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이와 소세양

2021. 4. 12. 14:49사람과사람들

황진이와 소세양의 기일고 짧은 만남

 

이별 없는 사랑이 없다지만, 잦은 이별은 그녀의 마음을 멍들게 했을까. 소세양과의 30일간의 사랑은 참으로 애틋하다. 황진이와 사랑을 나눈 소세양은 중종 4년에 등과하여 시문에 능했고, 벼슬이 대제학까지 오른 인물이었다. 소세양은 젊어서부터 여색을 밝혔다고 전한다. 송도의 명기 황진이가 절세 미인이라는 소문을 들은 소세양은 “황진이가 절색이라고는 하지만, 나는 그녀와 30일만 함께 하고 깨끗하게 헤어질 것이다. 만약 하루라도 더 머물게 된다면 너희들이 나를 인간이 아니라고 해도 좋다.” 황진이를 만난 소세양은 30일의 약속으로 동거에 들어갔다. 마침내 약속한 날짜가 다가오자 소세양은 황진이와 함께 이별의 술잔을 나누었다. 황진이는 시 한수를 소세양에게 써주었다. 그녀의 시 한수는 소세양의 마음을 움직였고, 친구들은 약속을 어긴 소세양을 인간이 아니라고 놀렸다 한다.

 

 

奉別蘇判書世讓( 소판서 세양을 보내며)

월하정오진

상중야국황

누고천일척

인취주천상

유수화금냉

매화입적향

명조상별후

정여벽파장

 

 

 

<황진이>

달빛 아래 뜰에는 오동잎 지고

서리 맞은 국화 노랗게 피었네

누각은 높아 하늘만큼 닿았는데

오가는 술잔 취하여도 끝이 없네.

흐르는 물소리 비파소리같이 차고

피리에 감겨드는 매화향기

내일 아침 이별하고 나면

연모의 정은 물결처럼 흐르네.

황진이의 이 가야금창을 듣고 난 소판서는 그만 넋을 잃고서 30일을 더 황진이와 함께 지낸 뒤 한양 인왕곡 청심당으로 돌아갔다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는데 이 이별시는 당시에도 널리 회자(膾炙)되었다 합니다.

 

 

소세양의 답시

 

달빛아래 소나무 푸르고

눈에덮인 한포기 꽃은 고개를 떨구었구나

강물은 하늘과 맞닿아 슬픈줄 모르고

쌓여가는 술은 강물에 흫러가는데

흐르는 물은 나의 마음을 보내주지않고

저건너 절벽 한포기 꽃은 아름다운 낙화 보여주네

내일아침 그녀를 보내고 나면

슬픔은 비가되어 내 몸으로 흐르리

陽谷 헤어진 후 黃眞伊 그녀의 시비 동선이를 시켜 한양의 蘇世讓에게 한시를 보내고, 그리운 마음을 달랬다고 한다.

 

蕭寥月夜思何事(소요월야사하사)

 

(침소전전몽사양)

錄 (문군유시녹망언)

(차세연분과신량)

(유유억군의미진)

(일일염아기허량)

(망중요고빈혹희)

(훤훤여작정여상)

 

소슬한 달밤이면 무슨 생각을 하시나요

붓을들면 때로는 제이름도 적어보시나요

그대는 잠들면 무슨꿈 꾸시나요

저를 만나 기쁘셨나요

그대를 생각하면 보든게 궁금해요

하루에 제생각 얼마나 하시나요

바쁠때 생각해도 제 말이 재미있나요

참새처럼 조잘거려도 여전히 정겨우신가요

기생인 자신때문에 양반인 소세양의 출세길에 지장이 되면 안된다는 생각에

그러고나서 황진이는 외로운 마음에 다시 시조 한수를 짓는다.

어저 내일이야 그릴 줄을 모르던가

이시랴 하더면 가랴마는 제구태여

보내고 그리는 정은 나도 몰라 하노라

당시 황진이가 진정으로 사랑했다던 蘇世讓에게 보낸 7언 율시는 <夜思何> 혹은 <蕭蓼月夜>라고도 알려진 한시다.

이후 황진이는 한양으로 떠나간 소세양이 그리워 꿈에서라도 보고싶어 시를 읊었다.

 

相思相見只憑夢

儂訪歡時歡訪儂

願似遙遙他夜夢

一時動作路中逢

보고싶고 그리워도 만날길은 꿈에서 밖에 없으니,

제가 반가이 임을 찾을 때, 임도 저를 반겨 찾으소서.

바라옵건데, 멀고 먼 꿈길을 서로 달리 오가지만,

동시에 꿈꾸어 꿈길에서 서로 만나기를 바라나니

 

오늘날 소세야의 <양곡집>에는 다음과 같은 시가 전해지고 있다.

 

陽谷 蘇世讓선생 문학비에 적힌 시

夜吟炭谷草舍 밤에 탄곡초사에서 읊음(陽谷集 券四)

山家秋興十分濃

野菊欲花楓始紅

半夜夢回風雨亂

不知身臥水聲中

 

산가의 가을 흥이 마냥 깊은데

들국화 꽃 피우려 단풍이 먼저 붉네

한 밤 중 비바람 소리 꿈을 깨우니

아 이 몸이 물소리 속에 잠겨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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