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駒食場

2020. 7. 7. 17:25世說新語

白駒食場 흰 망아지는 마당에서 풀을 뜯는다

 

흰 망아지도 선정(善政)에 감화되어 잘 놀라는 말[驚]의 본성도 잊은 채 편안히 마당에서 풀을 뜯고 있다. 흰색은 동서양에서 모두 상서로운 색깔로 여겼다. 봉황이 성군이 나타날 조짐이었다면 흰 망아지는 어진 신하의 등용을 상징하였다. 그래서 흰 망아지를 청백리가 타고 다니는 동물로 간주하기도 했다. 《세종실록》 11년 10월 12일에 “봉황이 우(虞) 나라 뜰에 날아 왔었고, 흰 꿩이 또 주(周) 나라에 내려 온 적이 있습니다. 이 깨끗한 흰 까마귀의 상서로움이 마침내 태성성대에 나타났으니, 매우 드문 일로 마땅히 사방에서 칭송을 올려야 할 것입니다.”라는 글이 올라올 정도였다.
白(흰 백)은 여러 학설이 있는 글자다. 사람의 엄지손톱 뿌리 쪽에 흰 반달모양을 본떴다거나, 흰 쌀알의 모양이나 흰 머리털을 가진 사람의 머리 모양, 태양 등을 본떴다는 다양한 주장들이 난무하는 글자다.
駒(망아지 구)는 뜻을 결정한 馬(말 마)와 발음을 결정한 句(글귀 구) 자가 합쳐진 글자다. 망아지는 말의 새끼를 이르는 말로, 어린동물은 뭐든 귀엽고 사랑스럽다. 굳이 음양(陰陽)으로 따지면 말은 양(陽)에 속하는데, 이는 굳세고 튼튼한 말의 겉모습에서 기인한 것이다. 한 때 백말띠 해에 태어난 여자아이는 팔자가 드세다는 헛소문에 부모들이 그해 아이를 낳기를 꺼려했을 정도로, 음이 양의 성질을 가지는 것을 터부시하던 때도 있었다. 한번 꽂힌 관념은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러도 그리 쉽게 바뀌지 않는다. 특히나 좋지 않은 것은.
食(밥 식)은 밥그릇의 뚜껑[亼]과 그릇에 담긴 밥의 모양을 본뜬 皀(고소를 급)이 합쳐진 글자다. 皀 자로 구성된 몇 글자를 살펴보면, 旣(이미 기) 자는 뚜껑을 연 밥그릇[皀]과 밥그릇과 반대방향으로 입을 벌리고 있는 사람의 모습[旡]을 본뜬 글자다. 이미 밥을 다 먹은 상태, 다시 말해 이미 완결된 상황에서 ‘이미’라는 뜻으로 쓰인다. 鄕(고을 향) 자 역시 가운데 皀 자가 들어가 여러 사람들이 한데모여 음식을 먹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고을’의 뜻으로 파생된 글자다.
場(마당 장)은 마당을 구성하고 있는 土(흙 토)와 볕이 잘 드는 昜(볕 양)이 합쳐진 글자다. 집은 언제나 햇빛이 잘 드는 방향으로 자리를 잡는다. 그래야 곡식도 빨래도 잘 마르고 실내 보온에도 용이하다. 조선시대에는 가을에 곡식을 거두어 타작하는 것을 ‘등장(登場)’이라고 했다. 지금처럼 기계화 되지 않은 농사일의 마지막은 언제나 마당에서 마무리 지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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