徇物身輕

2019. 4. 10. 16:24世說新語

[정민의 世說新語] (454) 순물신경 (徇物身輕)

 

 

"재앙은 많은 탐욕보다 큰 것이 없고, 부유함은 족함을 아는 것보다 더함이 없다. 욕심이 강하면 물질을 따르게 되니, 이를 따르면 몸은 가볍고 물질만 중하게 된다. 물질이 중하게 되면 어두움이 끝이 없어, 몸을 망치기 전에는 그만두지 않는다. 저 물질만을 따르는 자는 족함을 알지 못해서다. 진실로 족함을 알면 마음이 편안하고, 마음이 편안하면 일이 줄어들며, 일이 줄어들면 집안의 도리가 화목해지고, 집안의 도리가 화목해지면 남들이 모두 알게 된다. 이 때문에 부유함은 족함을 아는데 달려 있다고 하는 것이다."

 

(禍莫大于多貪, 富莫富于知足. 欲心勝則徇物, 徇物則身輕而物重矣.

物重則 然無窮, 不喪其身不止矣. 彼徇物者, 由不知足之故也.

苟知足, 則心安, 心安則事少, 事少則家道和, 家道和則人無不知矣.

故曰富于知足)."

 

명나라 왕달(王達)이 '필주(筆疇)'에서 한 말이다.

부자는 재물이 이만하면 됐다 싶은 사람이다. 세상에 부자가 없는 이유다. 족함을 아는 사람이 진짜 부자다. 그는 현재의 삶을 기뻐하므로 그 이상을 바라지 않는다. 탐욕은 크기에 비례해 재앙을 부른다. 탐욕이 물질의 집착을 낳고, 그 집착으로 인해 몸을 함부로 굴리며 못 하는 일이 없게 된다. 그 결과 어리석음으로 제 몸을 잃고 파멸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현재의 삶에 만족해 마음이 편하면 딴 데 마음 둘 일이 없다.

"아! 백 년 인생은 한정이 있고, 뜻과 일은 어긋나게 마련이다. 빈손으로 태어나 죽을 때는 가져가지도 못한다. 몸이 바쁜 사람은 누리기가 쉽지 않고, 늙어 힘이 다한 자는 아쉬움을 늘 품는다. 미래를 망상하느니, 방외에다 마음을 노니는 것만 못하다. 경영하려 애쓸 바엔 차라리 글을 쓰는 것이 낫다. 마침내 결단하면 힘들고 편안함이 드러날 것이요, 애오라지 즐거움에 뜻을 부칠진대 얻고 잃음을 볼 수가 있으리라."

 

(嗟乎! 百年有涯, 志事互違. 生無帶來, 死不將去. 身忙者未易消受, 力匱者每懷歉恨.

與其妄想於未來, 孰若游心於方外. 有殫經理, 毋寧就成于筆端. 畢竟斷置, 勞逸顯矣.

聊復寄娛, 得失可見矣)."

 

유경종(柳慶種·1741~1784)의 '의원지(意園誌)'에 나온다.

젊어서는 바빠서 다 놓치고, 늙어서는 힘이 빠져 할 수가 없다. 이 누구의 허물인고!


[참고사항]

 

"재앙은 많은 탐욕보다 큰 것이 없고,

(禍莫大于多貪 화막대우다탐)

부유함은 족함을 아는 것보다 더함이 없다.

(富莫富于知足 부막부우지족)

욕심이 강하면 물질을 따르게 되니,

(欲心勝則徇物 욕심승즉순물)

이를 따르면 몸은 가볍고 물질만 중하게 된다.

(徇物則身輕而物重矣 순물즉신경이물중의)

물질이 중하게 되면 어두움이 끝이 없어,

(物重則 然無窮 물중즉 연무궁)

몸을 망치기 전에는 그만두지 않는다.

(不喪其身不止矣 불상기신부지의)

저 물질만을 따르는 자는 족함을 알지 못해서다.

(彼徇物者, 由不知足之故也 피순물자, 유부지족지고야)

진실로 족함을 알면 마음이 편안하고,

(苟知足, 則心安 구지족, 즉심안)

마음이 편안하면 일이 줄어들며,

(心安則事少 심안즉사소)

일이 줄어들면 집안의 도리가 화목해지고,

(事少則家道和 사소즉가도화)

집안의 도리가 화목해지면 남들이 모두 알게 된다.

(家道和則人無不知矣 가도화즉인무부지의)

이 때문에 부유함은 족함을 아는데 달려 있다고 하는 것이다.

(故曰富于知足 고왈부우지족)."

 

"! 백 년 인생은 한정이 있고, 뜻과 일은 어긋나게 마련이다.

 

(嗟乎! 百年有涯, 志事互違 차호! 백년유애, 지사호위)

빈손으로 태어나 죽을 때는 가져가지도 못한다.

(生無帶來, 死不將去 생무대래, 사부장거)

몸이 바쁜 사람은 누리기가 쉽지 않고,

(身忙者未易消受 신망자미이소수)

늙어 힘이 다한 자는 아쉬움을 늘 품는다.

(力匱者每懷歉恨 력궤자매회겸한)

미래를 망상하느니, 방외에다 마음을 노니는 것만 못하다.

(與其妄想於未來 孰若游心於方外 여기망상어미래 숙약유심어방외)

경영하려 애쓸 바엔 차라리 글을 쓰는 것이 낫다.

(有殫經理, 毋寧就成于筆端 유탄경리, 무녕취성우필단)

마침내 결단하면 힘들고 편안함이 드러날 것이요,

(畢竟斷置, 勞逸顯矣 필경단치, 노일현의)

애오라지 즐거움에 뜻을 부칠진대 얻고 잃음을 볼 수가 있으리라.

(聊復寄娛, 得失可見矣 료부기오, 득실가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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