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서여기인(書如其人), 사여기인(射如其人).

2012. 6. 7. 11:32서예일반

서여기인(書如其人), 사여기인(射如其人).

 

서(書)는 육예(六藝)중의 한 과목이다.

 

동양과 서양의 커다란 차이의 하나는

서양사회는 글씨를 쓰는데 단단한 철필을 사용한데 반해

동양사회는 부드러운 모필로 글을 써 왔다는 점이다.

 

서양의 단단한 철필에 비해 부드러운 붓으로 글씨를 가르친 동양사회는

글을 표현하고 쓰는 일에 관한한 철학적으로 더 발달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에서는 서(書)를 서법(書法)이라하고,

일본에서는 서(書)를 서도(書道)라고 하는데 비해,

한국에서는 서(書)를 서예(書藝)라고 한다.

 

고구려의 광개토대왕릉비에 적혀있는 글씨의 서체는

그 많은 중국의 어느 서체와도 연관성이 없는 우리의 독특한 서체라고 한다.

이러한 역사적 유적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의 서예가 독자적으로 일찍부터 꽃피어져 왔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서여기인(書如其人), 곧 “글은 그 사람”이라고 가르쳐 왔다.

글씨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이다.

글을 쓴 사람의 됨됨이 즉 인품에서부터 학문의 깊이까지를 다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얼마나 무섭도록 예리한 이야기인가?

 

같은 맥락에서 바라본다면,

활에 관해서도 <射如其人>이라는 말도 성립이 될 듯하다.

 

궁도가 맞느냐? 궁술이 맞느냐? 하는 논쟁을 가끔 본다.

또 사법이란 말도 쓴다.

“法, 道, 術”이란 말을 쓰는 걸 보면 서(書)와 같은 맥락에서 바라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대한궁도협회를 통해서는 딱히 어느 것이 정답이라는 공식적인 발표를 들은 적이 없다.

활을 가르치는데 있어서 사법, 궁도, 궁술에 대한 용어의 정의를 내릴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래야 우리 활이 무엇이라는 것을 제대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사(射), 역시 육예중의 한 과목이다.

중국에서 건너 온 육예는 즉 예(禮)·악(樂)·사(射)·어(御)·서(書)·수(數)이다.

 

육예는 중국에서 건너오기는 하였지만,

중국의 것으로만 국한되지 않은 동양의 가르침이라 할 수 있다.

비록 육예가 중국에서 시작은 하였지만,

우리 사회에 접목되면서부터 우리 사회의 정서에 맞는

우리의 독특한 모습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일본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중국이 서(書)를 서법이라고 한데 비하여,

일본은 서도라고 하였고 우리는 서예라 한 것이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사(射), 즉 활쏘기에 관한한은 서(書)에서처럼 분명한 정의가 내려지지 않은 채,

사법(射法), 궁도(弓道), 궁술(弓術) 등으로 혼용하여 쓰고 있는 원인이 무엇일까?

 

분명한 것은 우리는 우리의 고유한 그리고 매우 우수한 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과 일본의 활은 우리 활과 분명히 재질이나 크기가 달라 서로간에 차이점이 많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활은 그 용어에 있어 국적불명의 상태에 놓여 있다.

왜 이런 어리석은 일이 바로 잡히지 않고 있는 것일까? 누구 때문일까?

 

그래서 서(書)에 관한한 <書如其人>이라는 말이 잘 정의 되어진 반면,

같은 육예에 속하면서도

사(射)에 관한한 <射如其人>이라는 말이 생겨나지 않은 이유였다면 억지일까?

 

무엇이라고 하건 간에 활을 쏘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인품이나 활에 대한 식견을 우리가 알 수 있음을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서 書如其人에 대응하는 구절로 射如其人이라는 말을 한 번 써 본다.(20090404, 和圓)

 

 

출처 : 대자유인
글쓴이 : 대자유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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