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7. 26. 11:14ㆍ사람과사람들
내 눈을 감기세요. 그래도 나는 볼 수 있습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사랑이야기
내 눈을 감기세요. 그래도 난 당신을 볼 수 있습니다.
내 귀를 막으세요. 그래도 나는 당신의 음성을 들을 수 있습니다.
발이 없어도 당신에게 갈 수 있고 입이 없어도 당신의 이름을 부를 수 있습니다.
내 팔을 꺽으세요. 나는 당신을 가슴으로 붙잡을 것입니다.
내 심장을 멈추게 하세요. 그럼 나의 뇌가 심장을 고동칠 것입니다.
당신이 나의 뇌에 불지르면 그 때는 당신을 내 핏속에 실어 나르렵니다.
릴케가...루 살로메에게
청년 릴케
20대 중반쯤 되었을 무렵.. 감수성이 무척 예민한 청년 릴케는 루 살로메라는 여인을 만나게 된다. 그년 어미 기혼녀였지만 그로이드나 니체와도 사귀며 흠모를 받았던 분방하면서도 그 당시로서는 매우 시대를 앞서가는 여류 지성인이었다 한다. 나이가 14살이나 연상인 이 여인에게 빠져들어 릴케는 그녀와 러시아를 여행하며 톨스토이도 만나고 러시아의 광활한 자연풍경과 소박한 민중의 경건성에 매료되기도 한다. 무려 일년간 그녀와 러시아를 여행하며 사랑에, 자연에, 문학에 취한 나날을 보낸다. 루는 심성이 여리고 소극적인 릴케를 기존 문인들 모임에 데리고 다니며 소개시켜주고 비평도 해주며 작가로서의 릴케를 재능을 일깨워준다. 루는 릴케의 이름도 마리아 릴케에서 남자다운 이름 라이너 마리어 릴케로 고쳐준다. 사실 르네 마리아 릴케는 여자 이름이었다. 허영심 많고 사교적이던 릴케의 어머니는 릴케 바로 위로 먼저 낳은 딸이 죽자 릴케를 딸쳐럼 키운다. 이런 엄마 덕분에 릴케는 7살이 될때까지 머리도 따고 치마를 입고 소꼽 장난을 마며 놀았다. 그가 8살이 될 무렵 아버지는 그를 소년 사관학교로 보낸다. 자신의 못다 이룬 장교로서의 꿈을 아들을 통해서 이루기 위해서 였다. 이제까지 치마를 입고 소꼽장난을 하던 릴케는 엄격하고 강도 높은 소년사관학교의 훈련을 받게 된다. 그는 소년학교를 마치고 고등사관학교로 진학을 한다. 그러나 그만 체력이 따라가지 못하여서 아버지의 꿈을 이루지 못하게 되고 만다. 그는 그런 부모와의 갈등, 원래 예민한 자신의 심성을 고등사관학교시절부터 글에 담아내기 시작하는데...사실 초기의 글들은 매우 그러한 글이었다. 그런 그가 대학원에 입학하여 독일의 뮨헨과 베를린을 오가게 되면서 루 살로메를 만나게 된 것이다.
....
릴케의 연인....살로메
그녀는 르네 마리아 릴케라는 그의 여자같은 이름을 고쳐주고 철학적, 심리학적 지식들과 모성적 열정적 사랑으로 가득 채워주었다. 릴케는 그런 지식도 지식이지만 루에게 완전히 빠져 있었다. 그는 그녀를 "나의 누이여, 나의 신부여" 하며 찬미하고 다녔다. 그녀와의 러시아여행이 끝이 나고,그녀와의 사랑도 루에 의해 시들어가면서 둘은 헤어진다. 루라는 연인과 러시아라는 광활한 자연을 한꺼번에 잃은 릴케는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 독일에서 자연풍광이 좋은 곳을 찾아다닌다. 그러다 북부독일의 볼프스베데라는 곳을 발견한다... 그곳은 말하자면 예술인촌 같은 곳이었다. 그 곳에 정착한 릴케는 그 곳에서 조각을 하던 두 아가씨를 사귀게 된다. 셋이 같이 어울려 놀던 릴케는 그 가운데 한 아가씨 클라라 베스트호프에게 청혼을 하게 되고 둘은 곧 결혼을 하고 딸 루스를 난다. 그러나 릴케는 안정된 가정생활를 할 그런 사람이 원래부터 아니었다. 그는 떠돌이 기질의 사람이었다. 가정, 아내, 딸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하던 릴케의 마음을 알아차린 착한 아내는 자신의 스승이 자서전을 쓸 사람을 고른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자신의 남편을 자신의 스승에게 소개한다. 그녀의 스승이 바로 로댕이었던 것이다
문학은 정말 매력이다. 문인의 삶은 그 자체가 한편의 시다. 삶도 사랑도 일직선으로 가는 법이 없다. 굽이 굽이 강물 흘러가듯이... 바람이 어디로든 불어가듯이, 구름이 자유롭게 하늘위를 날듯이, 그렇게 삶을 빗어간다.
청년시절 ... 시도 글도 쓸줄 모르면서.. 나는 문학이 좋아 헌 서점을 놀이터 삼아 책을 사모으던 때가 있었다. 책을 읽는 것이 즐거움이고 책을 모으는 것이 기쁨이었다. 책은 나의 애인이었고 친구였고 인생의 좋은 스승이었다.
친구는 ... 좁은 테두리 안에 갇힌 나를 이끌어 때론 역사의 뒤안 길로,.. 때론 유럽의 호적한 새색의 길로 인도하고... 스승은... 시베리아의 눈 날리는 광야로, 시리도록 아픈 삶의 역경속으로 채찍질하고... 애인은... 꿈같이 달콤한 사랑의 왈츠속으로 청년의 손을 끌어 주었다.
삶, 그리고 사랑...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일곱 무지개 색깔처럼 ... 노랑꽃 위에 춤추는 나비처럼...
어찌 삶을 단색으로 칠하며 일직선으로 그냥 ... 걸어갈 수 있단말인가!
50고개 넘어가는 지금 여전히 소년의 꿈을 꾸게 한다
-바다 해
아 4:10 네 사랑은 포도주에 지나고 네 기름의 향기는 각양 향품보다 승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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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ward Cucuel
American Impressionist artist
born 1875 - died 1954
Tea in the Park
Oil on canvas
57 3/8 x 45 1/8 inches (146 x 114.9 cm)
Private collection
Autumn Sun
Oil on canvas
35 1/8 x 39 3/8 inches (89.5 x 100.3 cm)
Private collection
가을날
라이너 마리아 릴케 (독일 1875~1926)
주여, 바로 이때이옵니다.
지난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드리우시고
초원엔 바람이 풀리게 하옵소서.
마지막 열매들을 영글게 하시고,
그들에게 이틀만 더 남국의 날을 주사
익어 가는 포도알 알알이
감미로운 향기가 스미게 하옵소서.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지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 외로운 사람은
오래도록 그럴 것입니다.
뜬눈으로 밤을 새우며 책을 읽거나
기나긴 편지를 쓰다가
창밖 나뭇잎 흩날릴 때면
외로이 가로수 길을 서성일 것입니다.
Edward Cucuel
Woman with Flowers, 1933
Madron LLC
Woman Reclining by a Lake
Oil on canvas
27 7/8 x 30 7/8 inches (71.1 x 78.7 cm)
Private collection
Sommertraumerei (Summer dream)
Waterhouse & Dodd
Wood Nymph
법정 스님의 명쾌하고 뜻깊음을 느끼게 하는 '무소유'...
그 책 '무소유' 17쪽에는 장미에 찔려 고생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장미 가시에 손등을 찔려 꼬박 한 달을 고생했다. 내 뜻대로 움직여 주던 손에 탈이 나니 그렇게 불편할 수가 없었다. 독일의 그 릴케를 생각하고 때로는 겁도 났었지만, 모든 병이 그러듯이 때가 되면 낫는다. 밀린 옷가지를 이제는 내 손으로 빨 수 있게 됐으니 무엇보다 홀가분하다. 오늘처럼 맑게 갠 날은 우물가에 가서 빨래라도 할 일이다. 우리처럼 간단명료하게 사는 '혼자' 에게는 이런 일은 일거양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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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너 마리아 릴케 Rainer Maria Rilke 1875.12.04.- 1926.12.29.
수많은 사람들의 입과 뇌리 속에 각인된 아주 유명한 시(詩) 한 편.
가을날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이젠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시고 돌판 위에 바람을 풀어 놓으소서
마지막 열매들의 속이 가득 차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그 열매들이 무르익도록 단맛이 스미게 하소서
지금 집없는 사람은 더이상 집을 짓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고독한 그대로 오랫동안 살며 깨어서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쓰고 나뭇잎들이 바람에 휘날릴 때 불안스레 가로수 길을 이리저리 헤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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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umn Day
Lord: it is time. The summer was immense. Lay your shadow on the sundials and let loose the wind in the fields.
Bid the last fruits to be full; give them another two more southerly days, press them to ripeness, and chase the last sweetness into the heavy wine.
Whoever has no house now will not build one anymore. Whoever is alone now will remain so for a long time, will stay up, read, write long letters, and wander the avenues, up and down, restlessly, while the leaves are blowing. |
1921년 여름부터 스위스 발레리 지방의 론(rhone) 강가에 위치한 샤토 드 뮈조
(Cháteau de Muzot 뮈조 성城)에 한 스위스인 후원자의 도움으로
묵게 되면서 멋진 작품들을 창작하는 열정의 불꽃을 태웠다.
당시 작품 활동의 절정을 느끼게 하는 루 살로메에게 바치는 시.
내 눈을 감기세요
내눈을 감기세요 그래도 나는 당신을 볼 수 있습니다. 내 귀를 막으세요 그래도 나는 당신의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발이 없어도 당신에게 갈 수 있고, 입이 없어도 당신의 이름을 부를 수 있습니다. 내 팔을 꺽으세요, 그래도 나는 당신을 잡을 것입니다. 손으로 잡듯이 심장으로 잡을 겁니다. 심장을 멎게 하세요, 그럼 뇌가 고동 칠 것입니다, 마침내 당신이 나의 뇌에 불을 지르면, 그때는 내 피가 당신을 실어 나르렵니다. |
Put Out My Eyes
Put out my eyes, and I can see you still, Slam my ears to, and I can hear you yet; And without any feet can go to you; And tongueless, I can conjure you at will. Break off my arms, I shall take hold of you And grasp you with my heart as with a hand; Arrest my heart, my brain will beat as true; And if you set this brain of mine afire, Then on my blood-stream I yet will carry you. |
나무십자가와 장미꽃으로 둘러싸인 스위스 라론의 릴케 무덤.
릴케는 1925년에 다음과 같은 유언(self-composed epitaph)을 기록해 놓았다.
Rose, oh reiner Widerspruch, Lust, Niemandes Schlaf zu sein unter soviel Lidern. |
장미, 오, 순수한 모순, 그렇게 많은 눈꺼풀 아래 누구의 잠도 되지 않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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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e, O Pure Contradiction, Desire To Be No One’s Sleep Beneath So Many Lids. |
그리고 1926년 그 다음 해에 갑작스레 죽게 되자 묘비명으로 전격 기록되었다.
어쨌든 장미를 좋아하여 직접 재배하며 장미 속에서 살았고,
장미 향기에 흠뻑 취했으며, 장미에 대한 깊은 사색과 더불어
최고의 찬사로 멋지게 시를 발표하였던 시인...
그것도 모자랐는지 결국에는 장미가시에 찔려 죽었다는 전설.
그러나 그는 이미 백혈병에 걸려 있었다. 법정 스님이 기록했던 것처럼...
그리고 그렇게 알려진 사실처럼... 장미가시에 찔려 죽은 것이 아니다.
뮈조 성에는 많은 친구들이 방문하였는데, 1926년 9월에 그만 사고가 발생하였다.
친구 소개로 코카서스 출신의 이집트 여인 '니메 엘루이'가 친구와 함께 뮈조 성을
방문하자, 릴케는 여인들에게 주기 위해 자신이 가꾸던 장미를 꺾게 되었다. 하필 그때
두 손가락이 가시에 찔리게 되었고, 상처가 곪아서 한 쪽 팔도 쓸 수 없게 되고,
다른 쪽 팔도 이어서 마비되는 고통을 당한다. 장미에 찔리는 순간 가시에 묻어 있던
파상풍 균이 침투하면서 근육이 마비되는 병증세를 보여준 것이다.
릴케는 장미에 찔린 후 한 달 정도 지나며 1926년 10월에 다음의 편지를 친지에게
보냈다. '장미가시에 깊이 찔려 생긴 상처가 내 왼손을 수 주일 동안 못쓰도록 만들었고,
이어 심하고 아픈 것이 감염되어 오른손을 쓰는 것도 어렵게 되었다. 붕대를 매긴 했지만
두 손이 열흘 동안이나 쑤시고 아팠다. 이 재난이 채 극복되기도 전에 시온에서 유행되던,
열이 나는 장염에 걸려 또 2주일이나 아주 쇠약한 상태로 침대에 누워 있어야 했다.'
릴케는 고통이 심각한 가운데서도 진찰을 차일피일 미루다 11월 말에 병원으로 갔다.
결과는 완전 의외! 파상풍이 아니라 백혈병이었던 것. 이미 백혈병으로 면역체계가
약해진 상태에서 릴케의 장미 가시 사건은 간접 사인으로 작용하였던 것이다...
장미꽃을 좋아하며 뜨겁게 삶을 불태웠던 릴케의 삶은 그렇게 끝마쳤다.
마음을 치유하는 명상 고전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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