만들기도 한다.

주시경 선생의 제자인 김두봉, 권덕규, 이윤재 등이 주동이 되어 말광을 편찬한다고 광고까지 내고는 부산히 서둘렀지만….
출처 <<이희승, 딸깍발이 선비의 일생>>

사전’이라는 용어는 한자로 ‘辭典’, ‘辞典’, ‘辤典’, ‘詞典’, ‘事典’으로 적는데, 표제항이 한자 1자가 아닌 경우에 널리 사용되었지만, 요즘은 표제자가 한자인 경우에도 ‘자전’이나 ‘옥편’ 대신에 ‘사전’이라는 용어를 책명으로 사용하고 있다. 한국 한자 사전을 가리키는 경우 ‘事典’이나 ‘詞典’이 사용된 예는 찾아보기 어렵다.1)
‘事(일 사)’를 제외한 ‘辭(말씀 사)’, ‘辞(辭의 속자)’, ‘辤(辭의 속자)’, ‘詞(말 사)’는 ‘말’의 의미를 나타내고, ‘典(책 전)’은 ‘책’의 의미를 나타낸다. 중국어에서 ‘사(詞)’는 단어의 의미를 나타내는데, 중국에서는 ‘사전(辭典, 詞典)’을 ‘자전(字典)’과 구분하여 사용한다. 즉 ‘자전’은 한자 1자를 표제자로 선정한 한자 사전이지만, ‘사전(詞典)’은 한자 1개의 표제자를 상위 표제항으로 배열하고, 그 표제자가 포함되어 있는 여러 단어나 관용 표현들을 하위 표제항으로 배열한 다음 표제항의 발음 정보와 정의 정보를 기술한 한자와 한자어 사전을 가리킨다.
‘사전(辭典, 詞典)’이라는 용어는 표제항이 표제자가 아닌 경우를 제외한 경우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사전(辭典)’은 어떤 범위 안에서 쓰이는 어휘를 모아서 일정한 순서로 배열하여 싣고 그 각각의 발음, 의미, 어원, 용법 등의 정보를 제시한 책이다. ‘사전(辭典)’은 ‘말광’, ‘사림(辭林)’, ‘사서(辭書)’, ‘어전(語典)’이라 하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사전(詞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자전’과 ‘사전(辭典, 詞典)’을 통칭하기 위해 ‘사서(辭書)’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사전(事典)’은 여러 가지 사항을 모아 일정한 순서로 배열하고 그 각각의 사항을 풀이한 책을 가리킨다. ‘사전(事典)’은 표제항을 선정하여 찾아보기 쉽게 일정하게 배열하고 미시 정보를 기술한 점은 ‘사전(辭典)’과 같다. 그러나 ‘사전(辭典)’의 표제항의 미시 정보의 대부분은 간략한 언어 정보이지만, ‘사전(事典)’에서는 사물이나 사항에 관한 언어 정보 이외의 광범위한 정보를 미시 구조에 자세하게 기술한다. 그래서 백과 사전(百科事典)은 ‘사전(辭典)’을 사용하지 않고 ‘사전(事典)’을 사용하는데, 이 둘의 구분을 잘못하여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전문 용어 사전(辭典)의 경우에는 책명으로 ‘용어 사전(辭典)’이나 ‘용어집’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예: 「현대 시사 용어 사전(辭典)」 (독서신문사, 1973, 독서출판사), 「지리 용어 사전(辭典)」(윤경자 편저, 1954, 수문각), 「물리 · 화학 · 요업 · 공업 용어집」(과학 기술 용어 제정 위원회, 1955, 문교부), 「수학 · 건축공학 · 토목공학 용어집」(과학 기술 용어 제정 위원회, 1956, 문교부)). 그러나 ‘사전(事典)’인 경우에는 책명으로 ‘용어 사전’이나 ‘용어집’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예: 「최신 지리학 사전(事典)」(김영제 · 김치학 편저, 1955, 학우사), 「논문 사전(事典)」(장경학 · 방기환, 1957, 선진문화사), 「과학 대사전(事典)」(김익달, 1958, 학원사) 등).
한편 대규모의 한자 사전의 경우 현재 중국에서는 ‘자전’이라는 용어를 선호하여 사용하고 있다(예: 「한어 대자전(漢語大字典)」 표제자 54,665개). 대표적인 중형 사전으로는 「사원(辭苑)」(1915/1983), 「사해(辭海)」(1936/1979) 등이 있는데, 이 두 사전의 경우 ‘자전’이나 ‘사전’이라는 용어를 책명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널리 사용된 소형 사전으로는 「신화 자전(新華字典)」(1953/1965/1971, 표제자 8,500개)을 들 수 있는데, 이 사전은 ‘자전’을 책명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예: 「대한한 사전(大漢韓辭典)」 표제자 41,386개; 「명문 한한 대자전(明文漢韓大字典)」 표제자 51,853개)과 일본(「대한화사전(大漢和辭典)」, 모로하시 테츠지(諸橋轍次, 표제자 48,902개)), 그리고 타이완(「중문대사전(中文大辭典)」 표제자 49,905개)에서는 ‘자전’보다는 ‘사전(辭典)’이라는 용어를 선호하고 있다.
아래에 한자 사전의 책명으로 ‘사전(辭典)’을 사용한 경우를 몇몇 제시하는데, 우리나라의 한자 사전의 경우 「모범 선화 사전(模範鮮和辭典)」(정경석 외, 1928)에서 ‘사전’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2) 이 사전에서 처음으로 상위 표제항의 표제자로 이루어진 한자어를 하위 표제항으로 선정하기 시작하였다.
∙ 「모범 선화 사전(模範鮮和辭典)」(정경석 외, 1928/1933)
∙ 「신수 일한선 대사전(新修 日漢鮮大辭典)」(송완식, 1937)
∙ 「실용 일선 대사전(實用 日鮮大辭典)」(영창서관 편, 1938)
∙ 「실용 선화 대사전(實用 鮮和大辭典)」(송완식, 1938)
∙ 「실용 내선 대사전(實用 內鮮大辭典)」(송완식, 1943)
∙ 「증보 정정 모범 선화 사전(增補訂正模範 鮮和辭典)」(정경석 외, 1944)
∙ 「신수 국한문 대사전(新修 國漢文大辭典)」(송완식, 1946)
∙ 「최신 국한 대사전(最新 國漢大辭典)」(사전편찬회, 1954)
∙ 「한한 대사전(漢韓大辭典)」(동아출판사 사서부, 1963)
··· 중략 ···
∙ 「한한 대사전(漢韓大辭典)」(단국대학교 부설 동양학 연구소, 1999)
··· 중략 ···
∙ 「민중 엣센스 한자 사전」(민중서림 편집부, 2003)
∙ 「금성 필수 한자 사전」(금성출판사 사서부, 2003)
‘사전’을 책명에 사용한 위 사전에는 ‘선화’, ‘일한선’, ‘일선’, ‘내선’, ‘국한문’, ‘국한’, ‘한한’ 등이 앞에 붙어 있는데, 여기에서 사용된 ‘화(和), 일(日), 내(內)’는 일본 한자와 일본 한자어를 가리키고, ‘선(鮮)’은 조선어를 가리킨다. 그리고 ‘국한문’과 ‘국한’은 국문과 한문을 나타내고, ‘한한’은 한자(또는 한자어)와 한국어를 나타낸다.
그런데 이 용어들은 사전의 성격을 정확하게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신수 일한선 대사전(新修 日漢鮮大辭典)」(송완식 편, 1937, 영창서관)과 「실용 일선 대사전(實用 日鮮大辭典)」(영창서관 편, 1938, 영창서관), 그리고 「신수 국한문 대사전(新修 國漢文大辭典)」(송완식 편, 1946, 영창서관)은 내용이 모두 동일하나 책명은 다르다. 또 「실용 선화 대사전(實用 鮮和大辭典)」(송완식, 1938, 영창서관)과 「실용 내선 대사전(實用 內鮮大辭典)」(송완식, 1943, 영창서관)도 내용은 같지만 책명이 다르다. 그리고 이 두 종류 사전도 체계는 같고, 하위 표제항의 배열 순서와 분량만이 다를 뿐이다.
「모범 선화 사전(模範 鮮和辭典)」(정경석 외, 1928, 동양서원)에서는 「일선 대자전(日鮮 大字典)」(박중화, 1912, 광동서국 · 보급서관)처럼 표제자의 훈과 음을 한글로 적은 다음 정의 정보를 한자로 기술한 다음에 일본어로 다시 미시 정보를 기술하고 있다. 「일선 대자전(日鮮 大字典)」(1912)에는 없는 표제자가 포함된 한자어들을 표제항으로 선정하여 한국어와 일본어로 정의 정보를 기술해놓았다. 그런데 「실용 일선 대사전(實用 日鮮大辭典)」(1938)에서는 표제자의 일본 발음을 한글로 적고, 표제자가 포함된 한자어의 일본 발음은 일본 글자로 표기하고 한국 발음은 한글로 표기해 놓았다. 그래서 ‘선일’이나 ‘선내’로 하지 않고 ‘일선’, ‘내선’으로 하여 일본 한자어-조선어 사전의 성격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결국 ‘자전’ 대신에 ‘사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일본 한자 사전의 체계로 변하면서, 정의 정보만 한글과 한자로 기술하는 ‘일선’이나 ‘내선’ 사전이 출현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국한문’ 사전과 ‘국한’ 사전을 거쳐 ‘한한’ 사전을 사용하다가 ‘한자 사전’을 사용하게 되었다. 이러한 무분별한 용어 사용이나 그 의미의 불명확성 때문에 ‘국한’이나 ‘한한’ 등의 수식어 없이 ‘옥편’을 더 많이 책명으로 선호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한편 ‘한자어 사전’, ‘한문 사전’ 등을 사용한 경우도 있다(예: 「한중 한자어 비교 사전」(염광호 · 위청, 2006, 역락), 「알기 쉬운 실용 한문 사전」(창신문화사 편집부, 1958)). 또 ‘자원(字源)’이나 ‘옥편 사전’이라는 용어를 쓰는 경우도 있다(예: 「국한 최신 대자원(國漢最新大字源)」(홍자출판사 편집부, 1963), 「한중일영 공용 한자 옥편 사전」(임광애 편저, 2008, 민중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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