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9. 20. 09:29ㆍ민요&국악
호 남 가(湖南歌)
함평천지(咸平天地) 늙은 몸이 광주고향(光州故鄕)을 보려하고
제주어선(濟州漁船)을 빌려 타고 해남(海南)으로 건너 갈 제
흥양(興陽)에 돋은 해는 보성(寶城)에 비쳐있고,
고산(高山)의 아침안개 영암(靈岩)에 둘러있다.
태인(泰仁)하신 우리 성군 예악(聖君 禮樂)을 장흥(長興)하니
삼태육경(三台六卿)은 순천심(順天心)이요.
방백수령(方伯守令)은 진안(鎭安)이라.
고창성(高敞城)에 높이 앉아 나주풍경(羅州風景) 바라보니
만장운봉(萬丈雲峰)은 높이 솟아 층층(層層)한 익산(益山)이요.
백리 담양(白里潭陽) 흐르는 물은 구비구비 만경(萬頃)인데,
용담(龍潭)의 흐르는 물은 이 아니 진안처(鎭安處)며,
능주(綾州)의 붉은 꽃은 곳곳마다 금산(錦山)인가.
남원(南原)에 봄이 들어 각색화초(各色花草) 무장(茂長)하니
나무 나무 임실(任實)이요. 가지 가지 옥과(玉果)로다.
풍속(風俗)은 화순(和順)이요. 인심(人心)은 함열(咸悅)인데
이초(異草)는 무주(茂朱)하고, 서기(瑞氣)는 영광(靈光)이라.
창평(昌平)한 좋은 시절 무안(務安)을 일 삼으니
사농공상(士農工商)은 낙안(樂安)이요.
부자형제(父子兄弟)는 동복(同福)이라
강진(康津)의 상가선(商賈船)은 진도(珍島)로 건너갈제
금구(金溝)의 금(金)을 일어 쌓인 게 김제(金堤)로다.
농사(農事)하는 옥구백성(沃溝百姓) 임피사의(臨陂蓑依) 둘러입고
정읍(井邑)의 정전법(井田法)은 납세인심(納稅人心) 순창(淳昌)이라.
고부(古阜) 청청(靑靑) 양유읍(楊柳邑)은 광양(光陽) 춘색(春色)이 팔도에 왔네.
곡성(谷城)의 묻힌 선비 구례(求禮)도 하려니와
흥덕(興德)을 일삼으니 부안(扶安) 제가(齊家) 이 아닌가?
호남(湖南)의 굳은 법성(法聖) 전주(全州) 백성(百姓)거느리고
장성(長城)을 멀리 쌓고 장수(長水)를 돌고 돌아
여산 석(礪山 石)에 칼을 갈아 남평루(南平樓)에 꽂았으니
삼천리(三千里) 좋은 경(景)은 호남(湖南)이 으뜸이라.
거어드렁 거리고 살아보세.
1. 호남가(湖南歌) 및 지은이 소개
이 가사(歌辭)는 남도창(南道唱) 단가(短歌)중의 하나입니다. 어렸을 때 가끔 동네 어른신들이 걸죽한 목청으로 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듣고 보았는데 가사가 좀 재미있다고 생각되어 여기에 소개해 봅니다. 호남지방의 52개 고을(당시 州, 府, 郡, 縣) 이름을 모두 들어가며 대장부의 할 일을 노래한 소리곡조로서 중모리 장단에 맞추어 부르는 56구(句)로 되어 있는 노래 가사입니다.
이 가사 첫 구절을 보면 함평에 사는 늙은이가 고향인 광주에 간다는 단순한 글자 맞추기인지, 아니면 모두가 다함께 더불어 사는 평등한 좋은 세상을 꿈꾸는 사람이 그 희망의 빛이 넘쳐흐르는 이상향(理想鄕)을 찾아서 가겠다는 은유(隱喩)인지는 음미하기 나름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은이에 대하여는 여러 가지 설이 있읍니다만 문장의 필치나 내용으로 보아 이서구(李書九 1754-1825년)가 유력해 보입니다. 이서구는 조선시대 4대 문인중 한분으로 자는 낙서(洛瑞), 호는 척제( 齊)입니다. 정조 17년(1793년)과 순조 20년(1820년), 두 차례 전라감사를 지내면서 호남지방 여러고을(54개)의 이름을 빌어 함평천지 호남가를 지었다고 합니다.
호남가는 민중의 노래로 불리어 오다가 경복궁 낙성식(1867년)때 전라도 대표로 나가 장원하니 그때부터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한말(韓末)과 일제치하에 고향을 그리는 향수로 나라 잃은 망국의 한(恨)을 달래는 비원(悲願)의 노래로 애창되어 왔다고합니다.
2. 호남가 가사 해설
모두가 함께 어울려서 평화(咸平/함평)롭게 살아가는 좋은 세상(天地/천지)에
최고 어른이(늙은 몸) 광명한 고향(光州/광주)을 보려하고
온 백성을 구제(濟州/제주)하는 큰 배(어선/漁船)을 빌려 타고
남쪽지방(海南/해남)으로 건너 갈제,
아침에 돋는 해(興陽/흥양)는 보배의 땅(寶城/보성)에 비쳐 있고,
높은 산(高山/고산)의 아침 안개는 신령한 바위(靈岩/영암)에 둘러 있네.
인자(泰仁/태인)하신 우리 성군(聖君) 예의 바르고 즐겁게 살아가는
예악(禮樂) 세상을 크게 일으키니 장흥(長興) 삼정승 육판서(三台 六卿)/삼태육경)는
하늘의 뜻(順天心/순천심)을 따르고 지방의 모든 수령(方伯守令/방백수령)들은
백성을 편안(鎭安/진안)하게 다스리는 구나.
탁 트인 언덕(高敞/고창)에 높이 앉아 삼라만상(森羅萬象) 펼쳐진(羅州/나주),
좋은 풍경을 바라보니 산들은 높이 솟아 구름 위에 떠있고(萬丈 雲峰/만장 운봉),
병풍같이 두른 층층(層層) 산은 겹겹(益山/익산)이 쌓여 있네.
백리(白里) 담양(潭陽), 흐르는 물은 굽이굽이 큰강(萬頃/만경)되니,
용담(龍潭/현재 댐이 건설되었음)의 맑은 물은 용(龍)이 살던 곳이 아니련가.
비단같이 고은 마을(綾州/능주)에 붉은 꽃(현재 복숭아 재배단지임)이 만발하니
금수강산(錦山/금산)이라.
남원(南原)에 봄이 깃들어 각색(各色) 화초(花草/현재 춘향제가 성대하게 개최되고 있음),
성(茂長/무장)하니, 나무나무 열매맺고(任實/임실), 가지가지 구슬같은 과실(玉果/옥과)로다.
미풍양속(美風良俗)은 평화롭고 순직(和順/화순)하며,
인심(人心)은 모두가 기쁨이 넘치(咸悅)는데,
선경(仙境)에 피는 꽃(異草/이초)은 울긋불긋 피어(茂朱/무주)있고,
상서로운 기운(瑞氣/서기)은 신령스런 빛(靈光/영광)이 피어나는 구나.
태평(昌平/창평)한 좋은 세상에 편안하기 힘을 쓰니(務安/무안),
사농공상(士農工商) 온 백성이 즐거웁게 사는 (樂安/낙안)구나.
부자(父子)는 자효(慈孝)하고, 형제(兄弟)는 우애(友愛)하니,
한핏줄 한 뱃속(同福:腹/복)이로다.
활기넘친 나룻터(康津/강진)에 떠나가는 장삿배(商賈船/상가선)는
보배섬(珍島/진도)을 찾아가니 골짜기마다 금밭(金溝/금구)이요.
캐어내니 금무더기(金堤/김제)로다.
농사하는 우리 농부 비옷(臨陂蓑依/임피사의)을 둘러 입고,
우물 좋은 마을(井邑/정읍)에서 사이좋게 농사지어(井田法;아홉구역으로 나누어 지음),
좋은 곡식만 골라내어 나라에 바치니(納稅), 순박하고 고운 인심 서로서로 어울려서
번창하게(淳昌/순창) 사는 구나.
옛동산(古阜/고부)에 홀로 앉아 버들피리 불어대니
연푸른 버들가지(楊柳色/양유색) 아름답게 빛을 내니(光陽/광양),
푸르른 봄기운(春色/춘색)이 팔도(八道)에 퍼져가네.
심산유곡(深山幽谷) 산골(谷城/곡성)에서 공부하는 선비들은 예의를 구(求禮/구례)하고,
큰 덕을 일으키니(興德/흥덕) 서로돕고 의지하는
편안하고 즐거운 가정(扶安齊家/부안제가)이 아니련가.
우리 호남(湖南)의 굳고 바른 거룩한 정신(法聖/법성:현재 단오제가 열리고 있음)으로
온 백성(全州) 거느리고 만리같은 성(長城)을 쌓고, 긴강(長水/장수)으로 둘러치고,
숫돌(礪山石/여산 석)에 큰 칼을 갈아들고 남녘땅 지키려고 남평루(南平樓)에 올라보니,
팔도(八道)의 좋은 경(景)은 호남(湖南)이 으뜸이라 거어드렁 거리고 지내보세.
◎ 濟州 : 1946년 전라남도로부터 분리하여 도로 승격
◎ 興陽 : 조선시대 고흥군의 이름. 1914년에 고흥군으로 되었음.
◎ 三台六卿 : 3정승 6판서
◎ 錦山 : 1963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전라북도에서 충청남도로 편입
◎ 商賈船 : 작은 장삿배
◎ 蓑衣 : 도롱이, 짚이나 띠 따위로 역어 허리나 어깨에 걸치는 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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