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 21. 17:04ㆍ한문기초書
다석 유영모의 늙은이(道德經, Tao Te Ching) 풀이(5)
늙은이 5월
하늘 땅이 어질지 않은가(天地不仁),
잘몬을 가지고 꼴개를 삼으니(以萬物爲芻狗),
다스리는 이 어질지 않은가(聖人不仁),
씨알을 가지고 꼴개를 삼으니(以百姓爲芻狗),
하늘 땅 사이는, 그 또 풀무나 같구나(天地之間, 其猶槖籥乎).
비었는데 쭈구러들지 않고(虛而不屈),
움직여서 움질움질 나오니(動而愈出),
많은 말을 하다간 막히니(多言數窮),
가온 지킴만 같지 못해(不如守中).
<풀어 씀>
꼴개: 짚으로 만든 개 모양으로, 무당이 제 지낼 때 쓰고는 길에 버린다.
백성(百姓): 다석은 백성을 ‘씨알’이라고 하였다.
풀무: 대장간에 바람 일으키는 도구.
가온(⌞·⌝ ): 한가운데를 말하는데 시간과 공간과 인간의 초월 점, 곧 도(道)다.
芻: 꼴 추, 추구는 꼴개.
탁(槖): 풀무 탁, 약(籥): 관 약, 탁약(槖籥)은 풀무.
텅 빈 허공(빔)과 마음
늙은이 5월은 도의 작용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도의 작용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즉, 정(靜)과 동(動), 또는 텅빔(虛)와 움직임(動)이다. 절대세계의 초현상 의식과 상대세계의 현상화 의식을 말한다. 다시 말하여 ‘없음’(無)과 ‘있음’(有), 빔(虛)과 망상(動), 공(空)과 색(色)의 관계라고 볼 수도 있다.
절대본체는 무한 허공(虛空, 빔), 빈 그릇으로 표현 할 수 있는 형상(form)이며, 늘 변하는 무상(無常)의 현상세계의 의식은 공간이라는 유형의 그릇 안에 담겨 있는 삼라만상으로서 질료(matter)라고 할 수 있다. 성리학에서는 무극과 태극의 관계, 불교에서는 법신불(法身佛, Dharmakaya)와 보신불(報身佛)의 관계, 역학에서는 불역(不易, the unchangable)과 변역(變易, the changable)의 관계, 그리스도교에서는 신성(神性, Godhead)와 삼위일체로 나타나는 하느님(God)과의 관계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없음’(無)의 차원에서는 절대본체를 무극(無極), 법신불(法身佛, Dharmakaya), 불역(不易), 신성(神性, Godhead)으로 부른다. 그러나 ‘있음’(有) 관점에서는 무극(無極)은 태극(太極)으로, 법신불(法身佛)은 보신불(報身佛)로, 불역(不易)은 변역(變易)으로, 신성(神性)은 삼위일체(三位一體) 하느님이라 말한다.
모든 세계는 하나이면서 상대세계와 절대세계로 각각 불리어진다. 있음의 세계, 상대세계인 우주는 온갖 가능성의 체계이다. 가능성의 세계에 인간은 존재한다. 늘 변하고 있는 상대세계의 인간은 순수하지도 않고 악한 것도 아니다. 인간은 마음공부와 수행을 통해 무한히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의 존재이다. 그래서 인간은 너그럽지도 아니하고 인색한 것도 아니라고 도덕경은 말한다. 인간은 수신을 통해서 너그럽기도 인색하기도 하는 것이다. 마음을 비우고 내려놓아야 인간은 순수하고 선한 존재가 될 수 있다.
텅 빈(空) 절대 허공은 전혀 변함이 없는 절대계이다. 그러나 이 세상은 움직일수록 더욱 더 움직임이 나오는 상대계이다. 이 상대계에서는 말을 많이 하면 道(참나)를 잃어버리게 된다. 성인(聖人)도 순수 가능성의 존재이다. 그 가능성은 어떤 의식, 동기, 사상도 가지고 있지 않다. 의식, 동기, 사상이 순수하지 않고 오염되면 어진 성인이라도 씨알을 꼴개처럼 다스린다. 마음이 순수하지 않으면 도(道)에서 멀리 떨어진 생활을 하게 되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다스리고 말하는 것보다 오히러 침묵을 지키는 것이 더 낫다. 다석은 하늘과 땅 사이에서 인간이 하늘과 소통하고 마음이 하늘로 열린 상태를 가온 찌기(ㄴ·ㄱ)라고 하였다. 텅 빈 허공처럼 마음도 비우고 비어야 가온찌기를 할 수 있다.
James Legge(역)
5
Heaven and earth do not act from (the impulse of) any wish to be
benevolent; they deal with all things as the dogs of grass are dealt
with. The sages do not act from (any wish to be) benevolent; they
deal with the people as the dogs of grass are dealt with.
May not the space between heaven and earth be compared to a
bellows?
'Tis emptied, yet it loses not its power;
'Tis moved again, and sends forth air the more.
Much speech to swift exhaustion lead we see;
Your inner being guard, and keep it free.
John C. H. Wu(吳經熊 역)
5.
HEAVEN-and-Earth is not sentimental;
It treats all things as straw-dogs.
The Sage is not sentimental;
He treats all his people as straw-dogs.
Between Heaven and Earth,
There seems to be a Bellows:
It is empty, and yet it is inexhaustible;
The more it works, the more comes out of it.
No amount of words can fathom it:
Better look for it within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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