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부장

2022. 3. 25. 21:48문자재미

춘부장(椿府丈)과 훤당(萱堂)


요즘은 잘 쓰지 않게 되었지만, 춘부장(椿府丈)은 상대방의 아버지를 높여 부를 때 흔히 쓰던 말이다. 춘부장(春府丈)으로도 쓴다. 춘(椿)은 대춘(大椿)이라는 상상 속의 나무이다. 장자(莊子)는 이 나무가 8천 년을 봄으로 삼고, 다시 8천 년을 가을로 삼는다고 하였다.



그러니까 대춘의 일 년은 자그마치 3만 2천 년이나 된다. 부(府)는 돈이나 문서를 보관해 두는 창고, 즉 큰 집을 뜻한다. 장(丈)은 손에 막대를 든 모습으로 어른이란 뜻이다. 춘(椿)자에는 오래오래 살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았고, 부장(府丈)이란 집안의 큰 어른이란 뜻이다.


또 자신의 어머니는 모친(母親)이나 자친(慈親)이라 부르고, 남의 어머니에 대해서는 높임의 뜻으로 당(堂)자를 붙여 자당(慈堂)이나 훤당(萱堂)이라고 불렀다. 자(慈)는 '사랑하다'는 뜻이다. 따뜻한 온기를 의미하는 자(玆)와 마음 심(心)자를 합쳤다. 따뜻한 마음은 곧 어머니 마음이다.



훤당(萱堂)의 훤(萱)은 원추리꽃이다. 예전 어떤 효자가 집 뒤편에 별당을 지어 나이 드신 어머니를 모셨는데, 마당에 어머니가 좋아하는 원추리꽃을 가득 심은 데서 유래하였다. 별당이 집 뒤 북쪽에 있다 해서 북당(北堂)이라고도 한다. 사실 별당에 물러날 정도면 늙어 집안 살림을 며느리에게 물려준 상태다. 그래서 훤당이란 말은 나이 드신 어머니에게만 쓴다. 또 훤당은 효자의 어머니를 일컫는 말이므로 자신의 어머니에게 이 표현을 쓰면 스스로가 효자임을 뽐내는 것이 된다.


원추리꽃은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는데, 근심을 잊게 해 준다 해서 망우초(忘憂草)라고 하였다. 부인이 임신하였을 때 몸에 이 꽃을 지니면 아들을 낳는다고 해서 의남초(宜男草)라고도 불렀다. 그러니까 늙은 어머니의 뜨락에 심은 원추리꽃에는 모든 근심 걱정을 다 잊고서 노후를 편히 지내시라는 뜻이 담겨 있다.


고봉한의 <훤초(萱草)>

청나라 때 고봉한(高鳳翰)이 그린 원추리꽃 그림이다. 그림 제목에 '의남도(宜男圖)'라고 썼다. 집안 동생의 결혼을 축하하면서 아들을 많이 낳으라고 축복해 준 그림이다.

사돈(査頓)은 몽고말

자녀의 혼인으로 맺어진 두 집안끼리 서로를 부를 때 사돈(査頓)이라 한다. 글자로 풀면 나무 등걸[査]에서 머리를 조아린다[頓]는 뜻이다. 흔히 사둔이라고도 한다. 사돈 또는 사둔은 중국에서는 쓰지 않는 표현이다. 원래는 몽고말에서 나왔다. 고려 말 원나라 지배 아래 있으면서 우리말 속에 침투한 몽고말이 적지 않다. 사돈도 그중 하나다.



흔히 사돈의 유래를 이렇게 설명한다. 두 친구가 자녀를 결혼시킨 후 술병을 들고 상대방의 집을 찾아가다가 시내를 사이에 두고 만났다. 그런데 밤 사이에 물이 불어 건너지 못하자 서로 나무 등걸에 앉아 건너편을 보며 머리를 조아리면서 술을 마셨다는 데서 유래하였다는 것이다. 이것은 글자를 가지고 뜻을 꾸며 만든 견강부회(牽强附會)의 이야기이다.



사돈 사이는 허물없이 대하기에는 조심스럽고, 그렇다고 멀리할 수도 없는 어려운 관계이다. 제 일은 제쳐놓고 남의 일에만 참견할 때 쓰는 '사돈이 남 말 한다'는 속담이나, '사돈의 팔촌' 같은 말은 지금도 자주 쓰는 표현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춘부장(椿府丈)과 훤당(萱堂) (살아있는 한자 교과서, 2011. 5. 23., 정민, 박수밀, 박동욱, 강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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