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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2. 11. 13:27한문기초書

 

1

裵封叔之第는 在光德里러니 有梓人이 款其門하고 願傭隟宇而處焉이라. 所職은 尋引規矩繩墨이오 家不居礱斲之器라. 問其能曰 ; 吾善度材하여 視棟宇之制의 高深圓方短長之宜하노니 吾指使而羣工이 役焉이오 捨我면 衆莫能就一宇라 故로 食官府에 吾受祿이 三倍하고 作於私家에 吾受其直이 大半焉이로다. 他日에 入其室하니 其牀이 闕足이로되 而不能理하여 曰將求他工이라하거늘 余甚笑之하여 謂其無能而貪祿嗜貨者라.

其後에 京兆尹이 將飾官署할새 余往過焉이라. 委羣材하고 會衆工하여 或執斧斤하며 或執刀鋸하여 皆環立嚮之라. 梓人이 左執引하고 右執杖하여 而中處焉하여 量棟宇之任하여 視木之能하여 擧揮其杖曰斧彼라하면 執鋸者趨而左하고 俄而요 斤者斵하며 刀者削하되 皆視其色하고 俟其言하여 莫敢自斷者라. 其不勝任者는 怒而退之하되 亦莫敢慍焉이라. 畵宮於堵하되 盈尺而曲盡其制하여 計其毫釐而構大厦에 無進退焉이라. 旣成에 書于上棟曰 ; 某年某月某建이라하니 則其姓字也요 凡執用之工은 不在列이러라. 余圜視大駭하여 然後知其術之工이 大矣라.

배봉숙의 집은 광덕리에 있었는데 어느 날 목수 한 사람이 그 집에 찾아 와 품삯으로 빈 방을 빌려 거처하기를 청하였다. 그의 일은 짧은 자와 긴 자, 그림쇠와 곡척(曲尺), 먹줄과 먹통을 갖고 하는 것이었으며 그에게는 갈고 쪼개고 하는 공구가 없었다. 무얼 잘 하느냐고 묻자 그는 말하기를 "저는 목재를 잘 헤아립니다. 저는 집의 규격만 보면 높고 낮거나 둥글고 네모나거나 길고 짧은 적당한 나무들을 골라내어 工人들로 하여금 작업하도록 시킵니다. 제가 없으면 공인들은 한 채의 집도 짓지 못합니다. 그런 까닭에 官家에서 일을 할 때에는 다른 사람의 세 배 되는 工賃을 받고 私家에서는 반을 더 받습니다." 며칠 후 그 목수의 방에 가 보았더니 침대의 다리가 망가져 있었는데도 그는 고칠 줄을 몰랐다. 그는 "다른 목수를 불러다 고치려고 합니다."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를 심히 비웃으며 공임과 돈만 탐내는 무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였다.

그 후 京兆尹이 관청을 수리하게 되었는데 마침 그 곳을 지난 적이 있었다. 수 많은 목재가 쌓여 있었고 공인들이 여럿 모였는데 그들 가운데 어떤 이는 도끼를 잡고 어떤 이는 톱을 쥐고 그 목수를 향하여 둥그렇게 둘러 서 있었다. 그 목수는 왼손엔 긴 자를, 오른손엔 막대기를 쥐고 가운데 있었다. 그는 집을 짓는 데 쓰일 목재들을 헤아리고 나무들의 용도를 살핀 뒤, 그의 막대기를 휘두르며 "저기엔 도끼!"하고 말하니 도끼를 잡고 있던 공인이 오른쪽으로 뛰어갔다. 고개를 돌려 이번에는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기엔 톱!"하고 말하니 톱을 쥔 공인이 왼쪽으로 뛰었다. 잠시 뒤 도끼로 깍고 톱으로 자르고 하는데 모두들 목수의 기색을 살피고 지시를 기다리면서 어느 한 사람도 감히 자기 멋대로 하지 못하였다. 제대로 작업을 해 내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목수가 노하여 물러가게 하여도 아무도 감히 화를 내지 못했다. 그는 건물의 그림을 담 위에 그려 놓았는데 크기는 한 척 정도밖에 안되었지만 규격은 매우 상세하고 정확하였으며 치밀한 계산으로 커다란 건물을 짓는 데 조금의 오차도 없었다. 집이 완성되자 대들보에 "몇년 몇월 몇일 아무개가 지음"이라고 썼는데 자신의 성명을 쓸 뿐 작업을 한 공인들은 열거하지 않았다. 나는 이곳 저곳을 두루 살펴본 뒤 크게 놀라고 나서야 그 목수의 기술이 교묘하면서도 대단하다는 것을 알았다.

2

繼而歎曰 ; 彼將捨其手藝하고 專其心智하여 而能知體要者歟인저. 吾聞勞心者는 役人하고 勞力者는 役於人이라하니 彼其勞心者歟인저. 能者用而智者謀라하니 彼其智者歟인저! 是足爲佐天子相天下法矣니 物莫近乎此也라. 彼爲天下者는 本於人하니 其執役者는 爲徒隸요 爲鄕師里胥요 其上은 爲下士요 又其上은 爲中士요 爲上士요 又其上은 爲大夫요 爲卿爲公이오 離而爲六職이오 判而爲百役이라. 外薄四海에 有方伯連帥하고 郡有守하고 邑有宰로되 皆有佐政하고 其下는 有胥史하고 又其下는 有嗇夫版尹하여 以就役焉이라 猶衆工之各有執伎하여 以食力也라.

彼佐天子相天下者는 擧而加焉하고 指而使焉하여 條其紀綱而盈縮焉하고 齊其法度而整頓焉이라. 猶梓人之有規矩繩墨하여 以定制也라 擇天下之士하여 使稱其職하며 居天下之人하여 使安其業하여 視都知野하며 視野知國하며 視國知天下라. 其遠邇細大를 可手據其圖而究焉이니 猶梓人이 畵宮於堵而績于成也라. 能者는 進而由之하여 使無所德하며 不能者는 退而休之로되 亦莫敢慍이라. 不衒能하며 不矜名하며 不親小勞하며 不侵衆官이라. 日與天下之英才로 討論其大經이니 猶梓人之善運衆工而不伐藝也라. 夫然後에 相道得而萬國이 理矣라.

이어서 나는 탄식하였다. 저 사람은 손기술을 버리고 오로지 마음의 지혜만을 사용하면서도 작업의 要體를 알고 있구나! 내가 듣건대 정신을 쓰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부리고 육체의 힘을 쓰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부림을 당한다고 하였는데 저 사람은 바로 정신을 쓰는 사람이 아닌가? 능력이 있는 사람은 실행을 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일을 계획한다고 하였는데 저 사람은 바로 지혜로운 사람이 아닌가! 이는 天子를 보좌하여 천하를 재상으로서 다스리는 법도라고 할 만하니 어떤 일도 이처럼 근사한 것은 없다. 천하를 다스리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근본을 두기 마련이다. 하급의 工役은 差使나 鄕師·里胥(이서)이고 그 위는 下士이며 또 그 위는 中士·上士가 있고 다시 위로는 大夫·卿·公의 직책이 있다. 중앙의 직분을 나누면 六官이 있고 다시 세분하면 百官이 된다. 밖으로는 사방의 변경에 이르기까지 方伯·太守가 있고 郡에는 守令, 邑에는 縣令이 있는데 모두 보좌역을 데리고 있으며, 밑으로 다시 胥吏가 있고 다시 그 밑으로는 嗇夫(색부)·版尹 등이 잡역을 처리한다. 이는 마치 수 많은 공인들이 자신의 능력에 따라 생계를 유지하는 것과 같다.

천자를 도와 천하를 다스리는 재상은 많은 관리들을 천거하여 임무를 부여하고 지휘하고 부리면서 정치의 기강을 바로 잡아 신축성 있게 운용하면서 법령과 제도를 통일하여 정돈한다. 이는 마치 목수가 그림쇠와 곡척, 먹줄과 먹통을 가지고 규격을 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천하의 인재를 골라 능력에 맞는 직분을 부여하고 천하의 사람들로 하여금 편안히 생업에 종사할 수 있게 함으로써, 도성을 보면 민간생활을 알 수 있고 민간생활을 보면 그 나라를 알 수 있으며 그 나라를 봄으로써 온 천하를 알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멀거나 가깝고 사소하거나 중대한 모든 일들을 계획에 따라 추구할 수 있는 것은 또한 목수가 담에 그림을 그려 놓고 거기에 따라 집을 완성하는 것과 같다. 능력있는 사람을 천거하여 직무를 부여해도 그로 하여금 사사로운 은혜로 생ㄱ가하지 않도록 하고 무능한 사람은 일을 그만두고 물러나게 하여도 감히 화를 내지 못한다. 자신의 재능을 뽐내지도 않고 명예를 자랑하지도 않으며, 사소한 일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다른 여러 관직에도 간섭하지 아니한다. 날마다 천하의 영재와 국가의 법도를 논의할 뿐이니, 이는 마치 목수가 많은 공인들을 적절히 움직이면서도 자신의 기예를 뽐내지 않는 것과 같다. 이런 뒤에야 재상의 법도가 얻어지고 온 천하가 다스려지는 것이다.

3

相道旣得이오 萬國旣理면 天下擧首而望曰 ; 吾相之功也라하고 後之人循跡而慕曰 ; 彼相之才也라하여. 士或談殷周之理者曰 ; 伊傅周召요 其百執事之勤勞는 而不得紀焉이라. 猶梓人이 自名其功而執用者不列也라.

大哉라 相乎여! 通是道者는 所謂相而已矣로다. 其不知體要者는 反此라. 以恪勤爲公하며 簿書爲尊하며 衒能矜名하며 親小勞侵衆官하여 竊取六職百役之事하여 听听於府庭而遺其大者遠者焉하니 所謂不通是道也라. 猶梓人而不知繩墨之曲直과 規矩之方圓과 尋引之短長하고 姑奪衆工之斧斤刀鉅하여 以佐其藝요 又不能備其工하야 以至敗績用而無所成也하니 不亦謬歟아?

或曰 ; 彼主爲室者儻或發其私智하여 牽制梓人之慮하여 奪有世守하고 而道謀를 是用이면 雖不能成功이나 豈其罪耶아 亦在任之而已니라 余曰不然하다 夫繩墨이 誠陳하고 規矩誠設이면 高者를 不可抑而下也요 狹者를 不可張而廣也라. 由我則固요 不由我則圮이어늘 彼將樂去固而就圮也인댄 則卷其術하고 默其智하여 悠爾而去라. 不屈吾道면 是誠良梓人耳어니와 其或嗜其貨利하여 忍而不能捨也하며 喪其制量하여 屈而不能守也하고 棟橈屋壞라도 則曰非我罪也라하면 可乎哉아?

余謂梓人之道類於相이라 故書而藏之하니 梓人은 蓋古之審曲面勢者라 今謂之都料匠云이니 余所遇者는 楊氏니潛其名이라.

재상의 법도가 얻어지고 천하가 다스려진 후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재상을 우러러 보며 "이는 우리 재상의 공적이다!"라고 말하고 후대 사람이 발자취를 따르며 "그는 재상의 재목이었다."라고 흠모하여 말할 것이다. 사대부들은 殷·周, 잘 다스렸던 사람을 얘기할 때 伊尹·傅說·周公·召公을 거론하면서도 무수한 관리들의 공로는 기록하지 않는다. 마치 목수가 완성된 건물에 자신의 이름은 기록하면서 작업에 참가한 공인의 이름을 열거하지 않은 것과 같다.

위대하도다, 재상이여! 이러한 도리에 통달한 사람을 이른 바 재상이라고 일컬어질만한 일이다. 그 요체를 모르는 사람은 이와 정반대이다. 곧 삼가하며 애쓰는 것을 국가에 봉사하는 것으로 여기고 관청의 장부를 지나치게 존중하며, 자신의 능력을 뽐내고 명성을 자랑하며 사소한 일에 관여하고, 잡다한 직무에 간섭하고 6개 부처의 여러 관리들의 일을 몰래 빼앗으며, 조정에서는 끊임없이 논쟁하면서도 도리어 중요하고 원대한 계획은 빠뜨리는 것이니, 이른 바 재상의 도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이는 목수이면서도 먹줄의 곧음을 모르고 그림쇠와 곡척의 둥글게 그리고 모나게 그리는 용도를 모르며 긴 자와 짧은 자의 장단을 구별하지 못한 채, 공인의 도끼와 톱을 빼앗아 자신의 기예를 보충하고자 하나 작업을 완전하게 해내지 못하고 심지어 일을 망치어 이룬 것이 없게 되는 것과 같으니 이 얼마나 잘못인가!

어떤 사람이 말하였다. "만약 그 집의 주인이 자신의 개인적인 지혜를 발휘하여 목수의 계획을 견제함으로써 목수가 대대로 이어진 경험을 빼앗긴 채 길 가던 사람의 계획이나 같은 것을 사용하였다면 비록 집이 완성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어찌 그의 죄이겠는가? 이는 집주인이 목수를 신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렇게 말하였다. "그렇지 않다. 먹줄과 먹통, 그림쇠와 곡척이 정말 눈 앞에 있다면 높은 것을 아래로 누를 수는 없고 좁은 것을 펴 넓힐 수는 없다. 내 방법을 쓰면 견고하고 내 방법을 버리면 망쳐지는데, 목수가 기꺼이 견고한 방법을 버리고 망쳐지는 편을 택한다면 자신의 기술과 지혜를 감추고 유유히 떠나는 셈이다. 자기의 법도를 굽히지 말아야 진실로 뛰어난 목수인 것이다. 간혹 재화를 탐낸 나머지 차마 그만 두지 못하여 집을 짓는 법칙도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의 주장을 굽혀 지키지 못한 결과 대들보가 휘고 집이 무너졌는데 이는 내 잘못이 아니다고 말한다면 이것이야말로 말이 되겠는가?"

내 생각으로는 목수의 도는 재상의 그것과 비슷하다. 그러므로 여기에 적어 보존하고자 한다. 목수는 대개 옛날에는 목재의 曲直과 面勢를 살펴내는 사람이었으나 지금은 都料匠이라고 부른다. 내가 만난 사람은 성이 楊氏이며 이름이 潛이다.

출처 : 신완역 고문진보 후집/김학주 역/명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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