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2. 7. 09:20ㆍ서예일반
파초(芭蕉)
1, 葉如斜界紙(엽여사계지) ; 잎사귀마다 비스듬이 놓인 종이 같도다
2, 繞身無數靑羅扇(요신무수청라선) ; 몸에 두른 무수한 푸른 부채를 펼쳤고
風不來時也不凉(풍불래시야불량) ; 바람이 오지 않을 때는 서늘하지 않구나
3. 一椷書札藏何事(일함서찰장하사) 一封(일봉)편지에 무슨 사연 갊았는 고...
會被東風暗圻看(회피동풍암기간) 일찌기 동풍에게 슬며 시 뜯겨 보였네
4. 仙仙豪擧碧嵯峨(선선호거벽차아) 시원하게 높이 올라 푸르 름 높다란데
泛欲光風縮欲波(범욕광풍축욕파) 봄바람도 일을 듯 물결 도 칠듯.......,
5. 一種春心寫綠羅(일종춘심사록라) 한 가지 봄 마음이 녹색 비단을 베꼈는데
春心續續倒描多(춘심속속도묘다) 봄 마음은 언제라도 바 꾸어 뺌이 많네
展了無語斜窓外(전료무어사창외) 피고나선 말없이 창 밖 에 비스듬히 있어
疎雨時時替說多(소우시시체설다) 가랑비에 때때로 대신 말도 많았어라
⊙ 徑竹色逾淨 窓蕉聲轉寒(경죽색유정 창초성전한)
- 곧은 대나무 색은 더욱 맑은데 창의 파초소리 차갑게 변한다.
⊙ 卷舒今自知 衰榮隨萬長(권서금자지 쇠영수만장)
- 말렸다 펴짐은 지금 알 수 있지만 쇠잔하고 번성하는 것은 천명에 맡길밖에.
⊙ 葉如似界紙 心似倒抽書(엽여사계저 심사도추서)
- 잎사귀는 비스듬히 그린 종이 같고 속은 거꾸로 뽑아 올린 책 같구려.
⊙ 暎水靑三尺 當簾綠一叢(영수청삼척 당렴녹일총)
- 푸른빛 삼척 몸은 물에 잠겨 비추고 연두빛 한 떨기 주렴에 걸려 있네.
⊙ 一種靈苗異 天然體性虛(일종영묘이 천연체성허)
- 일종에 영한 싹이 특이도 한 데 천연으로 생긴 몸과 성지도 허하기만 하구나.
⊙ 蕉葉卷舒雨 鳩聲問答風(초엽권서우 구성문답풍)
- 파초 잎을 비에 말고 펴는데 비둘기 소리는 바람과 문답한다.
⊙ 前蕉葉錄成林 長夏全無暑氣侵(첨전초엽록성림 장하전무서기침)
- 처마 밑이 파초잎으로 숲을 이루어 긴긴 여름날 더운 기운이 밀려들지 못하네.
⊙ 孤心只在葉中央 一夕抽開二尺長(고심지재엽중앙 일석추개이척장)
- 외로운 꽃잎 속에 있었는데 다시보니 밤사이 두자나 자랐구나.
⊙ 美人間立秋風裏 容孤眼夜雨中覇(미인간립추풍이 용고안야우중패)
- 미인은 가을바람에 한가로이 서있고 패용은 밤비 속에 외로이 졸고 있네.
⊙ 不雨寒聲猶滴瀝 無風 影巳淸 (불우한성유적력 무풍소영사청량)
- 비개어도 찬소리는 물뿌린 듯 나고 바람 없어도 듬성한 그림자가 시원도 하구나.
⊙ 仙仙毫擧碧嵯峨 泛欲光風縮欲波(선선호거벽차아 범욕광풍축욕파)
- 시원하게 당당한 모습 푸르름 드높은 데 두엉실 광풍이 일려하니 움추려 물결이 일려한다.
⊙ 繞身無數靑羅扇 風不來時也不凉(요신무수청라선 풍불래시야불량)
- 푸른 몸을 수없이 여는 푸른 비단 부채 련만 바람이 오지 않을 때엔 서늘하지 않고여.
⊙ 封書札藏何事 會被東風暗折看(일봉서찰장하사 회피동풍암절간)
- 한봉 서찰에 무슨 사연 갊았는고 인제 동풍이 가만히 펴보게 되리라.
⊙ 早鞏啼復歇 殘燈滅又明 隔窓知夜雨 芭蕉先有聲(조공제부힐 잔등멸우명 격창지야우 파초선유성)
- 이른 귀뚜라미 울다 다시 쉬니 쇠잔한 등불은 꺼졌다 또 밝는다. 창 너머 밤비 옴을 앎은 파초가 먼저
소리를 내어서다.
⊙ 不枝惟葉茂 無幹信中空 所以免折 爲衣君子風(불지유엽무 무간신중공 소이면최절 위의군자풍)
- 가지는 없는데 무성한 이이 줄기 없이 공중에 펄럭이면서 그러고도 꺾이지 아니하는 까닭은 군자의
풍도를 지녔기 때문.
⊙ 詩人觀物渺無邊 笑殺西方長舌禪 三十三春淡盡否 一重還有綠天天
(시인관물묘무변 소살서방장설선 삼십삼춘담진부 일중환유녹천천)
- 시인은 만물을 봄에 묘연히 가이 없고 서방의 수다스런 선일소에 부친다. 세상 모든 봄 맑음은 다 했는
가 한 번 거듭되면 도리어 푸르름 밝게 있음을.
⊙ 窓前栽竹與芭蕉 避俗遮塵夢亦 遙可喜吾園秋氣早 風聲剩有雨聲饒
(창전재죽여파초 피속차진몽역요 가희오원추기조 풍성잉유우세요)
- 창 앞에 대나무와 파초를 심어두어 속세를 피하고 먼지를 가리는 꿈결도 아스랗다 기쁘다 우리 정원엔
가을 기운이 빨리 들어 바람소리도 넉넉하고 빗소리도 많아라.
6. 朝鮮太宗十年(1410)庚寅年作品,梁需贊《芭蕉夜雨圖》
雨滴芭蕉秋夜深(우적파초추야심)
擁衿危座聽高吟(옹금위좌청고음)
遠公何處無人問(원공하처무인문)
異國書生萬里心(이국서생만리심)
비 내려 파초잎을 적시니 가을밤은 깊어가는데
옷깃을 부여안고 앉아 시끄러운 소리를 듣네.
원공은 어디에서 왔는가, 묻는 사람 없으니
먼나라 선비의 고향 떠난 심사로다.
1) 危座 : 무릎꿇어 앉음. 2) 高吟 : 소리 높여 읊음
3) 遠公 : 晉의 고승 慧遠을 이른다. 廬山의 東林寺에서 불법을 전했다. 후대 사람들이 존경의 뜻을 담아 遠公이라 부름.
7. 김동명, <파초>
조국을 언제 떠났노.
파초의 꿈은 가련하다. → ‘조국’은 파초의 원산지를 가리킴. 파초가 자신의 삶의 터전을 잃고 멀리까지 떠나와 있는 상황임. 따라서 ‘파초의 꿈’은 파초가 자신의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라고 할 수 있음.
남국(南國)을 향한 불타는 향수 → ‘남국’은 파초의 원산지(고향)인 열대 지방를 가리킴.
너의 넋은 수녀(修女)보다도 더욱 외롭구나. → 파초(너)의 강렬한 향수를 ‘수녀’의 올곧은 정신(외로움)과 비교함. 파초의 절실한 향수를 신앙의 경지로 표현한 것임.
소낙비를 그리는 너는 정열의 여인 → 향수(소낙비)를 느끼는 파초를 ‘정열의 여인’으로 비유함.
나는 샘물을 길어 네 발등에 붓는다. → 화자(나)가 파초의 향수와 그리움을 달래기 위한 행동이며, 나아가 파초의 의지를 키우는 양분을 제공한다는 뜻도 들어 있음.
이제 밤이 차다. → 화자의 현실 인식이 담겨 있는 표현임.
나는 또 너를 내 머리맡에 있게 하마. → ‘또’에서 과거에도 되풀이되었음을 알 수 있으며, 대상에 대한 변함없는 보호의 자세가 나타남.
나는 즐겨 너를 위해 종이 되리니, → 화자는 파초에 대한 동정과 봉사의 태도를 넘어서서, 즐거운 마음으로 종이 되겠다고까지 함. 자기 희생적이고 헌신적인 태도임.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정을 나누고 있음.
너의 그 드리운 치맛자락으로 우리의 겨울을 가리우자. → ‘드리운 치맛자락’은 파초의 잎사귀를 비유한 말임. ‘겨울’은 시대 배경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시어이며, ‘드리우자’에는 극복 의지가 담겨 있음.
8. 파초 / 이육사
항상 앓는 나의 숨껼이 오늘은
해월(海月)처럼 게을러 은빛 물껼에 뜨나니
파초 너의 푸른 옷깃을 들어
이닷 타는 입술을 추겨주렴
그 옛쩍 사라센의 마즈막 날엔
기약없이 흩어진 두날 넋이었어라
젊은 여인들의 잡아 못논 소매끝엔
고은 소금조차 아즉 꿈을 짜는데
먼 성좌와 새로운 꽃들을 볼때마다
잊었던 계절을 몇번 눈우에 그렷느뇨
차라리 천년 뒤 이 가을밤 나와 함께
비ㅅ소리는 얼마나 긴가 재어보자
그리고 새벽하늘 어데 무지개 서면
무지개 밟고 다시 끝없이 헤여지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